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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캣의 어머니의 머리를 자르고 두개골과 치아를 박살내서 포토맥강에 던졌다.

 

머리와 분리된 몸을 땅에 묻은 다음, 카펫 세척용 기계를 이용해 스테이션왜건과 자기 사무실을 깨끗하게 닦았다. 형사들은 캣의 어머니가 묻힌 곳을 찾아가 남은 유골을 발견했다. 하지만 캣의 아버지는 이미 과실치사죄로 형을 살고 있었으므로, 살인을 자백했음에도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따라 다시 재판을 할 수 없었다. 캣의 아버지는 1급 살인으로 가석방 없는 무기형을 살아야 마땅했으나 과실치사죄로 10년형만 살고 나왔다.

 

캣의 가족들은 두 번째 장례식을 치렀다.

 

캣은 말한다.

 

"첫 장례식에는 시신이 없었어요. 두 번째에는 어머니의 유골을 모셨지요. 가족들은 제게 엄마가 그냥 '사라진' 게 아니라는 걸 알려주려고 유골을 보도록 했어요.

 

엄마는 정말로 떠나버린 거예요. 저는 가만히 서서, 하얗고 외로운 엄마의 유골을 바라보았어요 - 두개골은 빠져 있었죠. 거기엔 제가 사랑했던 엄마, 저를 사랑했던 엄마의 자취는 전혀 없었어요."

 

캣과 나는 볼티모어의 유서 깊은 페더럴힐 지역에 있는 커피하우스 겸 레스토랑인 메트로폴리탄의 2층, 진한 색 목재로 내부를 꾸민 바에 앉아 있다. 캣이 어머니의 유골을 본 이야기를 하고 난 뒤, 몇 분 동안 우리 둘은 말이 없다.

 

10월 초의 저녁.

 

바깥에서는 인디언 서머(북아메리카에서 한가을과 늦가을 사이에 한동안 비정상적으로 따뜻한 날이 계속되는 기간)를 붙들어 놓으려는 듯 부드러운 바람이 불고 있다. 쪽빛 하늘에 보름달이 떠 있다.

 

푸석푸석한 벽돌 벽에 짙은 색 나무 패널을 붙인 바는 유령 이야기에 썩 어울리는 배경이다.

 

그리고 캣의 이야기는 어떤 의미에선 유령 이야기다. 평생 과거의 유령에 쫓긴 여자, 서른일곱이 된 지금은 살아 있는 유령과 죽은 유령 모두에게서 벗어나기를 갈망하는 여자의 이야기.

 

캣은 남은 아동기 내내 미국 동해안 지역의 친척들 집을 전전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네 가정을 거쳤고 마지막으로, 고등학교에 들어간 뒤, 그녀가 애정을 담아 "지마(G-Ma)"라고 부르는 외할머니와 함께 몇 년을 살았다. 캣의 어머니가 살해당한 사실을 입에 올리는 사람은 없었다.

 

캣은 말한다.

 

 

"가족들 사이에서 제 과거는 '절대 입에 담으면 안 되는 일'이었어요. 아버지를 교도소에 보내는 데 제가 한 역할을 포함해서요."

 

캣은 고등학교 생활을 수월히 해내는 듯 보였다.

 

우등생이었고, 운동도 잘해서 네 가지 종목의 학교 대표팀에서 뛰었다. 그러나 수면 아래를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랐다. "저는 비밀리에 스스로 알코올을 처방하고 있었어요. 모든 것이 멈추고 고요해지는 밤이 오면 술기운 없이는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가만히 누워 있노라면 끔찍한 공황이 저를 덮쳤거든요."

 

 

캣은 대학에 갔고, 중퇴했고, 다시 입학했고, 졸업했다. 광고업계에 취직했다가 어느 날 일이 불만족스러워 퇴사했다. 캣은 대학원에 진학했고 빚은 쌓여갔다. 졸업 후 교사가 되었으나, 동료 교사와 사귀던 게 안 좋게 끝나자 일을 그만두었다. 34세의 나이에 그녀는 남동생이 가족과 살고 있는 하와이로 가서 발레파킹 요원으로 취직했다.

 

"하루 종일 주차를 하고 남동생 집으로 돌아가서는 뒷방의 제 침대에 몸을 말고 누운 채 절망과 외로움에 빠지곤 했습니다. 심장이 불안감으로 고동치고 있었어요."

