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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연 씨는 언어 공부에 있어서는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전문가다.

영어, 이탈리아어, 독일어, 중국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영어 고어, 프랑스 어, 고대 그리스어, 라틴어, 아랍어 책을 읽을 수 있으며 히타이트 어, 중세 아랍 어, 쐐기 문자도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대학생 때 쓴 [공부 기술] 이라는 책이 베스트 셀러가 되면서 주목을 받았던 분으로, 공부 자체를 체계적으로 잘 하는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저자 스스로가 미국, 유럽에서 영어를 배우면서 겪었던 경헏믈을 잘 살려서 영어에 막 입문하는 이들이 꼭 알아야 할 영어 공부법을 담아둔 얇은 책이다.

 

 

이 책은 어린이용 디자인을 지니고 있으며 초등학생 정도 학생들도 읽을 수 있는 구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한국식 영어 교육에 찌들어 있는 이들에겐 성인이 되어서도 한번 쯤은 읽어 볼만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사실은,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중요한 내용들이 꽤 담겨 있다.)

저자 스스로가 유학을 가서 봉착했던 문제들을 실감나게 서술하면서 영어 공부에 필요한 기술들을 짤막한 토막 지식으로 지면을 할애해서 소개해 주는 게 이 책의 전체적인 구성이다.

 

원서를 읽는 법, 문장을 간단 명료하게 구사하는 법, 영어 사전 읽는 법, 단어 묶어 외우기 등 어찌 보면 한번쯤 들어 봤을 전략이지만 언어 공부를 잘하는 과외 선생님으로부터 다시 한번 그 내용을 듣는 느낌이라서 친근하고 좋다.

이런 류의 책들의 특징은 읽을 때는 고개가 끄덕여지고, 도움이 많이 되지만 나중이 되면 어떤 내용이 담겨 있었는지 기억이 흐릿해 진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책에서 추천하는 방법들을 적용해서 실제로 영어 공부를 하지 않기 때문에 지식이 다 증발해 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리라...

'공부법'에 대한 책은 읽고 나면 무조건 적용을 해서 공부를 해야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 같다. 영어 공부를 지금 열심히 하고 있는 학생이나, 취준생, 유학생 들이라면 이런 기초적인 책들을 시작으로 해서 심도 있는 공부법 책을 몇 권 더 읽고 나서 영어 공부를 달리는 것도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한번 쯤은 읽어볼 만한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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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정독한다 해서 영어 실력이 늘거나, 영어 점수가 높게 나오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언어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 토대를 잘 훈련해 둔다면 훗날 다양한 언어를 공부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한 때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끈 한 영어 단어장의 광고 카피를 본 적이 있다.

"영어 고전 속의 문장을 분석하면 the라는 단어는 수천 번 나오고 indisputable이라는 단어는 두 번 밖에 안 나오니 많이 쓰는 단어 위주로 외우는 것이 중요하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the라는 단어를 이해하는 데 얼마나 깊은 사유와 노력이 필요한지는 이미 앞에서 설명한 바 있다.

 

 

자주 쓰이는 간단한 단어일수록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보통 한 단어에 2~3일의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영어 단어의 성격이 이런데도 하루에 50~100개의 단어를 외우면 어떻게 되겠는가?

​많이 쓰는 단어 위주로 공부한다는 생각은 옳으나 'the-정관사'하는 식으로 단순하게 외우고 넘어가는 방법은 쓸모없는 공부다.

Can, have, put, take 등의 단어는 사용법이 매우 복잡하며, 그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영어 문장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 필수 조건이기도 하다.

Up, on, about, to 등의 단어는 우리나라와 전혀 다른 공간 관념에서 만들어진 단어이며, will shall, would 등의 단어는 우리와 전혀 다른 시간 관념에서 출발했다.

이런 단어의 뉘앙스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영어 사용자가 계속 만들고 변형시키는 엄청난 양의 전치사와 동사 중첩을 이해하지 못해, ​'I got fucked over'가 왜 '사기를 당했다'라는 의미를 가진 문장인지 이해할 수 없게 된다.

정말로 영어를 잘하려면 '안다'와 '할 줄 안다'를 구분해야 한다. 한국인에게 ambition의 뜻을 물으면 '야망'이라고 곧장 대답할 것이다.

