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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뇌 속에 들어 있는 감정을 담당하는 캐릭터들을 가지고 영화를 만든다.

(우리나라 웹툰 [유미의 세포들]도 참신하지만, 인사이드 아웃을 위시한 픽사의 명작 애니들을 보면 소재의 참신성에 있어서는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픽사다운 창의력이 돋보이는 영화다.

 

무엇보다 이러한 창의력을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표현해내는 그들의 저력이 대단하다.

 

Joy(기쁨), sadness(슬픔), disgust(혐오,까칠), anger(분노), 소심(fear) 5가지의 성격이 각자의 역할을 담당하며 귀엽게 캐릭터화 된 모습은 정말 사랑스럽고 훈훈하다.

 

 

대상이 느끼는 '감정'들이 구슬 같은 모양으로 '입력'이 되고 이게 '장기 기억소'로 가서 보관된다는 발상이나 우리의 삶 속에서 아주 중요한 핵심 기억이 있어서 이러한 '핵심 기억'이 '인격'이라는 '섬'을 형성한다는 해석은 특히  심리학적으로도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emotion, long-term memory, core memory, personality 등 주요한 개념들이 어린 아이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된다는 점에서 이 작품의 전달 능력은 정말 대단하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라일리의 '핵심 기억'은 주로 joy(기쁨)으로 기억되었고, 이러한 핵심 기억 덕분에 주인공인 라일리의 마음 속에는 인격을 형성하는 다양한 섬이 만들어 진다.

 

친구와의 우정을 다루는 '우정섬', 가족간의 친밀함이 만들어낸 '가족섬', 그 이외에도 엉뚱하고 유쾌한 삶을 좋아하는 '엉뚱섬', 자신이 자신있게 즐길 수 있는 활동인 '하키섬', 잘못한 것을 감추지 않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정직섬' 등 말이다.

 

그러나 마냥 행복하게만 보이던 라일리의 삶은 아빠의 직장 문제로 이사를 하게 되면서 급변하게 된다.

 

이젠 미네소타에 살았던 때처럼 넓은 정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친밀감을 쌓았던 친구들도 없고, 집도 허름해졌다.

 

 

 

Joy 가 주를 이루던 라일리의 마음 속에는 다른 마음이 틈타기 시작한다.

그리고 처음 전학간 학교에서 학우들 앞에서 자기소개를 하면서 그만 눈물을 흘리며 다른 감정들에 사로잡히고 만다.

 

이러한 작다면 작을 수도 있는 사건이 감정에 미치는 영향력은 엄청났는데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서서히 라일리의 성격을 이루는 인격의 섬들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

 

이 영화가 표현해 내는 라일리의 머릿속은 정말 다채롭다.(환상적이다라고 말해도 전혀 과장이 아니다)

 

각 캐릭터의 개성도 적절하게 살아 있고, 꿈에 대한 묘사라든지 어린 시절 상상 속에만 등장했던 코끼리와 고양이와 돌고래를 섞어둔 동물의 등장은 creativitiy 의 절정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는 '추상화시키는 공간' 속에 joy sadness와 상상의 동물이 들어 갔을 때 '형태'를 잃게 되고, 3차원에서 2차원으로 번형되어서  이 되어버리는 scene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상상 속에서 라일리가 자신만을 좋아해 주는 가상의 남친을 설정해 둔 점. 그리고 그 남친들을 쭉 타고 낭떠러지를 건너는 부분은 와~ 대박! 이라는 탄성을 내지르게 해줬다. 연출이 기가 막힌다.)

 

영화가 주는 메시지 중 중요한 부분은 슬픔에 대한 재고이다.

 

기쁨 만을 라일리에게 주고 싶어하는 joy 는 도중에 ‘sadness’을 놔두고 자신만 라일리에게 돌아가려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상상의 동물이 자신이 아끼던 로켓(수레)을 잃어버려 낙심하고 있을 때 그 동물을 위로해 줄 수 있었던 건 joy가 아니라 sadness였다.  

 

마지막 장면을 보면 결국 joy sadness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라일리는 슬퍼야 할 때 그 슬픔을 표출함으로써 가족들로부터 다시 용납을 받는다.

 

이 때 무너져 내렸던 '가족섬'은 다시 생기를 되찾게 된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 때 ‘핵심기억’이 형성되는데 이건 순전히 ‘기쁨’으로만 구성된 구슬이 아니라 슬픔과 기쁨이 뒤섞인 '새로운 종류의 구슬’이었다.

(이런 부분들은 '파괴는 진화의 시작이다'라는 문구를 표방한 에반게리온 극장판의 문구라든지, 정/반(테제,안티테제)가 부딪혀 합을 만들어 내는 헤겔의 변증법을 떠올리게 만든다.)

 

 

결국 5가지의 감정들이 더욱 조화를 이루게 되면서 다양한 색이 섞인 구슬 기억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 다시 라일리의 인격을 형성하는 들이 더욱 다채로운 모습으로 추가, 진화되어서 라일리라는 존재를 이루게 된다.

 

놀라운 발상이고, 환상적인 표현력이며 재미와 감동이 고루 갖춰진 흠 잡을 게 별로 없는 수작이다.

 

어린이가 이해하기엔 좀 어려울 수 있긴 한데, 그러다 보니 어린이를 데리고 온 어른들이 더 감동을 받는 영화 같기도 하다.

 

그러나 픽사가 워낙 어린이들을 사랑하는 제작진들이다 보니,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나서 나오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만들었으니 너희들은 영원히 철들지 말아달라 라는 말 한마디 만으로도 아이들은 이 영화를 이해하기 보다는 가슴으로 느꼈을 거라고 믿는다.

