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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30년, 영국에서 바그다도로 파견한 영사 R. 테일러 대령이 고대 아시리아 왕궁터를

발굴하다가 설형 문자가 가득 적힌 육각 점토 기둥을 발견했다.

 

  테일러 각기둥이라고 하는 이 유물은 오늘날 대영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데 기원전 8세기에 아시리아를 통치한 센나케리브 왕의 정복활동이 적혀 있다. 구약 성서에 나온 사건에 관한 동시대의 기록이기 때문에 역사가나 신학자들 모두 매우 소중한 유물로 생각한다.

 

  나한테는 이 각기둥에 적힌 글에서 아시리아와 엘람(오늘날 이란 남서부에 해당)의 젊은 왕들 사이에서 벌어진 전투 이야기가 특히 흥미롭게 느껴진다.

 

  각기둥에 새겨진 글은 센나케리브 왕의 군대가 엘람 군을 압도했을 때 일어난 일을 이렇게 들려준다.

 

"목숨을 구하기 위해 자기 병사들의 시신을 밟고 달아났다. 그물에 걸린 어린 새처럼 용기를 잃었다. 소변으로 전차를 더럽히고 대변을 지렸다."

 

  오늘날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기록 가운데 하나에, 예민한 장을 경멸하고 불안에 시달리는 ​전사를 도덕적으로 폄하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이다.

 

​  영웅적인 태도, 용기, "긴박한 상황에서의 우아함" 따위 운동 경기에 관련된 문구들을 전쟁 상황에도 적용할 수 있다.

 

​  그렇지만 전쟁의 성패에는 운동 경기에서 잘하고 못하고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대가가 걸려 있다. 삶과 죽음이 갈리기 때문이다.

 

  긴박한 속에서 평정을 유지하는 군인(과 운동선수)은 사회적으로 가장 큰 칭송을 받고, 압박을 느낄 때 흔들리는 사람은 심한 지탄을 받는다. 불안이 강한 사람은 변덕스럽고 나약하다. 용맹한 사람은 흔들림이 없고 강하다.

 

  겁쟁이는 두려움에 지배당하지만 영웅은 두려움을 모른다.

 

  헤로도토스는 [역사]에서 스파르타 최고의 전사 아리스토데모스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리스토데모스는 기원전 480년 테르모필레 전투 때 "심장이 그를 저벼러" 후위에 버무르며 전투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리스토데모스는 '떠는 자'라고 불리게 되었고 "치욕이 너무 컸던 탓에 스스로 목을 매고 말았다."

 

​  군대에서는 병사들이 불안에 내성을 갖게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바이킹은 사슴 오줌으로 만든 흥분제를 이용해 화학적으로 두려움에 대한 저항을 기르려고 했다.

 

​  영국군 사령관들은 전통적으로 럼주로 병사들의 용기를 북돋웠다. 러시아군은 보드카를 사용했다. (약한 진정제인 쥐오줌풀도 사용했다.). 미국 국방부는 ​싸움 또는 도주 반응​을 막고 전장에서의 두려움을 없애는 방법을 약학적으로 연구해왔다. 얼마 전 존스홉킨스 대학교에서 병사들의 ​히드로코르티손 호르몬 ​수치를 측정하여 스트레스 수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시스템을 고안했다. 병사의 스트레스 호르몬이 어느 수치를 넘어서면 전장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나온 관리 방식이다.

 

2부에 계속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에서 -​ 

 

 

 

 

※ 모든 이미지는 구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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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 운동선수 중에도 초크 때문에 극적으로 경기를 망쳐버리거나 수행 불안이 심해져서 고통을 받은 사람들이 꽤 많다.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골프 선수 그레그 노먼은 1996년 마스터스 대회에서 무너져 내렸다.

 

​  마지막 몇 홀을 남겨두고 긴장해서 절대 뒤집히지 않을 것 같던 타수 차를 다 까먹고 말았다.

 

​  결국 자기에게서 승리를 앗아간 닉 팔도의 품에 안겨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체코 테니스 스타 야나 노보트나는 1993년 윔블던 우승을 5포인트 남겨두고 압박감에 무너져 내려 큰 점수차로 리드하던 경기를 슈테피 그라프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결국 노보트나는 켄트 공작부인 품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1980년 11월 25일, 당시 복싱 웰터급 세계 챔피언이던 로베르토 두란은 슈가 레이 레너드와 세기의 일전을 벌였다.

