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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들은 이번 원더우먼 후속작을 '황금박쥐 원더우먼의 크리스마스 대소동'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 제목도 상당히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 정도로 완성도가 안습인 상황이다.)

2시간짜리 공익광고 + 우뢰매를 섞어둔 듯한 이번 작품은 영화 자체로 보면 상당히 괴작이라고 생각한다.

(DC 코믹스는 아쿠아맨 이후로 부활하나 싶더니........)

(그래도 요즘은 감독을 바꾸고 나서 수어사이드 스쿼드 리부트도 성공시키고, 제법 노력은 하고 있어 보인다.)​

 

감독은 자신만의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영화를 제작한 것 같다.

 

그러나 '굳이 원더우먼이라는 귀하디 귀한 DC 코믹스의 히어로를 이런 식으로 소비하면서 메시지를 전달해야 했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원더우먼은 1편이 꽤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이번 후속작의 완성도가 DC 코믹스의 향방을 결정할 정도로 중요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최근 심폐소생술에는 성공한 것 같긴 하지만 마블이 달려왔던 길과 비교를 하자면 아직 갈길이 멀다.)

원더우먼은 필요 없었던 영화였다. 그냥 지나가는 행인1 을 앉혀놔도 별 문제가 없다.

소위 막판 빌런과는 앉아서 이야기 나누면서 빌런을 물리치기 때문에 싸움 잘하는 히어로는 필요 없다.

소원을 이뤄주는 신비한 물체, 각 사람이 지닌 욕망이 실현되었을 때 치르게 될 대가, 사람들에게 인기가 없던 바바라가 타인에게 느끼는 열등감과 비교의식, 그들이 지니는 삶의 어려움, 사랑마저도 포기하고 진실을 추구하는 바른 자세 등.

개별적으로 다뤄진 내용들은 하나같이 의미있고, 좋은 내용들이 많았다.

특히 코로나 시대에 개봉이 연기되면서 겨우 상영한 작품이다 보니, 작금의 상황에서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들이 제법 감동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뜬금없이 '실사 영화 <켓츠>에' 나올 법한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 이론에 부합하는 괴상한 복장으로 나타난 바바라의 등장은 말문이 턱 막히는 씬이였다.

 

 

이에 덧붙여 더욱 황당하게 황금박쥐가 되어 나타나서 서로 어색한 액션신을 주고 받다가 전기찌짐을 시전하는 괴상한 막판 전투신.

그리고 히어로물에서 기대할 수 있는 액션신 자체가 너무 비중이 적다 보니, 기이하리만치 영화가 단조롭고 몰입감이 떨어졌다.

중간중간에 인물들이 보여주는 행동들은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긴 하지만, 쉽게 공감이 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았다. 개연성을 치밀하게 짜둔 느낌도 아니다.

(이게 실제 만화책에 있는 내용인지는 모르겠는데,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큰 줄기부터가 영화화 하기에는 뭔가 시덥잖은 구석이 많았다. 뜬금없는 석유왕의 탐욕은...... 더 이상의 이야기를 생략하자.)

 

폭죽이 터지는 하늘을 투명 비행기로 날아가는 장면은, 눈을 즐겁게 해주려고 넣은 것 같긴 한데 너무 뻔한 느낌이 들었으며 바바라라는 캐릭터는 뜬금없이 막판 빌런과 손을 잡으면서 어색한 연합전선을 구축하기도 한다.

이 영화에 돈과 시간을 쓰는 건 너무 아깝다.

그냥 마지막에 원더우먼의 목소리를 통해 세상에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만 잘 추려 내서 5분짜리 공익광고로 만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DC 작품 중에 그나마 원더우먼이 수작에 속하는 편이었는데 이렇게 후속편이 망가지면서 다시 나락의 길로 떨어지진 않을지 걱정이 된다.

그래도 힘든 시기에 2시간 30분이 넘는 시간과 수만원의 돈을 투자할 수 있다면 이 작품이 남기는 메시지 자체는 매우 아름답고, 좋으니 챙겨가면 될 것 같다.

(일단 킬링 타임용으로도 별로 추천하고 싶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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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참으로 괜찮은 영화를 본 것 같다.

 

워낙 유명한 원작 소설이다 보니, 나는 마치 [작은 아씨들]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니 이전에 읽었던 소설 내용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어린 시절, 독서를 너무 게을리 했던 게 화근이었던 것 같다. 우리 나라 입시 중심의 교육열이 불러온 하나의 부작용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원작을 조금은 각색한 영화일 텐데, 원작은 고려하지 않고 순수하게 영화에서 묘사된 이야기만을 가지고 간단한 평을 남기고자 한다.

 

일단 배우들 중에서는 첫째인 메그(엠마 왓슨)만 친숙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주인공 느낌이 강한 건 둘째인 '조'였다.)

(참고로, 유투버 [달빛부부] 에 나온 이야기에 따르면 이 엠마 왓슨 자리는 엠마 스톤에게 갈 뻔한 자리였다고 한다. 두 엠마 배우들에 얽힌 에피소드들은 재미있는 내용이 참 많다.)​

(엠마 왓슨이 헤리포터 시리즈를 졸업한 이후에 영화 [콜로니아] 등에서 다채로운 연기 변신을 시도했던 점에서 참으로 멋진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 작품도 상당히 잘 고른 것 같다.)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했고, 시종일관 영화 속에 빨려 들어가듯 집중해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플로렌스 퓨는 최근에 마블 영화 [블랙 위도우] 에서 스칼렛 요한슨의 여동생으로 나온 배우다. 여기저기서 다양한 연기를 시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 영화는 거창한 특수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고, 스케일이 큰 것도 아니며 복잡한 시나리오가 가미된 것도 아니지만 굉장히 좋은 작품이다. 인생의 희로애락이 서정적인 분위기 속에 가득 담겨 있어, 오랜 시간 사색하고, 분석하고, 감상해 볼 여지가 많은 영화였다. (개인적으로 이런 사유가 가능한 작품을 '좋은 작품'이라고 정의하는 편이다.)

