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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학자이자 철학자이기도 한 자크 라캉의 대표 저서 [에크리]를 김석 님이 분석해 둔 책이다.

1차 서적으로 라캉의 저서를 접하기엔 너무 난이도가 높아서 2차 서적으로 살펴봤다.

(철학자들의 1차 서적은 왜 이리도 읽기가 힘든걸까?)

 

심리학을 다루며 스스로를 프로이트의 온전한 계승자로 주장하는 라캉이지만, 그럼에도 철학자적인 마인드가 강하게 박혀 있다 보니, 분류를 할 때 '철학자'로서의 라캉이 더 떠오르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그도 자신의 집으로 사람들을 초대해서 정신 치료도 하고 임상적인 부분을 아얘 놓진 않았다고 하는데, 과연 그의 사상을 바탕으로 한 정신 분석 치료는 어떠했을지 상당히 궁금해 진다. 실제로 치료 받으면 치료가 될까?)

 

 

프로이트의 딸인 안나 프로이트 등이 자아 심리학에 경도되어 있을 때, '진정한 프로이트로의 복귀'를 주창했던 그는 정신분석협회에 반기를 들고 정신분석이론에 새로운 혁신을 주장한다.

 

그는 철학, 언어학, 인류학의 성과를 접목시켜 정신분석을 '말하는 주체'의 과학으로 재창조시켰다.

 

그리고 무의식의 '언어적 본성'과 '욕망'을 새로운 시각으로 설명함으로써 정신분석이 오늘날 인문학과 예술비평의 토대이론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만든 장본인이다.

 

그는 한 성깔 하는 걸로 알려져 있는데, 자신의 이론을 인정 받고자 세미나에서 발표를 열심히 했으나 그 세미나의 의장이 도중에 중지를 시켜 버리며 제대로 인정을 해 주지 않자, 세미나 도중에 문을 박차고 나가 버리기도 했다고 하는데..

 

요즘들어 라캉에게 매력을 느끼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이 시리즈 책들이 다 읽기가 좋고, 재미도 있다.

 

뭔가 너무 과하다 싶은 푸코나 데리다의 철학이 싫은 이들이, 참신한 이론적 토대 위에서 실천과 삶을 배제하지 않는 라캉의 이론이 매력적으로 느껴진 것일까?

 

그러나 그의 저서는 너무 어렵다.

 

본인 스스로도 자신의 저서를 '읽을 수 없는' 저서라고 평했을 정도이니 말 다하지 않았는가?

 

구조주의 선구자로 등극한 라캉.

 

상징계, 대타자, 시니피앙 등의 개념을 가지고 전통적인 주체 개념을 전복시키는 혁신을 드러냈지만 도무지 그의 1차 서적은 읽히질 않는다.

 

그 사람의 성격이 반영된 듯한 괴짜같은 문체는 어떻게 설명할 방도가 없다. (물론 잘 이해되고, 지적인 희열을 느끼는 이들도 있긴 할 것이다.)

 

기존의 정신분석적인 마인드를 넘어서 철학적인 사고로(언어 철학적인 요소 가미) 무의식을 탐구하다 보니 그의 무의식에 대한 서술은 언어적 유희를 통해 반복되고 빗나가며 고정된 의미화를 벗어나는 시니피앙의 논리 지배를 받게 되는 건 아닐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대상으로 삼아 사유하고, 그것을 설명하고 싶지만 언어에 의해 왜곡될 소지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리 저리 피해가고 비틀어 가면서 쓴 책 [에크리]를 알고 싶다면 이 책으로부터 시작했으면 한다.

 

텍스트는 텍스트로 머무는 게 아니라 '나의' 욕망의 언어로 재해석되어야 한다는 것이 [에크리]가 던지는 메시지라고 하는데... (이게 뭔 x 소리야! 라는 유명한 GIF 짤이 생각난다.)

 

그는 특이한 성격, 특이한 삶, 특이한 이론을 지니고 맹위를 떨쳤는데 그러다 보니 구조주의자이면서도 구조주의자로 분류되기 애매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기존의 구조주의자들은 주체 혹은 의미적 차원보다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영역인 상징적 질서가 더 본질적이라고 주장하는데, 라캉은 '주체'라는 개념을 버리지 않는다는 특이한 면모를 보여준다. 그리고 주체와 상징계의 관계에 욕망을 위치시키고, 욕망의 윤리를 강조함으로써 여타의 구조주의자들과는 다른 특이성을 보여 준다.

 

그리고 [에크리] 이후에는 상징계를 벗어나고 그것에 저항하는 실재에 초점을 맞추면서 이론적인 전환을 보이기도 한다.

 

[에크리는] 는 '상징계와 주체의 관계'를 핵심주제로 삼으면서 욕망, 충동, 결여, 반복, 죽음, 대상 등의 용어들로 이 관계를 설명한다.

 

그는 서두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철학과 언어학을 중요시함으로써 철학에 거리를 두려고 한 프로이트와 대조를 이룬다.

 

그가 철학, 인류학, 언어학 이론의 새로운 성과들을 결합시켜 정신분석학의 개념들을 다듬고 이를 통해 프로이트를 재해석하면서 정신분석을 새로운 학문적 위치에 올려 놓는 업적을 남겼다.

