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드만과 르메트르가 개발한 우주론의 출발점은 1915년 11월 25일에 아인슈타인이 독일의 물리학 학술지 <물리학 연감(Annalen der Physik)>에 제출한 한 편의 논문이었다.
아인슈타인은 거의 10년에 걸친 수학적 여행 끝에 그의 일생을 통틀어 최고의 업적이라 할 수 있는 일반상대성이론(Theory of General Relativity)을 완성했다.
그는 이 아름답고 완벽한 이론을 통해 아이작 뉴턴(Issac Newton)의 고전 중력이론을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시켰다.
일반상대성 이론의 기초와 우주론과의 상호관계를 어느 정도 아는 독자들은 앞으로 이어지는 세 개의 절을 건너뛰어도 상관 없다. 그러나 간단한 복습을 원한다면 계속 읽어보기 바란다.
아인슈타인은 1907년부터 일반 상대성이론을 연구하기 시작했는데,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아이작 뉴턴의 이론이 중력의 모든 것을 설명해 준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지금도 전 세계의 고등학생들은 뉴턴이 1600년대에 발견한 중력, 즉 만유인력법칙(Universal Law of Gravity)을 배우고 있다.
이것은 자연에 존재하는 힘을 수학적으로 표현한 최초의 이론이다.
NASA 의 연구원들과 천문학자들은 아직도 뉴턴의 중력법칙을 이용하여 우주선의 궤적을 계산하거나 혜성과 별, 그리고 은하의 운동을 예측하고 있다. 뉴턴의 중력이론은 그 정도로 정확하다.
그러나 20세기 초에 아인슈타인은 지난 250년 동안 수많은 실험을 통해 검증된 뉴턴의 중력이론에서 심각한 결함을 발견했다.
이 문제는 간단한 질문에서 시작된다. 아인슈타인 스스로 자문해보았다.
중력은 어떻게 작용하는가?
태양과 지구 사이에는 1억 5천만 km 에 걸쳐 거대한 공간이 놓여 있다. 태양의 중력은 이 먼 거리를 어떻게 날아와서 지구의 운동에 영향을 주고 있는가? 지구와 태양 사이를 밧줄이나 체인으로 연결시켜 놓은 것도 아닌데 중력은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가?
뉴턴이 1687년에 발표한 불후의 명저 <프린키피아, Principia>를 보면 그도 이 문제를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발견한 중력법칙으로는 해답을 제시할 수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뉴턴은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무언가가 전달된다고 확신했으나, 그 '무언가'의 정체를 밝히지는 못했다.
그는 <프린키피아>에 "독자들이 각자 생각해보기 바란다"고 장난처럼 적어놓았다. 그로부터 근 250년간 수많은 사람들이 뉴턴의 책을 읽었지만 아무도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리지 못했다. 그러나 단 한 사람만이 예외였으니, 그가 바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었다.!
아인슈타인은 중력의 저변에 깔려 있는 수학적 특성을 10년 동안 연구한 끝에, 1915년에 드디어 결론을 내렸다. 그것은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개념적 비약이었고 수학도 엄청나게 복잡했지만, 핵심은 처음 떠올렸던 질문만큼이나 간단명료했다. 중력은 어떤 과정을 거쳐 빈 공간을 통해 전달되는가? '텅 빈 공간'은 말 그대로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거기에는 분명히 무언가가 있다. 바로 '공간'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중력의 매개체가 바로 텅 빈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기본 아이디어는 다음과 같다.
여기 금속으로 만든 커다란 테이블 위에 작은 구슬이 굴러가고 있다.
테이블 면은 평평하기 때문에, 구슬은 직선경로를 따라 얌전하게 굴러간다.
그런데 누군가가 테이블 면을 토치램프로 가열하여 울퉁불퉁하게 만들었다. 그러면 구슬은 면의 요철에 영향을 받아 이전과는 다른 구불구불한 경로를 그리게 된다.
아인슈타인은 이 원리가 공간에도 거의 똑같이 적용된다고 생각했다. 완전히 텅 빈 공간은 평평한 테이블과 비슷해서, 그 안에 있는 물체는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똑바로 나아간다.
그러나 질량을 가진 물체가 공간 속에 포진해 있으면 이들의 존재 자체가 공간의 모양을 왜곡시키는데, 이것은 울퉁불퉁해진 테이블과 비슷하다.
예를 들어 태양은 자신의 주변공간에 음푹 파인 홈을 만들어서 그 근처를 지나가는 물체의 운동에 영향을 미친다.
음푹 파인 곡면 위에서 구슬을 굴리면 곡선궤적을 그리는 것처럼, 태양 주변에서 움직이는 행성들은 휘어진 공간의 영향을 받아 지금과 같은 곡선궤적을 그리는 것이다.
대략적인 설명은 이렇다. 그러나 그 안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더욱 심오한 사실들이 굴비처럼 줄줄이 엮어 나온다.