마치 영화 속 '조'가 네 자매의 잔잔한 이야기를 소설로 쓴 것처럼, 이 영화도 잔잔한 네 자매 이야기 그 자체이지만 그것만으로도 굉장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연극을 하고 싶었던 첫째 언니 메그, 소설가가 꿈인 둘째 조, 음악가가 되고 싶은 셋째 베스, 화가가 되고 싶은 막내 에이미.

이 영화는 여성들이 볼 때 공감을 많이 느낄 만한 내용이다. 감성 충만하고, 꿈이 가득한 네 자매가 각자의 목표와 각자의 색깔을 지닌 채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투영해 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며 특정 인물에 대해 특별한 공감 또는 불편한 감정을 느끼면서 보는 재미가 쏠쏠했을 것이다.

(가상 속 인물에 자신을 대입해 보고, 자신의 삶이나 타인의 삶을 투영해 볼 수 있는 게 영화라는 매체가 지닌 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유의 과정이 이 작품을 보는 시간을 굉장히 풍성하게 만든다.)​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점은 다음과 같다.

[1] 인생은 참 복잡미묘하고, 알 수 없다는 것

[2] 인생은 선택의 연속으로 정의내려진다는 것.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것.

사실 막내 에이미는 가장 안정적인 케이스에 가깝다. 조가 그토록 가고 싶었던 유럽 유학도 에이미에게 기회가 돌아왔으며, 조가 사랑했던 로리도 에이미에게 가 버렸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에이미가 가장 영리하고, 주체적이며, 성공적인 삶을 산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더 넓게 들여다 보면 사실 전혀 다른 각도의 분석도 가능하다.

늘 가난에 대한 스트레스를 토로하던 첫째 메그는 자신의 꿈인 연극도 포기한 채 가난한 수학 선생과 사랑하게 되어 경제적으로 힘든 삶을 살게 된다.

작가가 꿈이었던 조, 그리고 자신의 자유로움을 중요시 여기며 '사랑의 구속', '결혼이라는 굴레'로만 규정되던 여성의 삶에 반기를 들었던 그녀는 "외로움"이라는 감정(그리고 본능)과 사투를 벌인다. (끝내 소설가의 꿈을 이루긴 한다. 새로운 사랑까지도..)

음악을 좋아하고, 가장 착한 심성을 지녔던 셋째 베스는 옆집의 가난한 가족들을 돌봐주다가 성홍열에 걸려 죽고 만다.

선한 일을 하면 복을 받고, 악하고 영악하면 벌을 받는다는 공식으로 세상은 설명되지 않는다. 착하고 이타적인 베스는 일찍 죽었다. 첫째 메그가 꿈꾸던 삶은 다소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조가 원했던 첫 사랑은 자신의 동생에게 가 버렸다. 심지어 에이미도 자신이 싫어하는 대고모와 함께 생활하는 수고를 감수하기도 했다.

 

개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환경 요인들도 있었으며(베스가 걸렸던 질병 등), 개개인이 주체적으로 선택한 영역도 있었다. 병에 걸리는 건 선택할 수 없었다. 그러나, 가난한 수학 선생과 평생 함께 하기로 선택한 건 메그 자신이었다. 유럽에 가는 건 본인이 선택할 수 없었지만 로리라는 첫사랑을 선택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좇아 달려간 건 조 자신이었다. 대고모를 좋아하진 않았으나, 개인의 야망과 원하는 바를 확실하게 잡기로 선택했던 에이미는 그에 맞는 성취를 얻기도 했다.

사람마다 네 자매의 삶 중 자신이 선호하는 삶의 모습이 있을 것이다.

난 개인적으로 조와 에이미가 대조되어 보였다.

조는 중반 이후까지도 많은 것을 잃었다. 본성을 거스르는 사투를 벌이며 자유를 지키려는 대가는 상당히 가혹해 보였다. 그러나, 그 결핍과 상실감, 아픔이 있었기에 작가로서의 집중력과 (일종의) 광기를 획득하게 된 것도 사실이다. 그 때 미친듯이 써내려갔던 작품이 [작은 아씨들]이다.

 

 

무난하고, 유연하며, 다소 영리하게 (비교적 스무스하게) 자신의 길을 나아간 에이미는 다른 자매들에 비해 굴곡이 적은 편이었으나 삶에 대한 간절함이나 절박함이 그만큼 훈련되어 있지 않았기에 화가로서의 재능은 그다지 깊게 개발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삶에서 시련과 고통이 주는 예술적 힘을 상당히 중요하게 바라본 관점이다.

(니체가 이야기한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와 비슷한 맥락이라고나 할까?)

 

이 영화는 이런 식으로 각각의 인물들에 대해 분석해 보고, 그들의 삶을 재조명해 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또한 조의 대사 속에 나타난 것처럼 '유년시절이 훌쩍 사라져 버리고, 성인이 될수록 전혀 다른 삶이 펼쳐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불안, 아쉬움'에 대한 부분들도 상당히 현실적이고 잔잔한 감동을 주는 대목이었다.

