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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가 대거 개봉하면서 상영 횟수가 현저히 줄어 버린 영화다.

그래도, 감독이 [작은 아씨들] 의 그레타 거윅이고, 좋아하는 배우들이 주연을 맡았기에 주저없이 영화 관람을 추진했다. 

 

어린 시절, 여자 아이들의 장난감 양대 산맥 '미미', '쥬쥬' 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외국에선 '바비 인형'이 최고였나 보다.

영화가 '바비 인행' '바비랜드'를 활용해서 페미니즘적인 목소리를 냈다는 점은 창의성 측면에서 일단 기본 점수를 줘야 할 것 같다.

마고 로비도 바비 인형과 싱크로율이 놀랍고, 라이언 고슬링도 켄 이라는 남자 인형에 딱 맞는 느낌을 준다.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영상미 좋고, 음악도 좋은 작품에서 열연을 하니 영화관에서 관람을 하는 만족감은 상당했다.

여성 감독인 거윅이 이전에 [작은 아씨들]에서도 페미니즘 이야기를 제법 나눴던 걸로 기억한다. 원작이 주는 깊이와 완성도가 있다 보니 일단 기본적으로 + 가산점이 붙는 좋은 작품이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좀 더 노골적이고, 직설적이고, 적나라하게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다는 생각이 든다.

중후반에 바비 인형을 좋아하던 엄마의 입을 통해서 소리치듯이 '여성이 받는 억압과 차별, 부당함'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연출 자체가 세련되거나, 영리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너무 노골적이고, 불편할 정도로 이야기를 나열하긴 하는데 아마 관련 경험이 있는 여성들은 가장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대목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에서는 바비랜드라는 인형 세상 (이 곳에서는 바비라는 여자 인형이 모든 세상의 중심이다. 대통령도, 의사도, 판사도 다 여자들이 차지하고 있고 남자 인형들은 여자 인형을 빛내주는 들러리일 뿐이다.)과 현실 세상 (이 감독이 그려내는 현실 세상은 인형 세상과는 정 반대의 모습인 듯 하다.

 

말로 상징되는 마초적이고,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남성들이 임원을 독차지하고 있고, 여성들은 남성들을 빛내주는 소모품인 것처럼 묘사된다.)을 비교/대조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현실에 안주하고, 만족하며 살던 바비 인형(마고 로비)이 '죽음'에 대한 실존적 생각을 하게 되고, '불안'을 느끼게 되고, 뒷꿈치가 발에 닿게 되고, 셀룰라이트가 생기면서 인형 세상을 떠나 인간 세상에 와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인간 세상에 놀러온 바비 인형은 현실 세상에서는 사랑받지 못하고 당당하지 못한 자신의 이미지에 충격을 받게 되고, 남자 인형인 켄은 자신이 속해 있던 인형 세상에서와는 달리 현실 세상에서는 남성들이 세상을 주도하고 있음을 알게 되고 전율을 하게 된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다시 인형 세상에 돌아온 남자 인형 켄이 바비랜드 (인형 세상)을 가부장적 느낌으로 바꿔 버리고, 그런 세상에 대한 면역력이 없고, 취약했던 바비 인형(여자)들은 전부 남자에게 종속되고, 사랑받는 삶에 안주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결국 뒤틀려 버린 바비 랜드를 다시 원래대로 회복하기 위해 바비 인형(마고 로비)과 일부 여성 인간들이 힘을 합치게 되고 남성들이 지닌 허영심, 질투심, 경쟁 의식 등을 이용해서 자멸을 유도하는 전략을 세운다.

이런 식으로 영화는 노골적이고, 편파적이고,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은 모습으로 여성들에게 힘을 실어 주고, 남/녀 대립 구도를 첨예화 시켜 나간다.

하지만 결론부에 가서는 결국 여자는 남자에 종속되지 않고, 남자도 여자에 종속될 필요 없이 '나는 나로서' 살아가면 된다고 이야기 한다.

 

나름대로 남/녀 균형을 맞춰 주려는 시도들이 자잘하게 들어가 있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서 제시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마지막에 남/녀 공존과 화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에 대한 나름의 결론을 내리고 나서 남자 인형(켄)이 "법관 자리 하나 달라!" 라고 할 때, 바비 인형(여자)은 "대법관 자리는 못 주고, 하급 판사 자리는 줄수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한다.

 

결국, 이 바비랜드에서 평화와 공존은 주창되었으나, 이에 대비되는 현실 세계에서처럼 아직 완전한 평등은 이뤄지지 않았으며 현실 세상에서는 '여성'들이 아직 높은 요직을 제대로 가지 못했다는 걸 암시하는 내용으로 보인다.

늘 고민이 되지만, 남/녀의 평등이 정말 모든 것을 equal 하게 만드는 것이 맞는 걸까?

가령, 바비랜드에서 보여준 남성들의 모습은 그저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이고, 본능에만 충실한 속된 말로 물소 게이와 같았다.

 

그에 반작용(안티 테제)로 등장한 여성들의 모습은, 남성들을 자신들이 지닌 성적 매력으로 홀려 놓고, 그들을 함정에 빠뜨리는 여우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이런 극단적인 이미지의 남/녀를 상정해 놓다 보니, 메시지의 전달력은 선명해 지고, 파워풀하지만 이런 남성이 지배하는 사회도 혐오하게 되고, 이런 여성들이 지배하는 사회도 전혀 나을 것 같지가 않다.

남성 중심 사회가 역사적으로 오래 지속되어 왔으며 진화론적으로 힘이 있는 생명체가 힘이 없는 생명체를 힘으로 누르는 야만의 시대가 길었다 보니 여성들이 느끼는 억압은 클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이를 영화로 표현하려면 반대 급부인 여성들을 좀 더 편파적으로 세워주는 방식으로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들이 있는 것 같다.

여성의 인권이 올라가야 한다는 주장은 늘 동의하지만 이 주장에 이르는 과정이나 방식에 있어서는 늘 고민이 된다. 결국 남/녀라는 성별을 기준으로 세상을 조망하다 보니 극단적인 시나리오가 전개되고, 급히 절충하는 듯 마무리는 했지만 뭔가 영화에서 일관되게 보여주던 극단적인 전개와 마지막 결론이 부조화스럽게 느껴지긴 한다.

 

 결국 우리는 의미와 목적 없이 그저 이 땅에 기투된 존재라는 실존주의적 사고로 세상을 조망하던 감독은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신'을 끌어 들이는 방식을 택한다.

바비 인형을 만든 주체 (인형들에겐 '신'이다.)가 등장하면서 이들의 헛헛하고, 공허한 결론에 생명을 불어 넣어 주려 한다.

