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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삼]

 

[IMF 가 남긴 후유증 양극화- : 현 정권까지의 흐름]

 

경제위기는 자본주의 역사에서 끊임없이 반복되었고 그때마다 경제력 집중을 더 심화시켰다. 거시경제의 혼란과 불확실성은 약자를 몰락시키며 약자가 사라져 생긴 시장의 공백은 더 강한 자가 차지한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IMF 경제위기는 몇 가지 중대한 결과를 남겼다.

더욱 심화된 경제력 집중, 정리해고제 도입과 비정규직 확대, 그리고 이른바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의 현저한 약화였다. 그 결과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몰락하고 노동자의 지위는 약화되었으며 소득격차가 확대되었다. 이것을 가리키는 말이 바로 양극화다.

양극화는 다소 과장된 표현일 수 있다. 더 온건하게는 격차의 확대라고 한다.

 

IMF 경제 위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재벌그룹이 여럿 해체되었다. 그러나 삼성, LG, SK, 현대차, 롯데, 한화, 한진, 동양, 대림, 효성, 코오롱, 두산, 대상, 한솔, 금호, 동부, CJ 그룹 등은 더 거대한 기업집단으로 성장했다.

 

정리해고제 도입으로 대량실업의 공포가 노동시장을 뒤덮자 노동조합은 더욱 약해졌고 실질임금은 하락했다. ‘공장 일을 내 일처럼 근로자를 가족처럼이라는 산업화시대의 구호는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으며 평생고용이나 평생직장이라는 개념도 사라졌다.

기업이 정리해고를 사실상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되었고, 파견과 사내하청 등 간접고용이 널리 퍼진 결과 전체 임금노동자의 절반이 비정규직이 되었고 임금노동자 내부의 임금격차는 크게 확대되었다.

 

김대중 정부가 경제위기의 불길을 잡고 IMF 자금을 전액 상환한 데 이어 노무현 정부는 한국 경제를 다시 안정적 기반 위에 올려놓았다. 그런데 그 10년의 진보정권 기간에 한국 사회는 양극화의 깊은 골짜기에 빠져들었다.

IMF 경제위기에서 탈출하고 새로운 발전전략을 찾기 위해 정부는 두 갈래로 노력했다. 첫째는 미국식 신자유주의가 대세를 형성한 세계 경제환경을 받아들이면서 기회균등과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는 시장경제를 형성하는 것이었다.

둘째는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 복지정책 또는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를 보면 민주정부 10년 동안 둘 모두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진보정권은 국민경제를 대체로 잘 관리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각각 5년간 평균 4퍼센트가 넘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1인당 국민 소득(GNI) 1998 7335달러였던 것이 2007년에는 22000달러에 다가섰다.

물가상승률도 3% 수준에서 안정되었다.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를 낸 덕분에 2007년 말에는 2500억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고가 쌓였다. 실업률은 3% 대로 내렸고 달러 환율은 900원 수준으로 외환위기 이전과 비슷해졌다.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의 한국 경제 신인도 역시 외환위기 이전인 A등급을 회복했다. 종합주가지수는 노무현 정부 때 처음으로 2000을 찍었다.

 

 

 

그러나 국민의 실제적 경제생활은 거시경제지표만큼 개선되지 않았다.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경제적 지위는 오히려 악화되었다. 이런 상황은 몇 가지 간단한 통계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소득불평등 또는 소득불균등을 측정하는 지표로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이 지니계수와 소득 5분위 배율이다. 지니계수는 모든 국민이 완전하게 균등한 소득을 얻으면 0이 되며 한 사람이 모든 소득을 독점하면 1이 된다.

 

지니계수가 0.3 미만이면 비교적 양호한 편이며 0.4를 넘어가면 사회적 불안이 야기될 가능성이 높다. 소득 5분위 배율은 최고 소득계층 20%의 평균소득을 최저 소득계층 20%의 평균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소득격차가 커질수록 소득 5분위 배율은 높아진다.

 

우리의 소득분배 통계는 부족한 점이 많다. 정부가 소득분배 관련 데이터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아 조사기관과 조사방법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

 

예컨대 지니계수는 여러 종류가 있다. 전국 모든 가구를 대상으로 한 것이 있고 2인 이상 도시근로자 가구만을 대상으로 한 것도 있다. 시장소득 지니계수가 있는가 하면 납부한 세금을 제외하고 국가보조금을 더해 산출한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도 있다.

기업이 당기순이익 중 주주에게 배당하지 않고 쌓아두는 사내유보를 소득에 넣기도 하고 빼기도 한다. 이런 사정 때문에 언론인들은 종종 서로 다른 종류의 지니계수를 뒤섞어 사용한다.

