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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이삼십대가 되면 자아상, 즉 자신에 대해 가지는 이미지가 상당히 일관성을 띤다.

 

사십대쯤에 그때까지의 삶의 선택들에 대해 의문을 던지면서 중년의 위기를 거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자신의 가치들, 종교적 신조, 주요 문제들에 관한 입장, 경력과 관련한 선호 같은 것들을 아주 당연하게 여긴다.

 

그러나 경계성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이런 것들에 관한 탐색이 끝을 모른다.

 

타인에 대한 일관된 인식이 결여된 것처럼 자기 자신에 대한 본질적 인식 역시 결여되어 있다.

 

언제든 믿고 매달릴 수 있는 자신에 대한 인식이 없는 그(그녀)는 마치 폭풍 한 가운데 떠 있는 배의 갑판에서 비바람에 이리저리 떠밀리고 강타당하는 승객과 같다.

 

맹렬한 폭풍우 한가운데에서 그는 붙잡을 무언가를 찾아 필사적으로 주변을 살핀다.

 

그러나 보이는 것은 구명조끼를 입고 돛대에 스스로를 묶은 다른 승객들 뿐이다. 또 다른 집채만 한 파도가 갑판을 덮치자 그는 살아남기 위해 다른 사람이 매달린 돛대를 함께 잡는다.

 

하지만 구명조끼는 한 사람만 입을 수 있는 크기이고, 돛대도 두 사람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갈라지기 시작한다.

 

 

 

로버트 윌딩어는 만성적인 공허함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인 정체성 혼미(identity diffusion)의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정체성 혼미란, 경계성 성격장애가 있는 환자들에게서 보이는 증상으로서,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는 느낌, 뿌리 깊으며 종종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느낌을 의미한다.

 

보통 우리는 다른 환경 속이나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도 자신을 일관성 있게 경험하는데, 경계성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은 그런 자기의 연속성을 경험하지 못한다.

 

대신, 경계성 성격장애 환자들은 통합시킬 수 없을만큼 서로 모순되는 자기 이미지들로 가득 차 있다.

 

그들은 흔히 자신의 내면이 텅 비어 있는 듯하다거나, 자신에게는 아무것도 없다거나, 누구와 있느냐에 따라 다른 사람이 된다고 말한다.

 

그들의 내적 공허함과 혼미 때문에 그들은 어떻게 행동하고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존재할지를 결정하는 데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반응에 의지하게 된다.

 

누군가가 옆에 없으면 자신이 누구인지 인식 못하거나, 아예 자신이 존재한다는 느낌조차도 가지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사실은 그 같은 환자들이 왜 혼자 있는 것을 피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종종 충동적으로까지 행동하는지, 그들이 왜 원인을 알 수 없는 공포나 한없는 권태, 그리고 해리를 경험하는지를 부분적으로 설명해 준다.

 

 

 

경계인들은 자신을 정의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동시에 자신의 정체성이 무엇이든간에 항상 모자람이 있다고 느낀다.

 

앞에서 분열에 대해 설명하면서 우리는 경계성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판단할 때 근거로 삼는 것은 상대방과의 가장 최근 만남이라고 했다.

 

그들은 관계라는 것을 여러 요소들이 공존하는 통합체로 보지 못한다.

 

관계란 언제나 "그런데 당신은 최근 나를 위해 뭘 했지?" 라는 질문일 뿐이다.

 

경계성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도 남들과 같은 방식으로 대한다.

 

그들의 자존감은 자신의 최근 업적에 달려 있다.

 

그리고 남들을 평가할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도 가혹하게 평가하기 때문에 무슨 일을 하든지 자기 마음에 드는 경우가 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 경계성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 중 일부는 하는 일에서 눈부신 성공을 이루고, 직장과 공동체, 혹은 가정에서 업적을 인정받게 된다.

 

그러나 그들은 종종 자기가 마치 대사를 외우는 배우 같다고 느낀다.

 

관객들이 집으로 돌아가면 그들의 존재는 사라지는 것이다.

 

경계성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들 중 일부는 자신이 타인의 무력한 희생자라고 여긴다.

 

그의 행동이 특정한 상황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경우에도 말이다.

 

이것 역시 그들이 지닌 정체성 딜레마의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예로, 집단상담 시간 중 경계성 성격장애가 있는 어느 남자가 불평하기를, 집주인이 자신을 쫓아냈기 때문에 갈 곳이 없다고 했다.