 

 

이것은 '아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을 지칭해 "저 사람은 분수에 안 맞는 야심가야"라는 한국어 문장을 "He is over/ambiti/ous"라는 영어 문장안에 굴곡시켜 꽃아넣을 줄 모르면 사실 이 단어를 제대로 사용할 줄 안다고 말할 수 없다.

예를 들어 한국인에게 '포근하다'가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면 곧바로 대답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국인이 어떤 분위기를 느끼면 '포근하다'의 ㅗ 발음을 ㅜ 로 굴곡시켜 "참 푸그~은한 사람이야"라고 말하면 대부분 의미가 통한다.

 

이것이 바로 한국어를 할 줄 아는 것이다. 아는 것과 할 줄 아는 것은 이처럼 서로 다르다.

 

​우리는 영어 단어를 공부할 때 아는 것을 추구하기 때문에 알기는 많이 안다.

​그러나 할 줄 아는 것에 대해 배우거나 생각해 보지 않아 할 줄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머리는 우리가 시킨 대로 작동했을 뿐인데, 단어를 그렇게 열심히 외우고도 영어가 트이지 않으면 '나는 머리가 나빠' 하면서 죄 없는 머리를 탓한다.

​그럴 필요가 없다. 우리가 한국어인 '포근하다'의 의미를 말로 잘 설명할 수 없는 이유는 '포근하다'가 가진 복합적인 느낌과 감정을 한마디로 딱 잘라서 표현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ambition을 한마디로 딱 잘라 '야망'이라고 대답하는 것은 그 단어의 모호함을 모르기 때문이다. 어떤 단어를 잘 안다는 것은 그 단어의 모호함을 안다는 것이고, 단어가 가진 모호함을 모르면 그 단어를 실생활에서 활용하지 못하게 된다.

이것은 언어뿐 아니라, 운동이건 디자인이건 필기와 실기의 차이고 이론과 실제의 차이다.

단어​의 모호함에 대해서는 여러 철학자도 언급한 바 있다. 비트겐슈타인은 어떤 단어가 언어 속에서 의미 있게 사용된다고 해서 꼭 그 단어로 정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게임'을 예로 들어 그의 이론을 이해해 보자.

테니스 한판을 'a game of tennis'라고 부른다고 해서 게임을 두 사람의 경쟁이라고 정의한다면, 혼자 하는 카드놀이인 '솔리테어(solitaire)'는 게임이 아닐 것이다. 반대로 게임을 유희라고 한다면 젖 먹던 힘까지 다해서 승리를 쟁취하려고 하는 올림픽 대회는 게임이 아니겠지만, 분명히 영어로는 'Olympic Games'라고 부른다.

 

Great Game of Life (인생이라는 거대한 하나의 게임)에 쓰이는 게임과, 닌텐도 게임에서의 게임이 같은 개념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것은 게임이라 단어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무언가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정확한 개념을 가진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든 '저건 왠지 게임 같다'라고 느끼는 모든 행동을 '게임'이라는 단어 의미 상자 안에 다 던져 넣었기 때문이다.

비트겐슈타인은 '왠지 저건 게임 같다'라는 기준을 '가족 같은 유사함(Familienahnlichkeit)'이라고 정의했다. 아들과 아버지를 보면 '왠지 닮았다'라고 느끼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기준이 모호하다.

 

다시 게임이라는 예로 돌아가 보면, '게임은 ~이다'라는 문장은 애초부터 만들 수 없음에도 우리는 게임의 의미를 이해하고 언어 속에서 사용하는 데 큰 문제를 느끼지 않는다.

 

게임이라는 단어는 버섯이나 이끼처럼 계속 의미를 확장하며 가지를 쳐 나가는데, ​ 이 단어는 원래 올림픽처럼 여러 사람이 모여서 경쟁하는 것에서, 어떤 규칙을 따라 승부를 건 후 승패를 가르는 모든 것(인생은 게임이다), 더 나아가 규칙에 얼마나 순발력 있게 잘 맞추어 어떤 주어진 상황에 반응하느냐를 테스트 하는 모든 것(테트리스나 체스같이)으로 의미가 광맥처럼 이어진다.

​그렇다면 영어를 배우는 사람은 '게임'이라는 단어를 어떤 한국어로 번역할 것인가?

그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한국인은 매우 단순한 전략을 사용했다.

