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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어긋남. 용어가 좀 뚱딴지 같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다.

측정 문제 혹은 거시, 미시 세계의 구분 문제에 난데없이 '결'과 '어긋남'이 라니!

사실 이 용어는 파동에서 나온 것이다.

이중 슬릿 이야기를 할 때 파동은 여러 개의 줄무늬, 즉 간섭 무늬를 보인다고 했지만, 모든 파동이 그런 것은 아니다.

파동이라도 간섭 무늬를 제대로 보이려면 결이 잘 맞아야 한다. 결이 맞지 않아 엉망으로 되어 있는 파동은 파동이라도 간섭 무늬를 만들 수 없다. 예를 들어 야구장에서 파도 타기를 할 때, 정확한 타이밍에 맞춰 일어났다가 앉지 않으면 엉망진창이 될 것이다.

이처럼 결이 맞지 않은 파동을 '결어긋난 파동'이라 부른다. 파동이 간섭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을 때, 결어긋남이 일어났다고 한다. 결어긋난 파동이 이중 슬릿을 지나면 입자가 지난 것처럼 2개의 줄무늬가 나타난다.

결어긋남을 지지하는 수 많은 실험적 증거가 있다.

이 가운데 직관적으로 가장 이해하기 좋은 것이 바로 1999년 오스트리아 빈 대학교의 안톤 차일링거 교수 연구팀의 실험이다. 슈뢰딩거 고양이의 역설을 들은 차일링거의 반응은 이랬다.

"뭐가 역설이야? 그냥 실험해 보면 되지!"

물론 이들이 고양이를 가지고 실험을 한 것은 아니다. C60 이라는 거대 분자로 이중 슬릿 실험을 수행한 것이다.

(C60 의 분자 구조)

C60은 탄소 분자 60개가 축구공 모양으로 모인 것으로 지름은 1나노미터에 불과하다. 수십만 개를 일렬로 늘어쉐어 봐야 머리카락 두께 정도 밖에 안 된다. 크기만 보면 여전히 작다고 할 수도 있지만, 원자가 60개나 모인 것이다.

물리학자의 입장에서는 고양이만큼이나 큰 느낌이다. 그래서 거대 분자라고 부른다.

실험의 결론은 간단하다.

​이런 거대 분자도 파동성을 보인다. 즉 여러 개의 줄무늬가 나온다는 말이다.

끝!

현재 차일링거 그룹은 분자의 크기를 점점 더 키워 가면서 실험을 하고 있는데, 1차 목표는 분자량 5800의 인슐린으로 파동성을 보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양이로도 파동성을 보일 수 있다는 말일까? 차일링거의 대답은 간단하다. "물론! 단, 결어긋남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 
(안톤 차일링거 교수)


사실 C60의 실험에서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이 분자가 이중 슬릿을 지나 스크린에 도달할 때까지 절대로 측정(관측) 당하지 말아야 한다. . 여기서 측정이란 무엇일까? 내가 안 보면 되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분자가 날아가는 중에 공기 분자와 부딪치면 적어도 부딪힌 공기 분자는 C60이 어느 슬릿을 지나는지 알게 된다. 즉 측정을 당했다는 말이다.

​(필자: '측정'의 정의 자체가 상당히 광범위 해진다.)

따라서 여러 줄무늬를 보려면 반드시 진공을 만들고 실험을 해야 한다. 공기 분자를 모두 제거해야 한다는 말이다.


진공도가 나빠져서, 즉 공기 분자가 하나 둘 돌아다니기 시작해서 C60이 이중 슬릿을 지나는 동안 공기 분자와 적어도 한 번 부딪치면 여러 줄무늬는 2개의 줄무늬로 바뀐다.

C60과 부딪치는 순간 공기 분자는 C60의 위치를 알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 공기 분자를 붙잡고 물어보면 우리도 알 수 있겠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즉 공기 분자는 C60의 위치를 알고 있고 우리는 모르더라도 간섭 무늬는 사라진다는 것이다.


-[김상욱의 양자공부] 에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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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년 슈뢰딩거가 출판한 논문은 코펜하겐 해석의 아킬레스 건을 찌른다.

슈뢰딩거의 주장을 정리하면 이렇다. 원자가 하나 있다고 하자.

원자는 A와 B, 두 가지 상태를 가질 수 있다. 원자가 A 상태에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B 상태에 있으면 기계 장치가 작동된다.

작동된 기계 장치는 독약이 든 병을 깨뜨린다. 이 독약 병은 상자 안에 놓여 있고 상자 안에는 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있다. 병이 깨지면 독약이 나오니까 고양이는 죽게 된다.

따라서 고양이는 원자의 상태에 따라 살아 있거나 죽어 있거나 할 수 있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원자는 양자 역학적으로 행동할 수 있으니 A와 B의 중첩 상태, 그러니까 A이면서 동시에 B일 수 있다.

