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에 해당하는 글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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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클레어 던

출판  지와사랑

발매  2013.06.10.

 

 

 

 

  일단 책이 컬러풀하고, 다양한 삽화와 사진들이 들어 있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카를 융의 1차 서적들을 읽어 봤지만 너무 난해해서 사실 머릿속에 남은 게 별로 없다.

 

 

  이 책은 카를 융의 자서전부터 시작해서, 그가 주고받았던 서신들도 공개가 되어 있고 상당히 공신력 있는 자료에 기반하여 융이라는 존재를 파헤쳐 들어가는 책이다.

 

 

  그의 매력을 느끼기에는 이 한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프로이트가 아끼던 수제자가, 몇 가지 의견 차이로 그와 결별하게 된 사연부터 시작해서, 그의 분석 심리학이 지닌 독특한 개성과 특징들을 중간중간 엿볼 수 있다.

 

 

  사실, 쉽게 읽히는 책이지만 융의 심리학은 난해하다. 난해하지만, 그가 실제로 상담해주고, 분석해줬던 내담자들은 그로부터 많은 유익을 얻었다고 하니, 그 선천적 능력과 재능은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 같다.

 

 

  무엇보다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프로이트가 그토록 기피하고 경멸하던 [초자연적 현상], [신비주의] 등에 열려 있는 심리학자였다는 점이다.

 

 

  유물론적 사고를 고수하던 프로이트의 이론은 획기적인 기여를 했음에도, 깊고도 깊은 영혼을 지닌 인간을 치료하는데 몇 가지 한계점을 보여줬는데, 융의 심리학은 그런 부분에서 보완제가 되어줄 여지가 있다.

 

 

  물론, 융의 심리학이 보여준 [초심리학적 요소]들에 동의하는 건 아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옭고 그름을 가리는 힘겨운 싸움이 이어지겠지만, 일단은 그러한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과 영역에 대한 시야를 넓혀 줬다는 점에서는 융의 기여가 크다고 본다.

 

 

  한 사람의 영혼을 존중하고, 그 사람의 이면에 존재하는 [그림자] 를 부정하지 않고, 인정하는 접근법. 그리고 아니마/아니무스 까지 들여다 보는 그의 섬세함은 그의 성격을 대변해 주는 것인지 놀라울 따름이다.

 

 

 그가 말하는 아니마, 아니무스를 들어보자.

 

 

아니마는 남성의 혼이 가진 상이며 여성적 인격체가 보여주는 꿈과 환상을 통해 드러난다. 그것은 관계의 원리를 상징한다. 아니무스는 여성의 남성적 인격체가 상징하는 영혼의 힘을 나타내는 상이다. 남성 또는 여성이 이런 내면의 힘을 의식하지 못한다면 그런 상이 외부로 투사된다.

 

 

 그가 불면증을 치료하는 방법을 보면, 그의 스타일이 살짝 묻어 나오는 듯 하다.

 

 

한번은 수수하고 젊은 여성이 그의 상담실로 들어왔다. 그녀는 시골 마을의 교사였다....융과 아무런 친분이 없는 의사가 그녀를 융에게 보낸 것이다.

 

 

그녀는 불면증으로 잠을 거의 자지 못했는데 자신은 아무것도 제대로 할 줄 모르며 평소 해야 하는 일들도 만족스럽게 한 적이 없다고 고민하는 사람 가운데 하나였다. 그녀는 긴장을 풀 필요가 있었다. 융은 이 점을 그녀에게 설명하면서 자신은 호수에서 보트를 타며 바람이 그를 이끌도록 내버려둘 때 긴장이 풀린다고 말해주었다. 하지만 그는 그녀의 눈에서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뜻을 읽었다. 그녀를 돕고 싶었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조언은 그것뿐이었기에 슬픈 마음이 들었다.

 

 

융이 말했다.

 

 

[내가 바다와 항해에 대해 이야기하자 어머니가 내 여동생에게 자장가를 불러 주던 목소리가 생각났습니다. 그 때 나는 여덟아홉 살 즈음이었는데 그 노래는 작은 물고기들이 다니는 라인 강에서 작은 배를 탄 어린 소녀에 대한 이야기였지요. 그리고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 자장가의 음에 맞추어 바람, 물결, 항해, 편안한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흥얼거리듯 읊조렸습니다.

 

 

내가 그런 감정을 흥얼거리자 그녀가 [마법에 걸린 것]을 볼 수 있었어요.

 

 

상담이 끝나고 융은 그 여성을 떠나보냈다. 2년 후 한 학회에서 그녀를 그에게 보냈던 의사를 만났을 때 그 의사는 어떤 치료법을 썼는지 알려 달라고 융에게 간청했다.

 

 

그녀가 퀴스나흐트에 다녀온 후 불면증이 완전히 사라졌고 다시는 재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융은 당황했다.

 

 

[내가 내 안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었을 뿐이라고 그에게 어떻게 설명하겠습니까?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지요. 내 어머니의 목소리로 자장가를 불러 주었다고 어떻게 말하겠습니까?]

 

 

그런 주술적 방법이 의학의 가장 오랜 형태이긴 하지요.

 

 

  그리고 융이 말하는 [신경증]의 원인도 흥미롭다.

 

 

  그는 많은 수의 [소위 신경증 환자]들은 한쪽으로만 치우친 사회에 살아서 [스스로 택한 신경증 환자]가 되었기 때문에 [자기로부터 분열되었다] 라고 말한다.

 

 

만약 그들이 조상의 세계와 신화로 이어져 있어서 단지 바깥에서 자연을 보 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진정으로 체험하는 시대와 환경에 살았더라면 그들은 자기와의 분열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지금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신화의 상실을 견디지 못하고 과학이 바라보는 외적인 세계에서도 길을 찾지 못하고 지혜와는 전혀 상관 없는 말장난에 빠진 지성인이 되는 것에도 만족하지 못한다.... 그들의 표면적인 병적 상태는 그들의 자아와 무의식의 간극이 메워지는 순간 사라진다..

 

 

  이렇게 독창적인 심리학의 한 물줄기를 개척해 나간 융은 [집단 무의식]이라는 또 하나의 독특한 개념을 통해, 프로이트의 무의식을 더욱 확장시키는데, 머나먼 선조들, 그리고 신화와 각종 설화 등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어지는 모종의 연결고리에 집중하기도 한다.

 

 

  이런 모습만 보면 그가 너무 괴짜 같아서 정상적인 삶을 잘 영위하지 못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물론, 정식 아내 뿐만 아니라 영혼의 아내와 같은 개념의 또 다른 여자가 있기도 하는 등 좋게 말하면 자유분방, 나쁘게 말하면 좀 기이한 면모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융은 가정적인 남자였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gentle 하고 센스가 있어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그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살펴 보면 그가 어릴 때부터 남달랐다는 점도 알 수 있는데, 어찌 되었든 융이 심리학에 기여한 바는 프로이트의 그것과는 또 다른 독자적인 영역이 많기 때문에 인간이라는 심오한 존재를 더 깊게 바라볼 수 있는 눈을 제공해 줬다는 점에서 '융 읽기'의 가치는 충분한 것 같다.

 

 

  그를 알아가기 위한 입문서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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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케노시스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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