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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계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때, 아도르노는 지적 인큐베이터에 들어가 유럽 인문학 전통과 이론적 전쟁을 벌였다.
이 내부전 역시 진정한 전쟁이었다. 전쟁이 끝나고 파시즘 정권이 물러간 독일에 아도르노는 인큐베이터에서 발효시킨 이론적 성과를 가지고 돌아왔다.
그의 생애는 독자에게 사회와 역사의 발전에 관한 이론적 전망이 지식과 정보의 축적이 아니라, '연구자의 의식'이 개입된 존재판단에 근거한다는 '비판이론'의 형성과정을 추체험하도록 해준다.
나는 앞으로 아도르노를 소개하면서 이론이 어느 지점에서 진정한 실천력을 확보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계기를 제공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의 전투는 그가 죽었음에도 종료되지 않는, '끝없는 전투'가 되었다.
아도르노 자신의 사상적 모토인 '끝없는 부정'이 인격으로 환생한 경우라 하겠다.
첫 번째 전투 | 미국에서 제2차 세계대전 중 파시즘과 자본주의에 저항 | [계몽의 변증볍] |
두 번째 전투 | 독일에서 68 학생운동 세력과 벌인 전투 | [부정변증법] |
세 번째 전투 | '언어적 전희'를 단행하여 유럽중심주의로 후퇴한 제자 하버마스와 무덤에서 벌인 전투 | [미학이론] |
유산 | 우리가 치러야 하는 전투 -신자유주의와 과학주의(핵기술) |
1969년 아도르노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그가 새롭게 제시한 보편이론의 가능성은 확고한 체계로 완성되지 못하였다.
68학생운동 진영과 갈등 중이었던 까닭에 아도르노의 사망은 그 자체로서 '이론적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
무엇보다도 아도르노가 '현실적인' 갈등을 자신의 '철학적 방법론'으로 돌파하려 했다는 점에서 이로노가 현실의 '변증법적' 만남을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도르노의 사망은 그의 이론적 무기력을 증명하지 않는다. 그의 죽음은 생물학적 한계에 기인한 것이었을 뿐이다. 그가 죽음으로써 자기 사상을 체계화하지 못했다는 것이 오히려 그가 제시한 철학방법론과 테제들을 현실관계의 구속성에 대입해 사유하도록 이끄는 자극제가 된다.
망명과 귀환의 경험은 아도르노로 하여금 자본주의 세계체제의 내부구조를 통찰하도록 하였고, 그 통찰의 핵심은 현대 자본주의가 파괴를 통한 축적의 메커니즘 위에 구축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68학생운동 진영은 이 사실은 소홀히 하면서, 자본주의적 생산이 가져다주는 풍요를 누리려는 마음이 더 앞섰다.
68학생운동은 무엇보다도 유럽사회에 자유와 평등의 이념을 대중적으로 실현하는 계기를 제공하였다는 점에서 세계사적 의의를 부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대중 운동을 거쳐 본격적인 소비사회가 등장했다는 사실은 오늘날 우리가 이 '사건'을 고찰할 때 주목해야 할 결절이다.
아울러 68학생운동은 독일이 분단체제로 진입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처음부터 폭력성을 내장한 거리투쟁은 당국과 마찰을 일으키면서 급속하게 급진화되었다.
서독의 정권담당자들은 전투적인 운동세력을 폭압적으로 진압하고 격리하는 한편으로 학생운동 이념이 공론화 한 민주적 요구들과 평등권을 일부 수용하는 방식으로 사회를 통합해나갔다.
동독 역시 베를린 장벽을 막는 등의 조치로 그들 나름의 사회통합을 추진하는 발전방향으로 나아가면서 패전국 처리 차원에서 연합군에 의해 나뉘었던 지역이 분단체제로 발전해나갔다.
분단체제가 성립되면서 독일 계몽의 전통은 이데올로기에 깊이 침윤당한 채 진영논리에 갇히게 되었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는 서로를 타자로 삼아 자신의 존재기반을 확대하는 논리를 발전시켜 시간이 지날수록 포스트모더니즘 등 세련된 이론을 내놓았지만 보편성을 확보한 이론은 창출하지 못하였다.
이데올로기 차원에 머물고 물적 토대를 직시하지 않은 까닭이다. 이제 분단체제가 종식됨으로써 이론은 물적 토대를 다시 진지하게 고려할 수 있게 되었다. 아도르노는 여전히 현재적이다.
아도르노는 타고난 능력을 잘 간수하고 발전시켜 사회적으로 실현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물론 복받은 인생이기도 했다. 성악가인 어머니에게서 예술적 자질을 물려받았고, 성공한 유대인 상인인 아버지에게서 적대적인 사회 속에서 자신을 보존하고, 자긍심을 획득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어려서부터 배웠다.
그의 죽음과 더불어 교양을 통해 보편인으로 자신을 구성한다는 독일 시민사회의 고전적인 이념도 종말을 고했다.
소비사회의 대중들은 자기형성(Ich-bilden) 이념인 교양(Bildung)을 거추장스러워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교양을 소비재로 만드는 놀라운 솜씨를 발휘했다. 완전히 계몽된 지구에서는 소비만이 승리를 구가하고 있다.
-[아도르노, 현실이 이론보다 더 엄정하다], 이순예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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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노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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