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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대학교에 있는 식당의 이름을 떠올려보자.

 

바로 학생식당이다.

 

학교의 식당이 학생식당인 이유는 기본적으로 대학의 구성원인 학생들이 학교 바깥의 식당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지시설이기 때문이다.

 

일부 학교에서는 외부인이 방문해 학생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를 제한하기 위해 학식을 구입할 때 학생증을 제시하도록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공공기관이나 사기업의 구내식당도 동일한 원칙을 적용하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학생식당이라는 이름이 존재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대부분의 대학교에는 학생식당 외에도 교수식당이 있기 때문이다. 통상 교수식당은 학생식당보다 메뉴의 질이 높을 뿐만 아니라 가격도 높은 편이다. 식당의 근무자가 직접 음식을 서빙해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럼 왜 대학교에 교수식당이 따로 존재하는 것일까?

 

대체로 기존의 학교 구성원들은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문제지만, 앞으로 이에 대해서도 곧 공식적인 문제 제기가 일어날 것이라 예상된다.

 

가령 일반 회사에서 대리 이하가 이용하는 사원식당과 과장급 이상이 사용하는 간부식당을 구분해 운영한다면 (물론 일부 회사에는 임원들이 이용하는 VIP 식당이 있지만, 대체로 외빈을 모시는 식당으로 활용하는 편이다) 회사 구성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놀랍게도 조직 구성원의 등급을 나눠서 식당을 운용하는 곳들이 존재한다.

 

법원이 대표적이다. 2021년 4월 <경향신문>의 취재에 따르면 전국 법원 19곳 중 18곳의 구내식당에서 판사와 직원이 식사하는 공간을 분리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내용이 보도되자 결국 김명수 대법원장은 전국 법원의 판사 전용 식당을 없애고 판사, 직원 구분없이 식당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법원행정처는 전국 법원 총무과에 법관만 들어갈 수 있었던 구내식당, 즉 간부식당을 폐지하고 차등을 두지 말도록 권고했다. 이렇듯 법원을 포함한 공공기관에서도 특정 계급을 위한 식당이 사라지는 상황인데, 지성의 산실이라 불리는 대학교가 아직도 요지부동인 것이다.

 

2022년 6월 미국 코넬대학교의 엄치용 연구원은 언론 기고를 통해 "한국의 대학 건물 중 괴물 같은 명칭은 단연 교수식당 내지는 교직원 식당이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가 미국 대학에 가보니 교수나 학생 구분 없이 동등하게 배식구 앞에서 줄을 서서 먹더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에서는 지성을 대표한다는 대학에서조차 신분에 따라 식사 장소에 차별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한국 대학의 위기를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대부분 돈과 관련된 문제에만 집중한다고 밝혔다.

 

대학의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들이 주로 학령 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에 따른 대학의 재정 악화를 이야기할 뿐 대학교 내 뿌리 깊이 박혀 있는 꼰대 문화가 대학 발전을 저해해왔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말이다.

 

그는 교수식당뿐만 아니라 교수 전용 화장실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에 남아 있는 꼰대 문화는 비단 교수식당만은 아닐 것이다.

 

과연 모든 것을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지금의 젊은 세대 학생들이 기존에 남아 있는 관행들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 지켜봐야 할 문제다. 또한 학교가 학생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학교에서는 학생이 곧 학교의 주인이라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교수가 학교의 주인인 것과 같은 관행을 일삼아왔다. 겉과 속이 다른 모양새를 계속 취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차라리 관행을 고치지 못할 바에야 사실 학교의 주인은 교수, 학생은 물주라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나을 듯하다.

 

-[그건 부당합니다], 임홍택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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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노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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