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즐겨보는 비박(Biwak),캠핑 유투버 오지브로가 쓴 책이다.
책 속에는 사진이 많이 들어 있고, 글은 생각보다 적어서 1~2시간이면 충분히 다 읽을 수 있다.
오지브로의 매력은 비움과 자연스러움이다.
많은 캠핑 유투버들이 있는데, 대개 으리으리한 사이즈의 고급 텐트를 설치하여 왠만한 집보다 좋은 시설을 갖추고, 분위기 있게 고급 요리를 만드는 게 메인 컨텐츠다. 귀여운 동물이 함께 있어주는 것도 포인트고, 비주얼이 좀 되는 여자 유투버들은 썸네일을 영리하게 활용하여(ex) 몸매를 부각하거나...) 조회수를 어마어마하게 올리기도 한다. 사치스럽고, 화려하고, 풍성한 캠핑을 유투브로 보면서 대리만족하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일 수 있지만, 나는 진정한 캠핑은 자연을 온전히 느끼고, 자연과 나 사이의 인터렉션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오지브로의 영상을 보는 걸 추천한다.
일본에서 축구선수로 뛰던 시절, 극도의 외로움을 경험했었으며 부상으로 인해 선수생활이 좌절되면서 찾아온 절망과 허무함을 비박(비바크, Biwak: 텐트 없이 지형지물을 이용해 하룻밤을 보내는 활동)으로 치유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이 책의 저자이다.
그때 느꼈던 '살아 있다는 감정', '행복감' 을 잊지 못해 14~15년째 이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한다. 영상을 보거나 이 책을 보면 알겠지만 굉장히 춥고 폭설이 내릴 때는 설동(눈으로 만든 동굴)을 만들어서 1박을 하기도 하고, 비가 많이 오는 날에도 바위 사이에서 비를 피하며 1박을 하기도 한다.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 들어가거나, 호숫가에 카누를 타고 들어가서 고요한 시간을 보내고 오기도 한다.
굉장히 무서울 것 같기도 하고, 벌레와 각종 자연재해, 산짐승 등 신경쓸 게 한두가지가 아닐텐데도, 저자는 이러한 어려움과 고통보다는 이 과정을 성취하고 나서 얻는 기쁨과 행복감이 더 크다고 한다.
여전히 혼자 다니는 비박이 무섭기도 하고, 때론 너무 힘들어서 1주일에 한번 다니는 이 시간을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힘들게 산 위에서 잠이 들었다가 새벽에 깼을 때 느끼는 그 청량감, 일출을 볼 때의 그 짜릿함과 성취감은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 을 강하게 준다고 한다.
"왜 사서 고생을 하지?"
"고통을 즐길 이유라도?"
라고 말할 사람들도 있지만, 누군가에겐 이 활동이 취미이자, 치유가 될 수 있다는 걸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다.
때론 홀로 자연과 대면하여 자연의 소리를 듣고, 평소에 보지 못하는 자연의 장엄함과 아름다움을 두 눈으로 목도하고, 풀내음을 즐기는 시간. 어떤 날은 내가 좋아하는 동료와 함께 비박을 하면서 함께 고생도 해보고, 그 고생을 추억을 간직해보기도 하는 삶.
사실 삶이 뭐 대단할 게 있겠는가.
결국 각자가 즐거워하는 활동을 하면서 인간으로서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과업들을 해나가는 게 인생의 전부인 것을..
그런 측면에서 카메라 감독도 쓰지 않고, 본인이 혼자 무거운 삼각대를 어깨에 매고 높은 산을 오르고, 카메라를 설치해 둔 채 다시 되돌아가서 걸어가기를 여러차례 반복하여 멋진 영상을 만드는 그 고단한 시간들 자체가 오지브로에겐 행복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자연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고, 캠핑을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주변에 쓰레기도 잘 치워주고, 자연을 대하는 기본적인 마음가짐이 멋진 유투버다.)
그리고 그의 영상은 음악 선정과 아름다운 영상미가 끝내준다.
책을 읽어보면 비박을 하지 않는 날 중 3일 정도는 어울리는 음악을 찾고, 나머지 시간에는 편집을 한다고 한다. 지독한 자기 관리와 절제된 삶. 물론 건강관리에도 힘을 쓴다. 중력조끼를 입고, 언덕길을 왕복으로 운동하는 노력이 있었기에 우리가 안방에서 편안하게 아름다운 자연을 구경할 수 있는 것이리라..
오지브로의 여정은 네팔 히말라야, 일본 알프스 등 해외로 뻗어나가고 있다. 그가 건강하여서 더 많은 지구의 자연을 화면에 담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건강관리에 노력을 많이 하고 있고, 비박을 하면서도 잘 챙겨먹으려는 모습이 보기 좋다.)
또한, 매번 박지를 다니면서 느끼는 감정이나 소회를 간단히라도 메모해뒀다가 책도 꾸준히 내주면 좋을 것 같다. 책의 내용이 많지는 않지만, 그가 경험하고 있는 삶의 모습을 알기에, 이 책이 주는 간결하고 반복되는 메시지들이 상당한 힘이 느껴진다.
서울역 -> 해남까지 국토대장정 하면서 구독자 이름으로 기부도 해준 멋진 남자.
오지브로!!!! 앞으로도 이 모습 변치 않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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