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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테이션 게임]은 상당히 잘 만든 작품이다.

 

마치 존 내쉬의 이야기를 다룬 [뷰티풀 마인드] 와 같은 느낌의 영화인데, 사실 이 영화를 통해 이 인물을 새롭게 조명하게 된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필자도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바로 [앨런 튜링]이라는 책을 사서 읽었다. 너무 매력적인 인물이고, 이 인물을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연기했다는 게 더욱 반갑기도 했다)

 

그는 키가 180 c m 정도로 크고 몸집이 컸다고 한다. 

 

그는 일반 사람들과는 다른 뭔가 범상치 않은 구석들이 있었다. 일단 그를 가까이서 알게 되면 재미있고, 도전적인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진정한 관계적 친밀함을 맡본 적은 거의 없었던 걸로 보인다.

 

그는 41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타임지]는 새로운 천 년이 시작되던 때에 그를 라이트 형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DNA 구조를 알아낸 크릭과 왓슨, 페니실린의 발견자인 플레밍 등과 함께 20세기의 위대한 사상가 100명 안에 포함시켰다.

 

 

 

그가 도대체 누구이길래, 이토록 열광하는 것일까?

 

꽤나 짧은 인생을 살았지만 튜링이 이룬 업적은 실로 굉장했다.

 

가장 잘 알려진 것으로는 1939~1945년의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독일의 가장 비밀스러운 코드인 Enigma 일부를 해복했다는 것이다. 영화에서도 나오듯이 이와 같은 업적으로 인해 전쟁이 2년 정도 일찍 종결될 수 있었고, 통계학적으로 1400만명 정도가 목숨을 건지는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천재 수학자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영화 속에서 이와 같은 지구 영웅은 쓸쓸한 말로를 겪어야 했지만, 그가 이룬 업적은 사실 상상 그 이상이었다.

 

또한 이 영화에서는 집중적으로 조명되지 않았지만 튜링은 현대 컴퓨터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응용프로그램을 저장한다는 혁신적 개념이 튜링으로부터 창안되었고, 프로그램이 컴퓨터의 메모리 안에 들어 있어서 우리가 원할 때 바로 일할 수 있게 된 것도 튜링 덕분이다.

 

 

이 영화의 제목인 [이미테이션 게임]은 무엇일까? 일단 인간과 인공지능의 차이점을 알아내는 실험인 튜링 test’라는 것이 있는데 이 천재적인 테스트를 튜링이 개발한 것이다.

 

 

여기서 실험자는 피실험자와 인공지능을 지닌 컴퓨터에게 Questions을 던지는데, 이 때 실험자가 컴퓨터와 피실험자중 누가 컴퓨터고, 누가 인간이지를 구분하지 못할 때 이 인공지능 컴퓨터는 튜링 테스트를 통과하게 된다. 이 부분을 이미테이션 게임’(모방 게임) 이라고 부른다.

 

일단 짤막한 영화 감상문을 나누고(튜링이 이룬 IT 측면의 업적은 잠시 접어두고) 그의 생애와 인간 존재에 대해 짧게 나마 나눠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자.

 

영화는 전반적으로 훌륭하다. 

 

튜링 연기를 맡은 베네딕트 컴버배치라는 인물이 워낙 연기를 잘해 줘서, 영화 전체의 퀄리티를 높여준 것 같다. 영국 드라마 [셜록]에서 열연을 했다고 하는데 필자는 [셜록] 1화 보다가 말아서 그 진가를 알지 못했는데, 이 영화를 통해 잠재력이 터진 것 같다.(요즘은 마블의 닥터 스트레인지로 훨씬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키이라 나이틀리는 우리 나라에서 워낙 사랑받는 여배우이기도 하고, [비긴 어게인] 등으로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2차 세계 대전을 무대로 하고 있다 보니 분위기가 음울한 편이고, 딱히 Dynamic 한 진행이 나오기 어려운 역사의 한 측면, 인물의 한 시기만을 다루고 있을 뿐인데도 군더더기 없이 유쾌한 요소와 적절한 진지성이 가미되어 이야기의 전개가 매끄럽다.

