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류의 소설 중에 그나마 가장 괜찮게 읽은 책이다.
[코인로커 베이비스]와 [69]를 읽었을 때 느꼈던 모종의 불편감이 이 책에선 잘 느껴지지 않았다. (다행 스럽게도)
-> 그러나 이러한 감정은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므로 그의 작품을 선택할 때 크게 영향을 미치진 않길 바란다.
[엑소더스]는 소재도 신선하고 , 우리 주변에서 충분히 일어날 법한 일들을 담고 있다. 그 속에는 역시 사회의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무라카미 류의 특유의 글솜씨도 잘 녹아있다.
중학생들의 반란….. 아니.. 그들의 혁명….
하지만, 이들의 혁명은 오히려 어른들의 엉뚱한 인생을 보완해 주고 , 그들을 살려주는 역설적인 공헌을 하고 마는데....
처음에는 ‘쳇.. 말도 안돼…’
정도로 치부해 버린 만한 황당한 전개였지만, 이 책 속에 나와 있는 치밀한 사건 전개를 통해 이 중학생들의 혁명이 ‘정말 이런 날이 오는 거 아니야?’ 라는 느낌으로 받아들여지는 순간이 있었다.
(묘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었고, 나름의 논리로 독자를 설득시킨 것이다.)
그 만큼 , 작금의 사회가 부조리하며 교육이 무너지고 있으며 , 정치가 어수선하며 , 경제가 혼란스럽다는 걸 반증하고 있는 건 아닐런지.....
이 모든 상황에서 ‘엑소더스’ [Exodus]를 행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한 두명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이 갑갑한 세상 속에서 탈출하여 , 새로운 세상을 그리고픈 욕망…
(참고 지식: Exodus는 성경에 나오는 '출애굽기'를 의미한다. 영어 단어 의미로는 '바벨론 유수', '이집트 탈출' 정도로 해석하면 될 것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에서 노예처럼 살아가던 중, 모세라는 혁명적인 지도자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나타나 그들을 애굽 땅에서 구해내는 과정이 '출애굽기'에 담겨 있다.)
물론 중심 인물들이 ‘중학생’ 들이라는 점에서 신선하면서도 , 이러한 이야기를 글로 쓰게 된 근본 배경에는 ‘세상에 대한 환멸’ ,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 등이 담겨 있는 게 아닐까?
그러한 세상을 그저 ‘중학생’ 이라는 (그나마) 더럽혀 지지 않은 아이들을 통해 그려본 것이고 말이다.
성숙함이 배어 있는 일본 소설은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그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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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 케노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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