그냥 '게임'이라는 단어를 통째로 수입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단어의 모호함이다. 이 모호함을 이해 못 하면 자꾸 한 단어에 '여러 의미'가 있다면서 그 의미까지 다 외우려고 하는데, 그렇게 외워도 또 다른 상황에서 전혀 다른 의미로 그 단어를 만나게 되므로 '아는 단어인데 해석이 안 된다'라며 머리를 긁적일 수 밖에 없다.

-[플루언트] 에서 발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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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부를 단순하고 생각 없이 하는 게 아니라 인문학적으로 접근하는 비법이 담긴 책이다.


영어를 단기간에 마스터 시켜준다는 거짓을 배격하며, 영어를 대하는 '마음의 자세'를 바꿈으로써 저절로 영어 공부가 되어지는 비법을 담은 야심찬 책.


일단 이 책의 구성이 상당히 독특한데 일단 '영어'라는 언어가 전세계의 공용어가 된 배경과 역사적인 맥락을 추적한다.


그리고 '한국어'와 '영어','한국의 문화'와 '서양의 문화'를 비교, 대조하면서 우리에게 왜 영어가 어려운지를 사회,문화,역사적 맥락에서 추론해 낸다.


영어 문장만이 지닌 독특한 문법의 비밀을 파헤치는가 하면, 단어공부는 '외워서 하지 마라' 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이유를 논리정연하게 제시해 준다.

 

 


여러가지 기초 전제들을 이 책에서 잘 배웠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영어 실력을 쌓아 보자고 이야기 하면서, 먼저 문화 독해력을 키우고, 시를 낭독하며 고전을 잘 읽고 서양 철학까지 섬렵해야 진정한 영어의 뉘앙스와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고 이

책은 주장한다. 이 쯤 되면 당신도 느끼겠지만 이 책은 기존에 시중에 많이 나와 있던 '영어 공부 잘하는 법' 류의 책과는 그 접근법 자체가 다르다.


그러다 보니 책 한 권 읽고, 단어도 많이 외우고 영어 성적도 올리고 싶었던 학생들에게는 실망이 클 책일 수도 있다.

여러가지 설명은 잔뜩 들어 있지만 이걸 읽는다고 해서 영어 점수가 1점이라도 오를 만한 책은 아닌 것이다.

 

(영어 관련 문법이나 예시 문제도 거의 없고, 계속 서술형 글만 잔뜩 들어 있으니, 이게 과연 영어공부를 위한 책인지 의심이 들 법도 하다)

 


그러나, '영어'의 '기술'을 익히는 게 아니라 '영어'라는 '언어'를 제대로 공부해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이 이야기하는 관점은 가히 혁명적일 것이다.


영어 공부만 20년 이상 해온 나로서는, 아직도 영어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이유에 대해 내심 궁금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 책은 그에 대한 나름의 이유를 제시해 주는 책이었다.


인문학적으로, 체계적으로, 포괄적으로 언어를 마스터 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이 책이 주는 내용이 충격적으로 다가올 것이고, 이 책이 말하는 바를 단숨에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어질 것이다.


결국 영어 공부에 왕도는 없다지만, 처음 방향성을 이 책이 제시하는 대로만 지닐 수 있다면 당신의 영어 공부는 이미 절반 정도 성공한 것이나 다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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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영어는 외국어 단어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외래어'가 유난히 많다. 예를 들어 미국 음식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여겨지는 케첩은 중국어에서 왔다.

​원래 케첩은 규즙(연어로 만든 생선젓)의 광둥식 발음인 '크츠어'를 영국인이 '케첩'으로 잘못 발음한 데서 유래했다.

 

바닥에 까는 두껍고 평평한 물건을 매트를 미국 사람은 일본어를 그대로 가져와 '후톤(futon)'이라고 부른다. 태풍 역시 중국어를 영어식으로 발음한 '타이푼(typhoon)'이라 부른다.

​영국이 인도를 지배하던 시절 인도에서 온 단어도 많다.

 

 

 

영어로 한 분야에 통달한 고수를 '구루(guru)'라고 부르는데, 원래 인두어로 힌두 경전에 통달해서 보통 사람에게 인생의 지혜를 알려주는 종교인을 뜻했다.

​이것이 영어에서는 한 분야에서 빼어난 사람을 뜻하는 단어가 되었다.

 

또한 업계나 트렌드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가진 사람 또는 회사를 juggernaut이라고 부르는데, 이 단어 역시 인도의 종교 행사 때 힌두교의 신 크리슈나의 조각을 나르는 수레를 뜻하는 '이아겐낫(jagannatha)'에서 왔다.