(이렇게 화목한 네 자매의 삶을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다는 건 큰 축복이었다. 이와 같이 화목하지 못한 집들도 많기에 이 부분은 공감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저 인생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망라되었을 뿐인데, 그 속에 즐거움과 긴장감과 아픔과 감동이 공존한다는 게 이 작품의 큰 묘미인 것 같다.

결국 조의 대사처럼 "자매들이 서로 미워하기엔 인생이 너무 짧으니까"....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현재 주어진 삶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한 것 같다.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잘 살아간 것인지는 각자의 몫으로 남겨두는 게 좋을 것 같다.

결국 인생은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고 여러가지 인과율과 상호작용으로 인해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지만 그 와중에도 우리의 선택 하나하나가 쌓여 가서 우리의 삶이 이뤄진다는 게 아름다운 것 같다.

이 작품은 정말 좋은 작품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가슴과 머리가 풍성해지는 느낌을 받기란 쉽지 않은데 이 작품은 그 느낌을 충분하게 부여하는 작품이었다. 무조건 강력 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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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인해 극장가는 활기를 잃은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나름 비운의 영화라고 생각하나, 전 세계적으로는 상당한 흥행을 했다 하니 다행이라 생각한다. 필자는 코로나 사태가 심해지기 전 이 영화가 개봉한 날 직후에 영화를 관람했다. (이 글을 남기는 시점으로부터 제법 시간이 지난 상태긴 하다.)

기타 전쟁 영화처럼 거대한 스케일의 전쟁신이 나오거나, 대규모 전투가 벌어지진 않는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전쟁터 한 가운데로 관객들을 끌어 들이는 강력한 힘이 있었다. (작품성 높은 명작 전쟁 영화는 과연 이렇다!! 라는 느낌을 주는 작품이라고나 할까?)

영화를 보고 나서 나중에 알아보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함께 감독상, 작품상을 다툰 작품이라고 한다. 화려한 액션 씬이 별로 없이도 전쟁의 숨막히는 현장으로 관객들을 빨려 들어가게 하는 마력이 있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평범한 두 명의 병사가 작전중지 명령을 전달하기 위해 길을 떠나면서 시작된다.

이상하리만치 숨이 조여오고, 긴장감이 지속되는 느낌을 잘 살려주는 영화다.

이 영화를 본 많은 관객들이 주인공인 스코필드와 같은 장소, 같은 마음을 지닌채 전장터를 누비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마지막에 주인공이 노래 소리를 들으면서 나무에 머리를 기대며 쉴 때는 그 동안 이어져 온 긴장감이 한꺼번에 풀리면서 관객들도 함께 나무에 머리를 기대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런 느낌을 잘 살릴 수 있다는 게 감독의 역량이며, 작품의 완성도를 가늠케 해주는 척도 중 하나인 것 같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시각 효과상, 음향효과 상, 촬영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one continuous shot 이라 불리는 촬영 기법을 통해 여러 컷신을 하나로 이어 붙여 마치 long take shot 과 같은 효과를 만들었다고 한다.

촬영 수개월 전부터 촬영을 위한 시물레이션을 여러번 했다 하니, 가히 상을 받을 만한 작품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당시의 참혹했던 전쟁 상황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음과 동시에 인간의 '인생'에 대한 비유적인 감상에 젖기도 했었다.

 

하나의 시련을 넘어서면, 뭔가 일이 잘 풀릴 것 같지만 그 다음 시련이 준비되어 있고, 구덩이에 빠지고 나면 물에도 빠지고, 총알이 날아오기도 하며, 숨 돌릴 틈을 주지 않는 인생.

존 번연의 <천로역정> 을 전쟁터 버전으로 옮겨 놓은 듯한 스코필드의 여정은, 보는 이로 하여금 스코필드가 안식의 단계에 들어가기를 간절히 원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지금 왜 전쟁을 하고 있는지 그 인식이 모호해져 가기도 하며, 아끼던 동료가 한순간에 죽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멘탈이 흔들릴 만도 한데, 현재 주어진 임무 하나를 실낱같이 붙들면서 오직 그 임무를 완수하는데 모든 정신과 체력을 쏟아 붇는 스코필드의 모습은 불굴의 투지와 의지가 느껴지는 명장면이라 생각한다.

(인간의 '생의 의지'를 가장 적나라하고, 원초적으로 잘 그려낸 작품 중 하나 아닐까)

그런 측면에서 이 영화는 모든 장면 하나하나가 모두 명장면이다.

감독인 샘 멘더스는 자신의 조부가 겪은 전쟁 이야기를 기반으로 이 작품을 만들었다 하니,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이야기한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라는 말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만 적용되는 게 아닌 듯 하다.

샘 멘더스 감독의 [아메리칸 뷰티]는 이미 수십년 전에도 나무랄 데 없는 명작이었으며 당시에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었던 기억이 난다. 전혀 다른 장르에서 메가폰을 잡았음에도 그는 전쟁 영화 속에서 '인간의 삶'을 압축시켜 놓는 마력을 발휘한다. (역시 명장은 전투 현장이 바뀌어도 명장인가 보다)

임무를 완수하고 나서 스코필드가 보여준 모습은 나름의 '안식'으로 비춰 질 수도 있으며, 전쟁이라는 잔혹한 현실 앞에서 결국 또 다른 '고난을 위한 브레이크 타임'으로 비춰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떻게 해석을 마무리하든, 이 작품을 통해 1차 세계 대전 당시 영국의 젊은 병사와 우리는 함께 전쟁터를 누비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참으로 대단한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깜짝 출현한 콜린 퍼스 (킹스맨에서 기억에 남는), 베네딕트 컴버배치 (닥터 스트레인지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의 출현도 상당히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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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크레더블1 을 많은 분들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슈퍼 히어로를 표방하는 픽사 애니메이션(영화)

 

요즘은 마블의 슈퍼 히어로들이 영화관을 점령하고 있지만 애니메이션이 주는 아기자기함과 디테일한 묘사들은 기존의 마블 영화들과 또 다른 매력을 가져다 준다.

