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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를 집필한 김은숙 작가의 새로운 작품이다.

워낙 인기리에 종영되었던 드라마인지라, 다소 뒤늦은 감이 있지만 명작 드라마의 반열에 올리기에 부족함이 없을 듯 하여 글을 남긴다.

명품 배우들의 열연 만으로도 보는 재미가 상당한 드라마다.

 

더군다나 조선 말기 일본, 미국 등 여러 강대국들로부터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던 가슴 아픈 역사를 담고 있어서 나름 묵직한 무게를 지닌 드라마이기도 하다.

 

 

우리 나라 드라마 특유의 '기승전멜로'는 건재하지만, 이 부분이 우리 나라 드라마의 강점일 수도 있다는 점을 이 드라마가 잘 보여줬다.

고애신이라는 한 여인을 두고, 유진 초이, 구동매, 김희성이라는 세 남자가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그 사랑을 드러낸다.

노비의 자녀로서 비참한 생을 살고 미국인으로 살아야 했던 유진 초이(이병헌).

백정의 자녀로서 끔찍한 생을 살다 일본인으로 살아야 했던 구동매(유연석)

친일을 일삼고, 약한 자들에게 한 없이 매정했던 부유하고 명망있던 가문집 아들 김희성(변요한)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했으며, 대표적인 매국노 이완익의 딸이라는 원죄와 같은 죄책감을 지닌 채 살아야 했던 쿠도 히나(김민정)

덕망 있고, 존경 받는 양반 집 딸이지만 조국에 대한 열망을 지닌 채 의병의 삶을 선택한 고애신(김태리)

시나리오가 탄탄하고, 인물들의 설정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은 다양한 신분, 상황에 놓여 있는 개성 있는 인물들을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매력이 있다.

 

 

가난하고, 계급도 낮고, 서럽기 짝이 없던 삶을 살았던 유진 초이, 구동매는 왠지 같은 카테고리에 묶어서 바라보게 된다.

고애신과 김희성의 집안은 평판이 다소 상반되는 경향이 있으나, 경제적 어려움, 계급상의 서러움을 경험해 보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카테고리를 묶어서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쿠도 히나는 표면적으로는 큰 어려움이 없는 삶을 살고 있어 보이나, 원죄와 같이 따라다니는 부모의 죄값, 그리고 자신의 본명으로 살지 못한 채 일본인처럼 살아야 했던 비참한 인생, 자기를 잃고 살아야 했다는 존재론적 상처가 어마어마하다.

 

 

사실 누군가의 고통을 비교하거나, 절대량으로 치환할 순 없다. 드라마를 보는 각자가 자신이 알고 있고, 경험했던 고통과 비슷한 느낌을 풍기는 인물들에게 좀 더 동정심을 느낄 수 있을 뿐이다.

나라의 힘이 없고, 주변 강대국들에 휘둘리며 살아왔던 민족의 아픔을 깊게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준 점만으로도 이 드라마는 위로와 교육의 효과가 크다.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은 일본 그 자체가 나쁘다거나, 미국 그 자체가 나쁘다는 식의 성급한 일반화, 성급한 범주화의 오류를 경고하는 섬세함이다.

일본인 중에도 정의의 결이 같은 자들이 드라마 속에 등장한다.

 

그리고 조선인 중에도 을사오적, 정미칠적과 같은 금수와 같은 자들이 등장한다. 미국인 중에도 카일 소령처럼 고마운 이들이 존재한다.

 

처음, 김희성이 등장했을 때 별다른 고통 없이, 부족함 없이 편하게 유학 갔다 돌아온 도련님 같은 인상을 받았을지언정, 그가 자신의 가문이 저지른 죄값에 대한 형벌을 대신 지고 가는 모습을 본 이후 김희성이 지닌 삶의 무게도 결코 가볍지 않다는 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일들을 훌륭하게 해낸다.)

결국 이 드라마 속 주요 인물들은 '결'이 같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이는 국적과, 신분, 나이, 성별 등을 초월하는 참 인간과 참 인간의 깊은 연결고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유진 초이, 구동매와 같이 비참했던 사회 제도,구조의 희생자들은 고통의 세월이 깊었던 만큼, 그들이 품을 수 있는 사람들의 폭,그들이 공감해 줄 수 있는 고통의 깊이도 더욱 깊을 것이라 믿는다.

