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 #무엇인가 #찰스 #그리스윌드 #니콜라스 #월터스토프'에 해당하는 글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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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나를 부당하게 대우한 허버트를 용서하려면 그가 한 일과 그 일을 한 사람이 허버트라는 사실을 계속 기억해야 하며, 그 일을 계속 나쁘게 여겨야 한다.

 

내가 그 기억을 떨치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해서 또는 기억이 서서히 희미해져서 내가 당한 일을 잊거나 허버트가 그 일을 했다는 사실을 잊는 것은 용서와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용서는 망각이 아니다.

 

망각은 오히려 용서의 발생을 막는다. 잊어버리면 용서할 수가 없다. 용서는 지난 일을 그냥 묻어 두는 것과 다르다.

 

지난 일을 묻어 두는 이유가 그 일의 진정한 배후가 따로 있다고 생각해서건, 그 일이나 그 일을 한 사람을 더 이상 적극적으로 기억하지 않아서건, 아니면 그 일이 잘못이라는 생각이 변해서건, 그것이 용서가 아니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셋째, 누군가에게 부당한 일을 당했다고 믿으면서도 그 일이나 그 일을 한 사람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을 갖지 않을 수 있다.

 

어떤 사람은 그 행위나 행위자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여길 수 있다.

 

"그런 쓰레기 같은 인간의 모욕 따윈 개의치 않아."

 

이런 식의 무심한 무시는 용서가 아니다. 이런 태도는 용서를 원천봉쇄한다. 용서를 하려면 그 행위나 행위자를 도덕적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허버트가 내게 저지른 잘못에 대해 그를 용서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현재 유효한 용서에 대한 철학적 이론 중에서는 찰스 그리스월드(Charles L. Griswold)가 [용서](Forgiveness: A Philosophical Exploration)에서 제시한 것이 가장 정교하고 자세하다.

 

그리스월드는 용서와 관련이 있는 부정적 감정은 부당 행위자를 향한 분노뿐이라는 관점을 전제하고 있다.

 

따라서 그는 내가 제시한 용서의 전제 조건 목록의 네 번째 항목, 즉 부당 행위자의 행위에 대해 갖는 분노 및 그와 유사한 부정적 감정의 존재를 암묵적으로 거부한다.

 

그리스월드는 용서가 다음 네 가지 요소를 포함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1] 복수의 포기

 

[2] 분노의 완화

 

[3] 남아 있는 분노를 털어버리겠다는 결심

 

[4] 용서한다는 사실을 부당 행위자에게 전달함.

 

여기에 그리스월드가 용서의 구성 요소로 제시하는 두 추가적 요소는 용서의 구성 요소보다는 전제 조건으로 보는 편이 나아 보인다. 두 요소는 부당 행위자가 자신과 피해자를 재규정(re-framing)하는 것과 피해자가 자신과 부당 행위자를 재규정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스월드가 말하는 재규정이 무슨 뜻인지 그의 말을 인용해 보겠다.

 

가해자가 용서받을 자격을 얻으려면, 동감하는 마음으로 피해자의 처지에 자신을 대입해 보았다는 것과, 그 관점에서 피해자의 이야기를 이해한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가해자는 자신이 잘못을 저지르게 된 경위와 자신에게는 그 잘못 외의 다른 면모도 있다는 점, 그리고 달라졌다는 인정을 받을 만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용서를 청하는 가해자는 죄책감과 후회와 회환의 감정을 털어놓고, 자신이 어떻게 그런 일을 하게 되었는지 설명하고, 그로 인해 느꼈던 도덕적 감정들을 묘사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 신뢰를 주는 방식으로 제시한다.

 

피해자는 가해자를 바라보는 시각과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각을 재규정해야 한다....가해자에 대한 시각을 재규정하고 그로 인해 결국 자신을 바라보는 시각까지 재규정하려면 분노에 찬 '이야기들'을 .... 수정해야 한다.

 

더욱이, 원수나 압제자들을 적대하던 마음이 자기 인식에 영향을 끼친 경우라면, 자신에 대한 견해까지도 재규정해야 한다.

 

-[4부]에 계속-

-[사랑과 정의] ,니콜라스 월터스토프 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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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케노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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