 

그러나, 바비 인형(마고 로비)은 '자신이 인간이 되고 될까요?' 라고 허락을 구하자, 인형을 만든 주체(신)은, 그건 본인의 의지적 선택, 자유로운 결정이라고 이야기 한다.

결국 기독교가 이야기하는 유신론적, 인격신은 아니고 이신론적인, 인간의 자유의지가 한껏 강조된 방식으로 이야기를 절충한다. 마지막에 인간이 된 바비 인형(마고로비)는 부인과 선생님을 만난다 하면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이는 무엇을 암시하는 걸까?

자신이 주체적으로 사랑할 남자를 선택하여 아이를 가졌다는 점?

본인의 삶에 '의미'를 찾기 위해 엄마가 되기를 자발적으로 선택했다는 점?

여러가지 열린 결말로 해석이 될 것 같다.

여성으로 태어나, 남성들은 할 수 없는 아이를 잉태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으며 그러다 보니 아이 양육이라는 거대한 짐이 그들의 정체성, 주체성에 '고민거리'를 던져준다는 시사점.

인간으로 살아간다면 필연적으로 고민해 볼 수 밖에 없는 내용들이다.

이 저자의 시도는 늘 도전적이고, 참신하고,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남자와 여자가 개별자로서만 존재하는 세상. 서로에게 영향을 주거나, 서로에게 종속되는 게 잘못되었다는 삶. 이 가치관에 있어서는 토론의 여지가 있을 것 같다.

모든 학문들도 서로간에 영향을 주고 받으며, 새로운 철학과 지식이 발전적으로 창발된다는 들뢰즈의 리좀형 사고 방식은 이럴 때 필요한 개념이 아닌가 싶다.

 

이를 인간 사회에 적용해 본다면 모든 인간들은 개별자로서도 살아가야 하지만, 동시에 서로간에 상호작용으로 존재가 확립되는 부분도 분명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사르트르도 타인의 시선에 의해 즉자와 대자 등 썰을 풀었던 기억이 난다.

 

양자역학에서도 관측이라는 행위 자체가 '변화'를 일으킨다는 게 과학적 사실로 밝혀지지 않았던가.

결국 미세한 입자부터 시작해서, 입자들의 합(+영혼?) 인 거시적인 인간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서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존재를 확립해 나간다.

이런 섬세한 부분들까지도 남/녀 문제를 다룰 때 더욱 고민을 했었더라면 굉장한 명작이 나오지 않았을까?

마지막에 부인과 선생님을 찾는 인간이 된 바비 인형(마고로)의 모습에서 그런 작은 희망을 발견하긴 한다.

 

하지만, 영화 전반에 걸쳐 연출되고, 보여진 일련의 모습들은 '개별자'에만 집중하고, 이분법에 머무르며 (변증법적인 제 3의 결론 도출이 필요해 보이는데 남,녀로 양분되어 있음), 무신론적 실존주의로 세상을 해석하다 답이 안 나오니 갑자기 신으로 도약을 한다. 그리고 그 신은 있으나, 마나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인격신이 아니다 보니, 삶에 '의미'를 부여해 줄 만한 당위성도 없다.)

다소 철학적으로 빠져 버렸지만 영상미와 배우들의 연기, 현란한 음악 만으로도 수작의 반열에 올려둘만한 좋은 작품이다. 무엇보다도 깊은 생각거리를 던져 줬다는 점에서 근래에 본 영화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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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있음*

 

영화가 생각보다 묵직하다.

집도 없고, 일도 안 하는 가장과 아들, 딸, 아내까지 데리고 고속도로를 전전하며 살아가는 가족. 아내는 셋째까지 임신한 상태...

 

이들이 하루를 살아가는 방식은, 지나가는 고급 승용차에 접근하여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핑계를 대고 2만원을 빌린다. 상대가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면 불쌍한 아이들을 등장시킨다.

 

이런 식으로 일당(?)을 벌고 나면, 휴게소에서 맛있게 밥을 먹고, 근처에 텐트를 치고 잠을 잔다.

 

현대 사회의 양극화와 무지로 인한 무책임한 가정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영화일 뿐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고 다루는 주제들도 심도가 있었던 영화다.

 

아버지로 나오는 정일우는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걸로 묘사된다. 내 집 마련을 위해 조합원 가입 등을 하다 아마 사기를 당한 것 같다. 그로 인해 사람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가 내면에 가득 차 오르고, 이젠 타인에 대한 '피해 망상'과 '환청, 환시' 까지....

 

 

마치 정일우의 모습은 '조현병'으로 진행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듯 하다.

 

인간에 대한 소외, 지독한 고립감, 타인에 대한 피해의식, 지독한 가난...이 모든 요소들은 조현병 발병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요소들이라 볼 수 있는데 그런 지독한 병과 싸우고 있는 것이다. 그가 순간순간 병마를 이겨낼 수 있게 해주는 건 사랑하는 가족들의 인정과 사랑, 용납이다.

 

이 드라마를 보면, 무책임하게 아이만 잔뜩 낳고 대책없어 보이는 가장의 모습이 한심해 보일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문제가 단순하진 않다. 부동산 공화국에서 '내 집 마련'을 하려는 노력을 했을 뿐이고, 자녀 양육을 '민영화' 시키는 현대 사회 속에서 국가와 사회, 그 어디로부터 도움을 받을 길이 없다. 화장실에 붙어 있는 '대출 광고 전단지'만 야속하게 우리를 유혹하고, 잘못 꼬였다가 인생이 파탄나고, 존재가 무너지는 고통을 당하기 십상이다.

 

 

이 와중에도 해맑게 웃으며, 세상을 살아가는 아들의 모습은 '지옥같은 현실 속에서 병들어가는' 아버지의 모습과 대조된다.

 

이 영화 속에는 '부조리'가 가득 담겨 있다.

 

누군가는 고속도로에 외제차를 끌고 와서 즐거운 여행을 하고 플렉스를 즐기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집이 없고, 오늘 하루 먹을 음식도 마땅치 않다. 조현병과 비슷한 병이 있는 상태라면 아마 취직도 어려울 것이다. 일단 아이들은 태어나 버렸고, 고아원 출신의 아내도 힘겹게 버티고 있을 뿐이다.

 

사회로부터 받은 배신감과 소외감, 거부감이 너무도 강했기에 타인을 믿을 수 없고, 타인에 대한 '망상 수준의 거부감'은 아이들을 학교에도 보내지 않고 타인과의 접촉 자체를 못 하게 만드는 동인이 된다.

 

부동산으로 인해 한 가정의 존재가 말살 당하기 직전이다.

 

 

이 영화는 다른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배우 라미란 가정을 함께 보여준다.

