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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이전 세대의 아버지들이 부정적 영향력을 행사했다고는 하지만, 우리 세대의 아버지들이 모두 그 영향력 아래서 힘들어하는 것은 아니다.

형제 중에서도 유독 아버지와의 관계가 어려운 사람이 있다.

제작진은 이 문제를 고민하다 보웬(Murray Bowen)의 이론을 접했다.

가족치료 전문가인 보웬이 제시한 개념 가운데 '가족투사 과정(family projection process)'이라는 것이 있다.

가족 구성원들이 갈등을 겪는 경우, 그 원인을 다른 구성원에게 돌리는 것을 말한다.

가장 흔한 경우는 부부갈등이 생길 때 특정 자녀에게 투사하는 것이다.

 

 

​가족 내에도 흔히 말해 '약한 고리'가 있다.

갈등을 겪는 부모는 ​종종 자녀 중 가장 약한 자녀를 끌어들여 삼각관계를 형성하곤 한다.

특히 어머니는 자신의 괴로움을 아이에게 직접 투사하는 반면, 아버지는 어머니를 거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즉 아버지는 어머니와 갈등을 일으키고, 아버지로부터 상처받은 어머니가 아이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쉽게 설명해 보자.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갈등을 겪는 박창희 씨는 상담과정에서 아버지를 도움이 되지 않는 '쥐'로, 어머니를 '소'로, 그리고 자신은 소 옆에 있는 '강아지'로 표현했다.

"강아지가 원래 맹목적으로 한 주인을 따르잖아요. 저도 어머니만 바라보고 어머니 옆에서 도움이 되며 살고 싶었어요."

​어릴 때부터 마흔을 눈앞에 둔 지금까지 그를 떠나지 않고 지배하는 생각, 그것은 아버지에게 시달리는 어머니를 보호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었다.


아버지 때문에 힘들어하는 어머니를 어릴 때부터 보아오면서, 그는 아버지에 대한 자신의 분노에다 아버지에 대한 어머니의 분노도 일정 정도 짊어져야 했다.

 

 

어머니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어릴 때부터 무의식중에 커졌지만, 정작 어린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분노는 더욱 커졌다.

어머니는 본인도 피해자이니 아이를 붙잡고서라도 한탄하고 괴로워하고, 아이는 더욱 분노하게 되고...이런 악순환이 지금까지 반복돼왔다.

"제가 가끔 불평을 할 때는 어머니가 '네 인생 찾아가라. 나 혼자서도 충분하다'고 말씀은 하시지만....보이지 않는 손을 꼭 잡고 안 놔주세요. 너무 힘드시니까."

-> (필자: 소위 double binding 이라 불리는 어머니의 행동 양상)

부부갈등이 오래 지속되면 부부 중 어느 한쪽이 무의식적으로 자녀 중 한 명을 관계 속으로 끌어들이게 된다.


부부 사이에 자녀가 끼어든 삼각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가족상담 전문가인 최광현 교수는 그 메커니즘을 이렇게 설명한다.

"특히 아버지들이 알코올중독이라든가, 가정폭력을 행사한다든가,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무능력해서 아내가 너무 외롭고 힘들어지면, 가족 내에서 위계질서의 혼란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엄마에게 아들은 아들이 아니에요. 때로는 남자친구 역할을 하기도 하고, 정서적인 남편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죠. 그 아들은 아버지를 과도하게 원망하고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되고요."

 

 

부모의 관계에 끼어든 아들은 독립적 성인으로 자라기 어렵다. 아이가 형성하는 자아상의 절반은 아버지로부터 오기 때문에,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저버린 아버지는 자녀를 혼란스럽게 한다.


특히 아들은 자신 또한 훗날 사랑하는 어머니가 증오하는 남자가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더 큰 혼란을 느낀다.


그래서 부부관계가 흔들리면 자녀는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와 건강하게 분리되지 못한다.


어머니가 걱정돼서 혹은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해결되지 못한 숙제 때문에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정서적으로 미성숙한 어른이 되는 것이다.


박창희 씨가 전형적인 경우다.


어머니를 지키고 가족을 보호하고 싶었지만, 그는 실상 성인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어머니 옆에 붙어 있는 상태였다.


아버지에 대한 분노 때문에 아버지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하고, 어머니를 보호해야 한다는 일념 때문에 어머니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하고, 그는 뒤늦게 후회했다.

"제가 잘못했던 게 이것 같아요. 아버지 자리를 뺏으면 제가 누나와 동생과 어머니가 바라는, 가족이 원하는 아들이 된다고 착각했어요."