 

무엇보다도 전작도 그러했듯이 이번 작품도 실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슈퍼 히어로들의 daily life 가 중요하게 다뤄진다는 점이 다른 슈퍼 히어로물 들과의 차별점이라고 볼 수 있다.

 

한 사람의 가장으로서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고민하는 Mr. 인크레더블 (아빠)...

 

아이들을 챙기며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싶으면서도 자신이 지닌 재능을 가지고 사람들을 돕고자 하는 Elastic girl (엄마)... 한창 사춘기가 시작되어 이성 친구에게 관심을 가지나, 자신의 신분과 자신의 성격 등으로 인해 좌충우돌 하기도 하는 딸 바이올렛. 에너지가 넘치고, 자신도 영웅적인 역할을 하고 싶어 하는 남동생. 그리고 이번 편에서는 귀여운 매력으로 관객들 (특히 여성 관객들이 귀여워~를 많이 외쳤음 ㅎ) 을 사로잡은 막내 잭잭. (능력은 어마어마함 )

 

 

각자가 지닌 재능을 활용하여 사회 속에서 영웅적인 면모를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가정 내에서 각자의 역할을 고민하고, 학교에서 친구들과의 관계를 다루고, 사회 속에서 슈퍼 히어로의 역할을 고민하는 장면들이  스토리의 주된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는 게 인크레더블2 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일찌감치 흑인 친구인 프로존을 등장시키고, 중요한 역할을 부여하는 등 인종의 문제에 있어서도 나름의 신경을 썼다는 느낌을 받았던 1편. 이번 2편에서는 아내인 Elastic girl 이 메인 히어로로 등장하게 되면서 여성의 역할과 사회 속 지위 등에 대한 새로운 시각들을 고민해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남편이자 남성인 인크레더블이 가정에서 아이들의 학교 숙제를 챙기고, 딸의 이성 관계를 돕고, 갓난아기를 돌보면서 힘들어 하는 모습 속에서 엄마들의 애환을 느껴보는 장면들이 의도적으로 배치되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또한 기존에는 남성적인 캐릭터들이 사회에서 주요 역할을 맡으면서 받았던 스포트라이트를 여성인 엄마가 맡게 되면서 서로의 역할을 전도시켜 보고,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작품 내에서도 Elastic girl 이 기업 여동생에게 비슷한 뉘앙스의 대화를 건네는데 상당히 의도가 담긴 배치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여성이 가정 내에서 보이는 역할은 드러나지 않고, 힘이 들며 남성이 하는 일은 힘은 들지만 여성도 곧잘 해낼 수 있고 그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도 받아 마땅하다는 느낌으로 끝나 버렸다면 뭔가 2% 아쉬웠을 것 같으나 이 작품은 그런 흔한(?) 전개로 마무리 되지는 않는다.

결국 어른인 엄마, 아빠도 하지 못한 일들을 어린 자녀들이 해내기 때문이다.

이는 젊은 세대들의 역할과 지위의 향상까지도 반영하는 전개로 보여지기도 한다. 

이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어린이들이 보는 애니메이션이지만,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기도 하다. 지극히 현실을 반영한 휴머니즘 애니메이션이며 우리의 일상적인 고민과 가치관들이 잘 뒤섞여 있는 잘 차려진 밥상이다. 현실을 반영하며 재미를 살린 작품 속에 슈퍼 히어로, 애니메이션이라는 도구가 부수적으로 사용된 느낌이다.

'가족의 소중함', '사랑의 힘' 등 월트 디즈니 특유의 전형적인 전개 방식에 덧붙여서 연령의 문제, 성별의 이슈 등 까지도 너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녹여 내려 했다는 점에 박수를 쳐 주고 싶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기술의 발달 등으로 인해 사람들이 영상 매체를 의존하고, 기술을 의존하는 모습을 풍자하는 메시지들이 담겨 있었는데, 슈퍼 히어로를 의지하려는 대중들의 모습을 조롱하는 빌런의 등장은 신선했다.

 

실제 슈퍼 히어로가 우리 사회 속에 존재한다면 이와 같은 고민들이 가장 주요하게 다뤄져야 하지 않을까?

 

​(그 빌런이 왜곡된 방식으로 주인공들을 곤경에 빠뜨리려 했던 이유는 다분히 심리발달 적인 trauma 와 연결되어 있었으며, 나름 고개가 끄덕여 지고 '그럴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을 부여한다.) 

더 나아가 SNS 나 Youtube 등이 발달하게 되면서 보여지는 Screen 에 지배 당하고 마는 작금의 시대 분위기를 반성적으로 고찰해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이 작품은 다양하게 해석해 보고, 교훈을 도출해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물론 이런 의미 부여를 다 차치하고서라도 애니메이션으로서의 이 작품의 재미는 픽사 애니답게 수작 그 이상을 보장한다. (군더더기 없고, 재미있고 깔끔하다)

정신없이 보다 보면 마무리가 되어 있을 것이다.