 

아마, 아들이 학교에서 수학여행(?) 같은 걸 갔다가 사고를 당해 죽은 것 같다.

(맞는지 잘 모르겠다.)

이는 마치 씨랜드 화재 사건이나 세월호 사건을 연상시킨다. 두 부부는 중고가구를 판매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데 경제적으로는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나 '자녀를 사별한 상실감'이 가슴 깊숙하게 자리잡고 있다. 부부관계도 하기 어렵고, 서로 마음을 터놓고 상처를 치유하지도 못하고 있다.

 

우연히 고속도로에서 사기를 치고 있던 정일우 가족을 만나게 되고, 그 가족을 경찰에 신고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라미란은 결국 경찰서에 구금된 정일우를 제외한 나머지 가족들을 자신의 가구점으로 데려오고, 밥을 먹이고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며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다.

 

'자녀를 잃은 상실감, 공허한 가슴'을 이 아이들을 거둠으로써 달래고 있는 양상인데, 묘하게도 이들은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서로의 삶을 유지시켜 주는데 힘을 보태준다.

 

영화 속에서는 식당에서 "사고로 자녀의 목숨을 잃은 유가족들이 나라에서 보상금을 받아 먹으려고 쇼를 한다. 우리 세금이 너무 아깝다." 는 식의 대사가 나오기도 하는데 우리 사회가 보여주는 아픈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이 지옥에서 구원받을 수 없는 정일우는 환각과 망상 속에서 울부짓는데, 교회의 십자가 첨탑이 무심하게 카메라에 함께 잡힌다.

(현대 교회가 이 사회의 아픔에 대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신에 대한 존재론적 고뇌가 느껴지는 연출이었다.)

 

굳이 중고가구점에 티벳 출신 직원이 배치되어서, 어린 막내 아이를 앞에 두고 '영원 회귀?' 비슷한 썰을 푸는 장면이 나오는데 아마 감독은 이와 같은 '동양의 종교' 속에서 지금의 '지옥같은 현실'을 견뎌낼 대안을 찾으려고 하는게 아닌가 싶다.

(아닐 수도 있고;;;)

 

 

충분히 이해가 되는 바이다. 정상적인 생각으로는 이 지옥같은 현실을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영화는 끝내 경찰서를 탈출한 정일우가 중고가구점에 난입하는 장면에서 절정에 치닫는다.

 

내가 기대하는 해피 엔딩은 라미란 가족이 정일우까지 포용해 줌으로써 이 친구가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약을 먹고 잘 치료 받으며 경제적인 도움도 받고 함께 살아가는 그림이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생각보다 현실적이었다.

 

결국 정일우는 사랑하는 아내를 지키기 위해 불길로 뛰어들어 죽게 된다.

 

이 정신질환을 제대로 돌봐줄 수 있는 사회적 장치가 너무 부족하다. 인력도 부족하고, 처우도 부실하고, 일단 사회 전반적으로 이 질환에 대한 이해도가 너무 떨어진다.

 

영화 속에서도 정일우의 기이한 행동들에 대해 누구 하나 제대로 대처하거나, 도움을 주는 사람이 없다. 그냥 미친 사람이고, 피해야 할 사람, 우리에게 해를 끼치니 벌을 받아야 할 존재로 묘사된다.

 

이 단계까지 오지 않도록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이 좀 더 만들어져야 할 텐데,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왔을까...가슴이 저미는 장면들이었다.

 

조현병에 대한 묘사........ 국내 영화 중에 이 묘사를 제대로 끌어낸 작품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는데, [고속도로 가족]을 보면 될 것 같다.

 

해외 영화로는 [뷰티풀 마인드]의 존 내쉬가 조현병에 걸린 모습을 보여주지만, 다소 비현실적인 부분이 많다.

 

와해된 행동과, 인간에 대한 공격성, 환청/망상

 

한 가정의 아버지가 무너져 내리는 장면이 잘 담겨져 있다.

 

그러나, 결국 누군가의 희생으로....

또한 누군가의 이타적인 도움과 헌신으로....

 

남은 가족들은 더 나은 삶을 찾게 되어 아픔을 딛고 일어나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교회가 진정 기능해야 할 지점이 바로 이런 부분인데, 지금의 교회는 반대편에 서서 이들을 탄압하는 일에 힘을 쓰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렇지 않은 교회도 있긴 하지만 아무리 봐도 마이너, 소수일 뿐...)

 

앞으로 10년 뒤, 20년 뒤 양극화가 심해지면 고속도로 가족 비슷한 모습이 나오지 말란 법이 있을까?..

 

묵직한 영화의 메시지를 두고두고 숙고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김슬기도, 정일우도, 라미란도 다른 배우들도 연기가 너무 좋았다. '

 

 

*사진은 구글에서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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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스포가 있으니 아직 영화 안 보신 분들은 나중에 보세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 세번째 작품이다.

 

사실 너무 많은 마블 영화를 봐서 그런지 이전 스토리가 잘 기억나진 않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B급 감성의 개그 코드와 훌륭한 연출, 개성있는 캐릭터, 깔끔한 스토리, 볼만한 액션 등 1,2편 모두 꽤 잘 만든 마블 작품이었다는 흐릿한 잔상만 남아 있는 상태였다.

 

이번 편을 마지막으로 가오갤 시리즈는 일단 종료가 된건가 보다.

 

시리즈의 간판 주연인 너구리 로켓이 이번 영화에서 주요한 스토리 라인을 담당했는데, 로켓에게 그와 같은 출생의 비밀이 있을 줄이야.....

 

이 작품은 최근 마블 작품 중에서 단연 돋보였다.

 

 

헐리우드 영화들이 요즘 진지하게 밀고 있는 '가족 사랑', '아이와 같은 약자들 지키기' 등의 주제는 여전하지만 이에 덧붙여서 '인간의 내면에 집중하는 주제 의식'이 합쳐지면서 영화의 완성도가 확연히 올라간 느낌이다.

 

"너를 규정하는 것은 타인이 아니라 바로 너 자신이다."

 

로켓이 동물 너구리였으나, 생체 실험을 당해서 인간처럼 말을 하게 되고 2족 보행을 하게 된 사연들. 그리고 자신처럼 개조 당했던 친한 친구들이 비참하게 죽임 당했던 사실들.

