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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참으로 괜찮은 영화를 본 것 같다.

 

워낙 유명한 원작 소설이다 보니, 나는 마치 [작은 아씨들]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니 이전에 읽었던 소설 내용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어린 시절, 독서를 너무 게을리 했던 게 화근이었던 것 같다. 우리 나라 입시 중심의 교육열이 불러온 하나의 부작용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원작을 조금은 각색한 영화일 텐데, 원작은 고려하지 않고 순수하게 영화에서 묘사된 이야기만을 가지고 간단한 평을 남기고자 한다.

 

일단 배우들 중에서는 첫째인 메그(엠마 왓슨)만 친숙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주인공 느낌이 강한 건 둘째인 '조'였다.)

(참고로, 유투버 [달빛부부] 에 나온 이야기에 따르면 이 엠마 왓슨 자리는 엠마 스톤에게 갈 뻔한 자리였다고 한다. 두 엠마 배우들에 얽힌 에피소드들은 재미있는 내용이 참 많다.)​

(엠마 왓슨이 헤리포터 시리즈를 졸업한 이후에 영화 [콜로니아] 등에서 다채로운 연기 변신을 시도했던 점에서 참으로 멋진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 작품도 상당히 잘 고른 것 같다.)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했고, 시종일관 영화 속에 빨려 들어가듯 집중해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플로렌스 퓨는 최근에 마블 영화 [블랙 위도우] 에서 스칼렛 요한슨의 여동생으로 나온 배우다. 여기저기서 다양한 연기를 시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 영화는 거창한 특수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고, 스케일이 큰 것도 아니며 복잡한 시나리오가 가미된 것도 아니지만 굉장히 좋은 작품이다. 인생의 희로애락이 서정적인 분위기 속에 가득 담겨 있어, 오랜 시간 사색하고, 분석하고, 감상해 볼 여지가 많은 영화였다. (개인적으로 이런 사유가 가능한 작품을 '좋은 작품'이라고 정의하는 편이다.)

마치 영화 속 '조'가 네 자매의 잔잔한 이야기를 소설로 쓴 것처럼, 이 영화도 잔잔한 네 자매 이야기 그 자체이지만 그것만으로도 굉장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연극을 하고 싶었던 첫째 언니 메그, 소설가가 꿈인 둘째 조, 음악가가 되고 싶은 셋째 베스, 화가가 되고 싶은 막내 에이미.

이 영화는 여성들이 볼 때 공감을 많이 느낄 만한 내용이다. 감성 충만하고, 꿈이 가득한 네 자매가 각자의 목표와 각자의 색깔을 지닌 채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투영해 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며 특정 인물에 대해 특별한 공감 또는 불편한 감정을 느끼면서 보는 재미가 쏠쏠했을 것이다.

(가상 속 인물에 자신을 대입해 보고, 자신의 삶이나 타인의 삶을 투영해 볼 수 있는 게 영화라는 매체가 지닌 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유의 과정이 이 작품을 보는 시간을 굉장히 풍성하게 만든다.)​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점은 다음과 같다.

[1] 인생은 참 복잡미묘하고, 알 수 없다는 것

[2] 인생은 선택의 연속으로 정의내려진다는 것.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것.

사실 막내 에이미는 가장 안정적인 케이스에 가깝다. 조가 그토록 가고 싶었던 유럽 유학도 에이미에게 기회가 돌아왔으며, 조가 사랑했던 로리도 에이미에게 가 버렸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에이미가 가장 영리하고, 주체적이며, 성공적인 삶을 산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더 넓게 들여다 보면 사실 전혀 다른 각도의 분석도 가능하다.

늘 가난에 대한 스트레스를 토로하던 첫째 메그는 자신의 꿈인 연극도 포기한 채 가난한 수학 선생과 사랑하게 되어 경제적으로 힘든 삶을 살게 된다.

작가가 꿈이었던 조, 그리고 자신의 자유로움을 중요시 여기며 '사랑의 구속', '결혼이라는 굴레'로만 규정되던 여성의 삶에 반기를 들었던 그녀는 "외로움"이라는 감정(그리고 본능)과 사투를 벌인다. (끝내 소설가의 꿈을 이루긴 한다. 새로운 사랑까지도..)