독약 병이 멀쩡하면서 동시에 깨져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고양이도 살았으면서 동시에 죽어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원자는 미시 세계에 속하니까 그렇다 쳐도 고양이는 거시 세계에 속하는 존재 아닌가?

​고양이는 절대 이럴 수 없다. 그렇다면 독약병도 이럴 수 없고, 원자도 이럴 수 없다. 즉 중첩 상태는 존재할 수 없다. ​양자 역학은 틀렸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슈뢰딩거 고양이의 역설이다.

 ​코펜하겐 해석이 우주를 두 세계로 분리해 놓고 안도하고 있는데, 슈뢰딩거가 이 두 세계를 연결해 놓은 것이다. 스티븐 호킹은 슈뢰딩거 고양이 이야기를 들으면 총으로 쏴 버리고 싶은 기분이 든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정말 더러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미시 세계와 거시 세계의 경계가 어디인지 이제는 분명히 답해야 하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해서 슈뢰딩거 고양이의 역설은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1990년대만 해도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결어긋남(decoherence) 이론에서 찾는 입장이 유행했다.


필자도 이 이론의 지지자 중 하나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세계(many-world) 해석이 각광을 받고 있다. 다세계 해석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이야기를 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결어긋남 이론에 대해 살펴보자.

 

-[김상욱의 양자공부] 에서 발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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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계라는 말은 그 자체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다. 우리는 흔히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머리속에 그릴 때 보통 '~을 상상한다'고 말한다.

아니면 ​'상상력이 풍부하다'라는 말처럼 과거의 지각이나 경험을 근거로 존재하지 않는 어떤 대상이나 현상을 재생하거나 전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도 상상에 포함시킨다.

어쨌든 상상이란 ​지금 이곳에 있는 현실보다는 가상 혹은 허망한 것을 지칭할 때 주로 사용된다.

​하지만 라캉이 말하는 상상계는 이와 차원이 다르다.

​라캉은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를 ​상상계의 산물이라 설명하는데, 이는 상상계라는 말이 가상보다는 이미지에 매개되는 대상 세계를 가리키기 때문이다.

​라캉은 상상계의 본질을 심리학자 앙리 왈롱(Henri Wallon)이 사용한 '거울 단계' 개념을 통해 설명한다.

​심리학자들은 거울 단계가 이미지를 매개로 해서 아동이 정체성을 형성하고 대상과의 관계를 자아를 중심으로 구성하면서 성숙해나가는 심리적 발달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거울단계는 대략 생후 6~18개월 정도에 아동이 경험하는 사건이다.

처음에 아이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이미지를 외부 대상과 구별하지 못한다.

모든 것이 카오스처럼 하나로 뒤엉켜 있는 것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아이는 자신의 이미지를 알아 보게 되고 자신의 이미지에 매료되어 그것을 붙잡으려 하고 떠날 줄 모른다. 반대로 침팬지는 아이보다 더 빨리 거울 속 이미지가 자신의 것임을 알아차리지만 쉽게 싫증을 내고 다른 놀이에 열중한다.

​일견 단순해 보이는 거울 이미지에 대한 어린아이의 집착은 이후 모든 심리과정과 인식의 원형처럼 작용하는 중요성이 있다.

 

거울단계란 한마디로 자신의 신체 이미지를 자아로 알아보고, 그것을 중심으로 대상화된 세계를 구성하는 경험이다.

​동물이 이미지의 지배와 영향을 직접 받는 반면, 인간은 이미지를 매개로 환경 세계를 자신에 맞게 재구성한다.

 

이 ​재구성 단계에서 주체가 애착을 갖는 대상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거울 단계는 인격 발달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다.

라캉은 거울 단계를, 주체성의 구조를 이미지에 종속시키고 이를 토대로 상상계가 본격적으로 작용하는 첫 번째 단계로 본다.

여기서 단계(stage, phase)라는 말을 주의해야 한다.

 

​그것은 주체가 거치는 과정의 하나라는 의미가 아니라 '원초적인 구조'에 가까운 말이다.

 

거울 단계의 효과는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며 인간의 지식 일반과 현실에 대한 관계에 지속적으로 작용한다.

​라캉은 거울단계를 통해 자아심리학에서 말하는 자아의 역할과 자율성이 얼마나 허구적인지, 정신분석을 얼마나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지 보여주려고 한다.

​거울 단계의 본질을 몇 가지 주제를 통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프로이트&라캉,무의식에로의 초대] 에서 - ​

 

 

*모든 이미지는 구글 이미지를 활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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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의 자아 심리학이나 멜라닌 클라인의 대상관계 이론 등이 비교적 어린 연령대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에릭슨은 인간의 성격이 평생도록 발달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학령기나, 청소년기, 성인기에 이르러서도 계속적으로 성취되고/좌절되는 과업들이 있음을 주장했는데, 에릭슨의 이론을 다른 이론들과 함께 접목해서 사람의 성격을 연구하면 그 사람의 인생이 한층 더 명료하게 이해되는 경험들을 하곤 합니다. 직관적으로도 에릭슨의 이론에 수긍되는 부분들이 많다는 점에서 그의 이론은 참으로 실용적이고 유용한 것 같습니다.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

 성격은 인간 유기체의 준비성 내에서 사전에 결정된 단계에 따라 발달된다.”