인도에서는 이 수레가 지나가면 모든 사람이 공경의 뜻으로 절을 했다. ​그래서 영어로는 오늘날 트렌드를 주도하는 연예인, 기업, 또는 나라를 뜻하는 단어로 사용된다.

 

​이 밖에도 인도의 무굴제국 사람들은 당시 영국인 눈으로 보면 엄청나게 화려한 궁전(타지마할)을 짓고 살며 모든 장신구를 루비와 다이아몬드로 도배 할 정도로 잘 살았기 때문에 영어로 '재벌' 또는 '엄청난 부자'라는 의미로 '모굴(mogul)'이라는 단어를 쓴다.

 

심지어 '재벌'이라는 우리말도 영어로 들어가 chaebol이 되어 한국의 특수한 기업 구조를 가리킬 때 그대로 쓰인다.

이런 식으로 영어는 단어의 폭이 엄청나게 넓어진 결과, 약 20만 개의 단어가 사전에 수록된 프랑스어나 독일어와 달리, 옥스퍼드 대사전에는 100만 개가 넘는 단어가 수록되어 있다. ​100만 개가 넘는 단어를 암기로 정복하겠다니, 정말 무모하지 않은가?

​영어의 단어 체계는 대부분의 타 언어에 비해 자유롭다. 그래서 체계 자체가 지속적으로 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어에서 명사는 무조건 o,a,e로 끝나야 한다.

왜냐하면 이탈리아어는 복수형을 만들 때 o를 i로, a를 e로, e를 i로 바꾼다는 분명한 문법적 규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쉼의공간
커넥톰, 뇌의 지도
승현준 저/신상규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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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논쟁! 철학배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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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명사가 n으로 끝난다면 복수형을 만들 수가 없으니 이탈리아어로 들여와도 사용 불가능한 단어가 된다.

 

이탈리아어의 고어인 ​라틴어가 서양 세계의 링구아 프랑카이던 시절, ​라틴어로 대화하려면 다른 나라 이름도 이탈리아식으로 바꾸어야 했기 때문에 고려는 '코리아'가 되었고 진나라는 '치나'가 되었다.

​다시 말하면 이탈리아어는 어떤 단어를 들여오면 반드시 '이탈리아화' 하지 않으면 문법에 맞는 이탈리아어로 만들수 없었다.

 

그런데 영어 문법은 이런 제한이 없다. 다른 언어와 접촉하면 영어에 존재하지 않는 단어도 고스란히 들여와 부족한 표현력을 채울 수 있다.

​또 영어는 동사나 명사가 특정 형태를 지니지도 않아 동사를 명사로 써도 되고, 명사를 형용사로 써도 된다.

​'I run(나는 종종 달리기를 한다)'의 run은 동사지만, 'I want to go for a run'에서의 run은 명사, run distance 의 run은 형용사다. Google은 IT 기업 브랜드지만 '검색하다'라는 동사로도 쓰이고, monitor는 원래 '지켜보다, 감시하다'라는 뜻의 동사지만 컴퓨터의 모니터를 뜻하는 명사로 쓰이기도 한다.

 

Make라는 단어는 만들다는 뜻도 되고 만드는 회사라는 뜻도 되며(Which make is your car?), 합격했다는 뜻도 되고(I made the exam!), 성공한다는 형용사도 된다(He is self-made).

이런 영어의 유동적인 특성은 기술 발전과 국제 교류가 활발한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장 쉽게 가져다 쓸 수 있는 유용한 언어가 되었다.

​이런 영어의 특징을 무시하고 무작정 암기로 영어를 정복하려고 하는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배우기 가장 어려운 끔찍한 외국어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암기는 고정된 지식을 배우는 데는 적합하다. 그러나 쉼 없이 변화하는 지식을 습득하는 데는 가장 부적합하다.

국제화와 인터넷이 만나 언어의 변화 속도가 빨라질수록 암기라는 테크닉은 영어라는 유기체를 받아들이기에 더욱 부적합해진다.

 

하루에 200개가 아니라 2000개의 단어를 외운다고 해도 카멜레온처럼 계속 변신을 거듭하는 수많은 영어 단어를 이해하고 실전에 활용하기는 어렵다.

실제 세계 최대 교육업체 EF에서 조사한 <English Proficiency Index>에 의하면 2007~2014년에 일본의 영어 유창성은 1.29, 한국은 0.57 감소했다.