추천한다! 

 

( 역시 픽사의 애니들은 명작이 많은 것 같다. 늘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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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좌의 게임 시리즈에서 용 엄마로 유명한 에밀리아 클라크가 주연한 크리스마스 멜로/로맨스 영화다.

<러브 액츄얼리> 부터 이어져 내려온, 크리스마스 멜로/로맨스, 로맨틱 코미디물(로코물) 한편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영화 자체는 약간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으며, 엄청난 명작/수작이라기 보다는 마음이 따뜻해지고 킬링 타임으로 보기에 괜찮은 오락 영화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후반부에 약간의 반전이 있는데, 마음을 비우고 보다 보면 감동도 꽤 있을 것이다.

​(영화에 대한 엄격한 평론을 하면 다소 비판받을 여지가 있는 구성일 수 있으나, 에밀리아 클라크 등 배우를 좋아하고,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느껴보고 싶은 이들에겐 나쁘지 않은 선택지가 될 만한 작품이다.)

 

영화 평론가들이 보기에는 개연성이라든지, 여러가지를 고려했을 때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에밀리아 클라크의 달달하며 자연스러운 연기와 다른 배우들의 연기가 상당히 좋기 때문에 몰입해서 볼 수 있다. 

일단 요즘 대세인 페미니즘 파워가 약간 들어가 있고, 다인종 문제, 성소수자 문제 등이 적절하게 녹아 있다.

(적당한 생각거리 던져준다는 면에서 나쁘지 않은 시도다.)​

 

영화 속에서 연인 관계로 나오는 이들을 보면 흑인과 백인, 동양인, 성소수자가 적절하게 어우러져서 요즘 한창 문제시 되고 있는 분열, 서로를 구별하려는 본능에 대한 저항이 자연스럽게 녹아져 있다.

​(요즘 트렌드이긴 한가 보다)

 

그리고 작품 속에 나오는 케이트(에밀리아 클라크)의 심리 묘사는 전형적인 듯 하지만 여전히 여운을 남기는 메시지가 있었다. 주인공에게 자신의 감정을 대입해서 영화를 즐길 수 있다면 상당히 몰입해서 볼 수 있는 내적 묘사가 담긴 영화다.

또한 여타 영화에서처럼 그저 행복한 가정만을 묘사하는 게 아니라, 전쟁 실향민으로서 트라우마와 우울증을 지닌 케이트의 엄마(사실은 조울증이나 조현병에 가까운 모습이 간헐적으로 보인다.), 화목하지 못한 가족들의 전반적인 모습이 주는 힘이 있는 영화였다.

(이런 현실성을 가미하려는 시도를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뻔한 클리셰라고 욕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자신의 꿈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가족의 이슈에 힘겨워 하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자신은 어떤 존재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주인공 케이트.

자기 효능감은 바닥을 치고 있고, 정체성의 문제는 끊임없이 그녀를 괴롭힌다. 그러나, 자신이 이식받은 심장과의 대화를 통해서 그녀는 새로운 삶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된다.

이 영화 속에서 나온 이야기들 중 기억에 남는 부분이 몇 가지 있다.

'normal'(정상) 이라는 개념은 허구에 불과하며, 누군가를 상처주는 말이다.

불안정할 수도 있고, 불완전할 수도 있는 삶.

하지만 하루하루의 작은 행동들이 축적되어서 나란 존재를 일으켜 세우기도 하고, 무너뜨리기도 한다.

인생이 무엇인지를 논할 때, "우리의 이야기가 축적되는 것이다". 또는 사르트르 식으로 표현하자면 "우리의 선택의 축적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우리의 작은 행동들이 모여, 우리를 이뤄 나가며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이전에 현재 있는 모습 그대로 격려 받아 마땅하고 가치있는 삶이라는 메시지는 워낙 진부하지만 여전히 힘을 지닌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케이트는 심장(톰 웹스터)과의 대화를 통해서 인식의 전환을 맞이하게 되고, 불우한 homeless 들을 도우면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가기 시작한다.

 

불화 가득하고, 가진 것 없는 가족, 제대로 풀리는 일 하나 없는 인생, 꿈의 좌절, 건강의 악화 라는 우리에게 놓여 있는 수 많은 아픔 속에서 주인공은 자신만의 작지만 아름다운 행동들을 축적해 나가기 시작한다. 이 이야기가 축적됨으로써 케이트의 삶은 그 자체로 아름답게 빛나면서 영화는 마무리가 된다.

각박해 져가는 세상 속에서 늘 발 아래만 쳐다보며 소멸되어 가는 우리의 인생들을 향해 "look up" (위를 봐) 라고 이야기하며, 내일/미래/희망 을 고대하게 해주는 이 영화는 충분히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힘이 있다고 본다.

용 엄마인 에밀리아 클라크(대너리스)가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돌아와 달콤한 메시지를 남겨 준다.

 

크리스마스에 연인/부부가 보기에 딱 좋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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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디즈니 사의 실사화 도전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극 사실주의로 비판 받은 라이온 킹 등에 비해 알라딘이라는 작품은 상당한 수작이다. 플롯, 연기력, 시각적 효과, OST 모두 훌륭하다.)

어린 시절, 애니메이션을 통해 이 작품을 즐긴 팬들이라면 단연코 많은 기대를 했을 것이다.