 

  8라운드 종료 16초 전 수백만 달러의 상금을 눈앞에 두고, 두란은 심판에게 항복의 뜻으로 두 손을 들고 호소했다.

 

"이제 그만, 이제 그만. 권투는 그만."

 

  나중에 두란은 배가 아팠다고 말했다.

 

  그전까지 두란은 무적의 존재, 라틴계 남성성의 상징이었다.

 

  그 이후에 두란은 불명예 속에서 살아야 했다.

 

  스포츠 역사상 최악의 겁쟁이로 기억된다.

 

  극도의 불안으로 고립된 가운데 정신적, 육체적으로 무너져 내린 초크의 대표적인 예들이다.

 

  더욱 희한한 경우로 대중 앞에서 ​수행 불안​을 드러내는 곤욕을 치르고 초크가 만성이 되어버린 프로 선수들도 있다.

 

  1990년대 중반 올랜도 매직의 가드였던 닉 앤더슨이 그 중 하나다.

 

  닉 앤​더슨은 NBA 경력에서 자유투 성공률 약 70%를 자랑하는 선수였다.

 

  올랜도 매직이 휴스턴 로키츠와 맞붙은 1995년 NBA 결승전 첫 경기, 정규 시간이 몇 초 남았을 때 앤더슨에게 올랜도의 승리를 굳건히 할 자유투 기회가 연달아 네 차례 주어졌다. 단 1점만 기록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  네 번 모두 빗나갔다. 결국 올랜도 매직은 연장전에서 실점해 그 경기에서 패하고 말았다. ​그리고 4전 전패로 시리즈를 내주었다. 그 뒤에 닉 앤더슨의 자유투 성공률은 급락했다. 은퇴 전까지 죽 앤더슨은 자유투 라인에서만 서면 재앙이었다. 그러다 보니 적극적으로 공격을 하지 못하게 됐다. 파울을 당하면 자유투를 던져야 하기 때문이다. 앤더슨이 나중에 회상하며 말하기를 결승전에서 놓친 자유투가 "​머릿속에서 맴도는 노래처럼 떠나지 않고 계속 되풀이되고 또 되풀이되었다." ​앤더슨은 일찍 은퇴할 수 밖에 없었다.

 

  1999년, 척 노블럭은 2루에서 1루로 야구공을 던지는 능력을 잃었다. 그런데 척 노블럭이 뉴욕 양키스 선발 2루수라는 게 문제였다. 부상을 입은 것도 아니었다. 연습 동안에는 1루로 송구를 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렇지만 경기장에서 4만 관중이 지켜보고 수백만이 텔레비전으로  보는 경기 중에는 자꾸 1루수 키를 넘겨 관중석 쪽으로 공을 던졌다.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전년도 내셔널리그 신인왕이었던 스티브 색스도 노블럭과 같은 증상에 시달렸다. ​연습 때는 아무 문제가 없었고, 심지어 징크스를 깨기 위해 눈을 가리고 1루에 송구하는 연습까지 해냈다.

 

​  가장 유명한 케이스는 스티브 블래스일 것이다. 피츠버그 파이리츠 소속 올스타 투수였고 야구 역사상 최고의 투구를 하더니 어느 순간 갑자기 공을 스트라이크 존 안에 던지지 못하게 되었다. 연습 때에는 전처럼 잘 던졌다. 하지만 막상 경기에 들어가면 제구가 되지 않았다.

 

  스티브 블래스는 ​정신과 치료, 명상, 최면 치료, 온갖 민간요법(헐렁한 속옷을 입는 것 등등)을 써 보았지만 낫지 않자 은퇴하고 말았다.

 

​  더 희한한 경우로 각각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뉴욕 메츠의 포수였던 마이크 아이비와 매키 새서를 들 수 있다. 둘 다 공을 투수한테 돌려보내는 일에 공포증이 생겨서 (초등학교 야구 선수들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일이다) 결국 포수를 그만두어야 했다. (스포츠 정신의학자 앨런 랜스는 반쯤 농담 삼아 이런 상태를 표현하는 용어로 "공 돌리기 공포증"이라는 말을 만들어 냈다.)