 

그냥 우스꽝스러운 개그 캐릭터에 불과해 보였으나, 사실은 가슴 저미는 사연을 가졌다는 설정. 그리고 자칫 소외될 수 있는 캐릭터를 전체 스토리 라인의 핵심에 배치함으로써 과거 회상과 현재 진행 화면을 교차해 가면서 스피디하게 전개하는 연출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시기적절하게 들려오는 OST 는 단연코 훌륭했다. 라디오 헤드의 [CREEP] 으로 시작해서 여러가지 클래식한 명곡들이 들려오는데 귀도 즐겁고, 보는 맛도 있고, 캐릭터도 살아 있고, 이야기도 루즈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어벤저스 엔드게임이 각각의 캐릭터들에게 예우를 다하고, 정성을 쏟은 것처럼 이번 가오겔 Vol3 마지막 작품도 한명의 캐릭터도 버리지 않고, 각각의 개성과 내면을 깊게 표현해 줘서 그 만큼 완성도가 올라가고 보는 맛이 있었던 것 같다.

 

 

1.우리가 기대하던 가모라가 아니라, 가모라 스스로가 선택한 그녀의 모습,성격,삶.

 

2.어머니나 하이 레볼루셔너리(이번 작품의 메인 빌런)가 규정하는 워록이 아니라 작은 동물도 아낄 줄 알고, 다소 찌질한 모습 그대로지만 주인공인 피터를 죽음에서 건져줄 수도 있는 성품을 지닌 존재다.(물론 기존 원작에서는 타노스의 유일한 친구이자, 막강한 힘을 가진 존재로 묘사되지만 이 작품만 봐서는.?)

 

3.너구리인 로켓은 하이 레볼루셔너리가 규정한 '흉물스런 실험체'가 아니라, 모두가 아끼고 사랑하며 똑독하며 리더십도 있어 차기 가오겔 캡틴이 될만한 멋진 존재이자 라쿤이다.

 

4.드랙스는 주변에서는 머리가 나쁘고, 멍청하다고 놀리지만 사실은 유일하게 우주선에 갇힌 아이들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고 말할 수 있고, 아이들을 웃게 해줄 수 있는 좋은 성품을 지닌 아버지 상이다. (파괴자가 아니라.)

 

...

 

이런 식으로 메인 캐릭터들이 지닌 개성들을 본인 스스로 규정하고, 찾아갈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과 장면을 할애해 주고 이 속에서 메인 스토리가 멀어지거나 삼천포로 빠지지 않게 적절하게 조율하는 걸 보면서 이 작품을 연출한 제작진의 능력에, 그리고 제임스 건 감독의 역량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특히 마지막에 로켓이 자신의 이름 '라쿤'(너구리) 를 되찾고,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연약한 아기 너구리들을 감옥에서 탈출시키는 장면은 '자신이 받은 끔직한 상처'가 대물림 되지 않도록 자신의 아픔으로 상대를 구원해 주고, 자신 스스로도 내면의 트라우마에서 해방되는 장면을 상징적으로 녹여낸 것 같아 특히 마음에 든다.

 

 

로켓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다시 이승으로 빠져나오는 장면이라든지, 자신이 실험체임을 자각하며 괴로워하는 장면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JRPG 나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느꼈을 법한 깊고, 내밀한 인상을 받기도 했다.

(파이널 판타지7 가 북미에서 히트를 쳤었는데, 핵심 주제가 일치한다. 그리고 사후세계 비슷한 연출들은 마치 [귀멸의 칼날] 서구판을 보는 듯 했다.)

 

이렇게 내적인 요소들을 잘 살려주면서 좀 더 큰 시야로는 동물 보호(생명 존중 사상), 카운터-어스 속에서 인간과 똑같은 행동을 일삼는 이상사회를 보면서 '인간이라는 실존의 한계', '신이 없는 듯 한 세상의 모습으로 인해 자신 스스로가 신의 역할을 대리하려 하였으나 결국 이 작업은 신 이외에는 할 수 없다는 교훈을 남겨준 듯한 하이 레볼류셔너리의 모습' 등 상당히 철학적이고, 형이상학적이며, 거시적인 요소들도 함께 잘 녹여낸 작품이다.

 

액션씬도 멋지고, 군더더기 없었으며 가오겔 특유의 느낌이 잘 살아 있어서 좋았다.

 

주변에 가오겔을 도와주는 크레글린이라든지, 말하는 강아지 코스모 등 한명도 버리지 않고 꼼꼼하고, 섬세하게 영화 속에서 역할을 부여 받았다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든다.

 

 

최근 마블이 비실비실하고, 작품들을 영화관에서 볼 이유를 찾기가 힘들었지만 가오겔3 는 간만에 마블다운 작품이 나온 것 같다.

 

이후 작품들도 내적인 요소, 외적인 요소, 전체적인 스토리와 캐릭터들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잘 담겨져 있으면 좋겠다. 아직 풀어내야 할 이야기가 많이 남아 있을 테니 말이다.

 

특히 최근 사이비 종교 관련 다큐, 넷플릭스 작품이 소개되면서 하이 레볼루셔너리의 모습에서 사이비 교주의 모습이 보였는데 이런 부분으로 접근해서 생각해보 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그리고 요즘 헐리우드 영화들이 '아이들 보호','약자 보호', '생명 존중'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다루는데, 최근 미국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총기 사고(학교에서 벌어지는) 등의 소식들을 듣고 있노라면 뻔한 주제일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그런 부분들을 알리고, 보여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에서 얻을 만한 교훈적 요소들은 참 많다.)

 

(마지막에 그루트가 '사랑해 모두들' 이라고 외쳐주는 장면도 감동적이고, 모든 캐릭터들이 마지막까지 소중한 엔딩을 장식했다는 점은 자꾸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만족스러운 시리즈의 마무리가 아니었나 싶다.)

 

영화관에서 꼭 보는 걸 추천한다.

이후의 마블 작품들도 이런 깊이와 재미와 감동이 잘 담긴 작품으로 나와주길 바라며....

 

제임스 건 감독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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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영화화 한 작품 중에 성공한 작품이 많지 않다.

(이전에 파이널 판타지의 애니 버전인 '어드벤트 칠드런' 편은 제법 괜찮았다...그 이외에는 딱히 기억에 남는 게....)

 

요즘은 게임, 웹툰이나 만화책도 영화화 되는 세상이지만 실패하는 경우가 워낙 많다 보니 기억에 남는 작품이 별로 없다.

 

일본에서 좋아하는 실사화 영화들은 <바람의 검심> <기생수> 등 몇 작품 빼고는 잘 만든 작품 떠올리기가 쉽지 않듯이, 애니메이션,게임 등을 영화화 한 경우도 실사화로 간 경우에는 흑역사 작품들이 많다. (ex) 드래곤볼, 스트리트 파이터.....)

 

이 작품은 그래도 실사화로 가지 않고 에니메이션으로 노선을 잘 탔기 때문에 충분히 위화감 없는 감상이 가능했다.

 

마리오와 피치 공주

 

무엇보다도 슈퍼 마리오를 게임으로 즐겨온 세대들로서는 향수를 자극할 만한 팬 서비스 요소들이 가득한 작품이었다.