(더군다나, 라이온킹과 더불어 pc 게임에서도 알라딘은 정말 재미있는 횡스크롤 액션 게임이었다. 486 시절부터 게임을 즐겼던 세대들은 알라딘 게임이 기억날 것이다.)

 

마법의 양탄자를 타고 자스민 공주와 알라딘이 함께 세상을 경험하는 씬과 A Whole new world 노래는 어린 아이들의 가슴 속에 남아 있을 명장면이었을 것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애니메이션 알라딘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라이온킹은 10번 이상 본 것 같은데, 이상하게 알라딘은 기억이 안 난다.

(라이온킹 애니가 워낙 명작이라 그럴 수도 있다.)

일단 이번 작품은 눈과 귀가 즐거운 작품이다. 아름다운 도시 전경과 뮤지컬 영화를 표방하듯 멋진 음악과 춤이 가득하다. 윌 스미스가 열연한 램프 요정 '지니'의 개성도 한 몫 하여서 지루할 틈 없이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배우들의 연기에 있어서는 호불호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약간은 어색한 듯한 주연 배우들의 표정 연기와 악역을 맡은 자파의 '노 카리스마' 등은 일부 팬들 사이에서 단점으로 지목되고 있긴 하다.

(그러나 싱크로율은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특히 자스민 공주 역의 나오미 스콧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싱크로율을 보여준다.)​

 

하지만 자스민 공주 역을 맡은 나오미 스콧이 부른 Speechless 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겠다는 주제) 정말 압권이었다. 

: 부모님이 목회자이고,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알려져 있는 나오미 스콧은 실제로 CCM 가수들에게 영향도 많이 받았으며 엘범도 몇 차례 낸 바 있는 실력파 가수이기도 하다.

(요즘도 운전하면서 자주 듣는 노래다. 따라 부르면 재미가 쏠쏠하다. 가사가 너무 좋다.)​

 

 

영화의 전개는 느리지 않았으며 빠른 템포 및 리드미컬한 진행 방식이 돋보였던 작품이다. 큰 군더더기 없이 이야기의 마무리까지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대개 애니메이션의 실사화 작품들은 잘해야 본전이며, 기존 작품들의 팬층이 탄탄하면 탄탄할수록 추억 보정이라는 '필살기' 앞에 여지 없이 무너지곤 하는데 이 만한 퀄리티의 작품이라면 까다로운 팬들도 평타 이상의 만족감은 느끼지 않을까 싶다.

일부 노래, 일부 장면들은 애니메이션의 추억 만으로 남기는 게 더 나을 뻔한 장면도 있었을 것이고 (Prince Ali 와 같은 노래는 원작보다 별로였다는 평가들이 더러 있어 보인다), 또 다른 장면들은 실사화된 그래픽으로 보니 훨씬 더 감동적일 수도 있을 것이다.

 

잘 만들어진 작품들은 많은 시간이 지나도 다양한 방식으로 변형되어 사람들의 기억속에 다시 한번 기쁨을 선사해 줄 수 있다는 걸 경험하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큰 고민 없이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를 찾고 있으며, 평소 디즈니 작품을 좋아했다면 나름 만족스럽게 보고 나올 영화이다. (일단, 작품 자체가 별 군더더기가 없다 보니 수작 이상의 평은 받을 수 있을 듯 하다)

(여성들의 사회 참여 등에 대한 최근 중요 이슈도 건강한 방식으로 잘 담겨져 있어서 보는데 거부감 없고 공감대도 잘 끌어낸 듯 하고 말이다.)

 

디즈니 사의 실사화 프로젝트가 이런 퀄리티로 꾸준히 나와주면 좋을 것 같다.

(라이언킹은 눈물이 나긴 하지만......이건 사람이 아니니 실사화하기가 쉽진 않았던 것으로 참작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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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 100년 사상 첫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봉준호 감독의 작품은 일단 어느 정도 믿고 보는 편이다. 그가 지닌 깊이와 사회를 들여다 보는 섬세한 감각에 대한 신뢰가 있는 편이기도 하고 말이다. 

(영화 괴물, 설국열차 등 해석거리도 다양하고 깊이도 있고 참 좋은 작품들이었다.)

(그리고 배우 송강호 씨가 주연한 영화들은 생각거리를 많이 던져주고, 작품성이 괜찮은 경우가 많아서 잘 챙겨보는 편이다.)

이번 작품 기생충(parasite)에 대한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는 전작인 '괴물'과 같이 '기생충'들이 나와서 혈전을 벌이는 SF 물인 줄 알았다. 하지만 포스터에서 풍기는 특이한 느낌과 영화 자체에 대한 정보가 다소 부족한 상태에서 영화를 보러 갔다.

 

 

전체적인 총평은, 우리 사회의 빈부 격차 문제를 깊게 들여다 보고, 현미경으로 관찰한 듯한 느낌.

 

부유한 박 사장(이선균)의 집에 전원 백수인 기택의 가족들이 들어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기묘하지만, 지독하게 현실적인 느낌을 풍기는 이야기들이 인상적이다.

1차적으로는 가진 게 없다 시피 한 기택(송강호)의 가족들이 박 사장(이선균)네 집에 기생하는 형국이다. 그 속에서 또 다른 기생충을 발견하게 된 그들은 서로간의 밥그릇 싸움을 하면서 서로를 다치게 만들고, 서로를 파멸시킨다.

하지만 이 작품의 제목은 원래 '데칼코마니' 로 지으려 했었다 한다.

