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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부 이상 팔린 유명한 책 [82년생 김지영]이 영화로 개봉했다.

책이 한창 이슈가 되었을 당시, 명백한 의도를 가지고 구성된 책의 구성이나 설정에 대한 말들이 많았다. 여성들이 겪을 수 있는 어려움들을 김지영이라는 한 사람에게 몰빵해서 몰아줘 놓고 이를 보편적인 여성들의 애환으로 그려냈다는 점들이 주된 비판으로 구설수에 오르곤 했고 말이다.

일단 책을 보지 않고 영화만 놓고 봤을 때, 영화가 상당히 볼만했다.

(솔직히, 책이 받은 엄청난 비판에 비해서는 영화가 상당히 얻을 점도 많고 생각거리도 많이 던져줬다. 아마, 책은 좀 더 노골적이고 적나라하게 한 쪽 방향을 지향해서 비판도 거세지 않았나 싶다.)

 

 

 

물론, 원작 자체가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쓰여진 책이기 때문에 여성들이 겪는 어려움을 뜬금없이 몰아 넣었다는 느낌이 조금 들긴 하지만 사실 일상 생활에서 충분히 일어날 법한 일들이기 때문에 나름 plausible(그럴싸) 한 느낌이 들었다.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여성이 정신과적 어려움에 처하기까지의 과정을 차분하게 보여주는데, 그 과정에서 영화는 '성 차별' 의 문제를 주된 화두로 던진다.

영화 [조커]가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의 문제, '배려'의 문제 등을 다뤘다면, [82년생 김지영]은 '성 차별'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이야기를 전개해 본다.

김지영의 나이 또래 여성들이 모두 비슷한 환경을 공유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일단 김지영은 원가족이 대체적으로 화목하다. 아들을 편애하는 아버지 상, 자신을 희생한 어머니 상이 있다지만 남매간의 우애도 나쁘지 않고 부모와의 대립도 비교적 양호해 보인다.

김지영이 만난 시어머니의 모습이 모든 시어머니를 대변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에 등장한 장면들은 별다른 위화감 없이 우리의 인식 속으로 들어온다.

 

그만큼 제법 익숙하기도 하고, 한번쯤은 직접적 또는 간적접으로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들이다.

몇 가지 너무 과한 부분들도 있었다.

[1]영화 초반에 김지영이 손목이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빨래는 세탁기가 하고, 청소는 청소기가 해주는데 뭐가 힘드냐는 말을 들었다고 하는데 요즘 이런 병원이 있을까?

 

-아주 가끔 생각 없이 이런 말을 하는 병원이 있을 수도 있겠다 싶긴 한데, 일반화 시킬 만한 화두는 아닌 것 같다. (기성 세대 중에서 이런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없다고 볼 수는 없어서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2]카페에서 맘충에 대한 타인들의 수군거림에 대해 김지영이 화를 내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맘충'이라는 용어에 적합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얌전하게 아이를 데리고 온 엄마들이 모두 맘충으로 불리진 않는다.

 

타인을 고려하지 않고 이기적으로 행동하며, 자신의 아이만을 극도로 싸고도는 일부의 상황에서 사용하는 '용어'이기 때문에 이 장면도 너무 과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단 누군가를 규정짓고 혐오하는 용어가 창조되면 이를 생각없이 사용하고, 쉽게 판단에 오용하는 이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므로 이 또한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일단 자신의 꿈을 지니고 살아갔던 한 여성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주부가 되면서 포기해야 하는 것들에 대한 부분들은 상당히 공감할 만 하고 사회 시스템의 문제들도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었다고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포커스는 여성이 겪는 애환에 집중되어 있으나, 중간중간 남성이 겪는 성희롱이라든지, 직장에 다니는 남편이 함께 느끼는 애환들도 들어가 있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더욱 균형감을 갖췄다는 생각이 든다.

일종의 '르포'에 가까운 이 영화는 김지영이라는 한 여인이 여성으로 살아감으로써 포기해야 했던 많은 것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빙의에 가까운 psychotic Symptoms 을 통해 관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명확하게 표현해 준다.

여성이기 때문에 포기해야 했던 많은 것들을 조망해 주고, 여성이기 이전에 자기애가 있고, 자신만의 꿈과 목표가 있던 한 사람의 인간 존재임을 당당하게 표현한다.

 

 

혹자들은 경제적으로 크게 어려웠던 것도 아니고, 가정이 크게 불행했던 것도 아니며 별다른 트라우마 없이 자란 듯한 김지영을 정신질환이 찾아올 정도로 애처롭게 그렸느냐며 불만을 표출할 수도 있다.

 

물론, 한 사람의 정신이 무너져 내리는 데는 여러가지 요인들이 작용한다.

유아기의 애착 문제, 자기애의 박탈, 큼직막한 트라우마, 경제적인 문제 등 등.

하지만 김지영과 같이 다른 부분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으나, 지극히 현실적인 일생을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존재가 무너져 내릴 수 있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은 중요하다.

김지영의 정신력이 약하다고 비난할 문제도 아니요, 이 영화가 '성 문제' 하나만 가지고 이야기를 억지로 전개했다고 비판하기도 어렵다. 왜냐하면 실제로 일어날 법한 일이며, 실제로 이런 상황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여성만 이와 같이 부당한 삶의 굴레에 갇혀 있다" 라고 이야기하기 보다는, "여성들은 이와 같은 삶의 애환과 고뇌가 있다" 라는 주제의식을 잘 전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여성은 여성에게 해당하는 굴레가 있고, 남성은 남성에게 주어진 굴레가 있다.

성별 여하에 상관없이 더욱 차별 없고, 건강한 관계,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게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김지영과 비슷한 가정 환경, 양육, 사회 생활을 경험한 이들이 결혼 이후 삶이 바뀌었다면 이 영화는 굉장히 공감할 요소가 많은 영화다.

 

다소 다른 삶을 살아가는 이들도 있으나, 그들도 부분적으로나마 이 영화 속에서 느끼는 영역들에서 공감대를 느낄만한 요소가 있었으리라 본다.

직장에 다니는 여성이 경험해야 하는 어려움 등은 지극히 현실적인 부분들이며 이에 대해서 더욱 나은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노력은 그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부디 이 영화가 '남성 혐오'라는 이상한 방향으로 사용되기 보다는 '여성의 인권 향상', '여성의 삶을 재조명' 하는데 한자락 귀하게 사용되기를 바란다.

정유미, 공유의 연기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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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케노시스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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