 

캣은 동해안 지역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하고는 뉴욕 브루클린에 집을 얻고, 바텐더로 취직했다.

 

-[3부]에 계속-

-[멍든 아동기, 평생 건강을 결정한다] , 도나 잭슨 나카자와 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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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이슈, 다양한 아동기 이슈 있는 이들 중에서 성인기에 몸에 나타나는 이상 반응들을 추적해 보면 여러가지 연관성, 강력한 영향력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상당히 잘 쓰여진 책입니다. 여러모로 많이 도움이 될 겁니다.

성인이 되어서 각종 자가 면역 질환으로 고생하거나, 심장 질환을 앓거나, 우울,공황이 쉽게 찾아오거나...신경 쇠약에 시달리고, 자율신경 실조증이 오고......과도하게 민감하고... 이 모든 것에서 부모와의 관계, 가족에게서 받았던 상처, 학창시절의 트라우마 등이 관여한다는 점...참으로 소름 돋죠...

 

유전적으로도 민감성, 스트레스 취약 유전자가 활성화 되어 있으면 아동기 트라우마로 인한 타격이 성인기 신체 증상, 정신 증상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겁니다.

 

그러나, 좋은 영향을 받는 정도도 더 크다고 되어 있으니 희망이 있다고 봐야 할지도....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어머니가 아버지를 떠났을 때 캣(캐서린의 애칭)은 다섯살이었다.

 

어머니가 결혼생활을 끝낼 이유는 충분했다. 캣은 부부싸움 중 "아버지가 어머니의 안경을 홱 벗겨서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발로 밟아버리던 광경"을 기억한다.

 

그리고 어느 날, 어머니는 캣을 옆면에 나무 패널을 붙인 스테이션왜건에 태우고 아버지가 운영하는 카펫 세척업소로 데려갔다. 그곳에 도착하자 어머니는 캣에게 "저어기 뒷자리"에 앉아 가만히 기다리라고 했다.

 

 

"금방 돌아오마. 네 아버지와 할 이야기가 있어서 그래."

 

어머니는 다섯 살 난 딸에게 말했다. 캣은 차 뒷자리에 행복하게 엎드려 색칠놀이를 하던 것을 기억한다.

 

얼마간 시간이 지난 뒤, 캣의 귀에 문득 비명이 들린 것 같았다.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난 캣은 엄마가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을 알아차렸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몰랐지만 캣은 더웠고, 배고팠고,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었다.

 

그래서 차 밖으로 나가서 아버지의 가게 건물을 향해 걸었다. 정문은 잠겨 있었다.

 

캣은 건물 옆쪽으로 가서, 엄마나 아빠가 있는지 확인하려고 까치발을 하고 창문 안을 들여다 보았다.

 

로비 너머로 아버지의 사무실 유리문이 보였다. 유리문 안쪽 바닥에서 어머니의 발과 발목이 눈에 들어왔다.

 

"엄마는 카펫에 엎드려 있는 것 같았어요, 움직임이 전혀 없었어요. 저는 문을 열려고 했지만, 잠겨 있었어요. 다시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도 듣지 못한 것 같았어요. 아무도 나오지 않았어요. 저는 스테이션왜건으로 돌아가서 문을 잠갔어요."

 

몇 분 뒤 아버지가 차로 와서 미소 지으며 말했다.

 

"키티, 네 엄마가 통화가 길어지는구나. 내가 집으로 데려다주마."

 

캣은 스테이션왜건을 나와서 아빠 차에 탔다.

 

 

"아빠는 자기가 사는 타운하우스로 운전해 가는 내내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듯이 계속 저에게 미소를 지었어요."

 

캣은 아직도 당시의 신문기사 스크랩과 TV 자료 화면을 갖고 있다. 경찰에서는 캣의 아버지가 어머니를 살해했다고 의심했으나 시신이 나오지 않았다. 도시 반대편에서 발견된 어머니 소유 스테이션왜건의 시트는 얼룩하나 없이 깨끗했다. 아버지 사무실의 카펫도 마찬가지였다.

 

형사들은 캣에게 바비와 켄 인형을 주며 그녀가 본 장면을 재현해 달라고 부탁했고, 캣을 법정에 세워 목격한 것을 정확히 증언하도록 했다.

 

캣은 "케어베어 인형을 쥐고" 증인석으로 기어 올라가 "모두의 질문에 답"했다.