 

가족투사 과정은 부성의 부정적 영향력이 대물림되는 패턴을 보여준다.

 

 

 


가족 내의 약한 고리는 이를테면 '희생양' 역할을 하게 된다.


여기서 더 안타까운 점은, 훗날 결혼할 때 약한 고리들끼리 만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사람은 패턴에 익숙해지기 때문에, 비록 내가 부모로부터 받았던 것들이 너무 싫었지만 무의식중에 익숙해진 패턴을 선호하게 된다.


-> (필자: 일종의 '반복 강박')


부정적 영향력일 끼친 아버지가 있을 때, 올바른 반응은 부정적 영향력(패턴)을 닮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아버지(사람)를 닮지 말아야지' 하고 결심하게 된다.

​사람은 미워하고 패턴은 답습하는 것이다. 이것이 대물림의 핵심이다. 많은 남성들이 아버지와 똑같은 패턴을 가진 아내를 선택하거나, 나아가 스스로 아버지와 같은 패턴을 보이곤 한다.

 

이처럼 감정의 패턴, 사고의 패턴, 가족관계의 패턴을 끊어내지 못하면 부성의 부정적 영향력은 몇 세대를 거쳐도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세대를 이어갈수록 더욱 왜곡되고 강화된다.

-[파더 쇼크]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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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만약 엄마들이 남편에게 아버지 고유의 역할을 찾아주기보다 '당신 왜 애들 공부 안 봐줬어? 옆에 붙어서 공부 좀 가르쳐' 라고 일방적으로 지시한다면?

아버지로서 아이들에게 만족스런 역할을 해줄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질 것이다.

그런데도 ​아빠가 아이 공부를 봐주면서 '세상의 꿈이란 말이다~' 하고 있으면 아내들은 '당장 성적 떨어지는데 무슨 꿈타령이야?' 하면서 잔소리를 한다.

​서로가 잘 자극할 수 있는 동기를 갉아먹는 행위다.

​이와 관련해 조선미 교수의 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빠가 엄마 없이 아이를 키우는 상황이 아니라면 양육에 참여할 때 엄마라는 중간 존재를 거치지 않을 수는 없어요. ​엄마가 '여보, 이렇게 해줘, 그건 아냐.', 이런 말들을 종종 하죠. 그런데 중간에 있는 엄마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아빠가 역할을 잘할 수도 있고 잘 못할 수도 있고, 아이들에게 모델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어요.

 

 

엄마들은 아이를 직접 품고 낳았고 모성도 있기 때문에 아이에 대해 굉장히 예민하고 뭘 원하는지 바로 알지만 아빠들은 훨씬 둔감해요. 그게 잘못되었다는 게 아니라, 그냥 그렇게 되어 있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양육을 하기 위해서는 어머니들이 적극적으로 아빠의 자리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아빠는 결코 엄마처럼 못 놀아주거든요.

 

아빠들은 조금 거칠고 일방적일 수 있죠.

엄마 입장에서는 아이들을 참 함부로 다룬다는 생각이 들죠.

저도 그랬어요.

그런데 엄마가 계속 ​섬세하게 돌본 아이들이 어떻게 크는지 봤어요. 세상에 대한 내구력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엄마가 금방 나에 대해 다 알아차려줬거든요. 그런데 세상에 나가면 친구가 나를 알아차려주지 않고 선생님이 나를 알아주지도 않아요.

​그런 상황에서 아이들이 굉장히 힘들어 합니다.

오히려 조금 거칠고 투박한 아빠의 방식은 아이가 나중에 컸을 때 세상에 적응하는 데 교육이 됩니다.

 

 

그래서 부모가 서로 다른 역할이 있다는 걸 인정하고 엄마가 아빠 자리를 만들어주는 게 매우 중요해요.

아버지의 양육은 자녀가 어른이 되어 세상을 마주할 때 겪게 될 것을 가르쳐준다. 연구에 따르면, ​자녀는 엄마에게 일상적 보살핌과 감정적 지원을 기대하는 반면, 아버지에게는 사실적 정보를 원한다고 한다.

​아버지가 전해준 정보들은 훗날 어른 세계에 진입할 수 있는 지식이 된다.

이와 관련해 영국 BBC의 다큐 프로그램 <Biology of Dads>에서 실시한 실험을 보자.

엄마와 아빠가 자녀와 껄끄러운 대화를 할 때 어떻게 하는지 관찰하는 실험이다.

 

먼저 엄마와 딸의 대화. 엄마와 아이의 대화에서는 관계, 감정, 배려 등에 대한 표현이 나온다.