그렇다면 가진 게 많은 '숙주'라고 할 수 있는 박 사장 네 가족들도 기택의 가족들과 겹치는 접점이 있는 걸까?

살아가는 환경이 다르고, 누리는 삶의 혜택이 천차만별인 두 집안은 어떻게 데캍코마니처럼 하나로 겹쳐질 수 있는 접점을 찾을 수 있는 걸까?

이 작품에서 인상 깊은 대화가 있다.

대략 이런 뉘앙스였던 걸로 기억한다.

기택이 말한다.

"이 집 사람들은 돈이 많은데 착하네."

그러자 아내인 충숙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돈이 많으니까 착한 거죠."

 

그렇다. 심리학에서도 이야기하길 한 인간의 경제 수준과 행복은 비례한다고 했다. 물론, 어느 정도 까지는 정비례를 하다가 어느 정도 궤도에 진입하게 되면 그 때부터는 완만한 곡선을 이루게 된다.

(아마 돈에 대한 욕망이 워낙 강해서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의 영역을 넘어서도 돈 그 자체에 집착하게 되는 위험성이 있는 것 같다. 가령 전 재산이 1000만원인 사람과 전 재산이 20억인 사람은 행복과 여유의 수준이 다를 것이다. 그러나, 80억 가진 사람과 1000억 가진 사람의 삶의 풍요로움이 과연 얼마나 다를까?...욕망의 범주에 들어서는 순간,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처럼 인간은 돈을 향해 빨려 들어가는 존재인 듯 하다.)

 

일단, 상당한 재물을 지니기 전까지는 돈을 많이 가질 수록 행복하다는 것이다. 행복한 사람이 삶에 여유가 생기고 선한 인상을 주기가 상대적으로 더 쉽다고 추론할 수 있다.

물론, 모두가 다 아는 흔한 예외들도 존재한다.

"돈이 많다고 다 행복한 건 아니야, 삶의 행복은 잡히지 않는 무형의 가치들에 있기 마련이야."

"돈 많은 집도 우울증 걸리고, 자살하고 힘들게 살던데?.... 가정 분위기가 삭막하고, 부모님이 자녀들에게 요구하는 게 많다 보니 드라마 <스카이 캐슬> 처럼 불행하게 살아갈 수도 있지 않겠어?"

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일단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없는 반지하 집 백수 생활에서 '행복을 누리고, 선한 인상을 주며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같은 저서를 보면, 돈을 욕망하는 게 죄가 아니라 돈이 없는 게 죄인 시대가 되었다는 문구가 나온다. 가난으로 인해 수 많은 악에 노출되는 경우는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돈이 많으니까 착하지." 라는 아내 충숙의 말에는 상당한 근거가 있다.

(그러나, 그 돈을 어떻게 축적해 왔는지, 그 사람의 가정 환경, 살면서 겪었던 사건들, 트라우마 등등 여러가지 요인들이 함께 착용하기 때문에 공식처럼 성립되는 주장은 아니다.)

그렇다면 기택은 왜 놀란 걸까?

"돈이 있는데도 착하네. "

우리 사회 속에서 단지 돈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갑질'을 하려 하고, 가지지 않은 자를 천대하는 듯한 몰상식한 행태를 보이는 이들이 아직도 많이 존재한다. (사실 이 세상의 가장 큰 힘은 특정 '지위', '권력'이 아닌, '돈'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회 생활을 하다 보면 A가 B를 내리 누르면서 으름장을 놓는 모습들을 여러 차례 목격하게 되고, 그와 같은 당연한 피해 의식들이 쌓이다 보면 "가진 것들은 하나같이 인성이 개판이야." 라는 분노가 생길 수 있다.

 

(누군가 재물을 가졌다는 이유 만으로 미워하는 건 온당하지 못하다. 이건 상식이다. 하지만, 게으르지 않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으나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로 인해 반지하 생활, 백수 생활을 벗어날수 없다면 가진 이들을 향한 기대, 원망, 비교 의식 더 심하게 나아가서는 피해 의식이 생길 수도 있다.

 

이미 여러 복합적 이유로 많이 가진 이들이 가지지 못한 이들과 섞이기를 꺼려하며 자신과 가족의 안위만을 누리면서 살아가려는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심리가 인간의 기본 욕망에 부합하는 것처럼, 그들을 향한 원망과 비교 의식에 휩싸이는 것도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 중 하나일 것이다.)

 

결국 박 사장이 반지하 냄새에 대해 경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기택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는데...

이 과정은 영화 중간 중간에 점진적이며, 누적적으로 기택의 분노가 쌓일 만한 근거들을 보여줌으로써 개연성을 더해준다. 이 부분을 이해 못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사람을 죽이기까지 하느냐?... 열등감 덩어리인가?"

그렇다. 고작 그 정도로 사람을 죽여선 안될 말이다.

하지만, 기택이 느껴온 감정은 좀 더 근원적으로 쌓여온 분노의 감정일 것이다.

결국 "여유로운 생활을 하면 표면적으로는 더 여유가 있고, 위트가 있고 선한 인상을 줄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편이다." 그러나 "돈과 재물을 많이 지녔다 하여 그 사람의 '전인'이 더 올바르거나, 성숙하거나, 깊이를 지니는 건 아니다. 더군다나 본질적으로 들어가 봤을 때 더 착한 건지도 재고해 봐야 한다."