 

캣은 말한다.

 

"법정 맞은편에서 아빠가 강아지 같은 눈빛으로 저를 보고 있었어요. 꼭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죠. '키티, 아빠가 누굴 해칠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잖니.' 하지만 저는 바닥에 놓인 엄마의 발을 본 순간을 떠올렸어요. 엄마가 움직이지 않았고, 제게 돌아오지도 않았어요. 저는 무언가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았어요."

 

배심원단은 캣의 증언을 믿고 그녀의 아버지를 교도소로 보냈다.

 

캣이 여덟 살 되던 해, 아버지는 교도소에서 <워싱턴 포스트>에 자신이 저지른 범죄의 엽기적인 내용을 세세히 묘사한 자백서를 보냈다.

 

....

 

-[2부]에 계속-

-[멍든 아동기, 평생 건강을 결정한다], 도나 잭슨 나카자와 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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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요법의 중요한 역할은 자신의 감정을 토해 내거나 생각을 정리함으로써 애매했던 기분이나 사태를 명확하게 의식화, 언어화하여 다루기 쉽게 만드는 것이다.

 

세 번째 원리는 스트레스가 한계를 넘어 버리면 스트레스에 익숙해지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에 대해 과민해진다는 것이다.

 

그때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물질에 대해 일단 감작이 일어나 알레르기를 일으키면 전혀 받아들일 수 없게 되듯이, 스트레스에 대해서도 이와 같은 감작이 일어난다.

 

일단 감작이 일어나 민감한 상태가 되었다면 두 가지 대책을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알레르기원이 된 스트레스를 피하는 일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알레르기 상태를 해소해 극복하는 일이다.

 

알레르기의 경우에는 탈감작 요법이라 부르는데, 스트레스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는 같은 탈감작 과정이 일어난다.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일어나는 적응장애나 우울감, 심신증을 극복하는 데는 두 가지 방향이 있다.

 

하나는 부적응을 낳은 환경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을 키워 부적응을 극복하고, 그 환경에서 지장 없이 생활할 수 있게 이끌어 가는 방향이고, 또 하나는 맞지 않는 환경으로부터 가능한 한 빨리 벗어나 그 사람에게 적합한 환경으로 이동함으로써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을 도모하는 방향이다.

 

직장이나 학교에서 적응장애를 일으키고 있다면 먼저 어느 방향으로 방침을 정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보통 부적응을 극복하는 방향으로 먼저 지원하고, 효과가 없으면 환경을 바꾸는 방침으로 전환한다.

 

 

맞지 않는 환경을 붙들고 늘어지다가 손상이 커지는 사례도 지금까지 많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단념이 너무 빠르다고 느껴지는 사례가 눈에 띈다. 분명 그렇게 해서 증상이 심각해지는 것을 막을 수는 있지만, 곤란이나 시련을 극복하는 끈기와 저항력은 키울 수 없다는 난점이 있다.

 

거부감이 들 때는 그것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다음 두 가지 사항이다.

 

하나는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을 키우는 것이다.

 

단,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하루아침에 키워지는 것이 아니다. 특히 적응장애로 인해 우울감이 들 때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이 바로 문제 해결은 반드시 자기 혼자 힘으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힘을 빌려도 좋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힘을 잘 빌리는 것도 문제를 해결하는 힘이자 적응력이라 할 수 있다.

 

-> (도움을 구하기 곤란한 상황들이 있다. 이런 경우는 참 난감하다.)

 

다른 사람의 힘을 빌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이 높아진다. 이것이 네 번째 원리로 이어진다.

 

-[나는 왜 적응하기 힘들까?], 오카다 다카시 저-

*모든 이미지는 구글에서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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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원리는 스트레스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면 그것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단, 조절하는 데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경우에는 오히려 스트레스가 증폭된다. 즉 스스로 비교적 용이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예컨대 수업 중에 지적을 받아도 쉽게 답할 수 있는 자신감과 능력을 갖춘 아이라면 교실에 앉아 있는 것이 아무런 스트레스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대답할 수 있는 자신감과 실력이 없으면 언제 지적당할지 몰라 노심초사하고, 혹시 대답을 못하면 어쩌나 하는 강한 스트레스를 느껴 학교에 가는 것이 내키지 않을 것이다.

 

이런 경우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예습과 사전 조사다. 불안 자체를 줄여 주는 치료를 하는 것보다 상황에 대한 대비를 통해 불안을 줄일 수 있다.

