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 #반성하지 #않는 #가해자 #용서할 수 #있을까 #기독교적 #숙고 #니콜라스 #월터스토프'에 해당하는 글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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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치료 전통은 철학 및 신학 저술가들이 '용서'라는 말로 표현한 것과 사뭇 다른 과정 혹은 활동을 용서라고 명명함으로써 많은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나는 용서의 도덕적, 사회적 차원을 강조해 왔다.

 

일반적으로, 용서란 부당 행위자 측의 회개 표현에 대한 피해자의 반응이다.

 

회개와 용서라는 짝은 도덕적이고 사회적인 관계 방식이다. 그에 반해, 심리 치료 문헌에서 '용서'라고 하는 것은 전적으로 피해자의 내면에서 이루어지는 비사회적이고 도덕과 무관한 과정이다.

 

심리치료사는, 피해자가 부당 해위자와 어떤 식으로도 관계를 맺지(engage) 않은 채 그와 그의 잘못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피해자가 극복하도록 도우려 한다.

 

피해자의 마음 속에서 마침내 부당 행위자에 대한 부정적 감정들이 사라지게 되면, 심리 치료사는 피해자가 용서했다고 말한다.

 

부당 행위자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극복하는 것이 용서의 구성 요소이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 부정적 감정들을 극복하는 것은 용서가 아니다.

 

앤서니 배쉬(Anthony Bash)는 용서 치료를 다루면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안도감과 내면의 평화, 변화되고 재배열된 관계는 용서 이외의 다른 방식으로도 생겨날 수 있다. 망각, 봐주기, 공모, 부인, 묵인도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용서의 전부가 아니다. 용서의 본질은 용서를 못하게 하는 도덕적 문제들을 다루는 것이다. '용서'라는 용어가 그저 관계적이고 실존적일 뿐 아니라 사회적이기 위해서는, 도덕적으로 잘못된 행동들과 그 일을 함으로써 생겨나는 죄책을 다루어야 한다."

 

용서 치료는 지난 일을 그냥 묻어 버리게 한다. 이것은 자신이 당한 일을 잊어버리는 것과 동일하지는 않지만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용서가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날 때는 지난 일을 묻어 버리거나 떠나보내는 것이 최선이다. 때로는 이런 차선책이 삶을 이어 가기 위한 필수 방편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제기했던 도덕적 질문이 어김없이 나타난다.

 

그 일을 그저 지나간 일로 치부해 버리면 그 일과 그 일을 한 사람을 도덕적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인다고 할 수 있는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자신을 비하하고 부당 행위자를 모욕하는 일이 아닌가?

 

부당 행위자의 회개를 용서의 조건으로 삼으면 계속 부당 행위자가 지배력을 행사하도록 허용하는 꼴이 된다고 흔히들 말한다. 분명히 그런 부분이 있다.

 

용서가 불가능한 경우, 부당 행위자의 행위를 지나간 일로 묻어 버리는 것으로 부당 행위자의 심리적 지배에서 벗어나려 시도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부당 행위자의 심리적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가 부당한 일을 당했으며 부당 행위자가 여전히 자신이 정당한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뉘우치지 않는 부당 행위자는 피해자에게 그런 종류의 도덕적 지배력을 여전히 행사한다. 피해자가 그 일을 잊어버릴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뉘우칠 줄도 모르는 인간에게 부당한 일을 당했다는 도덕적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사랑과 정의] , 니콜라스 월터스토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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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케노시스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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