 

하지만 라캉이 여러 사상들을 적당히 조합하거나 맹목적으로 수용한 것은 아니다. 라캉은 다양한 광물들을 녹여서 새로운 합금으로 제련하는 용광로 같은 사람이라고 저자는 표현한다.

(라캉 같은 완성형 퓨전 학자가 나오니, 라캉에 마르크스에 헤겔도 접목된 슬라보예 지젝도 나오는 것 아니겠는가)

 

그는 자신을 언제나 프로이트의 자유로운 독자로 소개했지 프로이트의 제자나 충실한 주석가로 평가하진 않았었다.

 

독자는 작품을 비판할 권리를 지닌다. 그리고 비판적 지성은 독자의 미덕이기도 한다.

 

이 책은 [에크리]에 제시된 라캉의 필수 개념들에 대한 이해도 도울 뿐더러 라캉이라는 사람을 공부하는 데도 친절한 텍스트다.

읽는 재미가 상당하고, 역사적인 배경이나 부연 설명도 재미있으니 꼼꼼하게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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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정의에 대해 다루는 상당히 흥미로운 책입니다. '과학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과학철학자들의 답변이 궁금하다면 꼭 읽어 봐야 할 좋은 개론서입니다. 칼 포퍼는 '반증주의'로 이름을 알린 학자인데 그의 이론에 입각해서 프로이트의 심리학이나 마르크스의 사회주의 이론, 점성술을 바라본다면 이들은 '과학'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오게 됩니다.


이 책에서는 특정 학자의 정의가 '과학의 참 정의이다' 라고 말하지 않는다. 다양한 학자들의 견해가 소개되어 있으며 저마다의 정의가 지닌 독창성을 중립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과학을 정의하는데도 이와 같이 단일한 결론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과학의 구체적인 내용들에 있어서는 더더욱 많은 논의와 수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상당히 유익한 책이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포퍼는 자신의 반증주의에 기초하여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이 과학이라 믿었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과 마르크스의 사회주의 이론을 사이비라고 비판했다.

                             -칼 포퍼-

 

예를 들어 어린이를 익사시키려고 물 속에 집어던지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어린이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물속에 뛰어드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이 두 행동에 대해서 프로이트는 첫 번째 사람의 행동은 억압 본능으로 인한 고통에 그 원인이 있다고 설명할 것이다.

반면 두 번째 사람의 행동은 억압 본능이 '승화(sublimation)'된 것이라고 설명할 것이다.

프로이트를 이은 정신분석학자 아들러도 이렇게 서로 상반된 행동을 똑같은 원리로 설명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그에 따르면 첫 번째 사람은 열등감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사람으로서 자신이 죄를 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증명할 필요가 있었던 반면, 두 번째 사람은 열등감 때문에 고통은 받고 있었지만 자신이 그 아이를 구할 수 있을 정도로 용감하다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보일 필요가 있었다.

 

즉 프로이트와 아들러 모​두 상반된 행동을 동일한 원리에 의해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포퍼는 바로 이 점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정신분석학은 너무나 많은 것들을 설명하기 때문에 어떤 개별 사례들과도 양립할 수 있으며, 따라서 그 이론을 반박할 수 있는 사례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반박할 수 없는 이론이라면 그것은 진짜 과학이 아니다. 사이비요, 짝퉁이다. 포퍼는 프로이트와 아들러의 심리학에 관심을 가지고 한때 아들러 밑에서 방치된 아이들을 위한 사회사업을 펴기도 했지만 정신분석학을 사이비로 규정하고 그들과 결별했다.

포퍼는 마르크스의 사회주의 이론도 반증 불가능한 사이비 과학이기는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가령 19세기 영국에서 노동자의 안전과 복지를 위한 정책이 도입되었는데 이는 자본주의의 지배 계급은 빈민 계층의 후생 복리에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마르크스 이론과 상충되어 보였다.

하지만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오히려 그런 사례가 자신의 이론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우겼다. 그런 정책의 도입이야말로 자본가들이 곧 일어날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저지하거나 지연시키기 위한 당근에 불과하다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본주의가 꽃을 피우지도 않은 러시아에서 최초로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난 것은 마르크스 이론의 명백한 반증 사례인데도 마르크스-레닌주의자들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얼버무렸다.

포퍼는 대학 시절 사회주의 학생연맹에 가입하여 한때 마르크스주의자로 살기도 했지만, 마르크스 이론이 갖는 경직성 때문에 그 이론을 사이비 과학으로 규정할 수 밖에 없었다.

포퍼가 사이비라는 딱지를 붙인 또 한 가지는 점성술(astrology)이다.

 

 

별의 위치, 모양, 밝기 등을 통해 국가의 안위나 개인의 운명을 예견하는 점성술은, ​서양에서는 아주 오래된 전통이다. 지금 우리로 치면 생시로 사주팔자를 보는 것과 비슷한 경우이다. ​서양의 점이든 동양의 점이든 개인의 운명을 예견하는 방식은 비슷하다.

포퍼는 점성술은 너무나 일반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반박할 수 있는 사례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가령 '올 한 해 운수 대통할 팔자야' 라는 점괘가 나왔다고 하자. 이 점괘가 정말로 맞는지 틀린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이 과연 있을까? 그 점괘를 받은 사람이 1년 내내 힘겨운 삶을 살다가 연말에 다시 점성술사를 찾아가 점괘가 틀렸으니 환불해 달라고 따진다면 점성술사는 어떻게 대응할까? "올해 큰 사고를 당할 뻔했는데 그걸 막은 게 운수대통이지 뭐냐?"라고 발뺌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식의 변명이 가능한 이유는 점성술 체계가 반증 불가능한 진술들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포퍼는 점성술이 사이비 과학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쿤&포퍼, 과학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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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아'라는 정체성에 별다른 의문을 던지지 않는다.

