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전문가 조승연 씨의 [플루언트] 라는 책에서 발췌합니다.
영어 공부 등 언어 공부 전반을 시작하기 전에 이 책을 한번 읽고 가이드라인을 잡고 시작하면, 향후 도움이 많이 될 것입니다. 이미 오랜 기간 영어 공부를 하고 있는 이들도 fundamental 한 중요점들을 고민해 보고 영어라는 언어의 역사 및 뿌리, 원리 등을 고찰해 봄으로써 공부의 방향성에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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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부가 지겨운 이유 중 하나가 단어 외우기일 것이다. 문장의 결을 파악하려면 문장 속 단어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해야 하는데, 단어 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아무리 열심히 외워도 모르는 단어가 계속 튀어나온다.
그래서 내가 어릴 때는 '사전을 찢어 먹으면서' 처절하게 단어를 외우는 학생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였고, 지금도 우리나라의 많은 중고등학생들이 하루에 수십 수백 개의 영어 단어를 외우는 데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붓는다.
이에 더해 빅 데이터나 인지과학 등 새로운 기술 반전을 응용한 기발한 단어 암기 테크닉을 소개하는 책이 여러 권 출간되어 서점가를 휩쓸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그만큼 영어 단어 외우기가 모두에게 큰 숙제임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영어 단어는 아무리 열심히 외워도 막상 쓰려면 막히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영어 단어를 쓸 줄 안다는 것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 할 수 있다.
[1] 처음 본 단어도 척 보고 문맥상의 의미를 눈치 챌 줄 알아야 한다.
[2] 잘 아는 단어를 어떤 문장에서 발견하면 그 단어가 왜 그 문장에 쓰였으며 왜 그 자리에 놓였는지를 알아야 한다.
[3]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과 느낌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단어를 말하는 속도에 맞추어 머릿속에서 찾아 입으로 내뱉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대부분 모국어인 한국어에서는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굳이 단어를 외우지 않아도 말을 잘한다. 영어 역시 반드시 이 세 가지 능력을 갖추어야 잘할 수 있다.
영어뿐 아니라 모든 공부가 어려운 이유는 사람의 머리가 말을 안 들어서가 아니라 너무 잘 듣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국어 단어를 듣고 비슷한 의미의 영단어와 매치시키며 암기하는 훈련으로 뇌를 엉뚱하게 길들인다.
그렇다 보니 말을 잘 듣는 머리가 위의 세 가지 능력을 기르는 대신 영단어를 보면 한국어로 의미를 댈 수 있는 전혀 다른 능력을 기른다.이것은 영어를 유창하게 하도록 도와주는 어휘 능력 향상을 오히려 방해한다.
그래서 영어 단어를 죽어라 외워도 문맥상 단어의 의미가 조금 다르게 쓰이거나 막상 영어로 말을 하려고 할 때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영어 단어를 비슷한 의미의 한국어 단어와 매치시켜 달달 외우는 공부법을 버리지 못하는 걸까? 단어에 대한 오해 때문일 것이다.
수만 개의 단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은 그 많은 단어를 모조리 암기해서 머릿속에 저장했을 것이라는 오해 말이다.
그러나 외국어를 쉽게 배우는 사람은 단어를 머릿속에 저장해 두는 것이 아니라 문법처럼 공유된 단어 생성 원리와 규칙만 알아두고 상황에 따라 단어를 만들어 쓰고 해석할 줄 아는 것이다.
개그맨이 우스갯소리로 만든 신조어가 순식간에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가 일상어가 되는 것도 이런 원리 때문이다.
단어란 사용자의 머릿속에서 그때그때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영어 회화나 독해, 또는 미드 대사 등에서 튀어나올 수 있는 영어 단어 숫자는 거의 무한대에 이른다.
그러니 아무리 열심히 많은 단어를 암기했다고 해도 또다시 생소한 단어들의 벽에 부딪치는 것이다. 특히 영어라는 언어는 새로운 단어가 유난히 빨리 만들어진다.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약 10억 명의 영어 사용자가 집단지성으로 만들어내는 창의력의 불꽃놀이기 때문이다. 구글의 빅 데이터 분석에 의하면, 영어 단어는 2016년 1월 1일 기준으로 총 103만 5000개에 이른다고 한다. 세계에서 100만 개 이상의 단어를 가진 유일한 언어다. 또한 영어는 98분마다 새로운 단어가 하나씩 생겨나서 하루 평균 14.7개의 신조어가 태어난다고 한다.
그것도 사전에 등재될 만큼 일상적으로 쓰이게 될 단어만 통계에 넣었을 때의 이야기다.
실제로 1년 동안 인터넷 상에서 나타났다가 슬그머니 사라지는 영어 단어를 연 3만 개 정도로 잡는 통계도 있다.
최근에 새로 영어 사전에 등재된 단어를 보면, 인터넷에서 follow 나 친구 설정을 취소한다는 de-friend와 de-follow 같은 새로운 동사가 있다.
여덟 쌍둥이를 낳은 엄마가 미디어에서 유명인사가 되면서 라틴어로 8을 뜻하는 octo와 mom(엄마)을 결합시켜 octomom(8쌍둥이 엄마)도 새로 등재되었다.
게임 채팅방에서 '초보자' 또는 '새내기'를 뜻하는 newbie를 n00b 이라고 쓰던 것이 이제 보편화되었다고 판단되어 사전에 올랐고, 애인끼리 야한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을 texting 에서 t 자를 살짝 바꾸어 sexing 이라고 부르는 것도 사전에 올랐다.
반면에 gallerina(갤러리를 운영하는 프리마돈나 스타일의 여성), hangry(배가 고파서 짜증난다), multi-slacking(여러 가지 게으름을 한꺼번에 부리는 것으로 멀티태스킹의 반대말) 같은 단어는 미국 대학 캠퍼스에서 몇 년 전에 생긴 신조어인데 오랜 시간 살아남지 못하고 사라진 것으로 보았는지 사전에 오르지는 못했다.
-[플루언트] 에서 발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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