 

  초크를 설명하는 이론으로 '분명한 감시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인지심리학과 신경과학 연구를 바탕으로 ​운동선수가 수행에 지나치게 집중하면 오히려 낮은 성취를 보인다고 주장하는 이론이다.

 

​  실제로 자기가 하는 행동에 관해 너무 많이 생각하면 수행에 방해가 된다.

 

  집중력에 성패가 달려 있다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말과는 정반대의 주장인 듯 하다.

 


 

  사실 중요한 것은 ​어떤 종류의 집중력을 보이느냐다.

 

 


​  시카고 대학교에서 초크의 심리학을 연구하는 시언 베일록은 망칠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걱정하면 망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한다.

 

  최상의 성취를 올리려면(일부 심리학자들은 이런 상태를 플러(Flow)라고 부른다....쉬운 말로 몰입) 뇌의 일부는 자동조종장치로 작동해야 한다. 하고 있는 일에 관해 적극적으로 생각하면 (또는 "분명하게 감시" 하면) 안 된다. 이런 논리에 따르면 아이비나 새서의 "공 돌리기 공포증"이 심해진 까닭은 공을 투수에게 돌려보내는 행위를 아무 생각 없이 기계적으로 해야 하는데 그것에 관해 너무 많이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공을 제대로 잡았나? 오른팔 동작이 제대로인가? 우스꽝스럽게 보이지 않나? 이번에도 또 망치는 거 아닌가? 내가 대체 왜 이럴까?) 베일록은 타격이나 스윙 동작 말고 다른 데에 집중하게 하면 (최소한 실험실 환경에서는) 선수들의 수행이 훨씬 더 좋아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선수들에게 머릿속으로 ​시를 외우거나 노래를 부르게 해서 의식적으로 신체적 과제 말고 다른 데로 주의를 돌리게 하면 수행이 확연히 좋아졌다.

 

 


​  그렇지만 불안증이 있는 사람은 언제나 모든 것에 관해 온갖 잘못된 방법으로 생각하기를 멈출 수가 없다. '만약에 이렇게 되면? 저렇게 되면? 내가 잘하고 있을까? 바보 같아 보일까? 실수하면 어쩌지? 다시 관중석으로 공을 던지면 어쩌지? 얼굴이 빨개졌나? 내가 떨고 있는 게 보일까? 내 목소리가 떨리는 걸 알아차렸을까? 일자리를 잃거나 강등될까?'

 


 

  운동 심리학자 브래들리 햇필드는 ​초크가 일어나기 직전이나 일어나는 도중인 운동선수의 뇌를 스캔해보면 걱정과 자기 감시가 신경계에서 '교통 체증'을 일으킨 게 눈에 보인다고 한다.

 

 


​  한편 초크를 모르는 사람들, 톰 브래디나 페이턴 매닝처럼 초긴장 상황에서 우아함을 뽐내는 이들은 "효율적이고 능률적인" 신경계 활동을 보인다. 뇌 사진을 보면 효율적이고 능률적인" 신경계 활동을 보인다. 뇌 사진을 보면 효율적 수행과 관련이 있는 부분만 활발히 쓰이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초크를 일으키는 운동선수들이 느끼는 불안은 얼굴이 붉어지는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들 앞에서 부끄러움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사람들 앞에서 부끄러운 행동을 하게 된다. ​불안 때문에, 가장 겁내는 바로 그 행동을 하게 되고 마는 것이다. 자의식이 강할수록, 부끄러움에 민감할수록 수행이 나빠진다.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에서 -

 

 

 

※ 모든 이미지는 구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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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동선수한테 할 수 있는 최악의 말이 아마 '초커'라는 말일 것이다.(어떤 면에서는 '속임수를 쓴다.'는 말보다도 더 불명예스럽다) 초크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움츠러들고 중요한 순간에 제대로 경기를 하지 못한다는 말이다.(시카고 대학교 인지심리학자 시언 베일록은 전문 용어로 "수행자가 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정도, 곧 과거에 했던 정도보다 못한 수행을 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불안한'이라는 단어 anxious 의 어원은 라틴어 angere인데 '목이 조이다'(choke)라는 뜻이다.

 

  라틴어 anxius 는 아마 공황 발작이 일어났을 때 가슴이 조여드는 듯한 느낌을 가리키는 말일 것이다.

 

  운동 경기 등 무언가를 수행하는 상황에서 초크하다, 곧 '목이 조이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패기가 부족하다, 정신이 나약하다는 의미다.