아마 남들 앞에 나서서 자기소개를 하라는 요구를 받으면 머릿속에 재빨리 자아에 대한 심상들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면서 나라는 존재는 자명한 것이고, 타인은 타인이라고 생가한다.

​그러나 과연 나와 타자의 구별이 그렇게 분명한가?

​오히려 자아 역시 나에게 낯선 타자이자 자꾸 변하는 대상이 아닐까?

​거울 단계는 이러한 의문에 대한 라캉의 답이다.

라캉은 ​자아가 외부로 투영된 신체 이미지에 대한 나르시시즘적 동일시를 통해 구성되는 것이라 말한다.

​거울 단계의 경험이 보여주는 것은 인식의 기준이 되는 자명한 자의식이나 선험적이고 절대적인 자아는 없다는 것이다.

 

 

 

​자아는 어느 순간 나의 이미지를 다른 대상 이미지로부터 분리하고, 그것에 고착됨으로써 가능해진다.

거울 단계에서 아이들이 자신의 이미지에 열광하는 것은 그것이 외부 세계에서 처음으로 가시화된 ​자신의 신체를 보여주면서 존재감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외부로 가시화된 이미지는 내 것이기도 하지만 실은 주체의 나르시시즘이 투사되는 타자적 대상이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단지 신체가 가시적 공간에 반영된 것으로 나와 마주해 나의 시선을 머물게 하는 그림자다.

​그런데 신체 이미지는 나의 내면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한갓 대상일 뿐이기에 주체에 대해 언제나 타자로만 머물며 이상화되기 쉽다. 이처럼 최초 주체의 구성 순간이 타자적인 거울상에 의해 매개되는 것은 주체의 욕망을 소외된 구조로 만든다. 라캉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주체가 스스로를 발견하고 제일 먼저 느끼는 곳은 타자 속에서다. .... 헤겔의 사유가 말해주는 것은 인간의 욕망 자체가 ​매개된 욕망, 즉 자신의 욕망에 대해 알게 하려는 욕망으로 구성된다는 것​이다.

-라캉 [정신적인 인과성에 관한 설명, 에크리]-

여기서 타자는 실제 타자를 의미할 수도 있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일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주체가 자신을 확인할 수 있는 모든 대상으 ​주체의 타자​다. 예컨대 어린아이는 장난감을 던지거나 훼손하면서 그러한 놀이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느낀다. 인간은 타자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을 때만 주체로서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구조적으로 인간의 욕망은 나의 것이 아니라 타인의 욕망과 그것이 겨냥하는 대상을 향하게 된다. 욕망은 순수하게 나의 내면적 의지를 표현하는 것 같지만, 타자에게 인정받으려 하고 타자가 욕망하는 것을 욕망한다는 점에서 소외의 표현이기도 하다.

​나중에 라캉은 ​인간의 욕망은 대타자의 욕망이고, 무의식은 대타자의 담론이라고 정식화한다. 인간이 타자에 대해 의존적이 되는 것은 최초로 주체를 구성할 때 타자화된 이미지라는 매개를 통해 구성된다는 것과 관련이 깊다.

​자아는 대상화된 나의 신체 이미지를 매개로 구성되기에 본질적으로 타자이고 안정적이지 못하다. 자아 구성의 이러한 역설을 라캉은 ​오인(misunderstanding)의 구조 ​라고 말한다.

내가 나 자신을 알아보는 것은언제나 ​오인으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자아가 타자라는 말은 이런 소외된 상황을 표현하는 말이다.

 

 

다음으로, 거울 단계는 ​소외에서 발생하는 공격성을 유발한다. 공격성이 발생하는 것은 이미지와 현실의 분열 때문이고, 이상화된 자아가 육체적인 불안과 미숙을 완전하게 덮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라르의 이론과 접점이 있는 듯)

​거울 단계의 ​나르시시즘적 동일시는 안정된 자아를 보장해 주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최초 분열의 순간이다. 거울 이미지는 실제 육체의 현실이 아니라 이상화된 나의 모습만을 상상적 공간에 투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생후 6개월~1년 된 아이는 운동 신경의 발달이 미숙해 아직 자신의 몸을 완전하게 통제하지 못하며 몸이 주는 감각들도 파편화된 형태로 느낀다.

​그러나, 거울에 비친 모습은 이상화된 전체로 나타나기 때문에 아이는 자신의 몸이 보여주는 완벽한 조화에 환호하면서 끌리게 된다. 그러나 아이가 이미지에 끌리면 끌릴수록 아이가 느끼는 실제 몸의 현실은 완벽한 자아의 상에 균열을 낳는다. 이렇듯 실제 몸의 불완전성과 이미지의 완벽함이 최초의 분열과 불안을 낳으면서 자아의 일체감을 위협하는 게 거울 단계의 현실이기도 하다.

​이 때 파편화된 몸과 통일된 이미지의 대립을 위태롭게 봉합하는 것이 바로 나르시시즘이다.