에릭슨-

[-학지사-에서 출판된 [성격심리학] 전공 교재 내용입니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에릭슨의 모델은 요약만 해 두고, 프로이트 이론과의 차이점만 정리하겠습니다.]

 

에릭슨(Erik Erikson)은 인간의 성격이 평생을 통해 발달한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그는 성격은 계속적으로 존재의 위기시에, 심지어 신체의 신진대사가 쇠퇴해 갈 때에도 관여한다고 하였다.

 

에릭슨이 제안한 심리사회적 발달단계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으며, 특히 청소년기의 갈등으로 나타나는 정체감(identity) 대 역할혼돈 혹은 자아정체감이란 용어는 에릭슨의 대명사처럼 사용되고 있다.

 

에릭슨은 프로이트의 이론을 이탈한 사람이 아니라, 확장시킨 사람이다.

첫째, 에릭슨은 성격발달의 본능적 측면 뿐만 아니라 심리사회적 측면을 강조하였다.

프로이트는 성격이 인생 초기에 형성된다는 점을 바탕으로 한 심리성적 단계이론을 강조한 반면, 에릭슨은 평생에 걸쳐 여덟 단계를 통해 계속해서 발달한다고 믿었다.

둘째, 에릭슨은 원초아(Id)보다 자아(Ego)를 더 강조하였다.

에릭슨은 이런 연유로 자아심리학(Ego psychology)의 아버지로 불리기도 한다.

그는 Ego를 프로이트처럼 Id에 종속되거나 보조적인 것이 아니라 성격의 독립적인 부분으로 보았다. 개인의 Ego는 부모와 사회적 및 역사적 환경의 영향을 받으며 평생을 통해 성장하고 발달한다고 믿었다.

셋째, 프로이트가 본능을 주로 강조한 반면 에릭슨은 전체 성격의 형성에 문화, 사회, 역사의 영향을 인식하였다.

인간은 생물학적 힘인 본능에 전적으로 지배되지 않으며 이러한 힘이 아동기에 중요하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성격 발달을 본능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보았다.

넷째, 에릭슨은 성격 형성에 과거 뿐 아니라 미래도 중요하다고 보았다.

즉 에릭슨은 사람들이 자신의 과거를 어떻게 해석하는가와 더불어 미래에 대한 해석도 성격형성에 의미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였다.

 

성격 발달

여기에서는 먼저 에릭슨이 강조한 성격발달의 특성과 원리를 알아보고, 그의 주요한 업적인 심리사회적 발달의 여덟 단계를 적응 대 부적응 방식으로 나누어 살펴본 후, 각 단계의 주요한 덕목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성격발달의 특성과 원리

에릭슨이 제안한 심리사회적 발달의 주요한 특성과 원리는 다음과 같다.

첫째, 성숙은 점성적 원리(epigenetic principle)에 따라 일어난다.

(여기서 점성적이라 함은 발달이 유전에 의존한다는 의미입니다.// Epi(의존해서), genetic(유전))

둘째, 심리사회적 발달의 각 단계는 위기가 있다. 즉 각 단계는 개인의 행동과 성격에 있어 어떤 변화를 위해 필요한 전환점이 있다는 것이다.

셋째, 자아는 적절하거나 부적절한 적응 방법을 통합해야 한다. 에릭슨은 개인이 심리사회적 각 단계의 위기에 적응방식과 부적응 방식으로 반응할 수 있다고 보았다.

넷째, 심리사회적 발달의 각 단계는 개인에게 기본적 강점 혹은 덕목(virtue)을 발달시킬 기회를 제공한다.

 

 

 

심리사회적 발달단계

에릭슨은 심리사회적 발달의 여덟 단계를 제안하였다. 여덟 단계의 적응 대 부적응 방식과 각 단계에 해당되는 연령과 해당 시기에 획득되는 주요 덕목 혹은 강점을 표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대략적 연령

적응 대 부적응 방식

덕목

0~1

신뢰감 대 불신감

희망

1~3

자율성 대 의심 및 수치심

의지

3~5

주도성 대 죄책감

목적

6~11(사춘기)

근면성 대 열등감

유능성

12~18(청소년기)

자아정체감 대 역할혼돈

충실성

18~35(성인초기)

친밀감 대 고립감

사랑

35~55(중년기)

생산성 및 침체감

배려

55세 이상(노년기)

자아통합 대 절망감

지혜

 

 

 

 

 

* 모든 이미지는 구글 이미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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