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 개념'에 해당하는 글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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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한 양자역학의 세계를 들여다 보자. [김상욱의 양자공부] 책을 사서 읽어 보시면 더욱 많은 이야기들을 들어 볼 수 있습니다. 양자역학이라는 어려운 학문에 대해서 비교적 쉽게(?) 설명이 되어 있기 때문에 상당히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습니다.

(책이 후반부로 갈수록 난해해 지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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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역학의 정통 이론인 코펜하겐 해석은 측정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선 우주를 둘로 나눈다. 거시 세계와 미시 세계. 거시 세계는 뉴턴이 만든 고전 역학이 지배한다.


하나의 입자가 하나의 구멍을 지나는 우리에게 친숙한 세계다. 미시 세계는 양자 역학이 지배하는 세계다. 여기서는 입자가 파동의 성질을 가지며 하나의 전자가 동시에 2개, 아니 수십 개의 구멍을 동시에 지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여러 가능성을 동시에 갖는 상태를 중첩 상태라 부른다.

 

 


 

측정(관측)은 거시 세계의 실험 장치가 수행한다. 측정을 하면 미시 세계의 중첩 상태는 깨어지고 거시 세계의 한 상태로 귀결된다.

 


이 해석은 보어가 이끄는 물리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내놓은 것이다.


당시 보어가 살았던 덴마크 수도 이름을 따서 '코펜하겐 해석'이라 부른다.


이 해석에는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1. '측정'이라는 것이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데, 그 정체가 분명치 않다는 것이다. 측정을 하면 상태에 변화가 일어난다. 하지만 그 물리적 과정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 측정을 하지 않았어도 전자가 입자라면 분명 하나의 구멍을 지나지 않았을까?


이 문제에 대해 코펜하겐 해석은 단호하게 대답한다. 측정을 안 했다면 ​어디로 지났는지 절대 알 수 없다. 하나의 구멍으로 지났는데, 단지 우리가 모르는 것이 아니다.


 


원리적으로, 절대로, '구글 신'도, '아이언 맨'도, 스티븐 호킹도 알 수 없다. 다시 정리하자면 이렇다. ​측정 전에는 중첩 상태에 있지만, 측정을 하면 하나의 분명한 실재적 상황으로 귀결된다.

 


​좋다. 그렇다면 내가 달을 보기 전에는 여기저기 중첩 상태에 있다가 보는 순간 달이 그 위치에 있게 된다고? 그럼 내가 안 볼 때 달은 어디 있는 거지? 위치가 없는 존재는 없으니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말이네. 그렇다면 달을 보지 않으면 달은 없는 것인가? 아니 내가 아니라도 내 친구가 보면 달이 존재하는 것인가?

이쯤 되면 막 나가자는 소리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것은 아인슈타인이 던진 유명한 질문이다.

우주가 실제 존재하기 위해서는 측정이 필요하므로, 우주는 그 자신의 존재를 위해 의식을 가진 생명체를 필요로 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게 된다. 황당한 말 같지만 1963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유진 위그너의 말이다.

그렇다면 인간이 나타나기 전에는 달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말일까?

공룡이 달을 보았을 때, 달은 측정된 걸까?

삼엽충도 원시적이나마 눈 같은 것이 있었다는데, 달을 보고 달인지 알았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것은 측정의 주체가 누구냐는 질문에 해당된다. 측정을 하면 하나의 분명한 실재적 상황으로 귀결된다고 했지만 사실 '실재'(reality)가 무어냐고 물으면 필자도 할 말이 없다. 이 문제는 나중에 다룰 것이다.

코펜하겐 해석의 두 번째 문제(2)는 우주를 둘로 나눈다는 것이다. 거시 세계와 미시 세계다. 하지만 대체 어디가 미시 세계와 거시 세계의 경계란 말인가? 거시 세계의 모든 물질은 미시 세계의 원자가 모여서 된 것이지 않은가?

좋다. 원자 하나는 미시계다. 인간은 분명 거시계다.

당신이 2개의 구멍을 동시에 지난 적은 없지 않은가. 아메바 같은 생명체는 거시계인 것 같다. 그렇다면 분자량이 5,800 정도인 인슐린은 어디에 속할까? 이 정도면 탄소 원자 분자량의 480배 정도 된다. 미시계인가, 거시계인가? 애매한가?

 

만약 원자 1,000개가 모인 물질이 경계라고 하자.

그렇다면 원자 1,000개까지는 2개의 구멍을 동시에 지나다가 1,001개가 되면 하나의 구멍을 지난다고?이에 대한 코펜하겐 해석의 대답은 간단했다.

SHUT UP AND CALCULATE!

입 닥치고 계산하라는 말이다. 사실 우주를 둘로 나누는 시도는 그리 낯설지 않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지 상태가 자연스러운 운동이라고 했다. 주변을 둘러보라. 모든 물체는 결국 정지한다. 그렇다면 달과 별같은 천체는 왜 정지하지 않는가?

여기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우주를 지상계와 천상계, 둘로 나눈다. 지상계의 운동은 시작과 끝이 있는 직선으로 되어 있고, 천상계의 운동은 등속의 완벽한 원운동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뉴턴은 천상계와 지상계가 하나의 법칙으로 기술된다고 생각했다.

사과는 땅으로 떨어지는데 달은 왜 안 떨어질까? 이미 2장에서 설명한 것처럼, 달도 지구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천상의 달은 지상의 사과와 마찬가지로 떨어지고 있다. 다만 땅에 닿지 않을 뿐이다. 이렇게 지상계와 천상계는 하나가 되었다.

​그렇다면 지상계의 운동도 천상계처럼 영원히 움직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미 갈릴레오는 정지가 아니라 등속 운동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지상계의 물체가 멈추는 것은 정지가 자연스러워서가 아니라 마찰력 때문이다.


이처럼 과학의 역사는 분리된 지식을 통합하는 과정을 통해 발전해 왔다.


그렇다면 ​혹시 우주를 거시계와 미시계로 분리해야 한다는 코펜하겐 해석은 우주를 천상계와 지상계로 나눈 아리스토텔레스의 오류를 되풀이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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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케노시스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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