 

이처럼 불안이나 긴장 자체를 문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방법을 생각한다는 것이 하나의 중요한 관점이다.

 

두 번째 원리는 스트레스를 억누르려고 하면 할수록 증대된다는 것이다.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로부터 시작된 정신분석의 발견 중 하나는 억압된 욕구가 증상을 만들어 낸다는 사실이다.

 

이와 같이 깊이 억눌린 욕구는 스트레스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예컨대 무의식중에 분노나 불안을 느끼고 있는데 그것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눌러 참으면 차츰 스트레스가 쌓인다.

 

이때도 두 단계가 있다. 자신이 불만이나 분노를 느끼는 것조차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와, 불만과 분노를 의식하긴 하지만 말로는 표출하지 못하는 경우다. 전자 쪽 억압이 더 강하며 유해하다고 할 수 있다.

 

자신도 모르게 심신증에 걸렸거나 어느 날 갑자기 우울감으로 꼼짝하지 못하게 되었다면 그것은 스트레스를 너무 의식하지 않았기 때문인 경우가 적지 않다.

 

애매한 상태의 감정, 특히 부정적인 감정은 어느 틈엔가 마음을 좀먹는다.

 

의식하지만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스트레스가 되는데, 이는 말하지 않는 것이 득이 될 방책이라고 생각해 말하지 않기로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일종의 현명한 처세술이다.

 

단, 이때도 상대가 하자는 대로 휩쓸려 자신을 지나치게 억누르면 스트레스가 쌓이기 쉽다. 본심을 꺼내 놓을 수 있는 적당한 기회를 마련해 발산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는 왜 적응하기 힘들까?] , 오카다 다카시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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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이야기하는 적응장애의 난점은 그 '스트레스 상황'으로부터의 도피가 불가능한 경우에 있다. 이건 약으로 다루기도 힘들다. 심리사회적 기반조차 마련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이를 어떻게 치료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이 필요해 보인다.

비정형 우울증이라는 정식 진단명과도 구분히 필요해 보이고 말이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요즘은 우울증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어, 우울증이라고 느끼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가 진찰을 받는 사람이 늘었다.

 

중증이 되기 전에 손을 쓰려는 점에서는 좋은 현상이지만, 문제는 적응장애로 인한 우울 증상을 우울증과 똑같이 치료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의료기관에서 '우울증'으로 진단받은 사례 중 적응장애가 상당한 비율을 차지했다. 의원의 사례를 보면 적응장애가 90%를 차지한 곳도 있다.

 

뇌에까지 이상이 나타나지는 않으며 어떤 의미에서는 맞지 않는 환경에 대한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을 '우울증'이라고 진단해 항우울제를 투여하거나, 때로는 '양극성장애(조울증)'라고 진단을 내려 신경안정제와 항정신병 약을 투여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

 

몸은 점점 나른해지고 의욕도 기분도 가라앉으며, 도저히 직장이나 학교에 갈 만한 상황이 못 된다. 정말로 병자가 되는 것이다.

 

항우울제는 세로토닌 등 전달 물질의 분비를 늘리는 작용을 하는데, 뇌가 정상적인 상태인 사람에게 그러한 약물을 투여하면 지나치게 진정되어 몹시 나른해지고 의욕도 뚝 떨어진다.

 

신경안정제나 항정신병약이 들어가면 그 영향이 더욱 커져 인지 기능이 저하되는 경우마저 생긴다.

 

그렇게 되면 멍한 상태가 되어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정말로 필요한 것은 먼저 휴식을 취하면서 맞지 않는 환경을 본인이 적응하기 쉽도록 바꾸거나,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기관에서 정말로 꼭 필요한 처치를 해준다는 보장은 없다.

 

의사는 대개 '병'으로서 치료하려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적응장애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뒤에서 자세히 설명하기로 하고, 여기서 알아두어야 할 것은 적응장애가 우울증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지만 결코 우울증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최근 '신형 우울증'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우울증이 화제가 되었다.

 

자주 이야기되는 신형 우울증의 특징은, 직장에서는 몸 상태가 나쁘고 의욕도 전혀 없는데, 집에 돌아오면 비교적 활기 있게 취미 등에 열중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신형 우울증이 적응장애를 기반으로 발생하는 것임을 알려 준다. 이 유형의 우울감을 '도피형 우울'이라고도 하는데, 그 실체는 대부분 적응장애다.