 

사실 상당히 좋은 작품이고, 몰입도가 높아서 긴 시간 집중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지금부터 5가지 테마를 가지고 그를 조명해 보자.

 

 

 

[1]‘특별함, 다름의 미학

 

그는 뭔가 남들과 다른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의 수학 선생인 도널드 에퍼슨은 기억하기를 튜링은 가르치기 어려운 학생이었는데, 왜냐하면 자신만의 독자적인 방법들을 선호했기 때문이었다 라고 말했다. 그리고 튜링이 살던 기숙사 사감은 튜링에게 연금술사라는 별명과 함께 명백히도 반사회적이라는 딱지를 붙여줬다. 

 

어릴 때부터 비사교적이고 공상에 잘 빠지던 튜링은 9살의 어린 나이에 기숙학교로 보내졌고, 그 때 괴롭힘과 상급생의 횡포 속에서 사춘기를 보냈다. 그는 직접 개발한 만년필로 부모에게 편지를 쓰곤 했고, 심지어는 그의 발명품에 대한 세부 도면을 보내기도 했다.

 

뭔가 괴짜 같기도 한 그는 영화 속에서는 마치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그랬던 그가 대학에 들어가면서 지적인 안식처를 얻게 되자 노를 젓는 취미 생활도 가지고, 카드 놀이, 테니스도 즐기고 사람들을 사귀기 시작한다.

 

​여기서 '다름'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사람은 자신과 다른 것을 용납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의 질문이 감정을 배제한 논리로 무장하고 있을 때가 많고, 엉뚱한 방향을 지니고 있다고 해서 받아야 했던 수 많은 괴롭힘들은 인간이 지닌 씁쓸한 폭력성을 다시 한번 생각나게 해 준다.

      

그는 분명 뛰어난 구석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때론 질투’, ‘시기의 일환으로 그와 같은 공격을 당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인간이라는 존재는 자신이 거머쥘 수 없는 무언가에 대해 막연한 분노를 느끼곤 한다.

 

 

분명, 튜링이 사회성이 부족하고, 관계를 맺는 법을 잘 몰라서 수 많은 이들에게 불쾌감을 주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에게도 천천히 배우고, 경험하고, 훈련할 시간을 허락해 주고, 여건을 마련해 준 이들은 과연 어디 있는가?

 

그의 ‘다름’은 삶을 살아가고, 관계를 맺는데 많은 제약을 줬을지 몰라도 결국 그였기에 그와 같이 놀라운 일들을 행할 수 있었던 건 아닐까?

 

1939년에 독일과의 전쟁이 시작되던 첫 날, 그는 블레츨리 대저택이라고 부르던 버킹엄셔에 있는 빅토리아 시대의 저택으로 거처를 옮기고 타자기처럼 생긴 독일군의 암호화 기계인 Enigma 가 만들어 낸 암호문을 해독하는 전투의 핵심 인물이 된다. 

 

그는 기계를 써서 기계와 맞섰는데 그가 암호를 해독함으로써 히틀러에 대항한 연합군의 승리를 이끈 인물 중 한 사람이 되었다는 건 그의 다름이 만들어 낸 아름다운 결실 중 하나일 것이다.

 

그 이후에 그가 AI(인공지능)에 대한 개척자적 연구를 진행하면서 기계들은 생각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체스를 두는 프로그램)을 만들기에 이른다.

 

그는 짧은 인생을 살았다. 때론 오만해 보이기도 하고, 천재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했으며, 때론 순수하게, 때론 괴짜같던 그의 인생은 남들과 많이 다른 모습을 지녀서 힘겨웠겠지만 많은 업적을 남기면서 진가를 드러냈다.

 

그 사람은 너무 일반적이지 않아. 그 사람은 이해할 수가 없어. 뭔가 이상해~ 왜 그렇게 살까?” 라고 말하는 범인들 속에서 그는 영화 속 대사처럼 이렇게 외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이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이룰 수 있다.’