예컨대 집에 와서 컴퓨터게임만 하는 딸에게 엄마는 "네 행동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 라고 말한다.

법칙이나 규칙을 위반한다는 게 아니라 '엄마'가 싫어하는 뭔가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것이다.

엄마의 대화 특성은 한 가지 더 있다. ​아이와 대립하는 와중에도 아이의 말을 끝까지 들으려 하고, 때때로 미소를 짓거나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에는 화려한 옷을 입고 외출하려는 딸을 막아선 아빠다.

 

"제가 이 옷을 입었다고 왜 뭐라 그러세요?"

"몸이 너무 많이 드러나는 옷이야."

아빠가 가장 먼저 보이는 반응은 '맞서기'다.

아빠는 아이를 이해한다는 표현을 하지 않는다.

애써 동의하려 하지 않은 채 곧바로 문제를 제기한다.

"이렇게 입는 게 뭐가 문제예요?"

"파티에 가는 것도 아니잖아."

"그럼 파티에 갈 때는 그렇게 입어도 된다는 거예요?"

"어떤 파티에 가느냐에 따라 다르겠지."

이처럼 아빠는 ​이성적으로 논박​한다. 이 부녀는 어떤 자리에 어떤 옷차림이 맞는지에 대한, 즉 규칙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옳고 그름에 대한 대화다.

딸을 이해하거나 엄마의 심정을 내세우는 감성적인 대화와는 전혀 다르다.

정해진 규칙이 있으니 아이더러 따르라고 통고하는 것이다.

​아버지의 대화는 세상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다. 세금을 내기 싫어도 내야 하고, 빨간불에서는 멈춰야 하는 것이 세상의 규칙이다.

본인이 좋거나 싫은 것과 규칙을 지키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을 아버지는 대화를 통해 분명히 인식시키고 있다.


-[파더 쇼크] 에서 -

 

*모든 이미지는 구글 이미지를 활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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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의 질문은 ​에든버러 산후우울 척도검사(EDPS)에 따른 것이다. ​자녀가 영,유아기일 때 엄마가 느끼는 양육 스트레스나 좌절감, 우울감, 기분 저하 등은 산후우울증 또는 우울감의 연속인 경우가 많다. 각 문항에는 네 개의 답이 있는데, 그 중 자신이 최근 일주일 동안 느낀 것과 가장 비슷한 답의 번호를 체크한다. 답을 생각할 때는 누구와도 의논하지 말고 자신만의 생각에 집중한다.

 

1. 재미있는 장면을 보거나 웃기는 이야기를 들을 때 얼마나 웃나요?

 [3] 전혀 웃게 되지를 않는다.

 [2] 확실히 예전과는 달리 잘 웃지 않는다

 [1] 예전보다는 덜 웃는 것 같다.

 [0] 전처럼 똑같이 웃는다.

2. 일을 할 때 어느 정도로 즐거운 마음을 갖게 되나요?

 [3] 전혀 즐거워지지 않는다

 [2] 예전보다는 확실히 즐겁지 않다.

 [1] 예전보다는 덜 즐거운 것 같다

 [0] 예전처럼 쉽게 즐거워진다

3. 일이 잘못되면 필요 이상으로 내 탓이라고 생각하나요?

 [3] 거의 항상 내 탓이라고 생각한다

 [2] 많은 경우 내 탓인 것 같이 생각한다.

 [1] 내 탓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0] 전혀 내 탓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4. 이유 없이 불안하고 걱정이 앞서나요?​

 [3] 매우 자주 그렇다

 [2] 가끔 그렇다

 [1] 별로 그렇지 않은 것 같다

 [0] 전혀 그렇지 않다

5. 뚜렷한 이유 없이 무섭고, 꼭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든 적이 있었나요?

 [3] 그런 경우가 많다

 [2] 가끔 그런 적이 있다

 [1] 별로 그렇지 않다

 [0] 전혀 그런 적이 없다

6. 여러 가지 일을 당하게 될 때 잘 이겨내나요?

 [3] 대부분 전혀 견뎌내지 못했다

 [2] 전과는 달리 잘 견뎌내지 못할 때가 자주 있다

 [1] 대부분 견뎌냈다

 [0] 전처럼 언제나 매우 잘 견뎌내고 있다.

7. 요즘 너무 불행하다고 느껴져서 잠을 잘 이룰 수 없나요?