나르시시즘은 언젠가 실현될 완벽한 자아를 환상적으로 기대하게 만드는데, 이러한 환상적 예견은 이후 모든 대상 관계에 깊게 그림자를 드리운다. 거울 단계가 상상계를 구성하는 것은 이러한 환상과 관계가 깊다. 인간이 욕망의 대상에 도달하지 못하면서 언제나 완벽한 욕망의 충족을 꿈꾸는 것도 거울 단계의 경험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나르시시즘은 ​자아의 분열을 완전하게 봉합하지 못한다. '조각난 몸'의 느낌은 환상적 형태로 주체를 위협하며, 그러므로 주체는 이상화된 자아에 대해 끌리면서도 무의식적 공격성을 드러낸다.

​라캉은 프로이트가 죽음 충동의 파괴적 성향과 성애에 깔린 양가성(사랑과 미움)의 분석을 통해 강조한 공격성을 거울 단계와 연관 지어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주체는 한편으로 자신의 이미지에 대한 자기애를 갖지만 동시에 불안감을 느끼면서 그것을 파괴하고자 한다. 이미지는 나이면서 동시에 이질적인 타자이기 때문이다.

마치 나르키소스(Narkissos)가 샘에 비친 자신의 이미지를 잡으려다 죽은 것처럼, 자아에 대한 나르시시즘적 애착에는 ​이러한 자살적 성향이 깔려 있다. ​이러한 관계는 모든 외부적인 대상 관계에 적용된다. ​타자에 대한 인간의 관계는 사실상 긴장과 갈등의 관계가 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공격성에 대한 ​방어로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라는 도덕률이 강조된다.

도덕 규칙과 박애의 강조는 사실은 견딜 수 없는 타자의 존재에 대한 공격성과 불안에 대한 일종의 도피이자 방어다.

​주체는 언제나 타자에 대해 이중적인 감정을 갖는데 이러한 불안감과 상상적 안정감이 기묘하게 결합되어 있는 것이 상상계의 본질이다.

​이렇게 본다면 인간이 체질적으로 공격성을 많이 보이는 것은 거울 단계에서 느끼는 조각난 몸의 환상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분열은 인간이 언어를 배우고 상징계에 들어가면서 더욱 심화된다.

-[프로이트&라캉, 무의식에로의 초대]에서 -​

 

*모든 이미지는 구글 이미지를 활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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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자는 자신의 어두운 면을 잘 알고 있어야 하며 모든 인간의 소망과 충동을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적인 치료경험은 수련생 치료자들이 환자의 위치에서 치료적 과정의 여러 가지 측면, 즉 치료자를 이상화하는 경향, 의존하고 싶은 바람, 따뜻한 마음으로 주의깊게 들어주는 경청자에 대한 감사한 마음, 치료자에게 주어지는 권력 등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젊은 치료자들은 자신의 신경증적 문제를 극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피드백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의 맹점을 자각해야 하며, 다른 사람이 그들을 보듯이 자신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젊은 치료자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인식해야 하며 정확한 피드백을 주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마지막으로, 심리치료자는 심리적으로 많은 것을 요구하는 전문적 활동인 심리치료에 내재하는 수많은 직업적 난관에 대처하기 위해서 자각능력과 내면적 강인함을 발달시켜야 한다.

 

-Irvin Yalom-

 

 

 

Nancy McWilliams 은 Yalom 의 견해에 몇 가지 부연 설명을 덧붙인다.

 

그녀가 보기에 개인적 치료를 따로 받지 않았음에도 효과적으로 정신분석 치료를 하고 있는 치료자들이 많다고 한다. 대개 그런 치료자들은 재능도 있거니와 자연스러운 공감능력을 지니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위와 같은 치료자들은 대개 지지적인 부모와 공감적인 인물 사이에서 성장해 온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또한 그녀는 오랜 기간 카우치에서 정신분석을 받았음에도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한 치료자들도 많이 알고 있었다.

 

정신분석을 하는 이들이 '모든 정신분석 수련생들은 분석을 받아봐야 한다' 라고 이야기하는데는 자신들의 경제적 이득의 요소도 들어 있기 때문에 (1시간에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러한 주장 이면에 다른 동기가 숨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그녀는 분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정신분석 치료를 받는다는 것은 치료에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역동을 관찰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을 향상시켜 준다.

 

또한 성숙하고 공감적인 경청의 자세를 배우기 위해서도 스스로가 정신분석 치료를 받아볼 당위성은 충분하리라 생각한다.

 

Frieda Fromm-Reichmann 은 개인적 분석 치료를 받아야 하는 네 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1] 치료자가 자신을 잘 이해하게 되면 충동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줄어들고 자신의 역전이 반응을 잘 인식하게 된다.

 

[2] 개인적 치료는 치료자가 직업 외적인 생활을 안정되고 만족스럽게 하도록 도움으로써 경청하는 능력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치료자의 자기애적 욕구, 의존적 욕구, 성적인 소망을 만족시키기 위해 환자를 이용하려는 유혹을 감소시킨다.

 

[3] 효과적인 치료를 통해서 자기존중과 현실적인 자존감을 향상시키게 되면, 임상가는 공격적이고 비하적인 대화내용을 비방어적으로 이해하게 될 뿐만 아니라 공격받는 상황에서 어떻게 자존감을 보존하는지를 내담자에게 보여줄 수 있게 된다.