 

평균적으로 한국인이 영어에 투자하는 시간과 돈을 생각할 때 영어를 고정체로 보는 암기식 영어 공부법이 얼마나 고통을 주었는지 한눈에 보인다.

​단어이건 문법이건 외우기만 하면 영어를 잘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한국인이나 일본인에게 영어라는 프리스타일 언어의 변화 속도를 좇아갈 수 없게 하는 장애물이었음이 분명하다.

하루에 100~200개의 영어 단어를 암기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점이 있다.

 

사실 영어는 한 단어가 품고 있는 의미가 너무 다양하고 복잡하며 광범위해서 하나의 단어 의미를 총체적으로 파악하는 것만도 간단하지 않다.

 

그런데다가 어떤 영어 단어도 우리말과 정확하게 의미가 일치하는 것이 없어서 정확한 번역이 불가능하다.

-[플루언트] 에서 발췌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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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 공부에서 특히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아무리 쉬운 단어도 한국어로 정확하게 번역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서 'He's brother'라고 할 때 이것은 한국어로 번역할 수 없다.


남자 형과 남자 동생 두 개념을 미국 사람은 하나로 보기 때문이다.​ 필자도 인문학 관련 책을 쓸 때 옛 사료를 뒤지다가 'Brother of King Heinrich' 이라는 문장을 발견했는데, 너무 옛날 사람이어서 두 사람의 생일을 확인할 길이 없었다.

 

형인지 동생인지 모르니 한국말로 단순한 문장을 만들 수 없었다. '하인리히 왕의 형이나 동생인...' 같은 문장으로 번역해야만 했다.

 

 

거꾸로 우리말로 '동생'이라는 단어는 영어로는 두 개의 개념이 된다.

'younger sister + younger brother'다. 이것은 가족 관계에서 중요한 구별점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나이로 구별하고 영어는 성별로 구별하는 가족관 자체가 서로 달라서 생긴 문제다.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의 경우 영어와 한국어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사용상에서는 명백한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프랑스어로 사랑을 뜻하는 amour라는 단어는 영어의 love보다 훨씬 큰 성적 욕망을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처음 본 여성과 1주일 동안 뜨거운 사랑을 나눈 프랑스인은 그 1주일에 대해 "C'etait de l'amour(그건 사랑이었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상당히 오래 사귄 미국 커플도 그 이성에게 자기 인생을 바칠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면 love라는 단어를 잘 사용하지 않는다.

 

 

 

아직 불확실한 감정을 'The-L Word'로 돌려 말하며 직접 언급은 피한다. Amour와 love 모두 우리말로는 '사랑'으로 번역되지만 명백하게 다른 느낌의 표현이라는 사실을 모르면 두 단어의 서로 다른 용법을 이해하기가 힘들다.

영어 단어는 숫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고, 정확한 의미 파악이 힘들 뿐 아니라, 사람도 나이가 많아지면 변하듯 단어의 의미가 변하기까지 한다.

예를 들어보자. 미국의 할머니 중에 게이(Gay)라는 이름을 가진 분이 제법 많다. ​보편적인 관념으로는 아마 '어떻게 딸에게 그런 이름을?' 이라며 의아해할 수 있지만 수십 년 전만 해도 gay는 '즐겁다', '경쾌하다', '마음이 홀가분하다' 등의 의미를 가진 단어였다. ​미국에서 만든 흑백 영화를 보면 '우리 모든 걱정을 잊고 즐겁게 놀아보자'를 'Let's have a gay ole' time"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단어가 어쩌다 보니 지금은 동성연예와 그에 관련된 모든 것을 지칭하거나 어떨 때는 비하하는 형용사로 변했다.

이렇게 단어의 의미는 끊임없이 변해 왔으며 계속 변하고 있다.

 

만약에 연세 많은 원어민 할머니 두 분이 영화관을 나오면서 "That movie was wicked!" 라고 말했다면 사람들은 할머니들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폭력과 선정적인 장면을 마음에 들지 않아 투덜대는 것으로 알아들을 것이다.

 

​하지만 펑크족 복장의 두 젊은이가 "That movie was way wicked yo"라고 말했다면 이 문장 속의 wicked 의 의미는 윗세대인 할머니들의 말과 반대로 '엄청 멋지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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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wicked 를 신조어로 사용하던 그 세대도 지금은 나이가 들었고, 이제 wicked 는 great 의 매우 고루한 옛 유행어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이처럼 단어는 사용 시간과 사람에 따라서 매우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

때, 장소, 사용자에 따라 달라지는 단어의 의미를 문장의 맥락을 따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은 ​어떤 외국어를 배우건(모국어도 마찬가지) 반드시 필요한 센스다. 누구도 이 능력부터 갖추지 않으면 그 언어로 제대로 소통할 수가 없다.