 

슈퍼 마리오에서 심오한 스토리를 기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도 슈퍼 마리오를 자세히 분석하거나, 공부한 적은 없다 보니, 세계관은 정확히 모른다. 대략적으로 유추만 할 뿐? 기껏해야 슈퍼 마리오 1,2,3 정도 즐기고, 최근 닌텐도 스위치로 나온 '슈퍼 마리오 오딧세이' 정도를 소장하고 있을 뿐이다.)

 

뉴욕의 배관공 형제 마리오와 루이지가 신비로운 버섯 왕국에 가서 쿠파 대마왕과 싸우고 피치 공주를 구해내는 이야기?

 

-> 일단 게임의 주 설정은 이런 정도였다면 이 작품은 요즘 페니미즘의 영향력을 반영해서 인지 피치 공주가 싸움을 잘하고, 주도적인 모습으로 나온다.

 

(요즘 이 공식은 거의 불변인 것 같다. 여성이 남성에게 의지하고, 약한 모습을 보이는 작품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은 것 같다. 나름대로 피치 공주의 액션도 재미있고, 진취적인 성격을 보는 것도 즐겁다.)

 

이 작품은 게임을 즐기지 않은 사람이 본다면 다소 유치하고, 단순하다고 느낄 만한 구조다.

 

그러나, 게임의 디테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본다면 버섯이나 불꽃을 통해 능력을 획득한다든지, 특정 버섯을 먹고 캐릭터가 작아진다든지, 나뭇잎을 먹으면 너구리? 로 변신을 한다든지 ..... 기억 속의 물고기 몬스터나 거북이 몬스터들을 볼 수 있다든지...... 순간순간 2D 게임 화면처럼 횡스크롤로 화면이 전환된다든지....... 배관을 타고 순간 이동을 한다든지 ... 이런 다양한 요소들에서 재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루이지와 마리오...두 형제

 

"아는 만큼 즐겁다"

 

이 작품을 두고 하는 이야기 같다.

 

슈퍼 마리오를 가지고 만들 수 있는 가장 깔끔하고 재미있는 구성.

 

아름다운 버섯 왕국을 큰 스크린으로 구경하고, 화려한 3D 그래픽으로 구현된 캐릭터들의 역동적인 액션을 구경하고, 추억의 BGM 이 약간 세련된 형태로 재구성되어 귓가를 맴돌 때 느끼는 그 희열.

 

특히 슈퍼마리오라는 게임 자체가 스토리가 강조되는 RPG 가 아니라, 횡스크롤 액션 게임에 가깝다 보니 게임 속에 상상력을 일부 더해서 이를 1시간 30분 경의 시간 동안 스크린 속에 가득 담아냈다는 점 만으로도 나름대로 이 작품의 노고와 의의는 충분하다 생각한다.

 

게다가 동키콩이나 마리오카트, 요시 아일랜드 등 다양한 닌텐도의 자매품 게임 요소까지 깜작 출현을 해 주면서 마치 '마블 유니버스', 'DC 유니버스'와 같은 새로운 세계관이 시작된 듯한 전개도 마음에 들었다.

 

마지막에 쿠키 영상에서 후속편으로 '요시'가 출현할 것을 암시한 걸로 봐서 앞으로 차기작을 구경하는 재미도 남겨지게 된 셈이다.

요즘 <슬램덩크> 도 그렇고, 80~90년대가 문화의 황금기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 시절 우리와 함께 했던 작품 속 캐릭터, 작품 속 세상들은 요즘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결여될 때, 사람들은 과거로 눈을 돌린다는데 요즘 불고 있는 문화적 레트로 열풍이 한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의 결과라 생각하면 헛헛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단, 슈퍼 마리오 게임을 즐기고 사랑했던 이들에게 한정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게임과 거리가 먼 사람들이 보기에는 많이 유치하고, 단조로울 것이다. 영화관을 가득 채운 어린아이들의 함성 소리만 듣고 나올 수 있다.

 

이 작품을 보면서 <젤다의 전설>, <파이널 판타지>, <드래곤 퀘스트>, <테일즈 시리즈>, <이스 시리즈> 등 다양한 작품들도 이런 식으로 애니메이션 화되어 나왔을 때 잘 뽑혀서 나올 수 있을지 호기심이 생기기도 했다.

 

요즘 콘솔 게임계에서는 과거의 명작들을 리메이크, 리마스터 하는 붐이 일고 있다.

 

더 나아가서 이렇게 그 작품들을 영화화 하는 바람도 불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노스텔지어를 느껴보고 싶은 이들에게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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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들은 이번 원더우먼 후속작을 '황금박쥐 원더우먼의 크리스마스 대소동'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 제목도 상당히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 정도로 완성도가 안습인 상황이다.)

2시간짜리 공익광고 + 우뢰매를 섞어둔 듯한 이번 작품은 영화 자체로 보면 상당히 괴작이라고 생각한다.

(DC 코믹스는 아쿠아맨 이후로 부활하나 싶더니........)

(그래도 요즘은 감독을 바꾸고 나서 수어사이드 스쿼드 리부트도 성공시키고, 제법 노력은 하고 있어 보인다.)​

 

감독은 자신만의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영화를 제작한 것 같다.

 

그러나 '굳이 원더우먼이라는 귀하디 귀한 DC 코믹스의 히어로를 이런 식으로 소비하면서 메시지를 전달해야 했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원더우먼은 1편이 꽤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이번 후속작의 완성도가 DC 코믹스의 향방을 결정할 정도로 중요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최근 심폐소생술에는 성공한 것 같긴 하지만 마블이 달려왔던 길과 비교를 하자면 아직 갈길이 멀다.)

원더우먼은 필요 없었던 영화였다. 그냥 지나가는 행인1 을 앉혀놔도 별 문제가 없다.

소위 막판 빌런과는 앉아서 이야기 나누면서 빌런을 물리치기 때문에 싸움 잘하는 히어로는 필요 없다.

소원을 이뤄주는 신비한 물체, 각 사람이 지닌 욕망이 실현되었을 때 치르게 될 대가, 사람들에게 인기가 없던 바바라가 타인에게 느끼는 열등감과 비교의식, 그들이 지니는 삶의 어려움, 사랑마저도 포기하고 진실을 추구하는 바른 자세 등.

개별적으로 다뤄진 내용들은 하나같이 의미있고, 좋은 내용들이 많았다.

특히 코로나 시대에 개봉이 연기되면서 겨우 상영한 작품이다 보니, 작금의 상황에서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들이 제법 감동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뜬금없이 '실사 영화 <켓츠>에' 나올 법한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 이론에 부합하는 괴상한 복장으로 나타난 바바라의 등장은 말문이 턱 막히는 씬이였다.