음악을 좋아하고, 가장 착한 심성을 지녔던 셋째 베스는 옆집의 가난한 가족들을 돌봐주다가 성홍열에 걸려 죽고 만다.

선한 일을 하면 복을 받고, 악하고 영악하면 벌을 받는다는 공식으로 세상은 설명되지 않는다. 착하고 이타적인 베스는 일찍 죽었다. 첫째 메그가 꿈꾸던 삶은 다소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조가 원했던 첫 사랑은 자신의 동생에게 가 버렸다. 심지어 에이미도 자신이 싫어하는 대고모와 함께 생활하는 수고를 감수하기도 했다.

 

개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환경 요인들도 있었으며(베스가 걸렸던 질병 등), 개개인이 주체적으로 선택한 영역도 있었다. 병에 걸리는 건 선택할 수 없었다. 그러나, 가난한 수학 선생과 평생 함께 하기로 선택한 건 메그 자신이었다. 유럽에 가는 건 본인이 선택할 수 없었지만 로리라는 첫사랑을 선택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좇아 달려간 건 조 자신이었다. 대고모를 좋아하진 않았으나, 개인의 야망과 원하는 바를 확실하게 잡기로 선택했던 에이미는 그에 맞는 성취를 얻기도 했다.

사람마다 네 자매의 삶 중 자신이 선호하는 삶의 모습이 있을 것이다.

난 개인적으로 조와 에이미가 대조되어 보였다.

조는 중반 이후까지도 많은 것을 잃었다. 본성을 거스르는 사투를 벌이며 자유를 지키려는 대가는 상당히 가혹해 보였다. 그러나, 그 결핍과 상실감, 아픔이 있었기에 작가로서의 집중력과 (일종의) 광기를 획득하게 된 것도 사실이다. 그 때 미친듯이 써내려갔던 작품이 [작은 아씨들]이다.

 

 

무난하고, 유연하며, 다소 영리하게 (비교적 스무스하게) 자신의 길을 나아간 에이미는 다른 자매들에 비해 굴곡이 적은 편이었으나 삶에 대한 간절함이나 절박함이 그만큼 훈련되어 있지 않았기에 화가로서의 재능은 그다지 깊게 개발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삶에서 시련과 고통이 주는 예술적 힘을 상당히 중요하게 바라본 관점이다.

(니체가 이야기한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와 비슷한 맥락이라고나 할까?)

 

이 영화는 이런 식으로 각각의 인물들에 대해 분석해 보고, 그들의 삶을 재조명해 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또한 조의 대사 속에 나타난 것처럼 '유년시절이 훌쩍 사라져 버리고, 성인이 될수록 전혀 다른 삶이 펼쳐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불안, 아쉬움'에 대한 부분들도 상당히 현실적이고 잔잔한 감동을 주는 대목이었다.

(이렇게 화목한 네 자매의 삶을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다는 건 큰 축복이었다. 이와 같이 화목하지 못한 집들도 많기에 이 부분은 공감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저 인생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망라되었을 뿐인데, 그 속에 즐거움과 긴장감과 아픔과 감동이 공존한다는 게 이 작품의 큰 묘미인 것 같다.

결국 조의 대사처럼 "자매들이 서로 미워하기엔 인생이 너무 짧으니까"....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현재 주어진 삶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한 것 같다.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잘 살아간 것인지는 각자의 몫으로 남겨두는 게 좋을 것 같다.

결국 인생은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고 여러가지 인과율과 상호작용으로 인해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지만 그 와중에도 우리의 선택 하나하나가 쌓여 가서 우리의 삶이 이뤄진다는 게 아름다운 것 같다.

이 작품은 정말 좋은 작품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가슴과 머리가 풍성해지는 느낌을 받기란 쉽지 않은데 이 작품은 그 느낌을 충분하게 부여하는 작품이었다. 무조건 강력 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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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케노시스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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