 

[4] 자기 자신의 역동을 잘 이해하게 되면 타인에게서 나타나는 유사한 과정들을 잘 인식할 수 있게 된다.

 

 

Nancy McWilliams 은 이에 덧붙여서 몇가지 이유들을 추가로 소개한다.

 

[5] 치료자는 환자의 위치가 어떤 것인지를 실감나게 인식해볼 수 있다. 이는 매우 중요하다.

 

즉 환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공감하는 가장 최고의 지름길로서 그러한 역할을 스스로 경험해 보라는 것이다.

 

[6] 심리치료의 경험을 통해서 치료가 진행되는 전형을 알게 된다.

 

분석적 기관의 수련생들에게 물어 보면 수련과정에서 받은 개인적 분석을 통해서 치료하는 방법을 가장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고들 말한다.

 

(그들 대부분이 슈퍼비전 경험이 두 번째로 유익했고, 강의를 들어서 배우는 게 세번째로 유익했다고 말한다)

 

-[정신분석적 심리치료]를 읽으면서 살펴본 내용-

 

 

*구글 이미지를 활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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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석 박사님의 쉽게 쓴 정신분석 관련 책입니다. 부담없이 접근 가능하며, 본인의 경험이 잘 녹아 있기 때문에 정신분석에 대해 이해하길 원한다면 입문하기 좋은 책입니다.

 

 

 

분석 시작 무렵에 피분석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분석가인 나의 역할은 '이 사람의 고통이 무엇일까? 그것은 어디서 온 것일까? 를 이해하는 것이다.

동시에 '이 사람에게 정신분석이 적당한가?' 를 판단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누구나 정신분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신분석을 받기에 적당한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우선 자기 마음을 잘 읽고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

정신분석에서는 '마음 중심적임'(심리적 역량)(Psychological mindedness) 사람' 이라고 한다.

"그 때 나는 이런 감정을 느꼈어요. 그리고 이러이러한 생각이 떠올랐어요." 라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다.

기자처럼 사건만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건 속에서 느낀 자기 감정과 마음을 이야기할 줄 아는 사람이다.

정신분석이 자기 마음을 탐구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이런 능력이 필수적이다.

예컨대 Ms A는 내 진료실에 처음 온 날 화분을 보며 "화분의 저 식물은 아마도 난 같은데, 참 행복해 보이네요." 라고 말했다.

나는 "그렇게 보이세요?" 라고 물었다.

그녀는 웃으며 "작은 난이 혼자서 넓은 화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참 좋겠어요. 풍요로워 보여요." 라고 했다.

나는 그녀가 난을 보며 느끼는 자기감정과 상상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후 분석 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그녀는 난을 부러워하고 있었다.

넓은 화분, 풍요로운 토양을 독점하고 매일 나의 보살핌을 받고 사는 난이 부러웠던 것이다.

내가 매일 난에게 물을 주고 잎을 손질해 줄 것이라고 상상했다.

그녀는 그렇게 자상한 아버지를 원하고 있었다.

그녀에게는 남동생이 하나 있었고 그녀의 비의식은 남동생에게 아버지를 빼앗겼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자상한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Ms A  는 난을 보며 떠오른 생각과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또한 분석은 최소한 2년 이상 걸리는 긴 항해이다. 그래서 분석을 받는 사람에게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리고 인간관계를 한 번 맺으면 오래 유지하는 사람이 분석에 좋다.


작은 일로 삐치고 절교하는 사람은 분석에 적당하지 않다.

 

분석과정에서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생기면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중단해 버릴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분석가는 "오랜 친구가 있는가?"에 관심을 기울인다.


사람을 고용하는 사람이라면 "수년간 함께 일하는 직원이 있는가?" 라는 것도 관심사항이다.


Ms A 는 남편과 10년 째 비교적 화목한 가정 생활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것도 분석에 적당한 사람이라는 판단의 이유가 되었다.


분석에 적당한 환자인가를 판단할 때는 현실적인 여건들도 고려해야 한다. 우선 시간을 낼 수 있어야 한다. 분석은 보통 한 번에 45분간, 일 주일에 4일을 만난다.


거의 매일 만나다시피 하기 때문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분석은 불가능하다.


또한 거리상 두 시간씩 차를 타고 와야 한다면 분석을 받기가 어려울 것이다.


Ms A 는 가까운 곳에 살고 있었고 직장도 진료실에서 가까웠다.


아침 일찍 분석을 받고 직장으로 출근할 수 있는 거리였다.


또한 정신분석에 적당한 사람들은 분석에 대한 동기가 강해야 한다.


분석을 통해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 이유는 보통 노이로제 증상인 경우가 많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안 때문에 잠 못 자고 시달리다가 분석가를 찾기도 한다.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성공했지만 자신은 예나 지금이나 도무지 행복하지 않고 우울한 사람들도 분석가를 찾는다.


늘 뭔가에 쫓기는 것 같은 기분으로 사는 사람들도 정신분석을 원한다. '이런 기분에서 제발 벗어나고 싶다.'고 호소한다.


대인관계의 어려움 때문에 분석을 받는 사람도 많다.


사람을 만났을 때 지나치게 긴장하는 사람들은 전화도 마음 편하게 못한다.


전화기를 들고 몇 번이나 망설이고 다짐한 후에 비로소 다이얼을 돌린다.


