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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는 환자가 치료의 효과에 관해 초기 면담이나 평가면담 후에 물어볼 때, 치료자가 지나치게 회의적으로 답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보통은 치료자의 치료 목표가 환자가 바라는 치료 목표보다 높은 경우가 많고, 환자는 치료에서 충분한 도움을 받았다고 느끼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겠죠. 혹은 치료를 통해서 환자가 자신에 대해서 충분한 통찰력을 갖게 되면서 자신이 치료에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의 현실적인 한계를 인식하게 되기도 합니다.

 

우선 치료자의 역할을 생각해 볼까요? 앞서 얘기에서 분석정신치료 진행에서의 환자의 몫을 6할이라고 보고, 치료자의 몫을 4할이라고 제가 가정했는데 제 말을 잘못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 비유는 치료가 진행될 때 치료 안에서의 역할을 이야기한 것입니다. 하지만 환자와 분석분석정신치료의 치료 계약을 맺은 뒤에 그 치료 틀을 유지하고 치료 환경을 만드는 데 있어서 치료자의 역할은 이보다 훨씬 더 큽니다.

 

처음으로 치료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볼 때, 저는 치료자의 역할이 거의 10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치료를 시작한 이후에는 물론 치료 계약을 따라야 하는 환자의 역할 분담이 늘어나게 됩니다.

 

환자에게는 치료 지속을 위한 치료 계약의 외적인 틀을 준수해야 하는 역할 분담이 있지요.

 

약속한 치료 시간에 오고, 약속한 치료비를 지불하는 등의 일이 여기에 속하겠지요.

 

 

치료 계약의 내적인 부분으로는 치료 시간에 와서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나 떠오르는 생각, 느낌, 감각 등을 가능한 한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하는 역할이 부여됩니다.

 

요컨대, 분석정신치료는 말로 하는 치료입니다. 환자가 치료 시간에 무엇이든 말로 표현하는 건 괜찮지만 치료 시간 내에서 어떤 행동이건 행동으로는 표현하지 않아야 하겠지요.

 

분석정신치료에서는 정신분석에 비하면 환자에게 자유연상을 하도록 많이 강조하지는 않지만, 환자가 이야기해 나아감에 따라서 환자가 직면하고 있는 고통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인 셈입니다. 따라서 분석정신치료에서 환자에게 부여된 중요한 역할은 자신의 고통을 향해 나아가라는 거지요. 당연히 환자는 의식에서는 이 작업을 하러 분석정신치료에 왔다고 알고 있지만 여러 방법을 통해서 이 고통을 피하려고 합니다. 환자는 침묵하거나, 자신의 고통과 멀어지는 방식으로 말하거나 등등의 방법으로 말이에요.

 

이 과정에서 치료자에게는 환자에게 왜 치료 계약이 필요하며 치료의 틀을 유지하는 것이 치료에 어떤 의미가 있어서 그런지를 필요한 시기에 적절하게 설명하거나 교육하거나 환자의 저항을 조심스럽게 다루어 주어야 하는 역할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분석정신치료에서 치료자가 환자에게 요구하는 일들은 환자에게는 이상하게 생각될 수 있는 일이기도 해서이지요.

 

이 과정에서 의문이 생깁니다.

 

예를 들면, 왜 환자에게만 주로 말하게 하고 치료자는 가만히 듣고만 있는지요? 그리고 환자가 질문을 하는데 왜 치료자가 직접적인 답변을 하지 않기도 하는지요? 환자가 가지게 되는 매우 기본적이고 일반적인 의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주로 환자가 자유롭게 이야기하게 하고 치료자가 침묵하는 이유는 환자에게 치료적으로 도움이 되는 퇴행을 일으키기 위한 목적이 있다거나, 환자의 질문에 바로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대답을 안 하는 경우에도 어떤 치료적 목적이 있어서 그런다거나 하는 걸 알려주는 일이 치료자의 역할에 속하는 일입니다.

 

많은 환자가 말하는 것만으로 과연 치료가 될 수 있는지를 궁금해 하기도 합니다.

 

아이흘러(2010)는 다음과 같은 비유로 이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복서가 캄캄한 링 위에 서 있으면서 누구와 싸우는지 모르는 상태일 때, 정신치료는 여기에 빛을 비추어서 누구와 싸우는지를 보게 해준다, 라구요.

 

-[정신분석의 이삭을 줍다, 치료자를 위한 길라잡이], 민성헤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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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케노시스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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