 

  운동 경기에서 초크가 일어나는 까닭은 흔히 '긴장' 때문으로 여겨진다.

 

  다시 말해 운동 경기에서나 전투에서나 일터에서 긴장으로 일을 망치는 것은 불안 때문이고, 불안은 바로 나약함의 징표다.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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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은 앞날의 고통에 대한 걱정, 곧 막을 수 없고 참을 수 없는 참사를 두려운 마음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W박사는 불안을 순수한 동물적 반응 이상으로 만드는 결정적 특징은 그것이 미래를 향해 있다는 점이라고 본다. 이런 점에서 W 박사의 생각은 정서 이론가들과 궤를 같이한다.

(예를 들어 의사이자 심리학자인 로버트 플루칙은 20세기 정서 연구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친 학자였는데 불안을 "예측과 두려움의 조합"이라고 정의했다.)

 

  W박사는 또 다윈이 동물과 사람의 행동이 비슷하다고 그렇게 강조했지만 결국 다윈도 같은 생각이었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고통을 예상할 때 불안하다." 다윈은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에 이렇게 썼다. "나아지리라는 희망이 없으면, 절망한다.") 동물은 미래에 대한 추상적 개념이 없다.

 

  불안에 대한 추상적 개념도 없고 두려움을 걱정할 능력도 없다. 동물이 스트레스로 인한 '호흡 곤란'이나 '가슴 통증'(프로이트의 표현)을 겪을 수는 있지만 이 증상을 걱정하거나 이 증상이 무엇을 뜻하는지 해석할 수 있는 동물은 없다.

 

  동물은 건강염려증에 걸릴 수 없다.

 


 

  또 동물은 죽음을 두려워할 수도 없다. 쥐나 바다 달팽이는 자동차 사고나 비행기 충돌, 테러 공격, 핵전쟁으로 인한 멸망이 일어날 전망을 인식하지 못하고 사회적으로 소외되거나 입지가 줄어들거나 직업적으로 굴욕을 당하거나 사랑하는 이를 잃거나 육신의 유한성에 직면할 가능성을 인식할 수도 없다.

 


 

  게다가 인간은 두려움의 느낌을 의식적으로 인식하고 두려움에 관해 고민하는 능력이 있다.

 


 

  그러므로 인간의 불안 경험에는 바다 달팽이의 '경보 반응'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실존적 차원이 있다.

 


 

  W박사는 이런 실존적 차원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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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과학은 히포크라테스의 견해가 좀 더 정확하다고 손을 들어주었다.

 

  마음은 실제로 몸 안의 뇌, 그리고 몸 전체에서 만들어진다.

 

  그렇지만 플라톤이 심리학 연구에 미친 영향 역시 강력하게 지속된다.

 

  플라톤이 프로이트에게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파이드로스]에서 플라톤은 영혼을 두 마리 말과 마부에 빗대 설명한다. 말 한 마리는 힘이 세면서도 말을 잘 듣고, 다른 말은 거칠고 난폭하다. 마부는 두 마리가 협력해 앞으로 나아가게 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인간 정신이 영적인 것, 본능적인 것, 합리적인 것 이렇게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시각은 프로이트가 정신이 이드(id), 자아(ego), 초자아(superego)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플라톤은 심리적으로 잘 적응하려면 이성(logistikon)이 본능적인 욕구(epithumetikon)를 억제해야 한다고 프로이트보다 오히려 더 강조했다.

 

플라톤의 [공화국]에 나오는 다음 구절은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컴플렉스(Oedipus complex)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의 욕망은 영혼의 이성적인 부분, 문명화 되어 통제하는 사고가 잠들어 있을 때 깨어난다. 그러면 우리 안에 있는 들짐승이 주로 알코올의 힘을 입어 일어나 합리적 생각을 밀어낸다. 이런 상태에서는 어떤 짓이라도 할 수 있다. 어머니를 범하고 사람들을 살해하는 꿈까지 꿀 것이다."

(20세기 초에 활동한 저명한 영국 신경과 의사 윌프리드 트로터는 이 구절을 읽고 이렇게 말했다.