 

 

이에 덧붙여 더욱 황당하게 황금박쥐가 되어 나타나서 서로 어색한 액션신을 주고 받다가 전기찌짐을 시전하는 괴상한 막판 전투신.

그리고 히어로물에서 기대할 수 있는 액션신 자체가 너무 비중이 적다 보니, 기이하리만치 영화가 단조롭고 몰입감이 떨어졌다.

중간중간에 인물들이 보여주는 행동들은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긴 하지만, 쉽게 공감이 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았다. 개연성을 치밀하게 짜둔 느낌도 아니다.

(이게 실제 만화책에 있는 내용인지는 모르겠는데,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큰 줄기부터가 영화화 하기에는 뭔가 시덥잖은 구석이 많았다. 뜬금없는 석유왕의 탐욕은...... 더 이상의 이야기를 생략하자.)

 

폭죽이 터지는 하늘을 투명 비행기로 날아가는 장면은, 눈을 즐겁게 해주려고 넣은 것 같긴 한데 너무 뻔한 느낌이 들었으며 바바라라는 캐릭터는 뜬금없이 막판 빌런과 손을 잡으면서 어색한 연합전선을 구축하기도 한다.

이 영화에 돈과 시간을 쓰는 건 너무 아깝다.

그냥 마지막에 원더우먼의 목소리를 통해 세상에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만 잘 추려 내서 5분짜리 공익광고로 만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DC 작품 중에 그나마 원더우먼이 수작에 속하는 편이었는데 이렇게 후속편이 망가지면서 다시 나락의 길로 떨어지진 않을지 걱정이 된다.

그래도 힘든 시기에 2시간 30분이 넘는 시간과 수만원의 돈을 투자할 수 있다면 이 작품이 남기는 메시지 자체는 매우 아름답고, 좋으니 챙겨가면 될 것 같다.

(일단 킬링 타임용으로도 별로 추천하고 싶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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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참으로 괜찮은 영화를 본 것 같다.

 

워낙 유명한 원작 소설이다 보니, 나는 마치 [작은 아씨들]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니 이전에 읽었던 소설 내용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어린 시절, 독서를 너무 게을리 했던 게 화근이었던 것 같다. 우리 나라 입시 중심의 교육열이 불러온 하나의 부작용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원작을 조금은 각색한 영화일 텐데, 원작은 고려하지 않고 순수하게 영화에서 묘사된 이야기만을 가지고 간단한 평을 남기고자 한다.

 

일단 배우들 중에서는 첫째인 메그(엠마 왓슨)만 친숙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주인공 느낌이 강한 건 둘째인 '조'였다.)

(참고로, 유투버 [달빛부부] 에 나온 이야기에 따르면 이 엠마 왓슨 자리는 엠마 스톤에게 갈 뻔한 자리였다고 한다. 두 엠마 배우들에 얽힌 에피소드들은 재미있는 내용이 참 많다.)​

(엠마 왓슨이 헤리포터 시리즈를 졸업한 이후에 영화 [콜로니아] 등에서 다채로운 연기 변신을 시도했던 점에서 참으로 멋진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 작품도 상당히 잘 고른 것 같다.)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했고, 시종일관 영화 속에 빨려 들어가듯 집중해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플로렌스 퓨는 최근에 마블 영화 [블랙 위도우] 에서 스칼렛 요한슨의 여동생으로 나온 배우다. 여기저기서 다양한 연기를 시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 영화는 거창한 특수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고, 스케일이 큰 것도 아니며 복잡한 시나리오가 가미된 것도 아니지만 굉장히 좋은 작품이다. 인생의 희로애락이 서정적인 분위기 속에 가득 담겨 있어, 오랜 시간 사색하고, 분석하고, 감상해 볼 여지가 많은 영화였다. (개인적으로 이런 사유가 가능한 작품을 '좋은 작품'이라고 정의하는 편이다.)

마치 영화 속 '조'가 네 자매의 잔잔한 이야기를 소설로 쓴 것처럼, 이 영화도 잔잔한 네 자매 이야기 그 자체이지만 그것만으로도 굉장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연극을 하고 싶었던 첫째 언니 메그, 소설가가 꿈인 둘째 조, 음악가가 되고 싶은 셋째 베스, 화가가 되고 싶은 막내 에이미.

이 영화는 여성들이 볼 때 공감을 많이 느낄 만한 내용이다. 감성 충만하고, 꿈이 가득한 네 자매가 각자의 목표와 각자의 색깔을 지닌 채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투영해 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며 특정 인물에 대해 특별한 공감 또는 불편한 감정을 느끼면서 보는 재미가 쏠쏠했을 것이다.

(가상 속 인물에 자신을 대입해 보고, 자신의 삶이나 타인의 삶을 투영해 볼 수 있는 게 영화라는 매체가 지닌 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유의 과정이 이 작품을 보는 시간을 굉장히 풍성하게 만든다.)​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점은 다음과 같다.

[1] 인생은 참 복잡미묘하고, 알 수 없다는 것

[2] 인생은 선택의 연속으로 정의내려진다는 것.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것.

사실 막내 에이미는 가장 안정적인 케이스에 가깝다. 조가 그토록 가고 싶었던 유럽 유학도 에이미에게 기회가 돌아왔으며, 조가 사랑했던 로리도 에이미에게 가 버렸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에이미가 가장 영리하고, 주체적이며, 성공적인 삶을 산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더 넓게 들여다 보면 사실 전혀 다른 각도의 분석도 가능하다.

늘 가난에 대한 스트레스를 토로하던 첫째 메그는 자신의 꿈인 연극도 포기한 채 가난한 수학 선생과 사랑하게 되어 경제적으로 힘든 삶을 살게 된다.

작가가 꿈이었던 조, 그리고 자신의 자유로움을 중요시 여기며 '사랑의 구속', '결혼이라는 굴레'로만 규정되던 여성의 삶에 반기를 들었던 그녀는 "외로움"이라는 감정(그리고 본능)과 사투를 벌인다. (끝내 소설가의 꿈을 이루긴 한다. 새로운 사랑까지도..)

음악을 좋아하고, 가장 착한 심성을 지녔던 셋째 베스는 옆집의 가난한 가족들을 돌봐주다가 성홍열에 걸려 죽고 만다.

선한 일을 하면 복을 받고, 악하고 영악하면 벌을 받는다는 공식으로 세상은 설명되지 않는다. 착하고 이타적인 베스는 일찍 죽었다. 첫째 메그가 꿈꾸던 삶은 다소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조가 원했던 첫 사랑은 자신의 동생에게 가 버렸다. 심지어 에이미도 자신이 싫어하는 대고모와 함께 생활하는 수고를 감수하기도 했다.