 [3] 거의 늘 잠을 못 이룬다

 [2] 가끔 잠을 못 이룬다

 [1] 별로 그렇지 않다

 [0] 전혀 그렇지 않다

8. 요즘 슬프고 비참하게 느껴지나요?

 [3] 거의 대부분 그렇게 느껴진다

 [2] 자주 그렇게 느낀다

 [1] 별로 그렇게 자주 느끼지 않는다

 [0] 전혀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

9. 너무 불행하게 느껴져서 자꾸 울게 되나요?

 [3] 거의 대부분 그렇다

 [2] 자주 그렇다

 [1] 가끔 그럴 때가 있다

 [0] 전혀 그렇지 않다.

10. 자신을 해치고 싶을 때가 있나요?

 [3] 자주 그렇다

 [2] 가끔 그렇다

 [1] 별로 그렇지 않다

 [0] 전혀 그렇지 않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답: 항목의 숫자가 점수이다. 자신이 체크한 답의 숫자를 합산해 점수를 낸다. 총점은 30점으로, 13점 이상이면 산후우울증으로 진단할 수 있을 만큼 엄마의 우울 증세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 경우 반드시 전문기관의 상담과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9~12점은 초기 우울 증세로 역시 상담이 필요하다. 8점 이하는 정상이다.


-<마더 쇼크>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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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다른 아빠만의 역할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아빠가 타고난 본성으로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자연스러운 역할은 무엇일까?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아주대학교 연구진과 함께 실험을 해봤다.

엄마와 아빠가 아이의 접근동기와 회피동기를 자극하는 데 특징이 있는지 알아보는 실험이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심리학자 토리 히긴스(Tori Higgins)는 인간의 동기를 '접근'과 '회피' 두 가지로 나누어 설명했다.

접근동기는 무언가 좋은 것을 얻기 위해 열심히 하는 것을 말하는 반면, 회피동기는 무언가 좋지 않은 것으로부터 벗어나거나 회피하기 위해 열심히 하는 것이다.

즉 접근동기란 뭔가를 적극적으로 해보겠다는 동기이고, 회피동기는 안정적인 지금 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불안요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아이에게 이 두 가지가 다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살면서 겪게 될 위험도 제거해야 하고, 미래에 대한 비전도 가져야 하므로.

그렇다면 남성은 ​접근동기가 강하고 여성은 회피동기가 강할까? 이런 성향이 아이를 키우는 데도 영향을 미칠까?

​제작진은 아버지와 아이, 어머니와 아이 짝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첫 번째는 해야 할 일 또는 하고 싶은 일 목록을 적고 아이의 미래 모습을 그리는 실험으로 진행되었다.

두 번째는 컴퓨터 실험으로, 모니터에 보이는 두 사선의 각도가 같으면 1번 키를 누르는 실험이다.

이 실험은 ​두 번에 걸쳐 하는데, 한 번은 맞힐 때마다 점수가 올라가는 접근동기 조건 하에서, 다음 번은 틀릴 때마다 점수가 깎이는 회피동기 조건 하에서 진행되었다.

​그 결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치가 나왔다.

 

아버지와 함께 온 아이들은 접근동기 조건의 컴퓨터 실험에서 좀 더 정확하게 과제를 수행하는 경향을 보였다.

아버지와 함께 온 아이들은 평균 59.5의 정확도를 보였는데, 접근동기 조건에서는 61.7의 높은 정확성을 보였다.

 

 

 

반면 어머니와 함께 온 아이들은 같은 조건에서 53.5의 정확성을 보였다.

 

이는 아버지와 함께 있다는 사실이 아이에게 '못하면 안 돼'라는 회피동기보다는 '잘하고 싶다'는 접근동기를 북돋아주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대로 회피동기 조건에서는 어머니와 함께 온 아이들의 정확도가 더 높았다.


​이러한 경향성은 첫 번째 설문조사 실험에서도 나타났다. 아버지와 함께 온 민기는 아버지와 활발히 이야기를 나누며 여행, 캠핑, 놀이동산, 축구 등 '하고 싶은 일' 위주로 적었다.

동진이도 아버지와 함께할 수 있는 운동, 기타 연주, 프라모델 수집 등 '하고 싶은 일' 중심으로 적었다.

딸과 함께 온 재은 아버지는 "재은이 하고 싶은 것 많지? 또 뭘 하고 싶어?" 라고 물으며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하도록 유도했다.

반면 석재와 석재 어머니는 '취직하기, 부모님 말씀 잘 듣기' 처럼 '해야 할 일'에 치중해서 적어 전형적인 회피동기적 모습을 보였다.

이 말은 무슨 뜻일까?

