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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작가의 [후불제 민주주의]다.

1부: 헌법의 당위

2부: 권력의 실재

로 구성되어 있으며 유시민 작가가 국회의원, 보건복지부 장관을 하면서 느꼈던 정치,법,권력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이 잘 담겨 있는 책이다.

짤막짤막하게 구성되어 있는 책이라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으나 짧은 챕터 속에 굉장히 중요한 내용들이 함축되어 있어서 깊은 생각거리를 던져 주는 책이다.

대의 민주주의에 대해서, 국회의원에 대해서, 공무원에 대해서 고민해 볼 수 있는 책은 많지 않은데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알려고 하지 않았으며, 알기도 어려웠던 여의도의 풍경을 간접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다.

 

 

이 책의 제목은 왜 [후불제, 민주주의]일까?

저자의 글을 그대로 인용해 본다.

대한민국은 처음부터 민주공화국이었다.

1948년 7월 17일 제헌의회가 대한민국을 민주공화국으로 규정하고 그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기본 질서를 담은 첫 헌법을 공포한 순간부터 그랬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3.1 운동의 정신과 중국 상하이에서 수립된 임시정부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현행 헌법은 전문에서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해두었다.

제헌 헌법 전문은 더 적극적으로,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한다고 선언했다.

제헌헌법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1948년이 아니라 1919년에 건립되었다.

제헌헌법은 1919년에 건립되었던 대한민국을 '민주독립국가'로 '재건'하는 헌법이었던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2008년을 '건국 60주년'으로 규정한 것은 심각하고 중대한 헌법 유린 행위이다. 이것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정치적으로 홀대하고 헌법을 휴짓조각처럼 무시하면서 국민의 기본권을 탄압했던 과거의 독재자들도, 적어도 말로는 제헌헌법과 현행 헌법 전문이 선언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부정하지 않았다. 헌법 전문을 공개적으로 짓밟는 정권이 헌법의 다른 기본권 조항을 존중할 리가 없다.

나는 대한민국 헌법 전문이 선언한 대로 대한민국이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정통성 있는 민주공화국이라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우리 국민이 제헌헌법이 규정한 민주적 기본 질서를 온전히 누리기 위해 치러야 할 비용을 다 지불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헌법은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손에 넣은 일종의 '후불제 헌법'이었고, 그 '후불제 헌법'이 규정한 민주주의 역시 나중에라도 반드시 그 값을 치러야 하는 '후불제 민주주의'였다.

......

대한민국임시정부와 독립지사들의 희생과 헌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우리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60여 년 동안 꾸준히 비용을 '후불'했다.

1960년 4.19 혁명의 용감한 '형님'과 '언니'들이, 1980년 5.18 당시 전남도청의 시민군 전사들이, 1987년 6월 전국 주요 도시의 거리를 뒤덮었던 익명의 시민들이 엄청난 수고와 희생을 치렀다. 보이는 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헤아릴수 없이 많은 지식인과 언론인, 노동조합 지도자와 대학생들, 종교인과 정치인, 농민과 회사원들이 체포와 구금, 해고와 고문의 위협을 무릅쓰고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 분투했다. 이 모두가 민주공화국에 들어가는 비용을 '후불'한, 위대한 시민 행동이었다.

민주주의는 헌법과 제도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자기가 나라의 주인이라는 주권의식, 헌법과 민주적 절차에 대한 적절한 이해, 공정한 경쟁 규칙의 수립과 경쟁 결과에 대한 승복, 생각이 다른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민주공화국을 만든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지난 60년 동안 이 모든 것을 아주 잘해냈다. 우리는 앞으로도 긴 세월에 걸쳐 '후불제 민주주의'의 비용을 정산해야 할 것이며, 지난 시기 잘해낸 것처럼 미래에도 잘해나갈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이 책은 '후불제 민주주의'로 대한민국을 정의 내린다.

유시민 작가의 논리 정연하고, 정의와 상식에 입각한 글들은 상당 부분 공감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호소력이 가득하며, 더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보기 위해 발버둥 쳤던 그의 눈물 어린 정치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다.

