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다는 것 #진정한 #책 읽기 #고찰 #김기현'에 해당하는 글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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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이면서도, 해박한 지식과 인문학적 소양, 합리적 사고, 논리적 토론의 중요성을 잘 설파해 주시는

한국의 마크 놀 같은 분. 책 자체가 재미있다. [가롯유다 딜레마] 는 김기현 목회자의 초기 서적이면서 그의

진가를 볼 수 있는 주옥같은 작품이다. 그의 다른 저서들과 마찬가지로 이 책도 상당히 좋다. 

 

깊은 사유와 자신의 삶, 생각이 함께 적용된 그의 독서법의 예시, 적용편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의 독서법은 나도 굉장히 비슷하게 하는 편이고, 이와 같은 실질적인 팁들은 다독, 깊은 독서, 나를 돌아보는 독서를

하는데 실로 유용하다. 

 

이번 글에서도 '마틴 부버'의 '너와 그것'을 활용한 비유.......취향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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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라고 했을 때, 읽기 대상은 일차적으로 텍스트다.

 

요즘은 '영화'도 읽는다고 하고 '세상'을 읽는다고도 하지만, 읽는다는 것의 일차 대상은 무엇보다 '책'이다.

 

읽는다는 말에 가장 적절한 목적어는 책인 것이다. 책은 내가 아닌 '남'이고 '너'이다. 그렇기에 읽기의 신학적 의미는 '타자'와의 만남이다.

 

읽어야 할 대상으로서 '너'는 누구이고, 무엇일까? (마르틴 부버를 빌자면) 다름 아닌 '너'(Thou)와 '그것'(it)이다.

 

결코 물질화될 수 없는 인격적 존재로서의 '당신'인 책과, 우리가 생존하고 존립하기 위한 객관적 대상으로서의 '사물'인 책이다.

 

마틴 부버 개념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을 '향유'와 '사용'으로 구분한다. 반면 '사용'은 무언가를 얻기 위해 사물을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그 자체로 목적인 책도 있고, 특정한 정보나 지식을 얻기 위한 책도 있다.

 

나는 책을 '사람'이자 '사물'이라고 정의한다. '사람'이라 함은 죽은 사물이 아니라 살아서 말을 한다는 뜻이다.

 

책은 내게 말을 건네는 하나의 인격이다. 나와 대화하는 하나의 주체이자 목적이다.

 

'당신'이고 '향유'해야 할 존재다. 책은 내가 달리 어찌할 수 없고,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사람인 게다.

 

성경이 그렇다.

 

책은 사물이다. '사물'이라 함은 인격적 존재가 아니라는 뜻이다. 존재 가치뿐만 아니라, 이용 가치도 있다. 내 주인인 동시에 나를 섬기는 종이다.

 

내가 할 말을 위해 인용되고 소환된다. 설교에 '써먹기' 위한 재료요 출처다. 내 필요를 위해 소용되는 하나의 객체이자 대상이다. 내 의도에 따라 굴절되고 편집된다.

 

사람과 사물이라는 이중 속성을 잘 활용하면서 책을 읽어야 한다.

 

나보다 더 권위있고 신뢰를 확보한 텍스트의 말에 그럭저럭 동의가 되면 (약한 것은 연필로, 좀 더 강하면 빨간색 볼펜으로) 밑줄을 긋는다.

 

그분의 말에 지적 충격을 받거나 문장에 감탄하여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뎍여지면 노란색 형광펜으로 그 문장 위에 덧칠한다.

 

 

이건 숫제 외워야 할 문장이다 싶을 땐, 그 둘레에 몇 가지 표시를 해둔다. 나중에 찾기 쉽게 포스트잇도 붙여둔다.

 

저자 혼자 일방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말에 나 역시 반응하는 것이다.

 

이러한 읽기는 저자와 독자의 대화라는 점에서 책을 사람 대하듯 읽는 방식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밑줄을 긋고 표시하는 것은 설교하거나 글을 쓸 때 쉽고 빠르게 찾도록 도와준다는 점에서 책을 사물로 대하는 방식이다.

 

이것이 '당신'이자 '그것'인 책을 '향유'하고 '사용'하는 법이다. 어떤가, 책과 마주 앉아 몇 시간 데이트를 즐기는 것은.

 

-[곤고한 날에는 생각하라], 김기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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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케노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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