 

"플라톤의 이런 말을 읽으니 프로이트가 점잖게 느껴질 지경이다."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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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신분석적 접근(과학계에서는 프로이트 이론 대부분을 버렸지만 정신분석의 핵심적 내용은 오늘날에도 대화 치료에 영향을 미친다.)은 금지된 생각 (주로 성적인 것)이나 내적인 갈등의 억압(Repression)이 불안을 일으킨다고 본다. 이런 억압된 갈등을 의식으로 끌어와서 정신역학적 심리 치료와 '통찰'의 추구를 통해 해결하려 한다.

 

2. 행동주의에서는 존 왓슨이 그랬듯이 불안이 조건형성된 공포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불안장애는 (대개 무의식적 조건형성을 통해) 객관적으로 위협적이지 않은 것을 두려워하게 되거나 약간만 위협적인 것을 너무 강하게 두려워할 때 발생한다. 노출 요법(두려움에 노출시켜 적응하게 하여 공포 반응을 줄임)을 여러 가지로 조합하여 잘못된 생각을 수정하거나 인지 재구성(사고를 바꿈)을 통해 공포증을 '소멸'(Exntinction) 시키고 공황 발작(Panic attack)이나 강박적 걱정을 완화하여 치료한다. 여러 형태의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치료하는 데에 인지행동 치료(CBT)가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온다.

 

3. 생의학적 접근(이 분야 연구가 지난 60년 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은 불안의 생물학적 메커니즘(편도, 해마, 청반, 전대상회, 섬 같은 뇌의 구조와 Serotonin, NE, Dopamine, Glutamate, GABA, Neuropeptide Y 같은 신경 전달 물질)​과 이 메커니즘의 근저에 있는 유전학에 주목한다. 주로 약물을 이용해 치료한다.

 

4. 마지막으로 W 박사가 경험주의라고 부르는 접근 방식은 더 실존주의적 관점을 통해 공황발작이나 강박적 걱정을 온전한 정신과 자존감이 위협받을 때 그것에 대처하기 위한 대응 기제라고 본다. 경험적 접근은 정신분석처럼 불안의 내용과 의미에 무게를 둔다. ​생의학이나 행동주의에서 불안의 메커니즘에 주목하는 것과 이 점이 다르다. 내용과 의미를 실마리 삼아 감춰진 정신적 외상이나 자기 존재가 무가치하다는 마음 속 깊은 곳의 확신을 찾아갈 수 있다고 본다. 불안 증상이 줄도록 완화를 유도하고 환자가 불안 깊이 파고들어 그 아래에 있는 실존적 문제에 접근하도록 거들어 치료한다.

 


 

  이런 여러 관점 사이의 갈등은 (뿐만 아니라 정신과 의사<MD 학위를 받는다>와 심리학자(Ph D. 학위를 받는다>, 약물 옹호자와 반대자, 인지행동주의자와 정신분석가, 프로이트 학파와 융 학파, 분자신경과학자와 전체성의학 치료사 사이의 갈등도) 때로 치열하다. 많은 사람과 기관이 관련된 대규모 직업군의 직업 안정성이 어떤 이론이 주도권을 쥐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사실 불안이 의학적 질병이냐 아니면 정신적 문제냐, 곧 몸의 문제냐 마음의 문제냐 하는 근본적인 갈등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이어져왔다. 히포크라테스와 플라톤 일파의 충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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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SM 은 정의를 하는 게 아니라 관련 증상을 나열하는 걸요. 게다가 그것조차도 확실하다고 할 수가 없어요. DSM 을 개정해서 다섯 번째 판을 낸다고 하잖아요."

 

 "맞아요."

 

  W 박사가 서글픈 듯 말한다. W 박사는 요즘 정신의학계 권위자들이 DSM을 새로 개정하면서 강박장애를 불안장애 범주에서 빼는 방안을 검토한다며 안타까워 한다.

 

  대신 뚜렛 증후군 등과 같은 스펙트럼에 넣어 '충동장애'라는 새로운 범주로 묶으려 한다고 한다.

 

  W 박사는 이렇게 바꾸는 게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수십 년 동안 환자들을 만나봤지만 강박장애 환자는 하나같이 다 불안했어요. 자기 강박증에 대해 걱정을 해요."

 

나는 몇 주 전에 참석한 학회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강박장애가 불안장애 말고 다른 것으로 재분류되어야 하는 근거는 그 유전적 요인이나 신경회로가 다른 불안장애와 상당히 다르게 보이기 때문이라는 말이었다.