상대방이 싫어할 것 같아서이다. "귀찮게 왜 전화질이야?"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전화기를 들 때마다 마음은 긴장한다.


'제발, 이 바보 같은 마음에서 벗어나고 싶다.' 는 소원이 간절하다. 이런 사람들이 분석실의 문을 두드린다.


북미나 유럽에서는 심리학자나 사회사업가들이 분석을 많이 받는다. 또 인류학자, 연예인, 시인이나 예술가들도 많다.

많은 사람을 상대하는 사람들이라 갈등도 그만큼 많고 그래서 분석의 효과도 잘 알기 때문이다. 분석을 받는 사람을 지적인 사람으로 보는 사회도 있다.

 


Ms A도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겉으로는 사교적으로 보였지만 속마음은 늘 긴장하고 있었고 외로웠다.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가 없었다.


가까워지는 것이 두려웠다.


전문직도 가졌고 비교적 성공했지만 마음은 행복하지 못했다.


이것이 분석을 받게 된 동기였다.


Ms A 뿐만 아니라 인간은 누구나 친밀함(intimacy)에 대한 갈망이 있다. 그런데 친밀함을 가로막는 요소들이 있다. 친밀함을 가로막는 원인들에 대해서는 다른 장에서 다루겠다.


대인관계의 어려움이나 불안, 우울, 강박관념 같은 증상이 심할수록 벗어나고 싶은 동기도 강해진다.


동기가 강한만큼 분석의 어려움도 잘 이겨낼 수 있다. 그래서 고통이 심할수록 분석에 적합한 조건이 된다. 반대로 증상이 쉽게 호전되어 버리면 분석의 동기가 약해져서 분석이 어려워지기도 한다.


그래서 정신분석에서는 진정제나 항우울제로 증상을 없애주는 처방을 하지 않는다. 힘들어도 인간은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것이다.


이무석 박사님 책
정신분석에로의 초대
이무석 저
친밀함
이무석 저
자존감
이무석 저
예스24 | 애드온2


-[나를 행복하게 하는 친밀함]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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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바드의 [장기역동 정신치료의 이해] 라는 얇은 책을 읽으면서 공부한 내용입니다.

정신분석 치료가 좀 더 세분화되어서 단기 정신치료, 장기 역동 정신치료 등으로 조금씩 modified 되어서 환자 치료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가바드의 [정신역동의학]과 함께 읽으면서 공부하신다면 환자를 보는데 큰 도움을 받으시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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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치료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일단 무의식이라는 개념을 잘 인식하고 출발해야 한다.


그리고 인간의 유전적 요인 뿐만 아니라 발달적 측면(유년기의 경험)을 중요시 여김으로써 그 과정 속에서 인간이 다양한 방식으로 변천될 수 있음을 인식한다.


Ego psychology , 대상관계 이론, self psychology, Bowlby 의 애착 이론 등의 이론적 모델을 활용하여 Explanatory(해석적) 으로 접근할 수도 있을 것이고, DSM5 등을 활용하여 Descriptive(기술적)으로 접근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적극적으로 경청하며, 공감해 주고, 환자가 자발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만들어 줌으로써 치료적 동맹을 잘 형성해야 하며 환자가 수동적인 수용자가 아니라 적극적인 동반자요, 탐험에 참가하는 협력자라는 인식을 심어 줘야 한다. 치료 환경에서는 환자가 지니고 있는 과거의 사건,인물 등이 Here and now 영향을 미침으로써 치료자에게 전이(Transference)를 보일 것이며, 치료자 또한 역전이(Counter-transference)를 보이며 이에 반응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치료에 방해가 되는 요인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시기에 갈등에 대한 '해석' 및 '분석'을 해 줌으로써 환자의 intrapsychic conflict 를 적절히 해결할 수 있는 요소들로서 전이와 역전이를 활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개념들은 단순히 환자 개인의 요소로서만 나타나는 것들이 아니라 환자와 치료자 간의 inter-subjectivity(상호 주관성) 이 바탕이 되어서, 일련의 반응들이 치료 현장에서 나타날 것이다. (구성주의, 포스트모더니즘 적 견해를 수용하여서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주체는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세계와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결국 주체는 세계-내-존재(Being-in-the-world)로서 기능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 구성주의니, 포스트모더니즘이니 개념이 어렵긴 하지만 일반적인 철학적 구조주의라 함은 데카르트가 전제하던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라고 이야기 하던 Cogito ergo sum 의 개념이 전제하는 '자아,자기,의식'을 내려

놓고, 우리는 결국 어떠한 맥락 속에서만 규정되고, 정의되어지는 존재임을 인정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주체'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세상, 주변 관계를 통해서 우리가 규정되며 이러한 구조주의가 언어학과 접목되기 시작하면서 결국 텍스트가 우리를 규정한다는 이론으로까지 심화되었습니다.


 

치료 과정 중에 환자는 다양한 '저항'을 보일 것이다. 환자는 자신의 갈등을 감추며 (Winnicott 식으로 표현하면 환자의 true self (참 자기)환자가 지닌 Defense mechanism(방어 기제), 다양한 갈등, 금기, 불안 등에 의해 가려져 있음), 살아 왔을 것이고 그 '저항'이 치료

현장에서 다양한 형태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환자의 True self 를 찾아 주기 위한 여정...


