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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있음*

 

영화가 생각보다 묵직하다.

집도 없고, 일도 안 하는 가장과 아들, 딸, 아내까지 데리고 고속도로를 전전하며 살아가는 가족. 아내는 셋째까지 임신한 상태...

 

이들이 하루를 살아가는 방식은, 지나가는 고급 승용차에 접근하여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핑계를 대고 2만원을 빌린다. 상대가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면 불쌍한 아이들을 등장시킨다.

 

이런 식으로 일당(?)을 벌고 나면, 휴게소에서 맛있게 밥을 먹고, 근처에 텐트를 치고 잠을 잔다.

 

현대 사회의 양극화와 무지로 인한 무책임한 가정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영화일 뿐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고 다루는 주제들도 심도가 있었던 영화다.

 

아버지로 나오는 정일우는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걸로 묘사된다. 내 집 마련을 위해 조합원 가입 등을 하다 아마 사기를 당한 것 같다. 그로 인해 사람에 대한 배신감과 분노가 내면에 가득 차 오르고, 이젠 타인에 대한 '피해 망상'과 '환청, 환시' 까지....

 

 

마치 정일우의 모습은 '조현병'으로 진행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듯 하다.

 

인간에 대한 소외, 지독한 고립감, 타인에 대한 피해의식, 지독한 가난...이 모든 요소들은 조현병 발병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요소들이라 볼 수 있는데 그런 지독한 병과 싸우고 있는 것이다. 그가 순간순간 병마를 이겨낼 수 있게 해주는 건 사랑하는 가족들의 인정과 사랑, 용납이다.

 

이 드라마를 보면, 무책임하게 아이만 잔뜩 낳고 대책없어 보이는 가장의 모습이 한심해 보일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문제가 단순하진 않다. 부동산 공화국에서 '내 집 마련'을 하려는 노력을 했을 뿐이고, 자녀 양육을 '민영화' 시키는 현대 사회 속에서 국가와 사회, 그 어디로부터 도움을 받을 길이 없다. 화장실에 붙어 있는 '대출 광고 전단지'만 야속하게 우리를 유혹하고, 잘못 꼬였다가 인생이 파탄나고, 존재가 무너지는 고통을 당하기 십상이다.

 

 

이 와중에도 해맑게 웃으며, 세상을 살아가는 아들의 모습은 '지옥같은 현실 속에서 병들어가는' 아버지의 모습과 대조된다.

 

이 영화 속에는 '부조리'가 가득 담겨 있다.

 

누군가는 고속도로에 외제차를 끌고 와서 즐거운 여행을 하고 플렉스를 즐기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집이 없고, 오늘 하루 먹을 음식도 마땅치 않다. 조현병과 비슷한 병이 있는 상태라면 아마 취직도 어려울 것이다. 일단 아이들은 태어나 버렸고, 고아원 출신의 아내도 힘겹게 버티고 있을 뿐이다.

 

사회로부터 받은 배신감과 소외감, 거부감이 너무도 강했기에 타인을 믿을 수 없고, 타인에 대한 '망상 수준의 거부감'은 아이들을 학교에도 보내지 않고 타인과의 접촉 자체를 못 하게 만드는 동인이 된다.

 

부동산으로 인해 한 가정의 존재가 말살 당하기 직전이다.

 

 

이 영화는 다른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배우 라미란 가정을 함께 보여준다.

 

아마, 아들이 학교에서 수학여행(?) 같은 걸 갔다가 사고를 당해 죽은 것 같다.

(맞는지 잘 모르겠다.)

이는 마치 씨랜드 화재 사건이나 세월호 사건을 연상시킨다. 두 부부는 중고가구를 판매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데 경제적으로는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나 '자녀를 사별한 상실감'이 가슴 깊숙하게 자리잡고 있다. 부부관계도 하기 어렵고, 서로 마음을 터놓고 상처를 치유하지도 못하고 있다.

 

우연히 고속도로에서 사기를 치고 있던 정일우 가족을 만나게 되고, 그 가족을 경찰에 신고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라미란은 결국 경찰서에 구금된 정일우를 제외한 나머지 가족들을 자신의 가구점으로 데려오고, 밥을 먹이고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며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다.

