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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무오설을 신봉하는 근본주의자들에게 가장 위험한 적은 다른 종교가 아닌, 기독교 내부에서 성서비평학을 수용하는 자유주의자들이다.


성경에 대한 탄력적 사고를 토대로 종교 간의 대화 및 교회 연합운동을 추구하는 진보주의자들은 신앙의 순수성을 훼손하는 암적인 존재요, 어떤 의미에서 진정한 기독교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이들은 단정한다.


그 결과, 성서 무오설은 한국교회가 연합을 위해 극복해야 할 가장 어려운 과제가 되고 있다.

 

 


 

예를 들어, 2009년 11월 3일에 WCC 총회에 대한 담화문을 발표한 예장(합동)은 "우리는 WCC와 함께할 수 없고, 일치될 수 없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이들이 WCC를 반대한 여러 이유 중 하나는 "WCC 내 많은 자유주의 교회 지도자들은 성경의 영감, 무오 등을 믿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의 동정녀 탄생과 죽음, 부활, 승천, 재림 등을 믿지 않는다." 는 것이다.

 

(이대웅, "합동, WCC 총회 관련 강경 입장 담은 담화문 발표,"[크리스천투데이] (2009년11월4일))

이런 생각은 다른 이들을 통해서도 반복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2010년 5월에 한국복음주의신학회 회장으로 선출된 최갑종 박사도, 진보적 성향의 기독교학회와 보수적 성향의 복음주의신학회의 통합 가능성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기구의 통합은 불필요하다고 본다. 불필요할 뿐 아니라 아예 불가능한 측면도 있다.

 

성경을 하나님의 영감으로 보고 무오류를 주장하는가 하면, 성경 역시 인간의 저작물이기에 오류가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렇게 성경관에서 차이가 난다면 통일은 어렵다"고 자신의 확고한 견해를 밝혔다.

 


이처럼, 근본주의 진영에서 성경무오설은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척도로 작용하고 있으며, 진보진영과의 연합/통일을 가로막는 가장 심각한 장벽으로 기능을 하고 있다.


한편, 이런 근본주의적 성경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복음주의 신학계 내에도 성서무오설을 비판하는 목소리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성경영감설을 절대적으로 신봉하며, 성경무오설을 신앙적 정체성의 요체로 수호하고, 성경에 대한 문자적 해석을 강력히 추구하는 근본주의적 성경관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는 대체로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성경무오설은 이론적/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무의미하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영감으로 기록되었다고 하는 성경 원본이 현재 존재하지 않고, 우리 대부분은 성경을 원어로 읽을수 없어 번역본에 의존하고 있다.

 

동시에 어떤 번역본도 완전할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성경을 읽는 우리는 다양한 편견에 사로잡혀 있어서, 우리의 해석은 매우 주관적일 수 밖에 없다. 이런 현실에서 성경 무오설을 주장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둘째, 성경무오설에 근거한 근본주의적 성경해석은 사회적 갈등과 분열의 원인으로 작용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뉴스앤조이]에 기고한 글에서, 정병진은 근본주의적 성경관의 위험성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근본주의자들의 성경에 대한 사랑과 열정적인 전도활동은 기특하지만, 그들의 반지성주의적 단순한 신앙심 때문에 종교사회적 충돌과 물의를 빚는 경우가 허다하다 보니 그 부작용이 매우 심각합니다. 더욱이 그들의 무리하기 그지없는 문자주의적 성서 이해는 합리적 대화를 가로막고 갈등을 일으키는 주된 요인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성경을 읽고 더욱 이 세계에 평화가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텐데, 그러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전쟁과 갈등을 부추기게 된다면 기가 막힌 노릇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성경을 읽을지라도 신앙관이 제대로 서 있지 않으면 독과 같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정병진, "전쟁신 야웨를 넘어서", [뉴스앤조이](2003년 3월 17일))


이처럼 성경무오설은 한국교회의 근본주의를 규정하는 신학적 잣대로 기능을 해왔다. 지금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오히려 최근에는 복음주의 진영 내에서조차 이런 근본주의 성경관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증가하면서, 이것은 더욱 심각한 갈등의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성경에 대한 다른 입장이 한국교회를 더욱 성숙시키는 '거름'이 될지, 아니면 분열과 갈등의 '불씨'가 될지 조심스럽게 두고 볼 일이다.

 

-[한국 개신교 근본주의]에서 발췌함-

 

*모든 이미지는 구글 이미지를 활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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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케노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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