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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성 교수의 [왜 분노해야 하는가?] 를 읽고 나서 '임금격차',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면 강준만 교수의 [바벨탑 공화국]을 통해 서울로의 초집중화(Hypercentralization) 현상이 가져운 교육/문화/사회/경제 불평등, 부동산 문제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었다.

도시계획과 관련 지식이 적다 보니 그저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고 고민해 보는 용도로 책을 활용했다.

땅이 좁다 보니 서울로의 '초집중화' 문제를 어쩔 수 없는 문제로 치부하며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았는데 이 책은 이 나라의 수 많은 문제들이 그로부터 초래되었다는 과감하고 대담한 주장을 전개한다.

이 책에 대한 반박서적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고개를 끄덕거리게 하는 요소들이 많았다.

 

 

사실 여러 지역에서 생활을 해 본 필자로서는 서울이라는 곳은 숨이 막히고, 너무 과도하게 밀집되어 있는 도시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다른 나라를 방문하고 돌아와도 그 생각은 지워지지 않는다.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하겠지만 해도해도 너무 과도하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별로 없을 것이다.

심지어 교육도 서울에 밀집되어 있다 보니 지방에서는 젊은이들이 모두 인서울에 목을 매달고 있고, 그러다 보니 서울/경기 집값이 올라가서 쪽방, 고시원에 엄청난 돈을 들여가며 생활을 해야 하는 사람도 허다하다.

그러한 삶이 인간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치고 지방은 점점 소외되어 간다는 점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미디어도 서울 중심이다 보니 지역의 소식보다 강남의 소식을 먼저 접하게 되는 지방민들도 있을 정도다.

서울로의 초집중화는 사회/경제/문화/정치 등이 모두 모여 있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가 비단 서울에만 문제를 야기하는 게 아니라 나라 전체에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사실 지방에 놀러가보면, 서울과 느끼는 괴리감이 크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로 인해 초래되는 부동산 문제는 강남에 한번도 가본적 없는 사람이 강남에 아파트를 매매해 두는 웃지 못할 문제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 책은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모든 당에 대한 모두까기를 시전한다. 그 만큼, 관련 정책에 있어서는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모두 비슷한 담합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방자치제는 이름만 번지르르하고 결국 중앙에 연줄이 닿아서 예산을 얼마나 끌어 모을 수 있는지가 지방 의원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었다는 개탄은 귀담아 들을 만 하다.

 

그리고 지방에서 외곽 쪽에 신도시를 건설하는 붐이 일고 있는데 이는 기존 구도심의 공동화를 초래하고, 외곽 신도시 건설에 지방 의원/건설 업체/언론 등이 서로 이득을 나눠 가지는 구도가 된다는 점들은 새롭게 배우게 된 사실이다.

대한민국 만의 문제들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작업은 멈출 수 없는 지식인의 과업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이 나눠주는 혜안은 전적으로 동의하든, 부분적으로 동의하든, 또는 전부를 부정하든 피할 수 없는 요소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제대로 알고 접근해야 바로잡을 여지가 조금이라도 생긴다.

한국 사회에 대한 애정을 지니고 있는 이들이라면 한번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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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케노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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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장하성 정책실장의 [왜 분노해야 하는가?]를 보면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다소 이상주의적으로 들릴 순 있으나, 일반 재분배(복지를 확대)를 통한 방식은 한계가 있으며 원천 재분배(임금 격차 해소)를 통해 경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그의 관점은 상당히 신선했다.

관련 분야에 대한 지식이 미비하거니와, 주로 일방적으로 학습하는 수 밖에 없으나 객관적인 그래프를 제시하면서 꼼꼼하고, 치밀하게 기록된 책은 상당히 중요한 통찰력을 안겨준 게 사실이다.

분명히 경쟁력 있는 이들이 더 많은 자원을 가져가야 하는 건 맞지만 그런 것 치고는 임금의 격차가 너무 심하며(1년 연봉이 1억 5천인 사람과 3000만원인 사람의 차이는 너무 가혹하다), 더 나아가 비정규직/정규직 간의 문제들도 포괄적으로 조망하는 내용이 이 책 속에 담겨 있다.