 

다른 참가자들은 한 20분쯤 그에게 동정의 말을 건네다가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묻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이 남자는 집주인의 주차 공간에 자신의 차를 세우는 등 아파트의 규칙을 너무 많이 어겨서 쫓겨난 것이었다.

 

경계성 성격장애가 있는 한 여자는 상습적으로 남편을 구타했고, 수도 없이 바람을 피웠으며, 남편 옷가방 안에 마약을 숨겨 놓은 뒤 경찰에 신고하여 남편을 구속시키기도 했다.

 

여자는 끝내 남편에게 이혼하자고 했다. 그 후 남편은 직장에서 만난 여자와 사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경계인 여성은 친구에게 자신의 이혼을 설명할 때 남편이 직장 동료를 만나기 위해 자신을 버렸다고 말했다.

 

두 경계인 모두 각자의 상황에서 자신이 한 역할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경계성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 중 일부가 피해자 역할을 하는 까닭은 그것이 동정적인 관심을 유발하고, 정체성을 제공하며, 자기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착각을 주기 때문이다.

 

학대 경험이 있는 경계인들은 그러한 경험의 각본을 그대로 반복하기도 한다.

 

어쩌면 그들은 신뢰하는 사람으로부터 잔인한 행동을 기대하도록 오랫동안 조건화되었기 때문에 자신을 계속해서 피해자로 여기는지도 모른다.

 

어린아이였을 때 그들은 학대하는 사람의 행동이 자기 탓이라고 느꼈을 수도 있다.

 

자신의 어떤 점 때문에 사람들이 차갑고 무자비하게 행동한다고 믿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성인이 되었을 때 타인에게서 최악의 상황을 기대하는 것이다.

 

 

 

그들은 상대의 정상적인 행동을 잔인하거나 자신을 버리려는 행동으로 해석해 강한 분노나 절망, 혹은 수치심으로 반응한다.

 

이러한 배경을 모르는 주변 사람에게는 그들의 행동이 혼란스럽기만 할 것이다.

 

경계성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다른 역할은 바로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는 역할이다.

 

이런 긍정적 역할은 경계인들에게 정체성을 제공하고 통제감을 강화시켜 주며 공허함을 덜 느끼도록 해준다.

 

[경계인의 고백]

 

내게는 함께 있는 사람의 특징들을 내 것으로 취하는 카멜레온 같은 능력이 있다. 그러나 이런 행동은 다른 사람보다 나 자신을 속이기 위한 것이다. 내가 어떤 특정한 성격이 될 때, 나는 마치 망토를 입는 것처럼 진정한 나 자신 위에 그 성격을 덧입는 것이 아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나는 사람들의 삶을 망치는 일을 즐기는 교활한 책략꾼이 아니다. 그 과정은 사실상 의식적인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런 일이 오랫동안 지속되다 보니 나 자신도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다. 자신이 실재가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위조품 같이 말이다. 만약 나에게 이런 과정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력이 있다면, 위협을 느낄 때마다 '나 자신'으로 돌아가면 그만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잡았다, 네가 술래야] 에서 -

 

*모든 이미지는 구글 이미지를 활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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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뉴욕의 타임스 스퀘어 광장 한 가운데에서 길을 잃고 혼자 서 있는 일곱 살 아이라고 상상해 보라.

 

조금 전까지만 해도 당신은 엄마 손을 잡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엄마는 군중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엄마를 찾으려고 주위를 미친 듯이 둘러보지만 엄마는 보이지 않고 겁나는 낯선 사람들이 당신을 쏘아 보며 지나갈 뿐이다.

 

바로 이런 감정이 경계성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이 거의 언제나 느끼는 것이다.

 

자신만이 고립된 듯하고, 불안하며, 혼자라는 사실 때문에 겁에 질리는 그런 감정 말이다.

 

주위에서 그를 아끼고 지지해 주는 사람들은 마치 길 잃은 어린아이에게 미소를 짓거나, 도움을 베풀거나, 따뜻하게 포옹을 해주는 군중 속의 몇몇 친절한 얼굴 같은 존재이다.