 

개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환경 요인들도 있었으며(베스가 걸렸던 질병 등), 개개인이 주체적으로 선택한 영역도 있었다. 병에 걸리는 건 선택할 수 없었다. 그러나, 가난한 수학 선생과 평생 함께 하기로 선택한 건 메그 자신이었다. 유럽에 가는 건 본인이 선택할 수 없었지만 로리라는 첫사랑을 선택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좇아 달려간 건 조 자신이었다. 대고모를 좋아하진 않았으나, 개인의 야망과 원하는 바를 확실하게 잡기로 선택했던 에이미는 그에 맞는 성취를 얻기도 했다.

사람마다 네 자매의 삶 중 자신이 선호하는 삶의 모습이 있을 것이다.

난 개인적으로 조와 에이미가 대조되어 보였다.

조는 중반 이후까지도 많은 것을 잃었다. 본성을 거스르는 사투를 벌이며 자유를 지키려는 대가는 상당히 가혹해 보였다. 그러나, 그 결핍과 상실감, 아픔이 있었기에 작가로서의 집중력과 (일종의) 광기를 획득하게 된 것도 사실이다. 그 때 미친듯이 써내려갔던 작품이 [작은 아씨들]이다.

 

 

무난하고, 유연하며, 다소 영리하게 (비교적 스무스하게) 자신의 길을 나아간 에이미는 다른 자매들에 비해 굴곡이 적은 편이었으나 삶에 대한 간절함이나 절박함이 그만큼 훈련되어 있지 않았기에 화가로서의 재능은 그다지 깊게 개발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삶에서 시련과 고통이 주는 예술적 힘을 상당히 중요하게 바라본 관점이다.

(니체가 이야기한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와 비슷한 맥락이라고나 할까?)

 

이 영화는 이런 식으로 각각의 인물들에 대해 분석해 보고, 그들의 삶을 재조명해 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또한 조의 대사 속에 나타난 것처럼 '유년시절이 훌쩍 사라져 버리고, 성인이 될수록 전혀 다른 삶이 펼쳐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불안, 아쉬움'에 대한 부분들도 상당히 현실적이고 잔잔한 감동을 주는 대목이었다.

(이렇게 화목한 네 자매의 삶을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다는 건 큰 축복이었다. 이와 같이 화목하지 못한 집들도 많기에 이 부분은 공감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저 인생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망라되었을 뿐인데, 그 속에 즐거움과 긴장감과 아픔과 감동이 공존한다는 게 이 작품의 큰 묘미인 것 같다.

결국 조의 대사처럼 "자매들이 서로 미워하기엔 인생이 너무 짧으니까"....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현재 주어진 삶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한 것 같다.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잘 살아간 것인지는 각자의 몫으로 남겨두는 게 좋을 것 같다.

결국 인생은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고 여러가지 인과율과 상호작용으로 인해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지만 그 와중에도 우리의 선택 하나하나가 쌓여 가서 우리의 삶이 이뤄진다는 게 아름다운 것 같다.

이 작품은 정말 좋은 작품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가슴과 머리가 풍성해지는 느낌을 받기란 쉽지 않은데 이 작품은 그 느낌을 충분하게 부여하는 작품이었다. 무조건 강력 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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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인해 극장가는 활기를 잃은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나름 비운의 영화라고 생각하나, 전 세계적으로는 상당한 흥행을 했다 하니 다행이라 생각한다. 필자는 코로나 사태가 심해지기 전 이 영화가 개봉한 날 직후에 영화를 관람했다. (이 글을 남기는 시점으로부터 제법 시간이 지난 상태긴 하다.)

기타 전쟁 영화처럼 거대한 스케일의 전쟁신이 나오거나, 대규모 전투가 벌어지진 않는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전쟁터 한 가운데로 관객들을 끌어 들이는 강력한 힘이 있었다. (작품성 높은 명작 전쟁 영화는 과연 이렇다!! 라는 느낌을 주는 작품이라고나 할까?)

영화를 보고 나서 나중에 알아보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함께 감독상, 작품상을 다툰 작품이라고 한다. 화려한 액션 씬이 별로 없이도 전쟁의 숨막히는 현장으로 관객들을 빨려 들어가게 하는 마력이 있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평범한 두 명의 병사가 작전중지 명령을 전달하기 위해 길을 떠나면서 시작된다.

이상하리만치 숨이 조여오고, 긴장감이 지속되는 느낌을 잘 살려주는 영화다.

이 영화를 본 많은 관객들이 주인공인 스코필드와 같은 장소, 같은 마음을 지닌채 전장터를 누비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마지막에 주인공이 노래 소리를 들으면서 나무에 머리를 기대며 쉴 때는 그 동안 이어져 온 긴장감이 한꺼번에 풀리면서 관객들도 함께 나무에 머리를 기대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런 느낌을 잘 살릴 수 있다는 게 감독의 역량이며, 작품의 완성도를 가늠케 해주는 척도 중 하나인 것 같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시각 효과상, 음향효과 상, 촬영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one continuous shot 이라 불리는 촬영 기법을 통해 여러 컷신을 하나로 이어 붙여 마치 long take shot 과 같은 효과를 만들었다고 한다.

촬영 수개월 전부터 촬영을 위한 시물레이션을 여러번 했다 하니, 가히 상을 받을 만한 작품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당시의 참혹했던 전쟁 상황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음과 동시에 인간의 '인생'에 대한 비유적인 감상에 젖기도 했었다.

 

하나의 시련을 넘어서면, 뭔가 일이 잘 풀릴 것 같지만 그 다음 시련이 준비되어 있고, 구덩이에 빠지고 나면 물에도 빠지고, 총알이 날아오기도 하며, 숨 돌릴 틈을 주지 않는 인생.

존 번연의 <천로역정> 을 전쟁터 버전으로 옮겨 놓은 듯한 스코필드의 여정은, 보는 이로 하여금 스코필드가 안식의 단계에 들어가기를 간절히 원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지금 왜 전쟁을 하고 있는지 그 인식이 모호해져 가기도 하며, 아끼던 동료가 한순간에 죽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멘탈이 흔들릴 만도 한데, 현재 주어진 임무 하나를 실낱같이 붙들면서 오직 그 임무를 완수하는데 모든 정신과 체력을 쏟아 붇는 스코필드의 모습은 불굴의 투지와 의지가 느껴지는 명장면이라 생각한다.

(인간의 '생의 의지'를 가장 적나라하고, 원초적으로 잘 그려낸 작품 중 하나 아닐까)

그런 측면에서 이 영화는 모든 장면 하나하나가 모두 명장면이다.