지금 읽고 있는 강준만 교수의 [바벨탑 공화국]에서는 서울에 모든 인프라,자원이 밀집되어 있는 hyper-centralization(초집중화) 문제를 다루는데 이 영역도 시사점이 많은 것 같다. 더 나아가서 아파트, 부동산, 서울에 과밀집된 대학 등의 문제를 함께 살펴봄으로써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존망을 논하는 데 논조는 상당히 강하지만 알아둘 만한 내용이 꽤 많이 들어 있는 책이다. 한국이라는 나라의 특수성을 잘 이해하는데 한 가닥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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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또는 서울이 바벨과 비슷하다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니다.

초고층 아파트엔 여러 분야에 걸쳐 많은 문제가 있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려는 것도 아니다.

우선 바벨탑의 이미지만 빌려오자. 아파트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한국은 현재 50층 이상 주거용 초고층 건물을 세계적으로 4번째로 많이 보유한 나라인데, 2008~2014년 사이 31층 이상 고층 건물은 503동에서 1319동으로 2.6배 급증했다.

이런 급증 추세는 더욱 가파르게 위를 향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왜 그럴까? 물론 돈 때문이다.

하지만 조건이 하나 있다.

초고층 아파트가 어디에 있느냐가 중요하다.

 

 

땅값이 비싼 곳에 있어야 한다.

어디가 땅값이 가장 비싼가?

서울이다.

그리고 강남이다.

강남에 대한 열망은 강하고 강남의 땅은 제한되어 있으니 높이 올라가는 수 밖에 없다. 물론 이런 '경제 원리'의 메커니즘은 전국으로 확산된다.

바로 여기서 바벨탑의 이미지가 생겨나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벨탑은 오만할망정 신에게 직접적으로 도전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인간들 사이에서 더 높은 서열을 차지하기 위한 각자도생형 투쟁이다.

그래서 수많은 바벨탑이 세워지며, 상호 소통이 불가능해진 불통은 이미 이 단계에서부터 나타난다.

 

이 바벨탑들은 탐욕스럽게 질주하는 '서열 사회'의 심성과 행태, 그리고 서열이 소통을 대체한 불통 사회를 가리키는 은유이자 상징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1항은 추상적 당위일 뿐, 구체적 현실은 바벨탑 공화국이다.

헌법 제 2장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고 했지만, 이 아름다운 말은 과거의 신분제를 대체한 서열제 앞에선 무력해지고 만다.

우리의 삶을 보자.

주거지만 서열화되어 있는 게 아니다.

한국은 대학 입시에서부터 취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게 다 서열화되어 있는 나라다.

이 지구상에 서열 없는 나라가 어디에 있겠는가.

문제는 서열 격차다. 예컨대, 서열 의식이 한국 못지 않은 일본만 해도 중소기업의 연봉은 대기업의 80%를 넘지만, 한국은 겨우 절반 수준이다.

 

사회적 대접까지 돈으로 환산하자면 절반에도 한참 미치지 못한다.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 일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간의 임금은 최대 4.2배 차이가 난다. 이게 바로 한국의 청년 실업률이 일본의 2배가 넘는 결정적 이유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걸 당연시하면서 방치한다. '모든 노동자의 대기업 노동자화'와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목표를 진보적인 것이라고 내세우면서 언제 실현될지도 모를 기약 없는 목표에만 매달린다.

 

그래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경향신문] 논설위원 박종성이 잘 지적했듯이, 한국 사회에서 정규직 진입은 '사활의 문제'가 되고, "정규직의 성안으로 들어가면 문을 닫아버리고 자신만 살겠다"고 혈안이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래서 분신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차별에 한이 맺힌 어느 비정규직 노동자는 "우리도 정규직 드나드는 정문 앞에서 데모 한 번 하고 싶다"고 절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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