 

그러나 그 사람들이 곧 떠날 듯한 행동을 하든지 경계인이 헤어짐의 징조로 해석할 수 있는 일을 무엇이든 하는 순간, 경계인은 공포에 질려 허둥대고, 갑자기 분노를 터뜨리거나 떠나지 말라고 애원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반응한다.

 

경계성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버림 받는 다는 공포를 불러 일으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장애가 있는 한 여성은 자신의 룸메이트가 지하의 공동세탁실에 가기 위해 아파트를 나서는 것조차도 못하게 했다고 한다.

 

한 예로, 어떤 남자가 경계성 성격장애가 있는 아내에게 자신이 생명이 위험할지도 모르는 병에 걸렸다고 애기하자 아내는 남편이 의사를 만난 것에 불같이 화를 냈다고 한다.

 

때로는 버림 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경계인이 솔직하게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분노 같은 방법으로 그 두려움을 표현하는 경우도 많다.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느낌, 자신의 상황에 대한 무력감은 경계성 성격장애자의 분노를 쉽게 자극하기 때문이다.

 

경계인이 어렸을 때 보호자의 관심을 받지 못했거나 심한 문제가 있는 가정에서 자랐다면,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느낌을 부정하거나 억누름으로써 공포를 극복하는 법을 배웠을 수도 있다.

 

오랜 기간 같은 방법을 쓰다 보면, 더 이상 처음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당신 주변의 경계인이 기분 나빠하거나 화를 낸다면, 혹시 그 사람이 버림 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유발할 만한 일이 없었는지 생각해 보기 바란다.

 

[비경계인의 고백]

 

직장에서의 귀가 시간이 5분이라도 늦어지면 아내는 내게 전화를 걸어 어디 있는지 알아 내려고 한다. 무선 호출기를 들고 출근해야 하며, 아내는 끊임없이 호출기를 울려댄다.

 

친구들과 외출할 수도 없다. 아내가 너무 싫어하기 때문이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중에 호출 당하는 수도 있다.

스트레스가 심해 이제는 아내가 같이 나가지 않는 이상 친구들과 어울리는 일도 그만두었다.

 

[경계인의 고백]

 

버림 받았다고 느낄 때의 내 감정은 고립감, 끔찍한 공포, 그리고 주위 모든 사람으로부터의 소외감 등이 뒤섞인 것이다. 나는 겁에 질려 당황한다. 배신 당하고 이용당한 느낌이다. 죽을 것만 같다.

 

어느 날 밤, 나는 남자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텔레비전에서 하는 영화를 보고 있다면서 영화가 끝나면 전화하겠다고 했다. 나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 다리미질을 했다.

그는 전화하지 않았다. 좀 더 기다렸다.

 

여전히 벨이 울리지 않았다. 버림 받을 거라는 끔찍한 느낌이 다시 닥쳐왔다.

 

나 자신도 어쩔 수 없었다. 바로 전날, 이제 그가 진정으로 나를 사랑한다고 믿기 시작했기 때문에 더욱 고통스러웠다. 밤 10시, 마침내 전화벨이 울렸을 때는 이미 그와 헤어지기로 마음 먹은 뒤였다.

 

그가 헤어지겠다고 하기 전에 내가 먼저 그를 지워야 했다. 그러나 전화를 받고 보니 남자 친구는 그때까지 영화를 보고 있었다. 자신이 우스꽝스러웠지만, 내가 느꼈던 아픔, 공포, 심장을 찌르는 듯했던 불안감은 너무나도 생생했다.

-[잡았다, 네가 술래야]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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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짧게 소개된 '히스테리성(연극성) 인격장애(성격장애)는 DSM-5 나 PDM 에서 자세하게 소개되고 정신분석에서 깊게 연구하고 있는 히스테리성 인격장애보다는 다소 아마추어적인 설명이 많이 들어 있다. 하지만 일반 대중들이 보기엔 더 직관적이고 이해하기가 쉬울 내용이라서 "이런 느낌이다~" 라고 파악하기에는 좋은 내용 같습니다.

 

 

 

연극성 인격장애 혹은 히스테리성 인격장애는 주로 여성에게서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여겨졌으나, 근래에는 남성에게서도 더욱 자주 관찰되고 있다.

연극성 인격장애자들은 끊임없이 타인의 관심을 끌고 시선을 사로잡으려 한다.

그들은 ​기질적으로 감정이 불안정하며 또한 작위적이다.

