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책을 볼 때 한 명의 저자에게 꽃히기 시작하면 그 저자의 다른 저작들도 두루 읽어 나가 가지치기를 해 나가는 독서법을 즐긴다.
그러다 보니, 나왔던 작가의 이름이 자꾸 다시 등장하는 것을 눈치가 빠른 이들은 이미 알아차렸을 것이다.
이 책은 무라카미 류 최고의 장편 소설이라는데, 사실 난 마음이 많이 불편했다.
코인 로커에 버려진 베이비들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다. 그들의 힘겨운 바닥 생활을 잘 보여주고 있긴 한데, 너무 이야기가 아프다.
(마음이 불편하다는 게 이 작품이 좋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
그런데 역설적으로 , 끝 없는 나락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함축하는 주제는 '생명의 존엄성' 이라니, 사실 잘 매치가 되지 않는다.
'한 명의 자아를 가진 개체' 가 마땅히 누려야 할 '자유' 를 강조하고 있다곤 하지만 , 그 '자유' 가 아름답게 보이지 않고, 답답하고, 시종일관 침울하고,숨막힌다.
올바른 답변을 제시해 주지 못하고 있는 작가.
(아무래도 종교의 눈을 가진 내가 보기엔 이 방향성에서 시원함을 느끼긴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어찌 보면 신이 없는 세상살이는 결국 희망적인 메시지가 나오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사회 고발의 색채가 짙은 책에서 답변을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답변 없는 세상에 살고 있는데, 답변을 요구한다는 것 자체를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모독'으로 느낀다면 사실 할 말이 없긴 하다.
하지만 이렇게 두꺼운 책 속에서, 더군다나 이렇게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지니고 있으면서....
이게 정말 할 수 있는 말의 전부란 말인가?
마음이 먹먹해 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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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노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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