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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스포가 있으니 아직 영화 안 보신 분들은 나중에 보세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 세번째 작품이다.

 

사실 너무 많은 마블 영화를 봐서 그런지 이전 스토리가 잘 기억나진 않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B급 감성의 개그 코드와 훌륭한 연출, 개성있는 캐릭터, 깔끔한 스토리, 볼만한 액션 등 1,2편 모두 꽤 잘 만든 마블 작품이었다는 흐릿한 잔상만 남아 있는 상태였다.

 

이번 편을 마지막으로 가오갤 시리즈는 일단 종료가 된건가 보다.

 

시리즈의 간판 주연인 너구리 로켓이 이번 영화에서 주요한 스토리 라인을 담당했는데, 로켓에게 그와 같은 출생의 비밀이 있을 줄이야.....

 

이 작품은 최근 마블 작품 중에서 단연 돋보였다.

 

 

헐리우드 영화들이 요즘 진지하게 밀고 있는 '가족 사랑', '아이와 같은 약자들 지키기' 등의 주제는 여전하지만 이에 덧붙여서 '인간의 내면에 집중하는 주제 의식'이 합쳐지면서 영화의 완성도가 확연히 올라간 느낌이다.

 

"너를 규정하는 것은 타인이 아니라 바로 너 자신이다."

 

로켓이 동물 너구리였으나, 생체 실험을 당해서 인간처럼 말을 하게 되고 2족 보행을 하게 된 사연들. 그리고 자신처럼 개조 당했던 친한 친구들이 비참하게 죽임 당했던 사실들.

 

그냥 우스꽝스러운 개그 캐릭터에 불과해 보였으나, 사실은 가슴 저미는 사연을 가졌다는 설정. 그리고 자칫 소외될 수 있는 캐릭터를 전체 스토리 라인의 핵심에 배치함으로써 과거 회상과 현재 진행 화면을 교차해 가면서 스피디하게 전개하는 연출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시기적절하게 들려오는 OST 는 단연코 훌륭했다. 라디오 헤드의 [CREEP] 으로 시작해서 여러가지 클래식한 명곡들이 들려오는데 귀도 즐겁고, 보는 맛도 있고, 캐릭터도 살아 있고, 이야기도 루즈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어벤저스 엔드게임이 각각의 캐릭터들에게 예우를 다하고, 정성을 쏟은 것처럼 이번 가오겔 Vol3 마지막 작품도 한명의 캐릭터도 버리지 않고, 각각의 개성과 내면을 깊게 표현해 줘서 그 만큼 완성도가 올라가고 보는 맛이 있었던 것 같다.

 

 

1.우리가 기대하던 가모라가 아니라, 가모라 스스로가 선택한 그녀의 모습,성격,삶.

 

2.어머니나 하이 레볼루셔너리(이번 작품의 메인 빌런)가 규정하는 워록이 아니라 작은 동물도 아낄 줄 알고, 다소 찌질한 모습 그대로지만 주인공인 피터를 죽음에서 건져줄 수도 있는 성품을 지닌 존재다.(물론 기존 원작에서는 타노스의 유일한 친구이자, 막강한 힘을 가진 존재로 묘사되지만 이 작품만 봐서는.?)

 

3.너구리인 로켓은 하이 레볼루셔너리가 규정한 '흉물스런 실험체'가 아니라, 모두가 아끼고 사랑하며 똑독하며 리더십도 있어 차기 가오겔 캡틴이 될만한 멋진 존재이자 라쿤이다.

 

4.드랙스는 주변에서는 머리가 나쁘고, 멍청하다고 놀리지만 사실은 유일하게 우주선에 갇힌 아이들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고 말할 수 있고, 아이들을 웃게 해줄 수 있는 좋은 성품을 지닌 아버지 상이다. (파괴자가 아니라.)

 

...

 

이런 식으로 메인 캐릭터들이 지닌 개성들을 본인 스스로 규정하고, 찾아갈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과 장면을 할애해 주고 이 속에서 메인 스토리가 멀어지거나 삼천포로 빠지지 않게 적절하게 조율하는 걸 보면서 이 작품을 연출한 제작진의 능력에, 그리고 제임스 건 감독의 역량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특히 마지막에 로켓이 자신의 이름 '라쿤'(너구리) 를 되찾고,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연약한 아기 너구리들을 감옥에서 탈출시키는 장면은 '자신이 받은 끔직한 상처'가 대물림 되지 않도록 자신의 아픔으로 상대를 구원해 주고, 자신 스스로도 내면의 트라우마에서 해방되는 장면을 상징적으로 녹여낸 것 같아 특히 마음에 든다.

 

 

로켓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다시 이승으로 빠져나오는 장면이라든지, 자신이 실험체임을 자각하며 괴로워하는 장면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JRPG 나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느꼈을 법한 깊고, 내밀한 인상을 받기도 했다.

(파이널 판타지7 가 북미에서 히트를 쳤었는데, 핵심 주제가 일치한다. 그리고 사후세계 비슷한 연출들은 마치 [귀멸의 칼날] 서구판을 보는 듯 했다.)

 

이렇게 내적인 요소들을 잘 살려주면서 좀 더 큰 시야로는 동물 보호(생명 존중 사상), 카운터-어스 속에서 인간과 똑같은 행동을 일삼는 이상사회를 보면서 '인간이라는 실존의 한계', '신이 없는 듯 한 세상의 모습으로 인해 자신 스스로가 신의 역할을 대리하려 하였으나 결국 이 작업은 신 이외에는 할 수 없다는 교훈을 남겨준 듯한 하이 레볼류셔너리의 모습' 등 상당히 철학적이고, 형이상학적이며, 거시적인 요소들도 함께 잘 녹여낸 작품이다.

 

액션씬도 멋지고, 군더더기 없었으며 가오겔 특유의 느낌이 잘 살아 있어서 좋았다.

 

주변에 가오겔을 도와주는 크레글린이라든지, 말하는 강아지 코스모 등 한명도 버리지 않고 꼼꼼하고, 섬세하게 영화 속에서 역할을 부여 받았다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든다.

 

 

최근 마블이 비실비실하고, 작품들을 영화관에서 볼 이유를 찾기가 힘들었지만 가오겔3 는 간만에 마블다운 작품이 나온 것 같다.

 

이후 작품들도 내적인 요소, 외적인 요소, 전체적인 스토리와 캐릭터들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잘 담겨져 있으면 좋겠다. 아직 풀어내야 할 이야기가 많이 남아 있을 테니 말이다.

 

특히 최근 사이비 종교 관련 다큐, 넷플릭스 작품이 소개되면서 하이 레볼루셔너리의 모습에서 사이비 교주의 모습이 보였는데 이런 부분으로 접근해서 생각해보 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그리고 요즘 헐리우드 영화들이 '아이들 보호','약자 보호', '생명 존중'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다루는데, 최근 미국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총기 사고(학교에서 벌어지는) 등의 소식들을 듣고 있노라면 뻔한 주제일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그런 부분들을 알리고, 보여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에서 얻을 만한 교훈적 요소들은 참 많다.)

 

(마지막에 그루트가 '사랑해 모두들' 이라고 외쳐주는 장면도 감동적이고, 모든 캐릭터들이 마지막까지 소중한 엔딩을 장식했다는 점은 자꾸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만족스러운 시리즈의 마무리가 아니었나 싶다.)

 

영화관에서 꼭 보는 걸 추천한다.

이후의 마블 작품들도 이런 깊이와 재미와 감동이 잘 담긴 작품으로 나와주길 바라며....

 

제임스 건 감독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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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케노시스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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