 

이 영화가 시사해 주는 부분들을 짤막하게 나누고 싶다.

 

1.     라일리처럼 사랑을 많이 받고 부족함 없이 자란 가정의 자녀들도 이사’, ‘새로운 친구 관계’, ‘경제적 문제 등의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클 수 있는 이슈들로 인해 얼마든지 감정의 격변을 겪을 수 있고, (라일리 본인의 감정만 놓고 본다면) 죽음에 가까운 고비를 넘길 수 있다는 걸 부모 세대들은 알아둘 필요가 있다.

 

(절정의 순간, 라일리가 가출을 하고 다시 미네소타로 돌아가는 차를 탔을 때, 그녀의 감정을 control 하는 계기판은 검게 물들어 버리고, 감정이 죽어 버리는 위기의 순간이 있었다. 슬픔이 적절하게 표현되고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때 그녀는 부모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어두운 길을 걷고 있었던 것이다.)

 

 

2.     마지막에 라일리가 울면서 다시 예전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을 때, “아빠도, 엄마도 힘든데 꼭 그렇게 말해야 겠니? 이 집이 어때서? 이 만한 집도 못 얻고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라고 말하며, 가르치려 드는 모습이 아니라, “아빠도 예전 집이 그립구나 라고 말하며 안아주는 부모의 모습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이렇게 성숙하게 자녀들의 감정을 받아주는 부모가 몇이나 될지 모르겠다. 라일리가 복이 많은 것 같다. (부모들이 배울 점이 많은 작품일지도..)

 

3.     감정 캐릭터들의 표현들이 참 놀랍고 재미있었다. 특히 anger 같은 경우는 분노를 표출하면서 자신을 지키려 하고, 충동적인 가출을 실행에 옮기게 만들면서 끊임 없이 자신의 불행을 타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말을 한다.

(ex) 이게 다 부모님 때문이야 라든지.). 분노가 지닌 단점들이 꽤 드러나긴 했지만, joy sadness가 없던 빈 자리에서 그나마 라일리를 지켜줬던 감정이었기에 역시 가치가 있는 것 같다.

 

4.     어린 시절에 경험했던 '사건', 그리고 그 사건이 '기억'으로 '저장', 그 기억 중에 정말 중요한 기억은 ‘핵심 기억’으로 보관되어 '인격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부분을 멋지게 표현한 점은 이번 [인사이드 아웃]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그 '기억의 구슬'을 보면, 생각보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추억들이 라일리의 '인격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쳐왔음을 알 수 있다. 

 

어릴 때 꽈당 넘어지면서 우연히 넣었던 하키의 첫 골! 이 때 부모님이 아낌없이 칭찬해 주며 잘했다고 말한 덕분에 그녀의 인격에는 하키섬이 생겼다. 

 

또래 친구와의 즐거웠던 시간들이 우정섬을 만들어 주고, 부모님과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들 덕분에 가족섬이 생겨났다. 이러한 묘사가 쉽게 이해도 되면서 굉장히 realistic 한 부분이다 보니, 더욱 집중해서 보게 되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생각보다 큰 게 아닐 수도 있다. 

 

특히 유아기, 아동기 시기에 부모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할 것이다. 다양한 섬이 아름답게 조성될 수 있게 힘을 써야 할 것 같다. [오카다 다카시의 서적들을 함께 본다면 이 작품은 단순한 오락영화가 아닌 매우 중요한 심리,발달 영화가 될 것이다.]

 

 

5.     감정 캐릭터들 중에서 주로 부각되었던 건 joy sadness일 것이다. Joy는 행복했던 기억으로만 회상하고 있던 특정 기억이 사실 알고보니 sadness가 힘을 써준 덕분에 발현될 수 있었던 기쁨이었음을 깨닫는 장면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미네소타 주에 있을 때 하키 팀이 플레이오프전을 치뤘는데 라일리가 골을 놓쳤던 적이 있었다. 이 때 상심해 있던 라일리를 부모가 와서 같이 슬퍼해 주고, 위로해 줬기에 라일리는 다시 웃으며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고 이 기억이 기쁨으로 기억될 수 있었다. 

 

이렇듯, 사람의 감정은 단순하지 않고 '복합적'이다. 

 

어쩌면 라일리가 어릴 때 형성했던 '인격섬'들은 완전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 '불완전함'들은 '시련' 속에서 '슬픔' 속에서 무너지고 깎이면서 결국 '복합적인 감정들'이 서로의 자리를 인정하며 통합되는 그 순간, 진정한 라일리 인격체에 맞는 ‘완전한 인격섬’들이 그녀의 존재에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다양한 감정이 아우러진 구슬들 중 핵심기억이 생겨나고 이러한 핵심기억들이 인격섬을 형성하게 되자, 어릴 때 단일한 색상의 구슬로 만들어졌던 인격섬보다 훨씬 더 풍성한 인격이 형성되는 것을 보면서 우리 인생의 희노애락이 이 영화에 다  담겨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픽사의 에니는 참 버릴 게 없는 것 같다.

작품의 완성도로 본다면 10점 만점에 9점 이상을 너끈히 줄 수 있는 명작이다.

자신을 돌아보고, 가족을 돌아보고, 주변 이웃을 돌아보는 좋은 시간이 되리라 생각한다.

(특히 부모님들이 자녀들을 양육할 때 참고할 부분이 많다.) 

 

p.s1: (엄밀히 말하면 이 영화에서 표현하는 joy(기쁨)와는 차이가 있지만 '웃김'만 있고, 우울과 슬픔이 배제되어 버린 세상의 모습은 미티 작가의 네이버 웹툰인 [야부리맨] 15화를 보면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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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케노시스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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