이 책은 유시민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리고 그가 꿈꾸던 자유와 정의가 공존하는 민주주의가 그려져 있다. 그의 책을 기존에 잘 읽어 왔고, 정의와 상식, 따뜻한 배려가 가득한 세상을 꿈꾸는 이들에겐 추천하는 책이다. 책의 저자가 꿈꾸는 '소명'을 인용하며 글을 마칠까 한다.

사실 나는 무척 운이 좋은 사람이다.

과거 지구 행성에 살았거나 지금 살고 있는 인간 일반의 관점에서 보면, 노력에 비해 너무나 큰 것을 받았다. 50년 전 유라시아 대륙 동쪽 끝 반도 국가 대한민국의 남쪽에서 태어난 것이 무엇보다 큰 행운이었다.

100년 정도만 일찍 태어났더라도 나는 왕권 국가 질서와 신분제도의 벽에 갇혀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빼앗긴 채 살아야 했을 것이다.

끊임없이 내전이 벌어지는 아프리카 오지에서 태어났다면 나이 50이 될 때까지 살아남기조차 어려웠을 것이다.

휴전선 북쪽에서 태어났다면 '인민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고 박탈함으로써만 존립할 수 있는 국가체제의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되었을지 모른다.

게다가 나는 특별한 육체적, 정신적 불편 없이 태어나 지금까지 큰 어려움 없이 살아왔다.

나쁘지 않은 재능을 상속받았고, 그리 어렵지 않게 공부해 좋다는 대학을 나왔다. 유럽 유학도 했다. 큰 재산을 모으지는 못했지만 대한민국 평균 이상의 소득을 얻으며 살았고, 내게는 이보다 더 훌륭할 수 없는 어머니와 아내와 아이들과 형제자매가 있다.

젊은 시절에 포악한 권력에 대들었다가 고초를 겪기는 했지만 죽지도 않았고 크게 다치지도 않았고 징역을 오래 살지도 않았다. 게다가 40대에 벌써 국회의원을 두 번 하고 장관까지 했다. 수십만 년 호모사피엔스의 역사에서 이만 한 행운을 누린 인간은 정말로 흔치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 행운이 그저 우연히 주어진 것은 아니다. 그 대부분이 내가 아는 또는 알지 못하는, 동서고금의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선한 뜻을 실현하려고 분투한 덕분에 마치 우연인 양 내게 찾아왔다.

자유를 위해 투쟁한 동서고금의 선지자와 투사들이 있었다. 대한민국이 있었다. 국립대학이 있었다. 출판 산업과 방송 산업이 있었다.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가 있었다. 그랬기에 나의 삶도 그렇게 펼쳐질 수 있었다.

나는 이 행운을 온전히 받아들이면서 내 삶을 더 큰 행복으로 채우는 것이 그 선한 의지와 분투를 대하는 마땅한 도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 능력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내가 아는 또는 알지 못하는 다른 누군가의 행운을 위해, 내가 살아 있는 동안 할 수 있는 일을 힘닿는 만큼 하는 것이, 내 삶을 더 큰 행복으로 채우는 비결이라고 믿는다.

나는 그 일을 내가 잘할 수 있는 '나만의 방법'으로 해나갈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세상을 둘러보면 원치 않는 세상의 변화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세상은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쪽으로 변화한다. 내가 원하지 않는 세상의 변화는 내 소망이 다수의 소망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증거이다.

다수의 생각과 그에 따른 현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나의 소망을 다수의 소망과 일치하도록 바꾸어서 마음이 편해진다면 그렇게 해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도저히 그렇게는 못 하겠다면, 다수가 나와 같은 소망을 가지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자면 노력을 많이 해야 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숨을 깊게 들이쉬고 천천히 내쉬면서 걸어가야 한다. 그렇게 견디고 노력하면서 마침내 내 소망과 다수의 소망이 일치하는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분명 '기다리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세상을 바꿔보기 위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 보기 위해 '옳다 여기는 방향'으로 힘차게 달렸으나 세상 만사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 저자의 완숙해진 고백이 마음에 깊게 남는다.

유시민 작가의 스토리 텔링을 믿고, 그의 정치 행보에 대해 관심이 많다면 이 책은 유익함에 재미까지 더해주는 책이 될 것이다.

#책 추천 #후불제 #민주주의 #유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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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케노시스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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