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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적 가치관이란 사회 구성원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획일화되어 있고, 한 줄로 서열화되어 있다는 뜻이다. 학벌, 직장, 직위, 사는 동네, 차종, 애들 성적...삶의 거의 모든 국면에서 남들 눈에 띄는 외관적 지표로 일렬 줄 세우기를 하는 수직적 가치관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완전히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은 논리상 한 명도 있을 수 없다. 그 모든 경쟁에서 모두 전국 일등을 하기 전까지는 히딩크 감독 말처럼 늘 '아직 배가 고플' 테니 말이다. 모두가 상대적 박탈감과 초조함, 낙오에 대한 공포 속에 사는 사회다."

 

-문유석 [개인주의자 선언] 중에서-

 

문유석 판사나 나 같은 사람들이 하는 이런 생각들을 사회학적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연구한 학자도 있다. 김찬호 사회학 박사는 우리 사회의 수직적 가치관과 그로 인해 모든 면에서 일상화된 경쟁 심리의 부작용을 "한국인의 일상을 지배하는 감정" 속에서 찾는다. 그것이 "모멸감"이라고 주장하는 그의 말을 좀 더 들어보자.

 

yes24 에서 발췌한 사진

 

"한국인들은 사소한 차이들에 집착하면서 위세 경쟁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그러다 보니 여러 가지 이유로 모멸을 주고받기 일쑤다. 못생겼다고, 뚱뚱하다고, 키가 작다고, 너무 어리다고, 나이가 많다고, 결혼을 안 했다고, 이혼했다고, 심신에 장애가 있다고, 가난하다고, 학벌이 후지다고, 비정규직이라고, 직업이 별로라고, 영어를 못한다고...

 

모멸을 주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여러 가지 기준으로 열등한 집단을 범주화하고 멸시하는 통념이나 문화의 위력도 만만치 않다. 일부 소수의 '잘난' 사람들만을 환대하는 분위기 속에서 대다수 사람들은 박대 또는 천대를 받는 듯 느낀다.

 

-김찬호 [모멸감] 중에서-

 

세상을 수직적으로 보는 이들은 우월감 또는 열등감을 바탕에 깔고 다른 사람을 대한다.

우월감으로 인해 마트 고객센터 직원에게 소리를 지르고, 열등감으로 인해 타인이 이룬 성공을 시기하고 깎아내린다. 이런 사람들이 많은 사회에서는 비상식적인 갑질이 난무한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수직적이기보다는 수평적인 세계관을 가진 이들이 대다수인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월등히 높다.

 

어떤 이는 문유석 판사나 김찬호 박사, 혹은 나 같은 사람들이 지나치게 이상주의자라고 비판할지도 모를 일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 어떤 식으로든 서열이 존재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 아니냐며 반문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 구성원들이 대체적으로 그런 식의 서열에 무감한 문화를 가진 나라는 이 지구상에 얼마든지 존재한다. 그런 문화권 안에서는 모두가 각자 다른 재능을 가지고 각기 다른 모습과 다른 방식으로 사회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대세를 이룬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구성원 모두가 똑같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나는 그런 곳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불행히도 20대의 내가 겪었던 한국은 그런 분위기와는 거리가 먼 나라였다. 그래서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유행어를 들을 때면, 나는 한국에서 겪은 쓰디쓴 기억들이 떠올라서 씁쓸해진다.

 

이렇게 유행어는 종종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병폐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기도 한다.

 

-[미국 영어 문화수업], 김아영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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