 

통계청이 전국 가구 전체를 대상으로 한 소득분배지표를 발표한 것은 2006년이 처음이었다. 2006년도 시장소득 지니계수는 전국가구 0.330, 2인 이상 비농가 0.312, 2인 이상 도시가구 0.305였다.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는 각각 0.306, 0.291, 0.285였다. 가처분소득 지니계수와 시장소득 지니계수의 격차가 0.02 정도밖에 되지 않은 것은 조세와 복지제도를 통한 국가의 재분배 기능이 매우 약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2006년 시장소득 5분위 배율은 전국가구 6.65, 2인 이상 비농가 5.74, 2인 이상 도시가구 5.39였다. 가처분 소득 5분위 배율은 각각 5.38, 4.83, 4.62였다. 시장소득 5분위 배율과 가처분소득 5분위 배율의 격차 역시 그리 크지 않았다. 전국가구 시장소득 지니계수는 2008년과 2009 0.314로 최고점을 찍었고 2012년에는 0.307로 조금 하락했다.

전국가구 시장소득 5분위 배율은 계속 상승해 2011 7.86으로 최고점을 찍었고 2012년에는 7.51로 조금 하락했다. 전국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모든 소득분배지표가 2006년 이후 지속적 악화 추세를 보인 것이다. 조사방법이 달라지면 지니계수도 달라진다.

통계청과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산출한 2012년 전국가구 지니계수는 0.357로 예전 방법으로 조사한 0.307보다 훨씬 높았다.

 

양극화의 추세를 보려면 같은 대상을 같은 방법으로 조사한 시계열 데이터가 필요하다. 그래야 외환위기 이전과 이후 소득분배의 상태를 비교할 수 있다. 아쉽게도 그런 분배지표는 전국가구가 아니라 2인 이상 도시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분배지표밖에 없다.

 

……..

 

1990년에서 1996년까지는 특별한 변화가 없었다. …… 그러다가 1997년 이후 현저하게 악화되었으며 그 경향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그리고 시장소득 분배지표와 가처분소득 분배지표의 격차는 지니계수가 0.01에서 0.025 내외로, 소득 5분위 배율은 0.2에서 1.0 이상으로 확대되었다. 미약하긴 하지만 진보정권의 복지지출 확대는 가처분소득의 불평등한 분배를 완화하는 효과를 냈다.

 

2010년 이후 분배지표가 악화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연구가 필요하다. 시장소득 분배지표 악화가 멈춘 것은 비정규직 관련 법률의 유예기간이 끝나면서 부분적으로 비정규직이 정규직이나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되는 등 노동시장 양극화 추세가 완화된 것이 원인일 수 있다.

가처분소득의 분배지표 악화가 멈춘 것은 기초노령연금, 노인장기요양보험, 학교무상급식, 보육비 지원 등 새로운 복지제도를 도입하거나 기존 사업을 확대한 것 때문일 수 있다.

만약 이런 추측이 옳다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현재까지 시장소득 분배는 지속적으로 악화되어왔다. 정부가 조세와 복지지출을 통해 가처분소득 격차를 줄이려고 노력했지만 시장소득 분배의 급격한 악화를 상쇄하기에는 부족했다.”

 

………..

 

노무현 대통령은 집권 초기부터 국회와 대결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2003년 한나라당이 주도해 국회에서 의결한 법인세율 인하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국민기초 생활보장제도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기초노령연금 등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지만 확대되는 시장소득의 격차 확대를 막기에는 부족했다. 진보정권 10년 동안 임금근로자 가운데 비정규직의 비중이 급속히 증가했다. 집계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비정규직 비중은 2007년에 40퍼센트 넘는 수준까지 증가했다.

명예퇴직이나 정리해고로 직장을 그만둔 사람들이 자영업자로 변신했다. 전체 취업자 가운데 자영업자 비율이 급증해 35% 수준이 되었다. 그러나 재벌 대기업들이 소비재산업과 유통업에 진출함으로써 골목상권은 붕괴 상황에 빠졌고 영세자영업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진보정권 10년 동안 연평균 4%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는데도 소득분배가 악화되고 중하위 소득계층의 경제생활이 어려워진 데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더욱 심화된 경제력 집중, 정리해고제 도입, 비정규직 확대, 낙수효과의 약화 등 여러 원인이 있다.

재벌 대기업들은 단가를 일방적으로 깎는 방식으로 협력업체를 약탈했다. 내부거래를 통해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함으로써 그 계열사와 경쟁 관계에 있는 기업의 경영을 악화시켰다.

중소 협력업체의 지불능력 악화는 노동자들의 임금과 근로조건 악화와 고용축소로 연결되었다. 게다가 대기업들은 소비재산업과 유통업까지 진출해 영세소기업과 영세상인들의 몰락을 부추겼다.

 

노무현 정부가 도입한 비정규직 관련 법률들은 기대와 달리 비정규직의 확산과 비정규직 제도의 악용을 막지 못했다.

중소기업 뿐만 아니라 재벌 대기업들까지 비정규직 제도를 임금을 삭감하고 노동조합을 파괴하는 데 악용했다.

사내하청, 파견 등의 명목으로 자기네 회사 제품을 만드는 노동자들에 대한 직접고용을 거부했으며 계약해지 방식으로 비정규직의 노조설립을 막았다.

 

낙수효과 약화도 무시할 수 없다. 예전에는 대기업이 돈을 벌면 전후방 연관효과 때문에 원료나 중간재, 부품을 공급하는 관련 산업과 협력업체도 함께 호황을 맞았다.