 

 

[2] 고독, 소외

 

그는 학창시절 타인에게 받아들여 질 수 없었던 인생이었다. 그는 지금으로부터 거의 100년 전인 1912 6 23일에 런던의 패딩턴 역에서 반 마일 정도 떨어진 워링턴 크레센트 2번지에서 태어났다. 

 

그의 어머니인 사라 스토니는 엔지니어와 과학자들이 많은 집안 출신이었다. 그리고 아버지 줄리어스는 인도의 도시에서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앨런은 일찍이 특권층의 삶을 누렸기에 요리사도 있었고 하녀들도 있었고 휴가 때는 해외에서 시간을 보냈다.

 

물질적인 어려움은 없었다는 점은 다행이었지만 그의 삶은 거의 고아나 다름 없었다.

 

 

그는 부모가 휴가 때 인도에서 돌아왔을 때만 같이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부모 없이 자란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그의 어머니인 사라는 자신이 휴가를 받아서 영국에 돌아왔을 때 하루가 다르게 비사교적이고 공상에 빠져 가는 튜링을 보면서 안타까워 했던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의 어머니인 사라는 일을 위해 다시 인도로 돌아가려고 했을 때, 멀리 사라지는 택시를 쫓아오면서 튜링이 팔을 크게 흔들고 학교 길을 따라 달려 내려오던 기억이 가슴 아프게 남아 있다 고 했다.

 

그가 영화 속에서 유독 기계에 집착하고, 수학과 지적 논의에 집착했던 이유도 그의 선천적인 지적 능력과 더불어, 다음과 같은 고독이 영향을 미쳤던 게 아닌가 생각해 본다.

 

혼자서도 너끈히 살아갈 것 같고, 마치 혼자 살아야 될 것처럼 행동했던 그였지만 결국 영화 속에서 전쟁이 끝난 후 홀로 남겨진 그의 모습은 누구보다도 외로워 보인다.

 

 

 

그리고 한 때 약혼한 사이였던 조안(키이라 나이틀리 주연)이 방문하자 혼자가 되기 싫다고 절규하기에 이른다.

 

기계와 인간 사이의 Humanoid 같은 그였지만 그는 지극히 인간적인 한 사람의 인간이었던 것이다.

 

어린 시절 기숙학교에서도 상급생에게 괴롭힘 당하고, 괴짜 같은 기질과 사람의 감정을 헤아리질 못하는 성격 때문에 친구도 없고(어린 시절 부모와의 친밀한 유대가 결여되어 감정 공감 능력이 개발되지 않았던 건 아닌지...), 부모도 멀리 계셔서 거의 고아 수준이었고, 군대 상급자도 그를 쫓아낼 궁리만 했던 걸 보면 그의 인생은 참 외롭다.

 

물론 영화 속에선 같이 비밀리에 일하는 사람들과 초반에는 반목이 심했으나 나중에 가서는 rapport가 어느 정도 형성되면서 사회성이 길러지고, 뭔가 안정감이 느껴지는 대목이 등장한다.

 

그러나 결국 전쟁이 완료된 후 비밀 유지를 위해 서로 만나기 어렵게 되면서 튜링은 다시 소외와 고독 속으로 침잠하게 된다.

 

그의 전기문을 읽어보면 상당히 쾌할하고, 잘 지냈다는 표현들이 나오긴 하지만 그건 그의 깊은 실존적 공허 외로움을 달래주진 못했던 것 같다.

 

 

[3] 동성애

 

왜 그에게 다음과 같은 성향이 생겼을지 생각해 봤다.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를 이해해 보기 위한 시도의 일환이라고 받아들여 보자.

 

그는 주변의 거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소외되었었다.

 

그런데 거의 모든 인간으로부터 소외 한 존재에게 처음 다가와 준 (Sex)’ 남성’(Male)이라면,  남성에게 I love you 라는 암호를 보내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처음 태어나서 마주하게 된 존재에게 애착이 형성되는 (동물에게 사용하는 표현인) 임프린팅(imprinting, 각인)과도 비슷한 느낌 아닐까?)

