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 출판사에서 나온 [르네 지라르] 서문에 나온 내용을 그대로 옮겨와서 소개해 드립니다.
문화 연구가인 르네 지라르를 김우현 감독의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와 동시에 읽으며 공부할 기회를 3~4년 정도 전에 가졌었는데 신기하게도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속에 르네 지라르가 인용되어 있더군요.
악한 생각만 욕망해도 그게 실재하는 '악'으로 간주되듯이[마태복음5~7장에 나오는 산상수훈 내용 참고], 선한 것을 욕망하는 것만으로도 '선'이 실재가 될 수 있다는 김우현 감독의 적용은 참으로 신선했고, 충격적이었습니다.
지라르의 '욕망 이론' '모방 이론' 자체도 한번 쯤 숙고해 볼만한 가치가 있어 보였고, 그가 사회 현상과 이 땅의 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그 해답을 '기독교'에서 찾고자 했다는 점은 인상 깊었기에 한번 쯤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해서 글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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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 지라르(Rene Girard)는 '욕망의 삼각형'과 '희생양' 이론 등을 통해 우리에게도 그 이름이 낯설지 않은 문학 및 문화 연구가다.
그의 활동 영역이 어느 학문 분야에 속한 것인지를 논하는 것 자체가 소모적일 정도로 그는 실로 방대한 영역에 발을 걸치고 있다.
물론 이 방대한 영역이 그의 손 아래에서 '단 하나의 주제'로 환원되고 있지만, 여전히 그를 어떤 학문 영역이 연구자라고 정의 내리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면서 다시 한번 살펴보기로 하고, 우선 이 복잡한 학자, 그럼에도 우리에게 꽤나 친숙한 학자의 삶을 일별해보기로 하자.
작가는 물론이거니와 여느 사상가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그의 삶이 보여주는 단편들과 삶의 전반적인 궤적을 살펴보는 것이 그의 작품 및 사상 세계 전체를 통찰하는 출발점이 된다는 데에는 누구도 이론을 달지 못할 것이다.
물론 작가의 삶과 그의 텍스트를 철저히 분리하려는 시도들이 난무하고 있는 오늘날이지만, 한 작가 혹은 사상가의 저작과 사유 체계 속에는 그가 삶 속에서 경험한 수많은 사건과 만남들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한 사상가의 학문 세계라는 거대한 박물관에 이제 막 들어서는 입문자들에게 있어서 그의 생애만큼 손쉬운 안내서도 없을 것이다.
르네 지라르를 소개하는 글을 쓰는 데 있어서 가장 큰 난점이자 가장 먼저 부딪치게 되는 장애물이 바로 여기에 있다.
르네 지라르가 남긴 학문적 소산이나 유명세에 비한다면 정작 그의 생애와 관련된 자료들은 극히 미약하다.
저서는 물론이거니와 이론에 대한 각종 해설서들, 또는 인터넷 자료들을 두루 살펴보아도 그의 생애에 대한 자료는 한 페이지 남짓하게 정리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르네 지라르의 학문 여정 자체가 고향인 프랑스가 아닌 미국 대학을 무대로 이루어졌으며, 이론 또한 현대의 주된 사유 흐름들과는 다소 동떨어진 독특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고민은 더해진다.
굵직한 평전이랃 한 권 출판되었다면 더도 없이 고마우련만, 우리에게는 아직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못했다.
따라서 이 책도 르네 지라르에 대한 소개보다는 철저히 이론 세계를 소개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야 할 것이다.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르네 지라르의 이론 자체가 그의 말대로 '단 하나의 주제'로 단단히 엮여 있는 만큼, 그의 생애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해도 충분히 접근 가능하고, 이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2004년에 출판된 지라르의 대담집인 [문화의 기원]은 그의 삶의 여정에 대한 우리의 호기심을 조금이나마 충족시켜주고 있다.
르네 지라르는 1923년 12월 25일 성탄절에 남프랑스 지방에 있는 아비뇽이라는 도시에서 4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그는 르네 노엘 테오필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공화파이자 반교권주의자였던 아버지는 파리 고문서 학교를 나온 지방 사학자로 아비뇽 박물관과 도서관에서 일했다.
반면 가톨릭 신자이자 왕당파 지지자였던 어머니는 지체가 높고 보수적인 가문 출신으로 예술에 조예가 깊은 여성이었다.
특히 어머니는 드롬 도에서 대학입학자격시험인 바킬로레아에 합격한 첫 번째 여성이기도 했다.
지라르는 이처럼 거의 모든 면에서 상반되는 생각을 가진 부모 밑에서 자라났지만 부모 중 어느 쪽도 사상이나 종교에 맹신한 사람은 아니었다고 회상한다.
예를 들어 가톨릭 신자였던 어머니는 독실한 신앙을 가지고 있었지만, 동시에 꽤나 자유로운 정신의 소유자였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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