그 과정 속에서 치료자는 환자의 저항을 받아 들이고, 환자의 전이가 Projection(투사), Projective identification(투사적 동일시), Splitting(분열) 등 다양한 Primitive defense mechanism 으로 나타나더라도 중립적이고 공감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그 과정을 견뎌 내야 한다.


치료자의 멘탈이 얼마나 강해야 하는지....


환자는 주관적인 Symptoms(증상)들을 표현할 것이고, 치료자는 그 속에서 진단을 내릴 만한 Sign(징후)를 찾으려 할 것인데 환자는 자신이 지닌 환청, 망상, 신체화 장애 등의 contents(내용)에 집중해 주길 치료진에게 요청할 것이고, 치료진은 환자가 말하는 일련의 주관적 진술들 속에서 form(형태)를 잡아 내어 진단의 기초를 다지고자 노력할 것이다.


필연적으로 환자와 치료자는 서로가 원하는 바가 불일치를 일으키게 될 것이고, 이 때 능숙하게 균형을 맞추는 능력이 요구된다.

 

 


 

[마음의 증상과 징후] Ch1 을 읽으면서 환자는 '환청'이라는 단어, '망상'이라는 단어 자체를 오해하고 있을 수도 있으므로, 적절하게 변형시켜서 물어볼 필요가 있으며 때로는 간접적이고 모호하게 질문을 던져서 실마리를 얻게 되는 경우도 있다.


기술 정신병리학에 대한 공부까지 함께 고민해 보자면 결국 현상학적 접근을 하자는 것인데 칼 야스퍼스는 후설의 현상학을 자신이 활용했다고 주장하나, 엄밀히 말하면 신칸드 식 현상학이 야스퍼스의 이론 속에 잘 녹아 있다.


(내가 이해하기로는)

후설의 현상학에서는 사물의 본질보다는 한 개인의 주관적 경험을 강조한 경향이 있으나 각 개인이 경험하는 것들 각각이 하나의 본질로서 객관성을 띈다고 봤다면,  칸트 식으로 보자면 각 사물의 본질은 본질 대로 존재하고 그것을 인식하는 과정은 주관적이라고 이해했을 것이다.


현상학이 강조되어 Here and now 를 중요시 여기며 각 개인의 주관적 경험과 직관을 강조함으로써 환자의 이야기를 채워 나간다.


개념 자체도 어렵지만 환자를 직접 대면하고 치료할 때 치료자는 많은 능력이 요구된다.


단순히 sympathy 를 보이는 건 많은 이들이 할 수 있다. 슬픈 일을 당한 사람에게 위로를 건네주는 건 많은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치료진에게 요구되는 empathy 는 그 환자 스스로가 되어 보는 정도의 객관성,주관성, 따뜻함이 요구된다. 그 환자는 때로는 위로를 원치 않을 수도 있다. 위로를 받다가 자신이 더 비참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말이다. 그 환자 입장이 되어 보고, 그 환자가 느끼는 그대로를 그 속에 들어가서 그대로 느껴보는 empathy 의 경지....


길고도 험란한 여정이다.

 

 

*모든 이미지는 구글 이미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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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신분석적 접근(과학계에서는 프로이트 이론 대부분을 버렸지만 정신분석의 핵심적 내용은 오늘날에도 대화 치료에 영향을 미친다.)은 금지된 생각 (주로 성적인 것)이나 내적인 갈등의 억압(Repression)이 불안을 일으킨다고 본다. 이런 억압된 갈등을 의식으로 끌어와서 정신역학적 심리 치료와 '통찰'의 추구를 통해 해결하려 한다.

 

2. 행동주의에서는 존 왓슨이 그랬듯이 불안이 조건형성된 공포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불안장애는 (대개 무의식적 조건형성을 통해) 객관적으로 위협적이지 않은 것을 두려워하게 되거나 약간만 위협적인 것을 너무 강하게 두려워할 때 발생한다. 노출 요법(두려움에 노출시켜 적응하게 하여 공포 반응을 줄임)을 여러 가지로 조합하여 잘못된 생각을 수정하거나 인지 재구성(사고를 바꿈)을 통해 공포증을 '소멸'(Exntinction) 시키고 공황 발작(Panic attack)이나 강박적 걱정을 완화하여 치료한다. 여러 형태의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치료하는 데에 인지행동 치료(CBT)가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온다.

 

3. 생의학적 접근(이 분야 연구가 지난 60년 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은 불안의 생물학적 메커니즘(편도, 해마, 청반, 전대상회, 섬 같은 뇌의 구조와 Serotonin, NE, Dopamine, Glutamate, GABA, Neuropeptide Y 같은 신경 전달 물질)​과 이 메커니즘의 근저에 있는 유전학에 주목한다. 주로 약물을 이용해 치료한다.

 

4. 마지막으로 W 박사가 경험주의라고 부르는 접근 방식은 더 실존주의적 관점을 통해 공황발작이나 강박적 걱정을 온전한 정신과 자존감이 위협받을 때 그것에 대처하기 위한 대응 기제라고 본다. 경험적 접근은 정신분석처럼 불안의 내용과 의미에 무게를 둔다. ​생의학이나 행동주의에서 불안의 메커니즘에 주목하는 것과 이 점이 다르다. 내용과 의미를 실마리 삼아 감춰진 정신적 외상이나 자기 존재가 무가치하다는 마음 속 깊은 곳의 확신을 찾아갈 수 있다고 본다. 불안 증상이 줄도록 완화를 유도하고 환자가 불안 깊이 파고들어 그 아래에 있는 실존적 문제에 접근하도록 거들어 치료한다.