 

휴식을 취하면 활기를 되찾으나, 복귀를 앞두고 다시 증상이 되살아나는 경향이 있다.

 

증상을 치료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개선을 이룰 수 없다.

 

-[나는 왜 적응하기 힘들까?]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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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로 인해 몸에 병이 걸린 상태를 심신증이라고 한다면, 스트레스에 의해 마음의 균형이 붕괴된 상태를 적응장애라고 한다. 단, 현재로서는 스트레스가 사라지면 원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뇌가 위축되는 기질적 변화에까지는 이르지 않는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도 보살핌을 잘 받아 차츰 친숙해지거나, 실패한 문제가 해결되어 적응이 개선되고 증상이 사라지기도 한다.

 

그러나 본인과 환경의 괴리가 너무 커서 어떤 도움도 통하지 않고 뭔가 하려고 할수록 상처 난 자리가 더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

 

한계를 넘어서면 뇌는 당장 회복하지 못할 수준의 손상을 입고 만다. 그런 상태가 되면 이미 적응장애의 범주를 벗어나 우울증 등의 정신 질환으로 가게 된다.

 

 

적응장애는 생활환경의 변화를 계기로 많이 발생한다.

 

이사나 전근, 전학, 승진, 배치 전환, 유학 등으로 인한 사례가 높은 빈도로 나타난다.

 

또 대인관계 문제나 고립, 이별, 사별도 중요한 요인이다.

 

단, 사별에 대해서는 2개월 이상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에 한해 적응장애라고 부르며, 그 이내에 회복한 경우에는 사별반응이라 하여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간주한다.

 

원인이 되는 사건이나 변화로부터 1개월 이내에 증상이 나타나는 일이 많은데, 적응력이 높은 사람은 상당히 늦게 나타나기도 한다.

 

적응장애의 특징은 같은 환경(의 변화)에 있어도 개인차가 크다는 점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상당히 고통스러운 환경인데, 다른 사람은 매우 쾌적하게 느끼는 일이 종종 있다.

 

따라서 본인에게 무엇이 괴롭고 무엇이 맞지 않는지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다른 사람의 도움은 됐다거나,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한들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자신의 괴로움을 이해해 주지 않는다고 생각해 점점 더 궁징에 몰릴 뿐이다.

 

증상도 개인차가 크며 각양각색이다.

 

 

흔히 나타나는 증상은 답답함(억울한 마음), 강한 초조함과 불안, 집중력과 끈기 부족, 해야 할 일을 시작하지 못하는 상태 등으로, 우울증에 흔히 보이는 증상이다.

 

단, 우울증과 다른 점은 좋은 일이나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금세 밝아지고 활력을 되찾는 기분 반응성이 유지된다는 점이다.

 

(atypical depression 과의 감별이 필요해 보임)

 

대체로 체중 감소나 몸과 두뇌의 움직임이 둔해지는 증상을 보이며, 사람에 따라서는 공격적인 언행이 늘고, 사람이나 사물과 맞서거나 퇴행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나는 왜 적응하기 힘들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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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토신계는 애정 호르몬이라 불리는 옥시토신의 작용에 의해 관장이 이루어진다.

 

육아나 애정 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어 옥시토신의 작용이 원할하지 못하면 육아에 무관심해지거나 아이를 잘 키울 수 없다.

 

성적 충동이 생기거나 성행위를 하는 것은 성호르몬에 의해 가능하다 해도, 지속적인 애정 유지나 육아에는 이 옥시토신의 역할이 꼭 필요하다.

 

즉 옥시토신은 애착이라는 생물학적인 유대를 유지하는 데 불가결한 호르몬이라 하겠다.

 

 

애착이 형성되지 않으면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나 부부 관계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

 

그뿐만 아니라 옥시토신은 항스트레스 작용과 항불안 작용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옥시토신의 작용이 활발한 사람은 불안이나 우울감을 잘 느끼지 못한다.

옥시토신은 수유나 스킨십에 의해 활발하게 분비되는데, 사실 옥시토신계는 옥시토신의 분비만으로는 원활하게 작용하지 못한다.

 

이것은 모든 신경 전달계와 내분비계에 공통된 사항이다. 전달 물질이나 호르몬을 받아들이는 수용체가 충분히 존재하고 작용이 잘 이루어져야만 애써 방출한 전달 물질이나 호르몬이 유용하게 쓰인다.