​그들은 수시로 태도와 목소리를 바꾸며, 때로는 상대방이 누구냐에 따라 억양과 표현의 방법마저 그때그때 바꾸는 능력이 있다.

진실한 인간관계 맺기를 피하려 하기에 그들은 주로 혼자지만, 누군가 자신을 주시하고 있으면 안도감을 느낀다.

(PDM 의 내용에 따르면 그들의 대인관계는 상당히 피상적이며 많은 이야기를 하며 사교적으로 보이지만 정작 자신에 대한 깊은 이야기는 극도로 꺼려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들은 끊임없이 상대방을 유혹하려 한다.

그러나 그 단계가 지나면 그들은 관계를 이어나가기 힘들어한다.

 

(그래서 연극성 인격장애(성격장애)가 의심되는 이들은 이성에 대한 관심이 많으며, 이성 친구에 대한 친밀감(intimacy)을 성적 행위와 혼동하는 경향이 있다. 즉,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다 내어주는 건 엄밀한 의미에서의 '친밀감'이 아닌데도, 상대방이 자신을 성적으로 받아들이면 이를 '관계적 친밀감'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자신의 모든 걸 다 내어주나 관계를 깊게 맺는 법을 모르고,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다 보니 상대방은 이 사람과 깊은 교감을 나누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고 결국 헤어지거나 관계가 서먹해 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렇게 관계에서 한이 맺히고 나면 남성 혐오, 여성 혐오 (주로 남성 혐오가 더 많을 것이다. 연극성 인격장애가 대체적으로 여성군에서 더 많이 발견되므로) 를 외치며 분노를 표현하곤 할 것이다.)

 

그들은 타인에게 내비치는 이미지와는 달리 매우 유약한 내면을 갖고 있다.

감정이 매우 풍부하지만 기분이 계속 변한다.

협박을 하거나 자살기도, 성적유혹 등의 행위를 하면서 타인을 조종하려 한다.

노골적으로 성을 드러내지만 실제 관계를 유지해나가는 것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대체적으로 '여성' 히스테리성 인격장애 환자들은 자신과 다른 성 (남성)이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다른 성을 동경하고 가지고 싶어 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증오하는 양가적인 감정을 드러내곤 한다.) 

 

그들은 나쁜 자기상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 분리 불안을 가지고 있으며, 버림받았다는 생각이 들면 우울이나 불안 증세를 보인다.

-[악성 나르시시스트와 그 희생자들] 에서 -​ 

 

*모든 이미지는 구글 이미지를 활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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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자에게만 유독 Stigma 가 강하게 남는 현상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으며 술을 마시고 취한 범죄 행위나 범법 행위에 대해 과연 관대하게 접근하는 것이 타당한지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사실 술을 마신 상태에서 일어나는 범죄에 대해서는 가중처벌을 해야 한다는 의견들도 참고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그들은 치료를 받아야 함이 분명하나, 자신들의 질환으로 타인에게 고통을 가할 권리는 없기에 이를 치료를 위한 절박한 동력으로 사용하는 게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은 알콜 중독에 대해서는 상당히 깊이 있는 지식을 많이 제공해 주는 책이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지식을 배우는 입장에 있겠으나, 일부 의견에 있어서는 동의하지 못하는 내용들도 섞여 있다. 관련 문제로 고민하는 이들에겐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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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알코올 중독은 바닥치기(hitting bottom)라는 관문을 거쳐야 회복 과정에 들어섰다고 여겨진다.

 

중독자가 추락을 거듭해 절망적인 바닥에 이르면 회복이 임박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판단하는 것이다. 이런 기준으로 좋은 변화를 예견하는 일은 중독 상황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점이다. 중독을 제외한 다른 질병에서는 병이 악화해 절망적인 상황에 이르면 환자의 예후는 더 나빠진다고 본다.

2.알코올 중독자는 술에 무력한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회복할 수 있다.

 

적어도 A.A(단주 친목)의 주장에 따르면 그러하다. 알코올 중독이라는 질병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신의 의지를 내려놓고 자신을 '위대한 힘'(higher power)'이나 같은 같은 처지에 있는 중독자 공동체에 맡겨야 한다. 즉 자신의 허약함을 받아들여야만 병을 극복할 힘이 생긴다.

3.​ 알코올 중독은 치료에 실패했을 때 환자 개인을 탓하는 특이한 병이다.