 

Male, Female을 구분하는 사회적 규약을 떠올리기 이전에 함께 있음’, ‘타인과의 관계 라는 측면이 제대로 영글지 못한 상태에서 후자가 먼저 채워지는 느낌을 받는다면 전자인 사회적 규약이나 약속’, ‘도덕 등은 상대적으로 부차적인 느낌을 주지 않을까?

 

그리고 그 유일했던 남자 친구가 결핵으로 죽어 버리면서 다시 고립되어 버린 앨런은 자신이 만든 기계에 크리스토퍼라는 그 사랑했던 남자 친구 이름을 붙여서 그 기계와 떨어지려 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영화의 장면들이 그의 고독의 깊이가 얼마나 컸으며, 사랑하던 남자의 죽음이 얼마나 큰 상실감을 줬을지를 암시해 주는 것 아닐까?

 

 

동성애 문제로 2년간의 감옥살이와 호르몬 치료를 통한 화학적 거세 중 한 가지를 선택 받아야 할 상황에서 그는 크리스토퍼(컴퓨터 기계)와 떨어지지 않기 위해 화학적 거세를 당한다. 겉으로는 꽤나 잘 나가고, 천재적인 면모를 갖췄을지 모르지만 그의 내면은 초라하고 외로웠기에 그와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게 아닐까?

 

[4] 잊혀짐과 드러남

 

튜링의 생전에는 비밀 Enigma 해독으로 인해 알려지지 않았고 영국 정부도 50년간 함구했지만, 드디어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결국 그의 암호 해독으로 인해 2차 세계대전을 2년 앞당겨서 종결할 수 있었고, 1400만명이 생명을 구했다.

 

키이라 나이틀리(조안)가 폐인이 되어 버린 앨런을 찾아 가서, 넌 특별한 사람이었기에 이러한 놀라운 일을 할 수 있었다. 내가 너를 보러 오기 위해 기차를 타고 올 때 거쳐온 도시도 너가 아니었으면 다 파괴되었을 것이고, 승무원도 죽었을 것이다. 그런 너가 평범해 지려 하다니.... 라고 말하며 위로해 준다.

 

(여담이지만 영화 속 조안은 조안 클라크라는 실존 인물을 연기한 것이다. 그녀는 잠시이긴 했지만 튜링과 약혼을 했던 대단히 지적인 여성이었다고 한다. 암호해독의 매력에 너무 푹 빠져서 결국 그녀는 1970년대에 은퇴를 할 때까지 계속 이 분야에 남아 있었다)

 

비록 그는 살아 생전에는 제대로 된 영광을 누리지 못했지만, 21세기에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서라도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기에 그는 우리에게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누구도 해낼 수 없는 놀라운 일을 해냈지만,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못한다는 건 참으로 불행할 것이다. 세상 속에는 그런 모습을 묵묵히 감당해 내는 이들도 드물게나마 있는 게 사실이긴 하지만 말이다.

 

모든 경우에 튜링처럼 드러남을 맛보게 되는 건 아닐 것이다. 진정 잊혀져 버리는 사람들도 있겠으나, 그들이 흘린 희생 노력 그리고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는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는데 일조할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결국 2009년 영국 총리는 다음과 같은 말로 그를 드러나게 해 줬다.

 

비록 튜링이 그 당시의 법에 따라 다루어졌고 우리가 시계를 뒤로 돌릴 수는 없지만, 그에 대한 치료는 물론 명백히 공정하지 않았습니다. 그에게 일어났던 일에 대해서 나를 포함하여 우리가 얼마나 깊이 미안해하는지 말할 기회를 가져서 기쁩니다.’

[5] 숙명

 

불꽃처럼 살다 가버린 그의 삶은 어떻게 종결된 것일까?

 

영화에서도 그렇지만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튜링이 독이 든 사과를 깨물어 먹고 목숨을 끊었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사과 속에 청산가리가 들어 있었다고 [워싱턴 포스트]의 기사는 말했는데 실상 당국에서는 청산가리가 들어 있는지 검사를 한 적이 없다고 한다.

