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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증 환자의 인슐린

 

 

-1953년 프랑스 정신의학자 장 지그왈드가 새로 개발된 약 클로르프로마진(소라진)을 한 마디로 이렇게 표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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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에서는 의학과 문화에 밀타운보다도 더 큰 영향력을 미치게 될 약리학적 발견들이 역시 우연하게 이루어졌다.

 

  1952년 파리에서 외과 의사 앙리 라보리는 자기 환자들을 대상으로 클로르프로마진이라는 화합물을 실험해보기로 했다.

 

  클로르프로마진​은 19세기 후반 독일 직물 산업이 급격히 성장하며 나온 부산물인데 현대에 쓰이는 향정신성 약물 가운데 같은 기원을 가진 약물이 무척 많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1880년대부터 화공회사에서 개발한 산업용 염료에서 나왔다.

 

  1950년에 프랑스 연구자들이 페노티아진에서 새로운 화합물을 합성해내며 탄생했다.

 

  원래는 ​더 강한 항히스타민제​를 만드는 게 목적이었다. 그런데 ​클로르프로마진이 기존 항히스타민제보다 더 나을 것이 없었기 때문에 바로 폐기해버렸다. 라보리는 클로르프로마진이 항히스타민제 역할보다도 감염 위험을 줄이고 신체의 자가면역반응을 억제하여 수술로 인한 충격을 경감하는 데 효과가 잇지 않을까 생각하고 제약회사 롱풀랑에 이 약물을 요청해서 받았다. 효과가 있었다. 게다가 놀랍게도 환자들을 ​진정시키는 효과​도 있었다. ​몇몇 환자는 긴장이 크게 풀려서 곧 겪어야 할 중대 수술 절차에 대해 "무관심"한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라보리는 말했다.

 

​  "와서 좀 보세요." 라보리가 발드그라스 군병원에 있는 정신과 군의관 한 명에게 말했다고 한다. 라보리는 "긴장하고 불안해하는 지중해 사람 유형 환자들"이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아주 평온한 상태가 되었다고 했다.

 

  병원에 소문이 퍼졌고 라보리의 동료 의사 하나가 자기 매제인 정신과 의사 피에르 드니케르에게 새로운 화합물의 약효를 알려주었다. 관심이 동한 드니케르는 자기가 일하는 파리 정신병원 뒤쪽 병동에 있는 특히 증상이 심한 환자들에게 이 약을 투여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심하게 동요되어 있던 환자들이 차분해졌다. 미친 사람들이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드니케르의 동료 의사 하나는 몇 해 동안 아무 반응이 없던 환자에게 이 약을 투여했는데, 환자가 멍한 상태에서 깨어나서는 다시 이발사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의사가 환자에게 면도를 해달라고 부탁했더니 꼼꼼히 면도를 했었다. 그래서 퇴원시켰다.

 

  환자들이 모두 다 이런 극적인 변화를 보인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약의 진정 효과는 강력​했다. 병원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정신병원에서 들려오던 괴성이 현저하게 줄었다고 했다. 다른 곳에서도 소규모 실험이 있었는데 마찬가지로 뚜렷한 효과가 나타났다. 1953년 파리에서 정신과 의사 장 지그왈드가 "불안과 우울"에 시달리던 환자 여덟 명에게 클로르프로마진을 주었더니 다섯 명이 호전되었다. 지그왈드는 클로르프로마진이 "신경증 환자의 인슐린"이라고 단언했다.

 

  클로르프로마진이 북아메리카로 건너오게 된 것은 1953년 봄 어느 일요일 저녁 몬트리올 맥길 대학교 정신의학자 하인즈 에드거 레먼이 목욕을 즐기면서 어떤 기사를 읽었기 때문이었다. 클로르프로마진이 프랑스에서 정신병에 어떤 약효를 발휘했는지에 관한 기사로, 제약회사 영업 사원이 레먼의 연구실에 두고 간 것이었다.("얼마나 좋은 약인지 이 글만 읽어봐도 설득이 될 거예요." 영업사원은 레먼의 비서에게 이렇게 말했다.) 레먼은 목욕을 마치고 나와 약을 주문했고, 이 약을 자기가 임상 관리자로 일하는 베르됭 신교 병원의 정신병 환자 일흔 명에게 투약하여 북아메리카 최초의 클로르프로마진 시험을 시작했다.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몇 주만에 조현병(정신분열증), 주요우울증, 오늘날 양극성장애라고 부르는 것 등을 겪던 환자들이 거의 나은 듯 보였다. ​증상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사람들도 많았다. 평생 정신병원에 수용되어 있어야 할 거라고 생각했던 환자들 몇몇이 퇴원하게 되었다. 레먼은 나중에 말하기를 "한 세기 전에 마취제가 발명된 이래 의학 분야에서 가장 획기적인 발명이 이루어졌다." 고 했다.

 

 


​  미국 제약회사인 스미스, 클라인 앤드 프렌치에서 클로르프로마진 판매 허가를 받아 1954년에 ​소라진​이라는 상표명으로 시장에 내놓았다. 소라진 등장으로 정신병 치료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1955년에는 수십 년만에 처음으로 ​미국에서 정신병 입원 환자의 수가 줄어들었다.

 

 


​  소라진과 밀타운은 문화 전반에 스며들던 새로운 생각을 더욱 강화했다.