​아버지와 어머니가 줄 수 있는 동기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남성은 접근동기가 강하고 여성은 회피동기가 강하다는 식의 일반화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다만 엄마들은 주로 아이와 밀착해서 생활하기 때문에 아이의 안전을 위해 회피동기를 자극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아버지들은 상대적으로 아이와 떨어져 있으니 접근동기를 자극하기에 적합하다.

-[파더 쇼크]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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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이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다는 논쟁적인 연구 내용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내겐 왜 이런 모성이 느껴지지 않는걸까?' 라는 주제로 고민하는 많은 이들이 한번 쯤 생각해 볼 만한 내용이다.

 

당신의 생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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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엄마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전했는데도 여전히 모성이 부족한 나쁜 엄마라고 생각한다면, 그 이유 중 하나는 모성이 엄마의 완전한 본능이고 엄마가 꼭 지녀야 할 당연한 능력이라고 여기는 탓이 크다.

여자라면, 그리고 아이를 낳았다면 당연히 모성이 충만하고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모성의 힘으로 아이를 잘 키워야 한다고 단정 짓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모성의 힘​은 그렇게 엄청난 것일까?

​학자들 중에는 모성이 본능이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까지 생겨났다.

사회적 필요에 의해 어머니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모성이 과대 해석됐다는 것이다.


특히 프랑스의 철학자 엘리자베스 바댕테르(Elisabeth Badinter)는 저서 [만들어진 모성](L'amour en plus)을 통해 모성의 개념이 근대에 들어오면서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사회적, 역사적으로 분석했다.


그녀는 필요에 따라 모성이 후천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인 17,18세기의 유럽 사회에서는 오히려 아이들을 방치했다.

​당시 프랑스에서는 공립 고아원에 자신의 아이를 맡기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

1700년대 중반, 파리에 버려진 아이들은 3만 명 정도였는데, 10년 뒤에는 무려 두 배나 늘어 6만 명 이상이 되었다. 갓 태어난 아이 셋 중 하나는 버려지던 때였다.


부유한 계층에서는 어린 나이의 아들과 딸을 기숙학교나 수녀원으로 보냈다.


엄마들은 건강, 미용상의 이유로 모유 수유조차 꺼렸고 유모에게 아이를 맡기는 일이 많았다. 가난한 하층민에 속한 엄마들은 노동과  경제적인 이유로 아이를 돌보고 젖을 물릴 시간조차 부족했다.


그래서 아이를 버리거나 방치해 죽음으로 내몬 경우도 흔했다.

 


하지만 국가나 사회에서는 이를 비난하거나 계몽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프랑스의 계몽 사상가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는 사회에 만연한 이러한 세태를 없애자며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교육론을 담은 [에밀](Emile)을 저술했다. 이 책은 당시 프랑스 엄마들에게 육아 바이블이 되었다.(하지만 루소조차 자녀 다섯 명 모두를 고아원에 맡겼다 -.-)


​이후 프랑스 상류층 여성들은 아이를 유모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직접 아이에게 자신의 젖을 물리기 시작했다.

 

엄마가 직접 아이를 돌보고 수유를 해야 한다고 일깨우는 책들도 쏟아졌다.


이후 유럽 전역에 산업혁명이 전파되면서 국가는 아이들이 곧 미래의 노동력이자 경제적 자원이 될 것이라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영아 사망률을 낮춰야 했고, 엄마들은 반드시 모유 수유를 하고 아이를 건강하게 잘 키워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전달되었다.


바로 엄마로부터 고귀하고 성스러운 '모성'을 이끌어내 헌신적으로 아이를 돌보도록 유도한 것이다.


엘리자베스 바댕테르는 자신의 책에서 "어머니들은 모두 자기 자식에 대해 모성 본능, 혹은 자연발생적 애정을 지니고 있다는 신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모성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과는 달리 모성이 반드시 여성 모두에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에게 내재되어 있는 본능이라기보다 사회적 요구, 윤리나 종교적 가치에 의해 모성이 전면에 내세워진 것이라고 설명한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듯 하다. 생득적으로 모성이 형성되었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고, 진화론적 사고에 입각해서 모성의 필연성을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며 유신론적 신관에 입각한다면 모성의 자연적 부여를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용의 옳고 그름과 상관 없이 '만들어진 모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우리가 모성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좋은 엄마가 되는 것에 한계나 선을 미리 긋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모성은 절대 가치로 숭상하고 자신의 모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어쩔 수 없는 형벌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 글의 핵심)


-<마더쇼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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