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정상 가족'에 해당하는 글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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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문제'를 진지하게 고찰한 책이다.

다소 개혁적이며, 건강한 페미니즘? 을 지향하는 책이기도 하다.

체벌과 학대의 모호한 기준에 대해서 고민하는 책.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차별이 과연 정당할까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담긴 책.

한국에 매니저 엄마, 기러기 아빠가 많은 이유 등을 고찰하며 한국에서 남성은 기혼자가 여성은 비혼자가 사회 참여율이 높은 이유도 분석해 본다.

미혼모라는 용어에 대한 부분, 미혼부라는 용어가 사용되지 않는 이유도 고찰한다.

이 책은 나름대로 사회의 약자들을 대변해 주는 의의를 지닌 책이다.

가정 내에서 '아이'들이 겪게 되는 인권의 유린, 피부색이 다른 가족이 한국에서 살아가면서 겪는 고통을 진지하게 고찰해 준다는 점만으로도 이 책 속에서는 얻어야 할 지식과 정보가 많다.



부분적으로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지 못하는 내용들도 많다.

가령,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거론하면서 미혼모에 대한 차별이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파트를 예로 들 수 있다.


출산율이 높은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의 가장 특징적인 차이는 혼외출산 비율이 다르다는 건데 한국의 혼외출산 자녀 비율이 세계 최하위권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대목이 있다.

취약한 계층을 돕자는 취지의 항목이긴 하나, 그렇다 해서 혼외출산을 더 장려하거나 늘려야 한다는 느낌이 드는 건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서 다소 불편하게 들릴 수 있는 구석이 있다.

저자는 '정상 가족'이라 불리는 사회의 이데올로기에 의문을 던진다.

'결혼한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결합만을 '가족'이라 명명하며 그 틀을 벗어나느니, 차라리 아이를 입양해서 '제대로 된 가족'을 찾아주는 게 더 좋다는 사회의 인식 자체에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는 것이다.

뭐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이와 같은 시선도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아이의 심리/상담적 발달의 측면에서 보면 '가족'의 울타리가 주는 중요성을 이렇게 표면적인 모양새로 부정해 버리는 건 대단히 위험한 발상일 수 있다.



'가족'이라는 제도가 모두 사회와 국가가 강요하고, 만들어 낸 뻔하디 뻔한 유산이라는 전제를 가지고 바라본다면 모든 걸 비판하고 싶겠으나, 인간에게 주어진 원초적이며, 선험적인 '가치'가 있다는 전제로 바라본다면 이렇게 쉽사리 해체시킬 만한 제도는 아닌 듯 하다.

또한 입양하는 부모에게 '파양'의 요건, 절차를 교육하는 것에 대해서도 저자는 회의적인데 이는 다소 이상적인 주장이 아닌가 싶다.

입양된 아이들이 그 아이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양부모와 살면서 겪게 되는 엄청난 소용돌이와 각종 정신질환들을 몸소 체험하고 나면 최선은 아니지막 차선이 될 수 있는 '파양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절절하게 느끼게 된다.

또한 남성은 기혼자의 사회 참여율이 높고, 여성은 비혼자의 사회 참여율이 높다는 걸 기반으로 해서 남성이 가장이고 여성이 집안일을 책임지는 식의 전통적 가족주의가 여성의 공적 영역 참여를 위축시키고, 시민 문화 촉진을 저해시킨다는 파트도 비판적으로 볼만 하다.

여성들이 가정에서 수고하는 부분은 당연히 깊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위와 같이 글을 결론 맺는다는 건, 가족을 이루지 말고 혼자 당당하게 사회 참여를 하면서 살아라는 무언의 메시지인가?

여성이 사회 참여를 하고 싶다면 그에 맞는 가족을 꾸리든, 혼자서 생활하든 선택을 해야 한다. 하지만, 여성이 아이를 가지고 싶고 아이를 가지게 되면 한 사람의 엄마로서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이루 말할 수 없다.


(남성인 아빠가 줄 수 있는 애착과 여성인 엄마가 줄 수 있는 애착은 다소 다른 종류라고 생각한다. 이 두 가지가 완전히 동일할 수 없다. 이걸 불평등으로 해석해 버리면 더 이상 대화를 할 수가 없다. 생물학적으로, 심리적으로 두 존재가 지닌 특성이 다르다는 전제를 동의하지 않으면 말이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매 순간 실존적으로 삶을 선택하면서 나아가야 한다. '여성의 사회 참여 남성과 동일한 것'이 세상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그에 맞는 선택을 하면 된다.


하지만, 그에 따라 겪게 되는 희생도 각오해야 한다. 또한 그 희생은 잘못된 사회/시스템으로 인한 요인도 일부 있겠으나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인과적인 부분도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사회/시스템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게 이야기의 핵심이다. 마치 모든 게 다 사회가 이를 조장한 것 마냥 남성과 여성의 평등을 만들어 달라고 주장해 버리는 건 동의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한 인간의 깊은 심리와 내면을 들여다 보고 분석한 책으로 보자면 이 책은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는 책이다. 표면적인 사회 현상의 측면에서 사회 문제를 분석하고, 성 문제를 다루다 보니 깊게 들어가서 현실에서 실제적으로 도움 받기가 어려운 내용도 많다.

그러나,

사회/문화적인 분석으로 보면 상당히 유익하고, 생각할 거리도 많고, 좋은 책이기도 하고 말이다. 저자의 의견에 동의하기 어렵더라도 한번쯤 읽어 보면서 취할 것은 취하고, 고민해 볼 부분은 고민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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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케노시스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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