감독인 샘 멘더스는 자신의 조부가 겪은 전쟁 이야기를 기반으로 이 작품을 만들었다 하니,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이야기한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라는 말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만 적용되는 게 아닌 듯 하다.

샘 멘더스 감독의 [아메리칸 뷰티]는 이미 수십년 전에도 나무랄 데 없는 명작이었으며 당시에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었던 기억이 난다. 전혀 다른 장르에서 메가폰을 잡았음에도 그는 전쟁 영화 속에서 '인간의 삶'을 압축시켜 놓는 마력을 발휘한다. (역시 명장은 전투 현장이 바뀌어도 명장인가 보다)

임무를 완수하고 나서 스코필드가 보여준 모습은 나름의 '안식'으로 비춰 질 수도 있으며, 전쟁이라는 잔혹한 현실 앞에서 결국 또 다른 '고난을 위한 브레이크 타임'으로 비춰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떻게 해석을 마무리하든, 이 작품을 통해 1차 세계 대전 당시 영국의 젊은 병사와 우리는 함께 전쟁터를 누비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참으로 대단한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깜짝 출현한 콜린 퍼스 (킹스맨에서 기억에 남는), 베네딕트 컴버배치 (닥터 스트레인지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의 출현도 상당히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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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크레더블1 을 많은 분들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슈퍼 히어로를 표방하는 픽사 애니메이션(영화)

 

요즘은 마블의 슈퍼 히어로들이 영화관을 점령하고 있지만 애니메이션이 주는 아기자기함과 디테일한 묘사들은 기존의 마블 영화들과 또 다른 매력을 가져다 준다.

 

무엇보다도 전작도 그러했듯이 이번 작품도 실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슈퍼 히어로들의 daily life 가 중요하게 다뤄진다는 점이 다른 슈퍼 히어로물 들과의 차별점이라고 볼 수 있다.

 

한 사람의 가장으로서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고민하는 Mr. 인크레더블 (아빠)...

 

아이들을 챙기며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싶으면서도 자신이 지닌 재능을 가지고 사람들을 돕고자 하는 Elastic girl (엄마)... 한창 사춘기가 시작되어 이성 친구에게 관심을 가지나, 자신의 신분과 자신의 성격 등으로 인해 좌충우돌 하기도 하는 딸 바이올렛. 에너지가 넘치고, 자신도 영웅적인 역할을 하고 싶어 하는 남동생. 그리고 이번 편에서는 귀여운 매력으로 관객들 (특히 여성 관객들이 귀여워~를 많이 외쳤음 ㅎ) 을 사로잡은 막내 잭잭. (능력은 어마어마함 )

 

 

각자가 지닌 재능을 활용하여 사회 속에서 영웅적인 면모를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가정 내에서 각자의 역할을 고민하고, 학교에서 친구들과의 관계를 다루고, 사회 속에서 슈퍼 히어로의 역할을 고민하는 장면들이  스토리의 주된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는 게 인크레더블2 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일찌감치 흑인 친구인 프로존을 등장시키고, 중요한 역할을 부여하는 등 인종의 문제에 있어서도 나름의 신경을 썼다는 느낌을 받았던 1편. 이번 2편에서는 아내인 Elastic girl 이 메인 히어로로 등장하게 되면서 여성의 역할과 사회 속 지위 등에 대한 새로운 시각들을 고민해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남편이자 남성인 인크레더블이 가정에서 아이들의 학교 숙제를 챙기고, 딸의 이성 관계를 돕고, 갓난아기를 돌보면서 힘들어 하는 모습 속에서 엄마들의 애환을 느껴보는 장면들이 의도적으로 배치되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또한 기존에는 남성적인 캐릭터들이 사회에서 주요 역할을 맡으면서 받았던 스포트라이트를 여성인 엄마가 맡게 되면서 서로의 역할을 전도시켜 보고,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작품 내에서도 Elastic girl 이 기업 여동생에게 비슷한 뉘앙스의 대화를 건네는데 상당히 의도가 담긴 배치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여성이 가정 내에서 보이는 역할은 드러나지 않고, 힘이 들며 남성이 하는 일은 힘은 들지만 여성도 곧잘 해낼 수 있고 그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도 받아 마땅하다는 느낌으로 끝나 버렸다면 뭔가 2% 아쉬웠을 것 같으나 이 작품은 그런 흔한(?) 전개로 마무리 되지는 않는다.

결국 어른인 엄마, 아빠도 하지 못한 일들을 어린 자녀들이 해내기 때문이다.

이는 젊은 세대들의 역할과 지위의 향상까지도 반영하는 전개로 보여지기도 한다. 

이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어린이들이 보는 애니메이션이지만,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기도 하다. 지극히 현실을 반영한 휴머니즘 애니메이션이며 우리의 일상적인 고민과 가치관들이 잘 뒤섞여 있는 잘 차려진 밥상이다. 현실을 반영하며 재미를 살린 작품 속에 슈퍼 히어로, 애니메이션이라는 도구가 부수적으로 사용된 느낌이다.

'가족의 소중함', '사랑의 힘' 등 월트 디즈니 특유의 전형적인 전개 방식에 덧붙여서 연령의 문제, 성별의 이슈 등 까지도 너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녹여 내려 했다는 점에 박수를 쳐 주고 싶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기술의 발달 등으로 인해 사람들이 영상 매체를 의존하고, 기술을 의존하는 모습을 풍자하는 메시지들이 담겨 있었는데, 슈퍼 히어로를 의지하려는 대중들의 모습을 조롱하는 빌런의 등장은 신선했다.

 

실제 슈퍼 히어로가 우리 사회 속에 존재한다면 이와 같은 고민들이 가장 주요하게 다뤄져야 하지 않을까?

 

​(그 빌런이 왜곡된 방식으로 주인공들을 곤경에 빠뜨리려 했던 이유는 다분히 심리발달 적인 trauma 와 연결되어 있었으며, 나름 고개가 끄덕여 지고 '그럴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을 부여한다.) 

더 나아가 SNS 나 Youtube 등이 발달하게 되면서 보여지는 Screen 에 지배 당하고 마는 작금의 시대 분위기를 반성적으로 고찰해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이 작품은 다양하게 해석해 보고, 교훈을 도출해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물론 이런 의미 부여를 다 차치하고서라도 애니메이션으로서의 이 작품의 재미는 픽사 애니답게 수작 그 이상을 보장한다. (군더더기 없고, 재미있고 깔끔하다)

정신없이 보다 보면 마무리가 되어 있을 것이다.

추천한다! 

 

( 역시 픽사의 애니들은 명작이 많은 것 같다. 늘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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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케노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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