 

Gossip을 만들어 내기 위해 가상의 이야기가 덧붙여 진 것이라고 그의 전기 잔가인 B. 잭 코플랜드는 이야기 한다.

 

그리고 튜링이 죽기 전 가장 마지막으로 업무 시간을 함께 보냈던 오언 이프라임은 1954년 초부터 멘체스터 컴퓨팅 연구소에서 튜링과 같이 일해온 컴퓨터 엔지니어였는데 튜링은 여느때와 다름 없이 잘 가요라고 말하며 헤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검사관이나 경찰 중 그 누구도 자신에게 튜링의 태도나 죽기 전 행동 양상에 때해 물으러 오지 않았었다고 진술했다.

 

사인을 밝히려는 조사가 이루어졌다면 자살이라는 결론이 나왔을까?

 

코플랜드는 그렇지 않을 것 같다고 주장한다.

 

사인을 밝히는 조사의 공식적인 자료들은 검시관의 사무실에서 폐기되었다고 한다. 다행히도 튜링의 어머니인 사라가 다양한 문서들의 사본과 병리학자가 만든 보고서의 사본을 가지고 있어서 이를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더군다나 청산가리 중독은 평화로운 죽음이 아니라 경련을 동반하곤 하는데 그가 죽은 모습은 상당히 정돈되어 있었고, 신발도 가지런히 침실 문 바깥에 놓여져 있었다고 하는데 실제로 튜링은 이런 습관을 지닌 적이 없었다고 하니 의혹이 커지게 된다.

 

[1] 자살

[2] 사고사

[3] 모르는 사람 혹은 사람들에 의한 살해

 

일단 자살의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많은 증언들이 있었고, 사고사 또는 살해 등의 가능성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살해 당했다는 [3]번 보기가 상당히 황당해 보일 수 있지만 튜링이 워낙 깊은 영역의 보안을 담당했었다 보니,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와 같은 음모가 계획되었다고 생각해볼 여지는 있을 것 같다.

 

1950년에 상원의원 조지프 매카시가 미국의 신경질적인 매카시 시대를 열었고 1953년 말경에 매카시즘은 최고조에 달했던  매카시는 국가 안보에 접근하는 것이 허용된 동성애자들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선언했는데 그 안보 조직들이 영국에서 비밀 암살을 수행한 건 아닐까?

 

데이비드 콘웰은 1950년대와 1960년대에 MI5 MI6에서 일했었는데 2010년에 [선데이 텔레그래프]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직접적인 작전을 많이 했습니다. 바로 눈 앞에서 하는 암살들.’.....‘우리는 약간은 몹시 나쁜 일도 했습니다.’ 라고 그는 말했다비약일 수 있지만, 이 고백과 튜링의 운명을 연결지어 보는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결국 명확한 그의 사인은 미궁으로 남겠지만, 그가 일반적인 한 사람이 이루지 못한 놀라운 일을 감당해 주고 쓸쓸히 이 땅에서의 생을 마감했다는 점에서 뭔가 숙명 적인 느낌을 강하게 남겨준다.

 

그의 선천적 기질과 환경적 요인 등이 그리고 알 수 없는 수 많은 상호작용으로 인해 그로 하여금 결코 순탄할 수 없는 삶을 살게 만들었다. 그로 인해 남들이 누렸던 소소한 행복은 박탈당한 채 살았을지 몰라도, 그는 남들이 이룰 수 없었던 거대한 업적을 지닌 채 떠났는지도 모르겠다.

 

한 인간을 향한 숙명이었던 걸까?

 

생각이 깊어지는 영화다.

 

(여담 2: 영국의 체스 우승자였던 휴 알렉산더도 영화 속에 등장하는데 그는 실제로 저속한 유머감각을 지닌 사람이었다.)

 

(여담 3: 영화 속에서 튜링이 달리기를 하는 모습이 중간 중간 나오는데, 튜링은 실제로 올림픽 수준의 달리기 주자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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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케노시스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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