 

바로 이것이 영어를 공부하면서 단어를 무조건 암기하려고 들면 오히려 올바른 어휘 능력을 기를 수 없는 이유다.

​만약 단어를 암기로 익히지 않는다면 어떤 방법으로 단어를 알아가야 할까? 그 답은 친구 사귀듯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서로 오래 알고 지내면서 그 사람을 여러 상황에서 겪어 보면 서서히 친숙해지게 된다. 나중에는 여러 사람이 있는 대로에서도 걸음걸이만 보고 그를 알아보고 큰 소리로 이름을 부를 수 있게 된다.

​우리가 '친숙함'이라고 부르는 인지 능력은 바로 어휘 능력의 기반이다. 암기와는 관계가 없다. 모국어 능력은 공부가 아니라 습관을 통해서 길러진다.

​영어로 '능력'을 뜻하는 ability 는 어원상으로 '습관'을 뜻하는 'habit' 과 통한다. ('ab'/ 영단어의 생성 원리를 아는 사람은 어떻게 저 단어가 습관과 관련되어 있는지 훤히 보일 것이다.)

오랫동안 ​익숙하게 해온 암기 방법을 버리고 다른 새로운 학습 방법을 권하는 나의 제안이 갑작스럽고 혼란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알고 보면 전혀 새로운 방법은 아니다. 이미 우리 안에 잠재되어 있는 능력을 꺼내면 된다. 도자기 장인은 제멋대로 움직이는 흙을 살살 달래가며 자기가 원하는 도구로 만들어내고, 대장장이는 쇳물을 녹여서 칼이나 쟁기를 만들어낸다.

 

또 이탈리아의 유리 기술자는 중력에 의해서 아래쪽으로 계속 늘어나는 녹은 유리를 대롱으로 빙빙 돌리며 유리가 식기 전에 동물이나, 심지어는 복잡한 자동차 모양으로도 만들어낸다.

사람의 머릿속에는 이처럼 ​모양이 제멋대로 변하는 유기체의 패턴을 감으로 파악해서 그 흐름에 맞추어 원하는 것을 만들어낼 줄 아는 능력이 들어 있다.

 

영어는 액체처럼 흐르는 유기체와 같다. 우리는 그저 그 유기체의 '흐름을 타는' 본능만 끄집어내면 되는 것이다.

​-[플루언트]에서 발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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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전문가 조승연 씨의 [플루언트] 라는 책에서 발췌합니다.


영어 공부 등 언어 공부 전반을 시작하기 전에 이 책을 한번 읽고 가이드라인을 잡고 시작하면, 향후 도움이 많이 될 것입니다. 이미 오랜 기간 영어 공부를 하고 있는 이들도 fundamental 한 중요점들을 고민해 보고 영어라는 언어의 역사 및 뿌리, 원리 등을 고찰해 봄으로써 공부의 방향성에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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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부가 지겨운 이유 중 하나가 단어 외우기일 것이다. ​문장의 결을 파악하려면 문장 속 단어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해야 하는데, 단어 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아무리 열심히 외워도 모르는 단어가 계속 튀어나온다.


​그래서 내가 어릴 때는 '사전을 찢어 먹으면서' 처절하게 단어를 외우는 학생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였고, 지금도 우리나라의 많은 중고등학생들이 하루에 수십 수백 개의 영어 단어를 외우는 데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붓는다.

이에 더해 빅 데이터나 인지과학 등 새로운 기술 반전을 응용한 기발한 단어 암기 테크닉을 소개하는 책이 여러 권 출간되어 서점가를 휩쓸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그만큼 영어 단어 외우기가 모두에게 큰 숙제임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영어 단어는 아무리 열심히 외워도 막상 쓰려면 막히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영어 단어를 쓸 줄 안다는 것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 할 수 있다.

[1] 처음 본 단어도 척 보고 문맥상의 의미를 눈치 챌 줄 알아야 한다.

 

[2] 잘 아는 단어를 어떤 문장에서 발견하면 그 단어가 왜 그 문장에 쓰였으며 왜 그 자리에 놓였는지를 알아야 한다.