 

'자녀를 잃은 상실감, 공허한 가슴'을 이 아이들을 거둠으로써 달래고 있는 양상인데, 묘하게도 이들은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서로의 삶을 유지시켜 주는데 힘을 보태준다.

 

영화 속에서는 식당에서 "사고로 자녀의 목숨을 잃은 유가족들이 나라에서 보상금을 받아 먹으려고 쇼를 한다. 우리 세금이 너무 아깝다." 는 식의 대사가 나오기도 하는데 우리 사회가 보여주는 아픈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이 지옥에서 구원받을 수 없는 정일우는 환각과 망상 속에서 울부짓는데, 교회의 십자가 첨탑이 무심하게 카메라에 함께 잡힌다.

(현대 교회가 이 사회의 아픔에 대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신에 대한 존재론적 고뇌가 느껴지는 연출이었다.)

 

굳이 중고가구점에 티벳 출신 직원이 배치되어서, 어린 막내 아이를 앞에 두고 '영원 회귀?' 비슷한 썰을 푸는 장면이 나오는데 아마 감독은 이와 같은 '동양의 종교' 속에서 지금의 '지옥같은 현실'을 견뎌낼 대안을 찾으려고 하는게 아닌가 싶다.

(아닐 수도 있고;;;)

 

 

충분히 이해가 되는 바이다. 정상적인 생각으로는 이 지옥같은 현실을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영화는 끝내 경찰서를 탈출한 정일우가 중고가구점에 난입하는 장면에서 절정에 치닫는다.

 

내가 기대하는 해피 엔딩은 라미란 가족이 정일우까지 포용해 줌으로써 이 친구가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약을 먹고 잘 치료 받으며 경제적인 도움도 받고 함께 살아가는 그림이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생각보다 현실적이었다.

 

결국 정일우는 사랑하는 아내를 지키기 위해 불길로 뛰어들어 죽게 된다.

 

이 정신질환을 제대로 돌봐줄 수 있는 사회적 장치가 너무 부족하다. 인력도 부족하고, 처우도 부실하고, 일단 사회 전반적으로 이 질환에 대한 이해도가 너무 떨어진다.

 

영화 속에서도 정일우의 기이한 행동들에 대해 누구 하나 제대로 대처하거나, 도움을 주는 사람이 없다. 그냥 미친 사람이고, 피해야 할 사람, 우리에게 해를 끼치니 벌을 받아야 할 존재로 묘사된다.

 

이 단계까지 오지 않도록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이 좀 더 만들어져야 할 텐데,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왔을까...가슴이 저미는 장면들이었다.

 

조현병에 대한 묘사........ 국내 영화 중에 이 묘사를 제대로 끌어낸 작품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는데, [고속도로 가족]을 보면 될 것 같다.

 

해외 영화로는 [뷰티풀 마인드]의 존 내쉬가 조현병에 걸린 모습을 보여주지만, 다소 비현실적인 부분이 많다.

 

와해된 행동과, 인간에 대한 공격성, 환청/망상

 

한 가정의 아버지가 무너져 내리는 장면이 잘 담겨져 있다.

 

그러나, 결국 누군가의 희생으로....

또한 누군가의 이타적인 도움과 헌신으로....

 

남은 가족들은 더 나은 삶을 찾게 되어 아픔을 딛고 일어나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교회가 진정 기능해야 할 지점이 바로 이런 부분인데, 지금의 교회는 반대편에 서서 이들을 탄압하는 일에 힘을 쓰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렇지 않은 교회도 있긴 하지만 아무리 봐도 마이너, 소수일 뿐...)

 

앞으로 10년 뒤, 20년 뒤 양극화가 심해지면 고속도로 가족 비슷한 모습이 나오지 말란 법이 있을까?..

 

묵직한 영화의 메시지를 두고두고 숙고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김슬기도, 정일우도, 라미란도 다른 배우들도 연기가 너무 좋았다. '

 

 

*사진은 구글에서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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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케노시스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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