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역할 #치료자'에 해당하는 글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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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정신치료에서는 무엇보다도 환자의 협조가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치료 과정 중에 환자가 감당하고 부담해야 하는 몫이 크기 때문이지요.

 

이를 수치로 표현하기는 어렵고 또한 수치로 인해 도식화 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분석정신치료에서 전체 치료 진행의 몫을 10으로 볼 때 치료자의 몫을 4로 두고 환자의 몫을 6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 자신과 치료를 하려는 이 환자는 과연 어느 정도의 몫을 감당할 수 있는 상태인가? 치료자 자신에게 이를 스스로 묻고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요리를 잘 하는 사람과 요리를 잘 못하는 사람의 차이가 무엇일까요?

 

제 경험에 의하면 요리할 때 들어가는 여러 재료와 양념을 필요한 만큼 적절하게 넣을 수 있는지에 그 차이가 생긴다고 봅니다.

 

무조건 많이 넣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너무 많이 넣으려 한다면 그 요리의 맛을 장담하기 어렵겠지요.

 

꼭 필요한 재료와 양념이 안 들어가도 마찬가지로 맛을 장담할 수 없다고 봅니다. 결혼 초에 왜 내가 만든 요리는 맛이 없고 남편이 만든 요리는 맛이 있는지를 살피다가 제가 내린 결론이 이러했습니다.

 

또한 맛있게 만든 음식도 우리가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적당한 양과 적당한 온도를 잘 이용할 수 있어야 하겠지요.

 

이 모두는 저의 초기 신혼 생활에서의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된 일입니다.

 

분석적인 계열에 속하는 정신치료도 바로 이런 발상으로 이해한다면 좀 더 쉬울 겁니다. 치료자가 나서서 환자의 어려움을 다 해결해 줄 것 같은 태도를 취하면 이는 아주 취약한 상태에 놓여있는 환자의 경우에서는 환자에게 안전감과 안정감을 느끼게 하고, 치료자로부터 필요한 충분한 지지를 받았다고 느끼게 할 수는 있지요.

 

 

하지만 반대로 현실감이 충분히 살아있고 이미 다른 사람이 자신의 인생 문제를 다 해결해 줄 수는 없다는 걸 알고 있고 치료를 받으러 오기 전에 여러 가지의 시도를 통해서 자신의 문제가 해결이 안 된다는 걸 파악하고 온 환자의 경우라면 치료자가 이런 태도를 취한다면 오히려 환자는 치료자의 전문성을 의심하게 될 터이겠지요.

 

그도 그럴 것이 이런 환자의 경우에는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데 있어서 근본적인 문제로의 접근과 이해가 필요하다는 의식적인 각성을 지니고 치료에 왔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니까요.

 

만약 환자 마음속에 치료자의 몫이 10이라는 주장이 강하다면 우선 지지적인 정신치료를 하면서 어느 정도까지 환자가 자신의 몫을 감당할 잠재력이 있는지를 살필 수도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속성 때문에 분석 정신치료의 결과에 대한 예측이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환자가 처음에는 환자의 몫인 6할 정도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치료자가 평가했지만 치료의 진행에 따라 그렇지 않다는 게 점점 더 분명해질 수도 있겠고, 그와 반대의 경우도 가능할 수 있겠지요.

 

이런 속성으로 인해서 분석정신치료의 치료적 효과를 치료자가 환자에게 확신을 가지고 예측해서 미리 말해주기가 어렵고 따라서 분석정신치료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이 많은 사람을 설득하기가 어렵습니다.

 

이 지경에 이르게 되면, 초보 치료자는 다시 한숨이 나오겠지요. 다음의 넋두리가 절로 나오겠네요.

 

'아니 하나도 단순하거나 쉬운 게 없어 보이네.' 하고 말입니다.

 

네, 맞습니다. 분석정신치료를 한다는 일은 늘 치료자로 하여금 시험에 들게 하는 일이고 항상 불확실성과 더불어 살아가는 일입니다. 자신이 이런 점을 너무나 견디기 어려워한다면 왜 이런 치료를 하는 치료자의 길로 들어섰는지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일이 필요합니다.

 

-[2부]에 계속-

-[정신분석의 이삭을 줍다, 치료자를 위한 길잡이], 민성혜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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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케노시스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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