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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학교'는 상당한 전통을 자랑하는 하이틴물이자, 진지한 성장 드라마다.

 

2015년도를 맞이하여 한층 깊이를 더하고, 완성도를 높인 '학교' 가 방영되었다.

 

시간이 꽤 지나고 나서 늦게 본 감이 있긴 하지만, 음악이면 음악, 스토리면 스토리, 연기면 연기 뭐 하나 빠질 것 없이 잘 만든 드라마였다.

 

[줄거리는 구구절절 적진 않겠습니다만, 한번 보시면 많은 걸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1. 왕따 문제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이은비는 통영에 있는 학교를 다닐 때 강소영으로부터 극심한 왕따를 당한다. 학창 시절에 우리가 겪을 수 있는 많은 문제들 중에 가장 심각한 일면을 다뤘다는 점만으로도 이 드라마가 지닌 의의는 크다고 볼 수 있다. 

 

집단으로부터 따돌림을 당한다는 건 인간이 겪는 수 많은 고통들 (불안감, 공포, 우울감, 무기력 등) 중에서도 가장 근본적인 고통을 줃나는 '수치심'을 건들기 때문에 따돌림은 일종의 '범죄'며, '폭력'이다.

 

이를 가벼이 여겨선 안된다는 걸 나름 잘 보여준 드라마였다.

 

또한 이은비가 기억을 잃고 나서 자신이 고은별인 줄 알고 전혀 다른 학교, 전혀 다른 친구들,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되면서 드라마는 흥미진진해 지는데, 나중에 고은별의 스토리가 밝혀지면서 은별은 자신의 친했던 친구 수인의 따돌림을 막아주지 못하고 오히려 암묵적으로 그 따돌림에 동조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때로는 따돌림의 문제가 '강소영' 같은 사악한 캐릭터 뿐만 아니라, 그 주변에서 아무 짓도 하고 있지 않는 '방관자'들로 인해 더욱 강화된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내가 적극적으로 '범죄'하지 않는 것만이 '죄'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선'을 좇지 않는 것만으로도 '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중립'이라는 미명 하에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순간 자신의 몸이 점점 더 '악'으로 물들어 가는 경우도 생길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내가 '중립을 지켜야지!' 라고 가만히 있다고 해서 나를 둘러싼 구조와 맥락과 세상이 나를 그 자리에 가만히 유지시켜 줄 거라 생각하는 건 상당히 순진한 발상일 수 있다.)

 

막상 그 상황에 부딪히게 되면 은별처럼 행동하기가 얼마나 쉬운지 모른다.

 

그리고 용감한 행동을 시도했던 은비의 모습을 닮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도 기억해야 한다. 그러나 어렵다고 해서 그 길이 안된다거나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2. 교육 문제

 

고등학생을 다루는 성장 드라마의 단골 메뉴와 같은 '공부', '교육', '성적'.... 이 고등학교도 나름 명문이라 그런지 치열한 공부 경쟁이 반영되어 있다.

 

<발칙하게 고고> 에서 만큼 노골적으로 이 주제를 중심에 두지는 않지만 오히려 Side story 로 적당히 이 문제를 환기 시켜 주는 게 더 밸런스가 맞았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 입시 교육의 폐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며, 이런 식으로 10대의 청춘을 보내 버리다 보니 우리는 서로 나누는 법, 상대방을 배려하는 법,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법에 매우 무딘 사람들이 되어 버렸다.

 

이기고, 밟고, 경쟁하는 분위기가 더 친숙해 지게 만드는 교육은 과연 교육인지 살육인지 ....

 

 

 

 

3. 부모들의 문제

 

사이코 패스 같았던 강소영의 연기는 대단했다. 그러나 강소영 또한 사이코 패스 같던 아빠, 엄마의 희생양이었다.

 

특히 아빠는 야욕이 많고, 누군가를 밟아 버리고 지배해 버리는 삶의 방식을 적극적으로 가르치는 못난 사람이었다. 그런 아빠로부터 교육을 받았으니 사회성이 엉망이 되어 버린 게 아니겠는가. 그의 엄마도 뭐 문제 많은 사람이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말이다.

 

이에 반해 은별과 은비의 엄마로 나오는 분은 정말 좋은 엄마의 표상이 아닐까 싶다. 인자하고, 너그럽고 함부로 자신의 생각을 딸에게 강요하지도 않고 말이다.

 

또한 공태광의 아버지와 한이안의 아버지도 함께 언급을 해야 할 것 같다. 공태광은 누구보다도 훌륭한 집에 부족함 없는 자원을 누리고 살아가지만 늘 비뚤어져 있고, 결핍이 가득한 학생으로 그려진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그 아버지로부터의 결핍을 보상해 줄 만한 어머니가 부재하다는 점.... 이에 반해 한이안의 집은 부유하지도 않고, 넉넉하지도 않지만 아버지와 아들의 사랑이 돈독하다.

 

아버지로부터 지지 받고 인정 받지 못한 공태광은 엇나갈 수 밖에 없는 소인을 지니고 있었다.