 


 

"빌어먹을 생물정신의학!" W 박사 입에서 이런 말이 튀어 나왔다.

 

 


W박사는 평소 온화하고 침착한 사람이다.

 


 

그리고 치료 방법에도 매우 종파 통합주의적으로 접근한다.

 


 

책을 쓸 때나 환자들을 치료할 때나 여러 치료 방식 중에서 좋은 부분들을 취합하여 "상처받은 자아를 치료하는 통합적 접근법"을 이루려고 해왔다.(그리고 W 박사는 단언컨대 최고의 치료사다.)

 


 

  그렇지만 W 박사는 최근 몇 십 년 동안에 생물의학 전반, 특히 신경 과학 쪽에서 나오는 목소리가 점점 오만하고 편협해져서 다른 연구의 줄기들을 주변부로 몰아내고 정신과 치료를 왜곡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W 박사는 특히 강경한 신경과학자와 정신약리학자들이 모든 정신작용을 아주 작은 분자적 요소로 축소하려 한다고 했다. W박사의 말에 따르면 이들은 인간의 고통이나 불안과 우울 증상의 의미 등 실존적 차원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 불안을 주제로 한 학회가 열려도 제약회사에서 후원하는 약물과 신경화학 심포지엄이 대다수이고 다른 것들은 낄 자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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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리학자이자 철학자인 윌리엄 제임스는 심한 불안이나 오늘날 말하는 공황 발작의 원인이 근대성 자체일 수도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다시 말하면 원시적인 싸움 또는 도주 반응이 현대 문명사회에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짐승에서 인간으로 발전하는 과정의 가장 큰 특징은 제대로 두려움을 느낄 상황이 확연히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1884년 윌리엄 제임스가 쓴 글이다.

 

 


 

​"문명화된 삶에서는 대부분 사람이 진정한 공포에 휩싸이는 일을 한 번도 겪지 않고 요람에서 무덤까지 갈 수 있게 되었다."

 

 

  윌리엄 제임스는 자연 상태에서 일어나는 공포(검치호랑이에게 쫓긴다거나 적 부족을 맞닥뜨린다거나)와 비슷한 것을 '진정한 공포'라고 불렀는데 일반적으로 이런 일이 현대의 삶에서 일어나는 일은 드물다.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는 위협은 상사가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을 짓는다, 아내가 전 남자친구에게 비밀스러운 편지를 받았다, 대학 진학 시험을 친다, 경제가 무너진다, 테러의 위협이 있다, 퇴직 연금이 반토막 났다 등 싸움 또는 도주 생리 반응이 일어나도 대처에 도움이 되지 않는 위협들이다.

 


 

  그래도 어쨌든 몸에서 긴급 반응이 일어난다.

 


 

  특히 불안증이 있는 사람들은 더 그렇다.

 


 

  그래서 결국 건강을 해치는 스트레스 호르몬에 절여진 채로 살게 된다.

 


 

  신경증적 불안으로 고통받든 강도나 화재 같은 실제 위협에 반응하든 자율신경계 활동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뇌간 바로 위에 있는 시상하부는 부신피질자극호르몬방출인자(CRF)라는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이 호르몬은 시상하부 아래쪽에 튀어나온 콩만 한 조직인 뇌하수체(Pituitary gland)에서 부신피질자극호르몬(ACTH)을 배출하게 한다. ACTH는 혈관을 타고 신장으로 가서 그 위에 있는 부신(Adrenal gland)에서 아드레날린(노르에피네프린이라고도 한다)과 코르티솔(Cortisol)을 분비하게 한다.


 

  이 두 호르몬은 Glucose 가 혈액으로 더 많이 들어가게 하여 심박동과 호흡을 빠르게 하고 몸을 흥분 상태로 만든다.

 


 

  실제 위험이 있을 때는 아주 유용하겠지만 공황 발작이나 만성 불안 때문에 일어난다면 아주 괴로운 일이다.

  Cortisol 수치가 높은 상태가 오랫동안 유지되면 건강에 여러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

 


 

  고혈압, 면역 저하, 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Hippocampus)가 줄어드는 등의 영향이 있다.

 


 

  알맞은 상황에 불안으로 인해 생리적 반응이 일어나면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

 


 

 같은 반응이 너무 자주,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면 일찍 죽을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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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에서 -

 

 

 

 

※ 모든 이미지는 구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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