 

​  정신병은 잘못된 양육이나 해소되지 않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때문에 생기는 게 아니라 생물학적 불균형이나 생리적 교란 때문에 일어나므로 화학 요법으로 고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에서 -

 

CPZ=클로르프로마진=chlorpromazine

 

 

 

※ 모든 이미지는 구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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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노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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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의

화학물질

 

  기내 잡지 뒤표지에는 한 항공사가 오고 가는 모든 도시를 표시한 비행지도가 그려져 있다. 그 지도의 모양을 한번 떠올려보자. 그 지도를 보면 신경전달물질계(neurotransmitter system)가 어떻게 조직되어 있는지 아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신경전달물질계란 단순히 말해 특정 신경전달물질을 방출하거나 그에 반응하는 모든 뉴런을 총칭한다.

 


 

  예를 들어 세로토닌계는 세로토닌을 방출하거나 세로토닌에 반응하는 모든 뉴런이다. (이렇게 보면 델타 시스템이란 델타 항공사가 연결하는 모든 도시가 되겠다.) 뇌는 수많은 신경전달물질계에 의지해 다양한 유형의 작업을 처리하며, 그 신경전달물질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우울증에 원인을 제공한다.

 


 

 


 

  1960년대에는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너무 적으면 우울증이 발생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몇 년 후에는 세로토닌 결핍이 우울증을 유발한다는 설로 바뀌었다. 지금 우리는 우울증이 훨씬 더 복잡한 문제라는 걸 안다.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이 관련된 것은 분명하지만, 도파민을 비롯한 다른 신경화학물질들도 관련돼 있다.

 


 

  아주 다양한 신경전달물질계가 우울증에 영향을 미치고 영향을 받는다. 목록이 조금 길지만 여기 정리된 신경전달물질계 대부분은 앞으로 거듭 등장할 것이다. 지금 다 외울 필요는 없고, 각 신경전달물질계가 몇 가지 기본적인 효과를 갖고 있다는 것만 알아두자.


 


-세로토닌 : 의지력, 활동 의욕, 기분을 향상시킨다.

-노르에피네프린 : 사고와 집중력, 스트레스 대처 능력을 증강한다.

-도파민: 쾌감을 증가시키고 나쁜 습관을 고치는 데 꼭 필요하다

-옥시토신: 신뢰감, 사랑, 연대감을 증진하고 불안을 떨어뜨린다.

-가바: 긴장을 풀어주고 불안을 감소시킨다.

-멜라토닌: 수면의 질을 높인다.

-엔도르핀: 고통을 완화하고 고양된 감정을 안겨준다.

-엔도카나비노이드: 식욕을 증진하고 평온함과 안녕감을 증가시킨다.

 

  너무 단순하게 정리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각 신경전달물질은 우울증의 각기 다른 증상에 영향을 미친다.

 

  세로토닌계가 제 기능을 못 하면 의지력이나 활동 의욕이 부족해진다.

 

  집중하거나 사고하기가 어렵다고 느끼면 노르에피네프린계에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

 

  도파민계의 기능에 장애가 생기면 나쁜 습관을 갖게 되고 즐거움을 잘 느끼지 못한다.

 

  뇌의 수십 가지 회로가 제대로 기능을 수행하려면 이 신경전달물질이 모두 다 필요한데, 이들이 또 서로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에 일이 더 복잡해진다.

 

치 아프게도 우울증은 단순히 노르에피네프린과 세로토닌, 도파민이 부족해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신경전달물질의 수치를 높여주는 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그러나 이것도 해결책의 일부이기도 하다.

 

 


  세로토닌 활동이 늘어나면 기분이 더 좋아지고 목표를 세우는 능력과 나쁜 습관을 피하는 능력이 향상된다.

 

 


  노르에피네프린이 증가하면 집중력이 높아지고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도파민이 많아지면 전반적으로 훨씬 더 즐거워진다.

 

 


  이 책은 생활의 작은 변화가 신경전달물질계의 활동을 어떻게 바꾸는지 설명한다. 기술적인 부분은 꽤 복잡하지만 요점만 살펴보자. 기본적으로 '세로토닌 활동을 늘린다'는 말은 여러 가지를 의미한다. 뇌가 세로토닌을 더 많이 만들어낸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세로토닌 수용체(serotonin receptor)의 수를 늘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 수용체들이 세로토닌에 더 잘 달라붙게 된다는 뜻일 수도 있다. 또한 생성된 세로토닌이 너무 빨리 분해되지 않는 것, 시냅스로 방출된 세로토닌이 한동안 시냅스에 머묾으로써 세로토닌을 방출한 뉴런으로 재흡수되지 않고 다음 뉴런에 결합될 기회를 늘리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런 요인 중 하나만 바꾸어도 세로토닌 활동이 증가한다.

 

 

 

 

 

  예컨대 대부분의 항우울제도 세로토닌 수송체(serotonin transporter)라고 알려진 세로토닌 흡수 단백질을 차단하고, 그럼으로써 세로토닌 수용체에 작용할 수 있는 세로토닌의 양을 늘려 약효를 발휘한다.

 

  신경전달물질 외에 다른 신경화학물질도 극적인 효과를 낸다. 예를 들어,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 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는 신생 뉴런의 성장과 전반적인 뇌 건강에 도움을 준다. 심지어 면역계에서 나오는 특정 화학물질도 신경 신호를 바꾸고 우울증에서 나타나는 활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

 

 

-[우울할 땐 뇌과학] 에서 발췌 -​


 
 
모든 이미지는 구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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