 

이는 알코올 중독뿐 아니라 모든 중독 치료의 공통된 특징이기도 하다. 치료를 받던 중독자가 다시 술을 마시면, 치료팀은 치료 자체의 한계보다는 그 사람이 단주하려는 의지나 도움을 받아들이려는 마음이 없기 때문이라고 여긴다.


4. 입원치료중인 알코올 중독자가 치료에 비협조적이거나 술을 끊으려는 의지가 없을 때, 또는 이 때문에 다른 환자에게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판단될 때 많은 병원이 즉시 환자에게 퇴원 조처를 내린다.

 

병원 안에서 술을 마시거나 취한 채 발견될 때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앓고 있는 병은 음주를 통제하지 못하는 것인데, 그런 증상이 있다는 이유로 치료 대상에서 제외하는 셈이다. 알코올 중독자는 치료를 받으려면 반드시 증상이 없는 상태, 즉 단주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놓인다.


5. 알코올 중독이라는 질병의 핵심은 술을 조절해서 마시는 능력을 상실한 것이다.

 

그러나 치료 프로그램의 대부분은 음주를 중단하고 나서 다시는 '첫 잔'을 마시지 않는 일에 집중한다. 음주를 조절할 힘을 되찾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6. 알코올 중독자는 병에 걸려 '아픈 환자'다.

 

적어도 병원에 입원하거나 치료가 필요하다고 논할 때는 환자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이들이 술을 마시고 아픈 상태에서 저지른 잘못이나 범죄에 대해 사회는 그들에게 책임을 묻는다.

-> 이 부분은 고민을 해 볼 필요가 있다.


 

7. 오랫동안 단주한 중독자라도 여전히 중독이라는 질병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라고 간주한다. 한 번 알코올 중독자는 영원한 알코올 중독자로 보는 것이다.

8. 중독자가 술에 취해 저지른 과거의 폭력적 언행을 중독자의 책임으로 보지 않는 치료 기관도 더러 있다.

 

과거의 행동을 알코올 중독이라는 '질병'의 증상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기관조차 중독자가 향후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는다. 이런 구분 방식은 흥미롭고 주목할 만하다.

 

9. '위대한 힘'과의 교감이 중독 회복에 필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영적 경험을 치료 방법으로 제시하는 질병은 알코올 중독이 유일하다.

 

대개 의사들은 치료 과정에 개입하는 신앙을 반기지 않는다.

 

의사들이 가장 신뢰하는 방법은 과학적으로 입증한 약물치료나 의학적 시술이다.

 

하지만 그런 의사들조차 치료를 위해 중독자가 A.A. 에 참석하는 일에는 찬성한다.

 

A.A는 영성의 힘을 중요한 치료 요건으로 강조하는 곳이다.

10. 알코올 중독의 특징적인 증상은 술에 대한 갈망이다.

 

갈망은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나타나고 또 사라진다.

 

예를 들면 저녁 시간이나 주말에는 술 생각이 간절해지지만 일할 때나 교회에 있을 때는 갈망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

 

환자의 증상이 심리나 환경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중독 질환은 내과 질환과 다르다.

11. 중독 회복에 가장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동료 중독자를 꼽는 사람이 많다.

 

몸에 다른 병만 없다면, 중독을 앓은 적이 없는 의료 전문가보다는 직접 중독을 경험한 사람이 더 큰 힘이 될 거라고 믿는다.

 

알코올 중독은 직접 그 병을 앓다가 회복한 사람이 의사보다 그 병에 관해 더 잘 안다고 여겨지는 유일한 질병이다.

12. 알코올 중독은 그 병에 걸렸다는 사실만으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규정되어버리는 유일한 병이다.

 

'알코올 중독자'라는 호칭을 지울 수 없는 낙인이나 도덕적 비난으로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동병상련인 사람들 모임에 회원 가입 자격을 부여하는 명예 훈장처럼 여기는 사람도 있다. 어느 쪽이든 알코올 중독은 진단받는 순간 그 사람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암이나 고혈압, 혹은 다른 내과 질병과는 다르다.

 

일단 진단을 받으면 개개인의 특성은 무시된 채, 모두 똑같은 알코올 중독자로 취급된다. 설령 술을 끊더라도 '중독자'라는 인상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중독자의 내면 심리 들여다 보기]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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