 


 

  이런 여러 관점 사이의 갈등은 (뿐만 아니라 정신과 의사<MD 학위를 받는다>와 심리학자(Ph D. 학위를 받는다>, 약물 옹호자와 반대자, 인지행동주의자와 정신분석가, 프로이트 학파와 융 학파, 분자신경과학자와 전체성의학 치료사 사이의 갈등도) 때로 치열하다. 많은 사람과 기관이 관련된 대규모 직업군의 직업 안정성이 어떤 이론이 주도권을 쥐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사실 불안이 의학적 질병이냐 아니면 정신적 문제냐, 곧 몸의 문제냐 마음의 문제냐 하는 근본적인 갈등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이어져왔다. 히포크라테스와 플라톤 일파의 충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에서 -

 

 

 

 

※ 모든 이미지는 구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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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분석학 쪽 치료사들은 사회공포증 환자가 스스로를 치명적 결함이 있거나 가치 없는 인간으로 확고하게 생각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다.

  오리건 주 포틀랜드에서 일하는 정신의학자 캐스린 저브는 사회공포증 환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일은 다른 사람들이 자기의 진정한(모자란) 모습을 알게 되는 일이라고 말한다.

 

 


​  사회공포증 환자들은 음악이건 스포츠건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하는 일이건 무언가 수행하기를 겁내는데, ​실패하면 숨겨왔던 결함과 부족함이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한편 거짓처럼 느껴지는 이미지(자신감, 유능감,완벽함)를 끝없이 연기해야 한다. W 박사는 이런 행동을 '인상 관리'라고 부른다.

 


 

  인상 관리는 사회불안의 ​증상​이기도 하지만 큰 ​원인​이기도 하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사실이 아니라고 느끼는 자기 이미지를 사람들 앞에서 유지하려고 애를 쓰다 보면 늘 기만이 폭로될 위험에 직면한 듯한 느낌이 든다.

 


 

  단 한 번이라도 실수를 하면, 한 번이라도 불안이나 결함을 들키면, 나약한 자아를 감추기 위해 만들어진 가공의 인물이 자신감 있고 유능한 척 가장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사람들 앞에서 무언가를 할 때마다 엄청나게 많은 것을 걸게 된다.

 

​  성공하면 가치 있고 존중할 만한 존재라는 생각이 유지되지만 실패하면 그토록 감추려고 애썼던 부끄러운 자아가 폭로되고 만다.

 

 


​  인상 관리는 힘들고 지치는 일이다. W 박사의 말을 빌면 ​투사된 자아​가 카드로 만든 집처럼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질까 봐 끝없는 두려움 속에 사는 것이다.

 


 

  현대에 사회 공포증에 관해 밝혀진 핵심적 사실 가운데 하나를 폴 아르탕베르는 무려 1901년에 예견했다.

 

  [수줍어하는 사람과 수줍음]을 보면 사회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감정에 예민하여 대화 상대가 자기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억양, 표정, 몸짓을 세심하게 살피고 이렇게 관찰한 바에 따라 내린 결론, 특히 ​부정적인 결론​을 지나치게 확신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사회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보다 ​미묘한 사회적 의미를 더 잘 포착한다. 그렇지만 부정적 반응으로 이해될 수 있는 것을 과대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  사람들이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거나 자기에게 좋지 않게 반응할 거라고 믿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나는 따분한 사람이야.', '바보 같은 소리를 해서 웃음거리가 되고 말거야.' 같은 강박적 생각을 하곤 한다). 상대가 하품을 하거나 입술을 살짝만 씰룩거려도 자기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런다고 해석하는 식으로 계속 이런 믿음을 강화한다.

 

  "불안이 강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얼굴 표정을 빨리 읽는다. 그렇지만 잘못 읽을 가능성도 더 높다."

 

  일리노이 대학교 어베너샘페인 심리학 교수 R. 크리스 프레일리의 말이다.

 

  UCLA 불안장애 프로그램 대표인 알렉산더 비스트리츠키는 불안증 환자들이 "민감한 정서 감지기"를 가지고 있어 미묘한 정서 변화를 감지할 수 있지만 "이 감지기는 또한 너무 많은 것을 읽게 한다."고 했다.

 

  사회 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적어도 한 가지 면에서는 다른 사람보다 재능이 뛰어나다. '정상'인 사람들이 포착하지 못하는 신호를 감지하는 민감한 사회적 안테나가 있어서 행동의 뉘앙스를 빨리 잘 파악한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건강한 사람의 지각은 진화를 통해 무뎌졌다고 하라 수 있다. 실제로 지루해서 하품을 하거나 경멸하듯 입을 씰룩거리는 등 부정적인 신호를 보내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  스웨덴 웁살라 대학교 신경과학자 아르네 외만은 진화생물학 관점에서 공포증적 행동에 관한 글을 많이 썼다. 외만은 사회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은 유전적으로 과민한 정서 감지기를 지니고 있어 사람들 사이에서 상호작용할 때 사회적 지위를 아주 예민하게 인식한다고 한다.

 


 

-2부에 계속-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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