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의 상황 #문화적 요소 #중세 영문학 #중세인들의 책 #우주모형 #C.W. LEWIS'에 해당하는 글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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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인들은 책을 너무나 좋아합니다.

 

책에 나온 내용이라면 정말 잘 믿습니다. 옛날 고전 작가들이 한 말이라면 거짓이라고 믿지 못합니다.

 

그리고 중세인들은 대단히 이질적인 책들의 모음을 물려받았습니다.

 

유대교부터 이교도,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스토아학파, 초기 기독교, 교부들의 책까지 읽었습니다.

(다른 분류 방식으로 말해 보자면) 연대기, 서사시, 설교, 환상을 기록한 책, 철학 논문, 풍자가 있었습니다.

 

이 고전 저자들이 서로 모순되는 말을 하리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장르의 차이를 무시하고 시인과 철학자가 말하는 과학을 똑같은 무게로 받아들인다면, 여러 저자들의 말이 더더욱 서로 모순되게 보일 것입니다. 

 

그런데 중세인들은 장르의 차이를 아주 많이 무시했습니다. 그들은 시인들이 이야기를 지어낸다는 사실을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지적할 수 있었음에도 실제로는 시인과 철학자의 말을 똑같이 받아들였습니다.

 

상황이 이러한 데다가 책에 나오는 내용을 불신하기를 한사코 주저하는 마음마저 강하다면, 여기에는 분류하고 정리하는 작업이 이루어질 절박한 필요와 영광스러운 기회가 분명히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외견상 모순되는 모든 것을 가지고 조화를 이루어 내야 합니다.

 

모든 것을 충돌 없이 담아낼 모형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모형이 모든 것을 충돌 없이 담아내려면 정교해지는 수 밖에 없고, 크고 세밀한 질서가 잡힌 다중적 체계를 통해 이 모형의 통일성을 이루어 낼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중세인들이 어쨌거나 이 작업에 착수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그들에게는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추가적인 유인이 있었습니다.

 

이 작업이 이미 시작된 데다가 상당히 많이 진척된 상태였다는 사실이지요. 고대의 마지막 시기에 많은 작가들이 -그 중 일부는 이 책의 뒤편에서 만나게 될 것입니다 - 아마도 반 정도는 무의식적으로 전혀 다른 출처에서 나온 여러 견해를 모으고 조화시키고 있었습니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스토아학파의 요소 뿐 아니라 이교적, 기독교적 요소까지 섞어 혼합 모형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중세는 이 모형을 채택하고 완성시켰습니다.

 

단테의 <신곡>

 

저는 이렇게 완성된 모형이 <신학대전>, <신곡>과 나란히 할만한 걸작이라고 말했는데, 이 모형이 두 작품과 어느 정도는 같은 이유로 우리의 정신에 비슷한 만족감을 선사한다는 의미였습니다.

 

이 모형은 두 문학 작품처럼 규모가 크지만 제한되어 있고 이해 가능합니다. 그 장엄함은 모호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것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뒷부분에서 설명하겠지만, 그것은 고딕적 장엄함이 아니라 고전적 장엄함입니다.

 

그 내용은 아주 풍부하고 다양하면서도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다른 모든 것과 긴밀히 이어져 있되, 평면적인 평등이 아니라 위계적 사다리로 이어져 있습니다.

 

이 모형의 이런 아름다움은, 더 이상 그것을 참된 것으로 여기지 않기에 예술품 대하듯 자유롭게 바라보는 - 또는 그렇게 바라볼 수 밖에 없게 된 - 우리에게만 분명히 드러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이 모형이 참되다고 믿는 동안에도 사람들은 그로부터 심오한 만족감을 얻었고 그에 관한 풍성한 증거가 있습니다.

 

저는 이 '우주 모형'이 중세 최고의 예술품일 뿐 아니라 어떤 의미에서는 중세의 중심 작품이라고 독자를 설득하고 싶습니다.

 

이 우주 모형 안에 대부분의 개별 작품들이 들어 있고, 개별 작품들은 이 모형을 끊임없이 언급했으며 이 모형으로부터 아주 많은 힘을 얻었다고 말입니다.

 

-[폐기된 이미지], C.S Lewis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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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케노시스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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