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화에서는 호주로 교육 이민을 간 가정이 나온다.
두 부모는 한국에 있을 때 교육자였고, 아들의 학교 성적으로 볼 때 한국 땅에서는 큰 기대를 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하여 호주로의 이민을 선택한다.
그러나, 호주에 정착하고 나서 막내 아들은 방황을 하면서 급기야 한국으로 국제 가출을 하기에 이른다.
겉으로 드러난 상황만 놓고 보면, 아들이 굉장한 문제아인 것 같은 인상을 준다.
하지만, 직접 스크린에 등장한 아들은 감성적이고, 여리고 착해 보인다. 그 아들은 처음부터 호주 이민을 원한 적이 없었으나 거의 강제로 끌려가다시피 했다고 한다.
(사실 이 문제 하나만 가지고도 많은 것들이 설명된다. 부모가 생각하는 것보다 강제 이민이 주는 트라우마가 상당했을 수 있다.)
그리고 힘들게 입을 연 그의 입에선 충격적인 이야기가 흘러 나온다.
아랍계 학생들이 있는 학교를 다니던 어느 날, 아랍인 친구들이 자신을 집으로 초대했고, 옷을 벗기고 성폭행 하려는 사건이 있었던 것이다. 도망쳐 나왔기 때문에 큰 일이 생긴 건 아니지만, 이미 이런 전단계가 펼쳐 졌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그 아들의 마음 속에는 큰 일이 벌어져 버렸다.
그 뒤로 호주에 대한 공포증이 생기게 되었고, 아들은 호주에서 학교를 더 이상 다니지 못하고 한국으로 와 버린다.
한국에서의 생활은 어떤 부모가 봐도 짠할 수밖에 없는 하루 하루의 연속이었다.
한달에 50만원 남짓 돈을 벌고, 좁디 좁은 원룸에서 집주인 눈치 봐 가면서 살아야 하고, 추운 날 길거리 버스킹이나 하면서 하루 일과를 보내고, 하루 끼니는 라면 1번 먹는 게 고작인 날도 다반사다. 이렇게 비참한 삶을 사는데, 공기 좋고, 물 좋고, 쾌적한 호주에서의 삶이 그립진 않을까?
그 아들은 단호하게 말한다.
이렇게 비루하게 살아가도 한국에서의 삶이 더 낫다고 말이다. 이쯤 되면, 이 아들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위로와 격려의 말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이 프로에서는 제대로 된 치료를 해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힘겹게 꺼냈던 단 하나의 사건…..사실 이 사건 하나 만으로도 이 아들이 호주라는 나라에 등을 돌려 버린 것은 충분히 정당화가 된다.
자신의 입으로 표현한 ‘호주’는 ‘창살 없는 감옥’, ‘창살 없는 지옥’ 이었다.
이런 표현이 나올 정도면, 부모 입장에서는 “아… 엄마는 그런 끔찍한 일이 있는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단다….. 모든 걸 내려 놓고서라도 다시 한국에 돌아오자꾸나.” 또는 “너가 호주를 싫어할 만도 하구나….우리가 힘겹게 호주로 이민 간 거지만, 그 결정이 모두 너를 위해서였기에 우린 너라도 한국에 있게 해야겠구나.”…. 뭐 이 정도의 말이 나와야 정상 아닐까?
그러나, 어머님은 마음의 문제를 깊게 보질 못하며, 다른 출연진들도 상당히 아쉬운 행보를 보여줄 뿐이다.
결국 이야기는 “한국에서 음악 할 수 있겠냐?” “외국에서 음악 공부 더 하고 와야 더 좋지 않겠는가?” 등의 K-팝 스타 스러운 이야기가 대부분의 시간을 차지하고 만다.
(일부 교육자 부모들이 보이는 고질적인 문제다. 학급에 아이들을 가르치듯이 자녀들도 대하는 것이다. 모든 삶의 기준이 '교육'이 되어버린 삶. 그 속에 정서가 차지하는 공간이 너무 협소하다)
아들은 자신의 입으로 표현했다. 정서적으로 심리적으로 지옥이 되어버린 호주에서의 생활 동안에 유일한 통로가 되어준 게 음악이었다고….
원래부터 음악을 좋아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최소 음악이 그 공허함을 채워주고, 그 상처를 어루 만져 주는 ‘수단’으로 쓰였기 때문에 아들은 음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아들이 호주로 이민가지 않고, 그래서 그런 끔직한 Event 를 겪지 않았다고 가정해 보면 그 때도 과연 이렇게 버스킹에 목을 매달고, 음악만을 하고 있었을지는 의문이다.
사실, 이런 아들과 어머니의 ‘동상이몽’를 제대로 해결해 주려면 아들의 깊은 상처를 공감해 주고, 이해해 주고 그 영역을 해결해 주고 나서 자연스럽게 ‘상처가 어느 정도 아물어진 존재’에게 다가가서 진로의 이야기를 꺼내는 게 순서 아닐까?
다행히도 소아 청소년과 전문의 선생님이 나오셔서 빙산 이야기를 해주신 건 신의 한수다.
겉에 드러난 빙산은 멀쩡하고 좋아 보여도 바닷속에 들어 있는 거대한 빙산의 본체가 숨겨져 있을 수 있다는 표현은 시의적절했다고 생각한다.
아들의 진로를 걱정하고, 아들의 미래를 걱정한다는 단순한 측면에선 부모들은 헌신적인 사람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순간 부모들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그들의 헌신이 정녕 아들을 위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자신들의 욕구를 채우기 위한 것이었는지를 심판하는 지점에 온 것이다.
그들이 아들의 마음을 깊게 들어주고,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면서라도 한국에 들어올 용기가 있다면 그 헌신은 진정한 ‘사랑의 발로’ 였다고 증명되지 않을까?
아니면, 호주=끔찍했던 사건이라고 서로 묶여 버린 두 조건을 서로 끊어줄 만한 나름의 대안을 제시해 주던가 말이다.
아이의 겉으로 드러나는 삶에만 집착하다가 그 아이의 심연에 숨어 있는 깊고 깊은 상처를 보지 못한다면, 그 아이는 겉잡을 수 없는 인생의 내리막에 빠져 버리고 말 것이다.
착하게도 그 아들은 음악이라는 건전한 방향성을 붙잡고, 오늘도 그 상처를 치유해 보려 발버둥 치고 있다.
하루 빨리 마음의 회복을 받고, 본인의 꿈을 마음껏 펼치게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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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노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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