 

4.정체성의 문제

은비는 은별처럼 살아가다가 기억이 돌아오게 되어 자신이 은별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이 드라마의 제목인 '후아유' 처럼, 은비는 자신의 에전 모습으로 돌아가는데 주저한다. 자신이 '은별'이 됨으로써 누리게 되는 수 많은 가치들 (엄마, 친구들, 경제적 여유) 을 한순간에 뿌리치기는 어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결국 I 는 I로 남아야 하지 You 가 될 수 없다. 나의 실존적 자아가 바로 서지 못한다면 아무리 많은 것을 얻게 된다 해도 무의미할 뿐이다.

 

결국, 은별이 돌아오고 나서 은비는 자신의 정체성을 상기할 수 있는 사랑의 집을 다녀오게 되고, 그 속에서 많은 결심들을 굳힌다. 또한, 자신의 감정을 철저히 '은비'로서 점검하고자, 태광과 이안의 고백 속에서도 더욱 신중한 모습을 보여준다.

 

어찌 보면 쉽게 얻을 수 있었을 주변의 좋은 것, 좋은 사람들을 '은비'는 굳이 돌아가는 수고를 하면서 바로 손아귀에 넣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은비'이기에, 태광과 이안은 은별보다 은비를 선택했던 게 아닐까.

 

약한 자, 어려움에 처한 자를 외면할 수 없는 따뜻한 성품, 그리고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 해서 그걸 바로 잡으려 하지 않는 겸손함과 도덕성... 이런 매력은 때론 그녀를 왕따라는 어려움에 처하게 만들기도 하고, 그녀의 삶에 큰 아픔을 나겼지만, 결국 그녀를 빛나게 하는 무기가 되었다.

 

이 드라마가 다루는 'Who are you?' 라는 물음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5. 사랑과 용서

우리의 삶 속에는 많은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다. 왕따의 문제, 교육의 문제, 부모들의 문제, 정체성의 문제 등..

 

그러나 이 모든 아픔과 고통 속에서도 사랑과 용서의 힘은 실로 대단하다.

 

누구보다도 가장 진한 복수를 꿈꿨을 법한 은비는 자신이 유리한 위치에 있게 된 후반에도 '강소영'에게 받은 것을 돌려주지 않는다.

 

오히려 강소영을 향해 '난 너가 참 불쌍해' 등의 진솔한 고백을 하며, 그 존재를 향한 care를 아끼지 않는다. 결국 강소영은 이은비 앞에서 눈물을 흘리게 되고, break 가 걸리지 않았던 자신의 인생에 은별과 은비가 break 를 걸어준 것에 대해 간접적인 감사를 표한다.

 

양육강식의 '정글' 과 같은 인생을 배우고 자란 강소영에겐, 따뜻하고 배려하고 서로를 아껴주는 은비와 은비 주변 친구들(은별과 다른 여자 친구들, 이안과 태광 등)이 마냥 부러웠을 것이다.

 

envy 가 jealousy 로 변모하면서 점점 더 표독스럽게 자신이 누리지 못하는 걸 누리는 상대를 짓밟고자 했던 '강소영'... 어쩌면 소영의 삶에 따뜻한 빛을 제시해 줬던 건 그를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가 아니라 자신이 그토록 무시하고, 공격하고 짓밟았던 은비가 아니였을까.....

 

또한 왕따를 당하다가 죽음을 선택한 수인... 그리고 그 수인을 방관해서 괴로워하는 은별... 그 죄책감의 무게를 실감하며 슬픔을 삭이고 있는 동안 수인의 언니 또한 은별을 용서해 주며 보듬어 준다.

 

은별이 결코 잘한 일은 없었지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그 잘못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있었기에 이 모든 상황들이 정리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고백하는 용서의 말은 회복의 시작이요, 열쇠가 될 수 있다.

 

비록 은별이 가해를 한 주체는 아닐지라도 스스로의 방관이 '소극적 가해' 였음을 인정하는 모습은 아름다웠다.

 

태광 또한 아버지를 늘 증오했으나, 아버지를 향한 자신의 사랑을 용기를 내어 드러내는 순간, 그 완고하고 깐깐하던 아버지가 변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자신의 죄를 감추기에 급급하던 아버지가 처음으로 태광에게 멋진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자수를 하러 경찰서를 가는 모습.... 그 모습 속에서 회복의 씨앗이 있었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맛있는 양념볶음 처럼 잘 버무린 드라마. 그리고 그 플롯에 어울리는 멋진 OST...

 

그러나 이 드라마가 다루고자 하는 핵심 주제들은 사실 '학교'라는 테두리를 벗어나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에겐 많은 문제들이 존재하지만 그 문제들을 해결하는 열쇠는 의외로 간단한 것에 있을 수 있다. 서로 소통하자. 그리고 잘못을 인정하자. 그리고 잘못을 인정한 자를 용서하자. 잘한 것은 아낌 없이 칭찬하고 지지하며, 못하더라도 상대방의 인격이 다치지 않도록 보듬어 주자.

 

그리고 모든 만남 속에 사랑을 담아 보자. 이런 소중한 교훈을 안겨 준 '후아유'

한번 쯤 시청을 추천합니다!!

 

 

*모든 이미지는 구글 이미지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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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케노시스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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