그러나 수출대기업들이 가격이 더 저렴한 외국업체의 중간재와 부품을 직접 조달해 쓰는 글로벌 소싱’(global sourcing)을 본격화 하자 낙수효과가 급격히 약화되었다.

 

국민들은 2007 12월 대선에서 기업인 출신 이명박 후보를 당선시킴으로써 정부에 대한 불만을 표출시켰다. 많은 국민이 7% 경제성장으로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와 세계 7위 경제 대국을 만들겠다는 소위 ‘747공약에 기대를 보냈다. 유권자들은 2012년에도 보수정권 연장을 선택했다.

여론조사 회사들이 발표한 통계를 보면 소득 수준이 낮은 유권자일수록 보수정당 후보를 더 높은 비율로 지지했다. 여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경제성장률을 높여야 서민의 경제생활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고정관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보수정권이 진보정권보다 경제성장을 더 잘 이루었다는 증거는 없으며, 경제성장률이 높아진다고 해서 저소득층의 소득이 향상되는 것도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은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1]부자감세다. 이명박 대통령은 법인세와 소득세율을 인하함으로써 재임중 누적효과가 100조원에 육박하는 감세를 했고 혜택은 대부분 대기업 주식 소유자와 고소득층의 몫이었다.

자영업자와 임금근로자 절반이 소득세 면세점보다 낮은 소득을 얻기 때문에 직접세 감세는 중간소득 이하 계층의 국민들에게는 단 한 푼의 혜택도 주지 않는다.

 

대기업의 투자와 부유층의 소비를 유도한다는 목적을 내세웠지만 감세의 투자촉진 효과는 별로 없었다.

둘째는 [2]부동산 거래 규제완화로 단기적 경기부양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부동산 가격은 오히려 하락했다. 부동산 투기 시대의 거품이 덜 걷힌 상황에서는 규제완화로 부동산 경기를 살리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을 뿐이다.

셋째는 [3] 4대강 사업이다. 초대형 토목공사를 벌려 경기를 부양하려 했지만 환경을 파괴하고 국가의 돈을 건설회사 금고로 이전시켰을 뿐 고용증대와 경기진작 효과는 거의 없었다.

넷째는 [4] 수출을 증진하기 위해 환율을 인위적으로 올린 정책이다. 이 정책은 미국의 리먼 브러더스 파산 사태와 맞물려 환율 폭등을 일으킴으로써 달러로 표시한 1인당 국민 소득의 대폭 하락을 불렀다. 양극화의 원인이었던 경제력 집중과 오남용,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확산, 낙수효과 감소에 대해서는 사실상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은 이명박 정부 경제정책의 연장에 지나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는 부자감세 정책을 철회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가 처음 편성한 2014년도 정부 예산안에는 기초노령연금 수급액을 두 배로 올리는 것 이외에 복지지출을 크게 확대하는 정책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는 철도 민영화 정지작업이라는 비난을 무릎쓰고 수서발 KTX 자회사를 설립했고 비영리 의료법인이 영리 자회사를 세울 수 있게 하는 의료법 개정을 추진했다. 공공부문의 사유화 또는 시장화 정책을 강행한 것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입법과 정책은 전무했고 재벌 경제력 집중의 폐해를 시정하는 경제 민주화 공약도 완전히 실종되었다.

2014년 들어서는 규제를 암 덩어리’, ‘쳐부숴야 할 원수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규제철폐 작업을 시작했다.

결국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은 2007년 이명박 후보와의 후보경선 때 내세웠던 줄푸세공약, 다시 말해서 세금을 줄이고 규제를 품고 법질서를 세우는 것으로 귀착되었다. '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에서 4대강 사업 하나를 빼면 곧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이 된다. 소득분배의 개선과 양극화 해소에 관한 한 특별한 기대를 할 수 있는 근거는 찾을 수가 없다.

 

 

 

[민주주의와 경제 성장과의 관계]

 

어느 쪽이 먼저일까? 민주주의를 이루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번영한 것일까, 아니면 경제가 발전했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할 수 있었던 것일까? 어느 것도 먼저가 아니다.

이 둘은 선순환(Positive feed-back) 관계에 있다. 어느 특정한 시점에는 경제발전과 민주주의가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경제적 번영과 민주주의는 어디에서나 함께 진전되었다. 무엇이 이런 선순환 관계를 만드는 것일까?

원하는 삶을 스스로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살아가려는 욕망이다. 그렇게 살아가려면 무엇보다 먼저 자유가 있어야 한다. 자유를 누리려면 물질의 결핍이 주는 억압을 극복해야 하고, 부당한 제도와 낡은 관념의 속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개인의 자기중심적 선택에 대한 국가의 간섭과 강제를 철폐해야 효과적으로 경제적 번영을 이룰 수 있다고 한 애덤 스미스의 견해가 특수한 상황에서 일시적으로만 타당하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이미 입증되었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스미스가 틀리지 않았다. 개인의 자유를 부당하게 억압하는 사회는 경제적 번영을 길게 유지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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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케노시스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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