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스포 주의]!!!!
한국 사회에서 가장 핫한 주제 중 하나인 '교육'과 인간이 지닌 '욕망'이 만났다.
두 가지 이슈가 이야기의 큰 흐름을 끌고 가고 있다 보니, 일단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데는 성공했다.
그 다음부터는, 드라마가 지닌 자체적인 힘이 관건인데 'SKY 캐슬'이라는 작품은 그런 면에서 참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한 화를 끝마칠 때마다 다음 화를 보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만드는 놀라운 전개를 선보이면서, 어마어마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현재 드라마는 종영된 상태로 출연진들은 보상 휴가도 다녀오고, CF나 쇼프로그램에도 출현하는 등 인기몰이가 한창이다.(후반부에 들어서는 드라마의 장르가 스릴러로 변하는데, 흥미진진하다.)
일단 드라마의 배경은 'SKY 캐슬'이라는 으리으리한 부촌에 살아가는 여러 가정들의 모습을 다룬 드라마다.
자신의 딸을 서울의대에 합격시키기 위해 자신의 전 인생을 걸고 있는 곽미향. 술 주정뱅이, 선지국집 딸로 태어나 자신의 출생에 대한 깊은 열등감을 지닌 그녀는 자신의 딸 예서를 통해 자신의 삶을 보상받고, 예서의 성공을 통해 대리만족을 누리려 한다.
(자신의 기준에서는 예서가 서울의대를 들어가고 가시적인 성공을 해야 더 '행복한 삶'을 살 것이라는 이타적(?) 동기도 분명하다. 하지만, 그건 예서가 원하는 사랑은 아니었다.)
자신의 이름을 한서진으로 바꾸고, 자신의 신분을 세탁한 채 SKY 캐슬에서 고고하며, 확고한 교육관으로 주변 엄마들의 부러움과 시기, 질투를 받던 그녀...
그녀와 함께 양대산맥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은 소위 입시 코디네이터라 불리는 김주영 선생님이다.
그녀에게 아이를 맡기려면 수십억원의 돈이 필요하지만 일단 코디가 도와주기만 하면 서울의대 합격은 100% 따놓은 당상이라 한다.
곽미향의 욕망이 예서를 향한다. 그리고 예서라는 존재는 부모의 사랑을 받으려면 공부를 잘 해야 하며 공부를 잘 하지 못하는 자신, 1등을 하지 못하는 자신은 존재 가치가 없다라는 무언의 가르침을 받게 된다.
여기에 김주영 선생은 기름을 부어 그 '오개념'을 더욱 공고하게 만드는 작업을 한다.
이 드라마의 주제가처럼 여기 나온 모든 등장인물들은 We all lie~ 를 하고 있다. 모두 한가지 이상의 거짓을 지닌 채 타인에게 자신의 참 모습을 감추며 살아온 이야기다.
그러다가 서서히 진실이 드러나면서 서로간의 갈등이 첨예해 지고, 서로의 진심을 알아가고, 한층 더 성숙한 모습으로 변모해 나간다.
그 와중에 혜나라는 인물이 개입하게 되며, 여러 가지 가슴 아픈 스토리가 전개되지만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Y 캐슬'은 여전히 그 자리에 남게 된다.
이 드라마 속에서 곽미향의 욕망, 그리고 자신의 피해 의식과 엇나간 분노 등으로 큰 문제를 일으키던 김주영 선생의 욕망이 전부는 아니다.
체면과 자존심, 열등감을 가리는 피라미드 논리로 자녀들을 파괴시키던 차 교수, 3대 째 의사 집안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아들을 꼭두각시처럼 조종하고, 며느리와 손녀까지 통제하려 하는 곽미향의 시어머니 등도 중요하게 다뤄야 할 인물들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유독 자녀들을 싸고 도는 문화가 깊게 자리잡고 있다.
부부라 함은 자신들의 부모를 떠나서 서로 한 몸을 이루는 삶이다.
자녀들에게 부모는 '안전기지' 역할을 해주면서 자녀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자유롭게 탐색을 할 수 있도록 '자유'를 줘야 한다.
그러나, 자녀들이 독립적인 인격체라는 생각을 망각하여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자녀를 통제하기 시작하면, 자녀들은 '자율성'을 기를 수 없게 된다.
그리고 부모의 내면에 자리잡은 '어린아이'를 달래주는데 시간,에너지, 인생을 소모해야 하는데 그때부터 아이들은 엇나가기 시작한다. (꼭, 가난하고 가진 게 없을 때만 자녀들이 상처를 받는 게 아니다. SKY 캐슬에 사는 아이들처럼 물질적으로는 부유해도 내면이 가난한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
이 때 아이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답을 찾기 힘들고, 심한 경우에는 자신이 소멸되는 것 같은 극도의 불안을 느끼기도 한다.
예서가 등수가 내려갈 때마다 불안해 하며, 갈피를 잡지 못하고 힘들어 하는 모습은 부모의 책임이 매우 크다.
더군다나 곽미향의 남편인 강준상 주남의대 정형외과 교수는 부모가 원하는 삶만 살아가다 보니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잃어버린 사람이다.
강 교수는 곽미향의 지독한 교육열에 대해서 핀잔을 주거나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도 자신의 내면 속에도 동일한 욕망이 숨어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또한 예서라는 딸에게 '있는 그대로의 사랑'을 보여주지 못하고 결국 '높은 성적', '전교 학생 회장' 등의 조건이 붙어 있을 때만 칭찬을 해주는 등 결국 곽미향과 동일한 속물 근성을 보여준다. (결국 그 부모로부터 받은 잘못된 양육의 폐해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다. 3대가 어긋나 있는 셈이다.)
그 와중에 예서의 여동생인 예빈이는 문제 행동을 일삼지 않으면 자신에게 관심조차 가져주지 않는 부모에게 사랑/관심을 받고 싶어서 물건을 훔치는 등의 일탈 행위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곽미향의 양육은 지독히도 어긋나 있고 말이다.)
한국 사회 속에서 청소년기의 성적이 좋은 대학의 향방을 결정하고, 좋은 대학에 진입하면 출세의 길이 열린다는 공식은 쉽사리 반박하기 어려운 부분이긴 하다.
그래서 부모들이 먼저 나서서 자녀들을 교육시키려 하고, 자녀가 자신들의 뜻대로 따라와 주지 않으면 통제하려 하거나, 체벌을 가한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자녀들에게 가르쳐 주고, 보여줘야 할 지침은 '성공', '출세', '높은 성적'보다는 '진실', '배려', '사랑', '행복'에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워낙, 이상적이고 희망적인(?) 엔딩에 가깝다 보니 좀 더 현실적이고, 적나라한 엔딩을 원했던 시청자들에겐 아쉬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면 이 쯤에서 드라마의 파괴적인 전개에 제동이 걸린 것도 다행이라 생각한다.
남들보다 더 가지면서, 소위 성공적으로 살고 싶은 '인간의 욕구'는 언제나 우리 안에 남아 있으나, 이를 제어하고 적절하게 선용할 수 있는 절제력은 굉장한 미덕이 될 수 있다.
이 드라마는 우리가 한 평생을 살아가면서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등장인물 한명한명, 가족 구성원을 깊게 분석해 볼 만한 재미있고, 유익한 드라마였다. 이렇게 사회 현실을 반영해 주고, 교훈 의식을 도출해 줄 수 있는 드라마들이 자주 나오면 좋겠다.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예서, 우주, 기준, 예빈, 서준, 혜나, 수한을 응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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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 케노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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