휘어지는 것은 공간만이 아니다. 질량은 시간까지 휘어지게 만든다.(그래서 '시공간의 곡률(spacetime curvature)'이라는 용어가 탄생한 것이다.). 테이블 위를 굴러가는 구슬은 지구의 중력 때문에 표면을 이탈하지 않지만(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의 휘어진 형태를 굳이 다른 것에 비유하지 않았다. 그는 휘어진 시공간 자체가 곧 '중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공간은 2차원이 아닌 3차원이므로 사정이 많이 다르다.
공간이 휘었다는 것은 물체를 떠받치는 아래쪽 면이 휘었다는 뜻이 아니라, 물체를 에워싸고 있는 공간 자체가 휘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공간을 2차원으로 단순화시켜서 금속 테이블에 비유해도 아인슈타인의 아이디어를 이해하는 데는 큰 지장이 없다.
일반상대성이론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중력이 공간을 가로질러 먼 곳까지 전달되는 원리가 커다란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이 역사에 길이 남을 아이디어를 제안한 이후로 중력은 "물체의 질량이 주변환경을 왜곡시키는 현상"으로 이해될 수 있었다. 이 아이디어에 의하면 지금 당신의 몸은 지구가 만들어 낸 시공간의 굴곡을 따라 아래로 움직이려 하기 때문에 바닥에 고정되어 있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수학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몇년을 더 고생한 끝에 마침내 일반상대성이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아인슈타인 장방정식(Einstein Field Equation)'을 유도해냈다. 이 방정식에 질량의 분포상태를 대입하면 시공간의 휘어진 정도, 즉 곡률을 알 수 있다. (엄밀하게 말하면 질량뿐만 아니라 에너지도 고려해야 한다. 아인슈타인의 그 유명한 방적식 E=mc^2 에 의하면 질량은 에너지로, 그리고 에너지는 질량으로 언제든지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E는 에너지이고, m은 물체의 질량, c는 빛의 속도(광속)이다.
뿐만 아니라 휘어진 시공간이 그곳으로 이동해오는 물체(별과 행성, 혜성, 심지어는 빛까지)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다.
물리학자들이 우주의 미래를 세세한 부분까지 예견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점쟁이여서가 아니라, 바로 이 방정식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상대성이론이 발표된 후, 이론의 타당성을 입증하는 관측도 비교적 빠르게 수행되었다.
당시 천묵학자들은 수성의 공전궤도가 뉴턴의 이론으로 계산된 값에서 조금 벗어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1915년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방정식으로 수성의 궤도를 다시 계산하여 관측과 일치하는 결과를 얻었고, 이 소식을 전해 들은 그의 동료 에이드리언 포커(Adrian Fokker)는 너무 흥분하여 몇 시간 동안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고 한다.
그 후 1919년에 영국의 물리학자 아서 에딩턴(Arthur Eddington)과 그의 동료들은 태양 주변을 스쳐서 지구로 날아오는 별빛을 직접 관측하여 빛의 경로가 휘어진 정도를 계산했는데, 이들이 얻은 값은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예견된 값과 정확하게 일치했다.
이 소식은 <뉴욕타임즈>의 헤드라인에 "열광하는 과학자들-빛은 하늘에서 구부러진다"라는 제목으로 대서특필되었고, 그날부터 아인슈타인은 과학의 새로운 천재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아이작 뉴턴의 계보를 잇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물리학자'로 인정받게 된다.
그러나 일반상대성이론의 가장 극적인 검증은 그 후에 이루어졌다. 1970년대에 일단의 물리학자들이 수소 메이저 시계(maser, 메이저는 레이저와 비슷하지만 가시광선이 아닌 마이크로파를 증폭하는 장치이다.)를 이용하여 지구의 중력에 의해 나타나는 시공간의 왜곡을 1만 5000분의 1까지 측정하는데 성공했고, 2003년에는 카시니-호이겐스 우주선(Cassini-Huygens spacecraft)이 태양 근처를 지나가는 라디오파의 궤적을 정밀하게 측정하여 일반상대성이론이 예견한 시공간의 왜곡이 옳다는 것을 5만 분의 1이라는 작은 오차범위 안에서 입증했다.
이제 일반상대성이론은 이론물리학자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최상의 도구로 자리 잡았다.
요즘 우리는 거의 끼고 살다시피 하는 스마트폰이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지구 위치 추적 시스템)는 위성과의 교신을 통해 자신의 현재 위치를 파악하는 장비인데, 이 위성에 탑재된 장치는 지구의 중력에 의한 시공간의 왜곡을 고려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렇지 않으면 GPS는 오차가 계속 누적되어 무용지물이 되어 버린다.1916년에 아인슈타인이 추상적인 수학방정식으로 재구성한 시공간과 중력의 개념이 지금은 주머니 안에 들어가는 소형 단말기 속에 압축되어 있는 것이다.
-[멀티 유니버스], 브라이언 그린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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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노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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