 

옥시토신의 경우 옥시토신 수용체가 존재해야 그 작용을 발휘할 수 있다.

 

그리고 영유아기에 안심할 수 있는 환경에서 풍부한 애정을 받으며 양육되었는가가 옥시토신 수용체의 수를 좌우한다.

 

 

즉 축복받은 양육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아이를 무난하게 키울 수 있으며, 부부 관계가 안정될 뿐 아니라, 불안이나 우울증에 대한 저항력도 강하다.

 

뭔지 모르게 연계성이 있는 것 같다고 여겨지던 것이 옥시토신계라는 메커니즘으로 밝혀지면서 생리학적으로도 뒷받침되었다.

 

옥시토신의 수용체뿐 아니라 세로토닌계나 GABA계와 관련해서도 어린 시절의 양육 환경이 그 발달이나 기능을 좌우한다는 사실이 계속해서 밝혀지고 있다.

 

물론 선천적인 요소도 있다. 본디 불안을 잘 느끼는 유전적 체질이 있는데, 그런 사람은 스트레스에 민감할 뿐 아니라 양육의 영향도 받기 쉽다.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 볼 때 그 사람이 자란 배경과 그 사람을 보살펴 주는 환경도 스트레스를 크게 좌우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사람은 스트레스를 잘 느끼며 적응에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는 것은, 부모/자녀 관계의 불안정함이 옥시토신계의 취약함과 관련되어 있고, 나아가 그것이 스트레스에 대한 취약함으로 이어진다는 맥락에서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왜 적응하기 힘들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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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받으면 호르몬과 신경계에 변화가 찾아온다...

가역적인 단기간은 그나마 괜찮은데 정도를 넘어서는 강도/기간으로 지속되면 결국 적응장애로 끝나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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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로이드 호르몬의 방출과 교감신경의 흥분은 직면해 있는 싸움에 힘을 최대로 발휘해 살아남기 위한 조치다. 단기전이라면 난국을 극복한 후에 휴식을 통해 원상태로 회복할 수 있다.

 

스트레스의 악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는 같은 스트레스 상황이 와도 과도하게 흥분하거나 불안을 느끼지 않아야 한다.

 

또 스트레스 상황에서 멀어지면 곧바로 긴장 상태를 풀어 주어 심신을 편안하게 하고 효율적으로 회복을 도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즉 교감신경이 긴장한 상태에서 부교감신경이 우위인 상태로 자연스레 전환시킬 수 있는 사람은 그만큼 스트레스에 강하다.

 

스트레스에 대해 불안이나 긴장을 얼마나 잘 느끼는지 결정하는 것은 세로토닌계와 GABA계이며, 최근에는 옥시토신계가 주목받고 있다.

 

 

세로토닌은 신경 전달 물질의 하나로, 주된 작용 중 하나가 불안을 진정시키는 것이다.

 

세로토닌계의 작용이 잘 이루어지는 사람은 불안을 잘 느끼지 못하므로 늘 강경하고 자신만만하며, 대장이나 우두머리처럼 행동한다.

 

 

반대로 세로토닌계의 활성도가 낮은 사람은 주저하며 자신감이 없고, 신경질적이며 나약한 태도를 취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우두머리 원숭이와 말단 원숭이는 세로토닌계 활성도에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우울증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스트레스 상황이 오래 지속됨으로써 세로토닌이 계속 방출되다가 결국 고갈되어 세로토닌계가 정상적으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세로토닌계의 기능이 저하되면 우울과 불안, 초조함뿐 아니라 의존증에 빠지기도 쉬워진다.

 

GABA는 신경 세포의 흥분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며 이 작용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도 긴장감 또는 불안감이 심해지거나, 신경질적으로 행동하고 불면에 빠지기 쉽다. 또 경련 발작을 일으킨 가능성도 있다.

 

알코올이나 수면제, 항불안제는 이 GABA 계에 효과가 있다. 그런데 GABA계는 신경 세포 전반의 흥분성에 관여하기 때문에 너무 잘 들으면 근육에 힘이 들어가지 않거나 졸음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

 

요컨대 술 취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GABA계에 듣는 약을 갑자기 중단하면 극심한 불안이 엄습하거나 전신의 경련 발작이 일어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나는 왜 적응하기 힘들까?], 오카다 다카시 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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