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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는 앞서, 한국의 남성과 여성들은 이러한 대결 모드가 진행되기 이전에 우리 사회의 특수한 상황으로 인해 각기 다른 부당함을 가지고 있다고 살펴본 바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봤을 때, 현재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는 젠더 갈등은 곧 부당함과 부당함의 싸움이라 할 수 있다.

 

표면적으로 남녀 간 문제에서 기인한 것처럼 보이는 이 문제도 따지고 보면 부당함의 주체가 남/녀 쌍방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 지지고 볶고 싸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상대편을 싸잡아 혐오하는 방식은 효과적인 해결 방식이 될 수 없다.

 

<공정하지 않다>의 저자 박원익과 조용호는 남녀가 서로의 차이점을 보고 총을 겨누는 것은 초점이 어긋난 것이라고 지적하며, 이제는 남녀 모두가 서로 차이점보다 공통점을 봐야 할 때라고 조언한다.

 

우리는 여기서 문제 해결의 작은 힌트를 찾아낼 수 있다.

 

저자들은 페미니즘을 둘러싼 남녀 인식의 격차를 뚜렷하다고 할 수 있지만, 전통적인 가부장적 성 역할에 대한 반감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젊은 남녀들은 각자의 이유로 결혼이 불공정 거래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 한국 사회가 남녀 각자에게 부여한 전통적 가치관, 즉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 "여자는 여자다워야 한다" 안에 감춰진 부당성을 모두 공통적으로 거부하고 있다.

 

남자와 여자는 독박 병역과 독박 육아라는 다른 차원의 무기를 허공에 휘두르며 타격감 없는 무한 전쟁에 빠져 있다.

 

하지만 그들이 마주하고 있는 진짜 적이 사실은 서로가 아니라 우리 사회 구조에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면 무의미한 싸움에서 벗어나 협력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집단 싸움을 부추기는 양극단 커뮤니티 속 트롤러들의 목소리에 대표성을 부여하지 않는 연습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트롤러들과 건강한 남녀를 구분 지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여전히 대부분의 남성들은 여성이 당하는 성범죄에 함께 분노하고, 여성을 향한 혐오에 맞서 함께 싸운다.

 

여성들 역시 나의 친구와 가족이 묵묵히 국가 주도의 강제 징집을 신성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며 "수고 많았어" 라는 따스한 한마디를 전달해 왔다.

 

앞으로도 SNS와 미디어는 계속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헛된 시도를 주류의 목소리인 것처럼 포장하고 선동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아직 해결하지 못한 각자의 부당함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반복해 상기하고, 자극적이고 급진적인 모습 뒤 건강한 일반인이 굳건히 서 있다는 점을 잊지 않는다면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연대를 이뤄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건 부당합니다], 임홍택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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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케노시스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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