[3]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과 느낌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단어를 말하는 속도에 맞추어 머릿속에서 찾아 입으로 내뱉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대부분 모국어인 한국어에서는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굳이 단어를 외우지 않아도 말을 잘한다. 영어 역시 반드시 이 세 가지 능력을 갖추어야 잘할 수 있다.

 

영어뿐 아니라 모든 공부가 어려운 이유는 ​사람의 머리가 말을 안 들어서가 아니라 너무 잘 듣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국어 단어를 듣고 비슷한 의미의 영단어와 매치시키며 암기하는 훈련으로 뇌를 엉뚱하게 길들인다.

그렇다 보니 말을 잘 듣는 머리가 위의 세 가지 능력을 기르는 대신 영단어를 보면 한국어로 의미를 댈 수 있는 전혀 다른 능력을 기른다.이것은 영어를 유창하게 하도록 도와주는 어휘 능력 향상을 오히려 방해한다.

​그래서 영어 단어를 죽어라 외워도 문맥상 단어의 의미가 조금 다르게 쓰이거나 막상 영어로 말을 하려고 할 때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영어 단어를 비슷한 의미의 한국어 단어와 매치시켜 달달 외우는 공부법을 버리지 못하는 걸까? 단어에 대한 오해 때문일 것이다.

수만 개의 단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은 그 많은 단어를 모조리 암기해서 머릿속에 저장했을 것이라는 오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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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외국어를 쉽게 배우는 사람은 단어를 머릿속에 저장해 두는 것이 아니라 문법처럼 공유된 단어 생성 원리와 규칙만 알아두고 상황에 따라 단어를 만들어 쓰고 해석할 줄 아는 것이다.

 

개그맨이 우스갯소리로 만든 신조어가 순식간에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가 일상어가 되는 것도 이런 원리 때문이다.

단어란 사용자의 머릿속에서 그때그때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영어 회화나 독해, 또는 미드 대사 등에서 튀어나올 수 있는 영어 단어 숫자는 거의 무한대에 이른다.

​그러니 아무리 열심히 많은 단어를 암기했다고 해도 또다시 생소한 단어들의 벽에 부딪치는 것이다. 특히 영어라는 언어는 새로운 단어가 유난히 빨리 만들어진다.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약 10억 명의 영어 사용자가 집단지성으로 만들어내는 창의력의 불꽃놀이기 때문이다. 구글의 빅 데이터 분석에 의하면, 영어 단어는 ​2016년 1월 1일 기준으로 총 103만 5000개에 이른다고 한다. 세계에서 100만 개 이상의 단어를 가진 유일한 언어다. 또한 영어는 98분마다 새로운 단어가 하나씩 생겨나서 하루 평균 14.7개의 신조어가 태어난다고 한다.

그것도 사전에 등재될 만큼 일상적으로 쓰이게 될 단어만 통계에 넣었을 때의 이야기다.

실제로 1년 동안 인터넷 상에서 나타났다가 슬그머니 사라지는 영어 단어를 연 3만 개 정도로 잡는 통계도 있다.

 최근에 새로 영어 사전에 등재된 단어를 보면, 인터넷에서 follow 나 친구 설정을 취소한다는 de-friend와 de-follow 같은 새로운 동사가 있다.


여덟 쌍둥이를 낳은 엄마가 미디어에서 유명인사가 되면서 라틴어로 8을 뜻하는 octo와 mom(엄마)을 결합시켜 octomom(8쌍둥이 엄마)도 새로 등재되었다.


​게임 채팅방에서 '초보자' 또는 '새내기'를 뜻하는 newbie를 n00b 이라고 쓰던 것이 이제 보편화되었다고 판단되어 사전에 올랐고, 애인끼리 야한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을 texting 에서 t 자를 살짝 바꾸어 sexing 이라고 부르는 것도 사전에 올랐다.


​반면에 gallerina(갤러리를 운영하는 프리마돈나 스타일의 여성), hangry(배가 고파서 짜증난다), multi-slacking(여러 가지 게으름을 한꺼번에 부리는 것으로 멀티태스킹의 반대말) 같은 단어는 미국 대학 캠퍼스에서 몇 년 전에 생긴 신조어인데 오랜 시간 살아남지 못하고 사라진 것으로 보았는지 사전에 오르지는 못했다.


-[플루언트] 에서 발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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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노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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