부잣집 사모님인 연교(조여정)는 대학도 나오지 못한 기우와 기정(박소담)의 언변에 이리저리 휘둘리면서 다소 무지한 모습, 순진한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박 사장(이선균)은 시종일관 '선을 넘지 말아라.' 는 엄포를 놓으며, 자신과 자신의 일, 자신의 가족에 해당되지 않는 더 거대한 사회/경제학적 문제들에 대해서는 어떠한 개입이나 의견 교환도 허용하지 않는다.

(이미 충분히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으므로 이걸 잘 지키고, 불려 나가기만 하면 된다. 폭우가 와서 반지하 집에 물이 차고 넘치고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 등은 애초에 안중에도 없다.)

 

기택의 가족과 박 사장의 가족의 차이는 딱 하나 뿐이다.

"돈을 더 가졌느냐, 돈을 덜 가졌느냐."

이로 인해 초래되는 수 많은 삶의 질적 차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의 차이는 가시적으로는 차원이 다른 수준을 보이는 것 같으나 사람의 됨됨이나 본질에 있어서는 별다른 차이점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더 많은 재물을 지녔다 하여, 가지지 못한 자들을 더 깊고 섬세하게 들여다 보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 삶에 대해 무관심 하거나, 무관심 하려고 하거나, 무지하다. 알아도 자신들에게 별로 좋을 게 없다고 간주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말이다. (그래서 관련 문제/주제를 해결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그들에게 기대할 수 있는 바가 더 적은 경우도 많다. 잘 모르니까.)

가지지 못한 자들은 여유도 없고, 생활 전반의 스트레스는 쌓여 가고, 초조해 지면서 가진 자들에게 원망을 품게 되거나, 헛된 기대를 하게 되거나, 피해 의식을 쌓아 가게 되고 가진 자들은 여유는 있고, 누릴 수 있는 것도 많으나, 자신들 나름대로의 스트레스만으로도 스트레스의 전부인 양 느끼고 힘들어 하며, 전혀 다른 이유이지만 나름의 초조함과 불안을 지닌 채로 가지지 못한 자들이 풍기는 냄새를 경멸하며, 그들과 섞이기를 원치 않으며 자신들만의 공간을 지키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어려운 문제다.

이 영화는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비난하거나, 미워하기 힘든 영화다.

그저 가슴이 아리면서도 웃음 짓게 하고, 두려우면서도, 씁쓸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이다. 배우들의 놀라운 연기와 미친 몰입도가 인상 깊었던 작품이다. 여러 번 영화를 보고 그 내용을 곱씹어 볼 가치가 충분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이 사회에서 돈이 지닌 힘과 경제력이 지닌 막강함은 고민해 볼 가치가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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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오래 된 영화다. 아마 이 영화를 본 게 수년 전일 것이다.

플롯이라 불리는 남성이 정신과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정신과 의사가 그를 진료하면서 이야기는 전개 된다.

(이렇게 생각거리를 많이 남기는 영화를 좋아하고, 케빈 스페이시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조용히 이완된 상태에서 차분하게 감상해 보면 상당히 좋을 작품이다.)​

 

정신과 병원의 전반적인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 분야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한번 쯤 보면 좋을 것이다.

이 영화는 케빈 스페이시의 미친 연기력이 한 몫 하는 작품인데, 자신이 지구로부터 1천 광년 떨어진 케이팩스라는 행성에서 온 외계인이라고 주장하는 플롯 역할을 맡았다.

 

이 영화의 결말을 보고 나면, 그가 정말 외계인이었는지, 아니면 공고한 망상에 사로잡힌 조현병 환자였는지에 대한 의견들이 분분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열린 결말의 정수가 아닐까)

전반적으로 분석가들의 견해 및 소설을 읽은 분들은 그가 외계인임을 더 지지하는 것 같다.

중의적인 힌트들을 계속적으로 던지면서 관객들을 미궁으로 빠뜨리는 영화의 전개도 신선하지만, 사실 이 작품은 그가 외계인이든, 조현병 환자이든 큰 차이는 없을지도 모른다.

정작, 중요한 건 그가 정신과 병동에 있으면서 주변 환자들에게 삶의 목표를 부여 해 주고, 그들의 삶을 긍정해 주고, 그들에게 자신들만의 역할을 부과해 줌으로써 '삶의 의지'를 일깨워 줬다는 점...

그리고, 정신과 의사로 하여금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도와 주고, 한 사람의 삶에 신선한 바람과 도전을 불어 넣어 줬다는 점이 중요한 것 같다. 

우리가 지각하고, 경험하며, 해석하는 세상이 우리의 생각을 넘어서서 더욱 깊고 오묘할 수 있다는 역설적인 관점에 대한 사색을 도왔다는 점도 이 영화의 가치를 더해 준다.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는 영화였다는 점이 좋았다.

그가 외계인이 아닌 조현병 환자였다면 너무 마음이 아플 것이다.

 

정확한 이야기는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생략하겠으나, 우린 플롯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그가 외계인임을 강하게 주장하고 싶어 진다. 그러한 복선들과 근거들도 상당히 있고 말이다.

​그가 케이 팩스로 돌아가서도 행복하길 바랄 뿐이다.

가슴 아픈 상처를 입고 살아가는 많은 이들이 생각나는 영화이기도 하다.

우리는 어떤 가치를 바라보며 지금도 살아가고 있는가?

이 영화는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 보게 해 주고, 우리 주변으로 눈을 돌리게 해 주는 영화다.

(오직 나 자신에게만 시선이 집중되면 우리는 욕망과 욕심에 눈이 멀어버릴 수 있다.)​

 

이런 생각거리를 던져 주는 게 영화의 깊은 매력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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