물론 이와 같은 능력을 지닐 수 있다 하여, 다시 태어났을 때 다시 그 생을 살고 싶진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깊은 고통 속에서 체득 된 (그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하지 않고 버텨내면서 형성된) 삶의 시야는 분명 그 길을 걷지 않는 이들이 흉내낼 수조차 없는 깊이가 있으리라 믿는다.

Gun, Glory, Sad Ending

 

 

이 작품의 모든 것이 암시되어 있는 문구라고 생각한다.

드라마 자체는 중간중간 피식 웃을 수 있는 요소들도 많고, 조연 배우들도 상당히 탄탄하며, OST도 훌륭하다. 심지어 영상미도 훌륭하다.

혹자들은 대사가 너무 오글거린다고 말하는데, 명대사가 상당히 많다.

참 드라마 잘 뽑혔다는 생각이 든다. 필히 시청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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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종영된지 한참 지난 드라마다. 하지만 워낙 비숲에 대한 좋은 평가들이 많다 보니 반신반의하면서 완주했다.

결론은, 한국에서도 왠만한 미드 부럽지 않은 몰입력 있는 작품이 나왔다는 것이다.

의사 드라마도 멜로, 요리 드라마도 멜로, 정치 드라마도 멜로로 귀결되던 한국 드라마의 식상한 전개 방식을 탈피했다는 점만으로도 일단 신선했다.

 

이 작품은 처음에는 단순한 범죄 스릴러 물이라고 생각했으나 검찰,경찰,행정,재벌, 군부 등각계각층에서 벌어지고 있는 어두운 면모들을 과감하게 들춘 보기 드문 문제작이었다.

물론 이와 같은 부정/비리 고발 드라마는 더러 있었으나, 완결이 난 마지막 화 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주제 의식을 확실하게 전달해 주는 드라마는 좀처럼 보지 못했던 것 같다.

배우들의 열연도 주목할 만 한데, 드라마로 만나는 배두나, 조승우는 그저 반가웠다.

일단 인물들의 개성이 온전하게 살아 숨쉬고, 이러한 개성이 일관성 있게 시리즈 전반에 걸쳐 나타났기에 몰입도가 감소하지 않았으리라...

 

insula(뇌섬엽) 부위 절제 수술을 받고 나서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게 된 황시목 검사(조승우)가 주인공이다 보니, 감정과잉으로 흘러가지 않고 보는 이들도 차분하게 추리/수사에만 집중을 할 수가 있었다.

그러면서도, 주인공이 감정이 없는 존재가 아니라 감정이 있으나 이를 드러내거나 표현하거나 인지할 수 없다는 점....그래서 격해지는 상황에서는 몸이 이를 버티지 못해 발작을 일으킨다는 설정 등은 황시목 검사를 향한 연민의 감정, 따스한 시선, 보호 본능을 자극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 드라마는 치밀하게 추리를 하면서 용의자를 찾아나서게 만드는데 미리 정보를 입수하지 않고 처음부터 보는 걸 추천한다. 예상을 빗나가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선사해 줄 것이다.

 

서부 지방 검찰청과 용산 경찰서에 소속되어 있는 검사,경찰 들이 사건의 중심에 있으며 그 주변부로 해서 초거대 재벌기업 한조가 우뚝 서 있다. 한 남자의 죽음을 둘러싼 얽히고 설킨 각자의 이야기.

 

모든 등장인물들이 비밀을 가지고 있으며 나무 하나하나가 모여서 거대한 숲을 이룬다.

조승우, 배두나 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의 감초같은 연기들도 일품이다. 드라마 진행에 방해가 될 만한 어설픈 연기를 보여주는 이들은 드물다.

(여담이지만 [sky 캐슬]을 최근에 봤더니 윤세아, 박유나 씨 등 출연진이 눈에 띈다. 비슷한 듯 하면서도 다른 역할도 상당히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이창준 역을 맡은 유재명 씨의 연기도 상당히 인상 깊으며 자세한 스포일링은 생략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이다. (마지막 법정에서의 모습은 정말 압권)

(드라마 [자백] 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었다 하니 기대를 해본다)

 

사회를 고발하는 장르물. 몰입도와 신선도를 유지한 채 끝까지 일관성 있게 주제를 끌고 나간 보기 드문 수작.

 

 

너무 허황되고, 이상적인 결과가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인 범위 내에서 현 시대의 문제점을 조망해 준 점 등이 이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줬다고 생각한다.

"법관에게 있어 정의란, 영원한 짝사랑이자 궁극의 이데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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