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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영어는 외국어 단어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외래어'가 유난히 많다. 예를 들어 미국 음식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여겨지는 케첩은 중국어에서 왔다.

​원래 케첩은 규즙(연어로 만든 생선젓)의 광둥식 발음인 '크츠어'를 영국인이 '케첩'으로 잘못 발음한 데서 유래했다.

 

바닥에 까는 두껍고 평평한 물건을 매트를 미국 사람은 일본어를 그대로 가져와 '후톤(futon)'이라고 부른다. 태풍 역시 중국어를 영어식으로 발음한 '타이푼(typhoon)'이라 부른다.

​영국이 인도를 지배하던 시절 인도에서 온 단어도 많다.

 

 

 

영어로 한 분야에 통달한 고수를 '구루(guru)'라고 부르는데, 원래 인두어로 힌두 경전에 통달해서 보통 사람에게 인생의 지혜를 알려주는 종교인을 뜻했다.

​이것이 영어에서는 한 분야에서 빼어난 사람을 뜻하는 단어가 되었다.

 

또한 업계나 트렌드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가진 사람 또는 회사를 juggernaut이라고 부르는데, 이 단어 역시 인도의 종교 행사 때 힌두교의 신 크리슈나의 조각을 나르는 수레를 뜻하는 '이아겐낫(jagannatha)'에서 왔다.

인도에서는 이 수레가 지나가면 모든 사람이 공경의 뜻으로 절을 했다. ​그래서 영어로는 오늘날 트렌드를 주도하는 연예인, 기업, 또는 나라를 뜻하는 단어로 사용된다.

 

​이 밖에도 인도의 무굴제국 사람들은 당시 영국인 눈으로 보면 엄청나게 화려한 궁전(타지마할)을 짓고 살며 모든 장신구를 루비와 다이아몬드로 도배 할 정도로 잘 살았기 때문에 영어로 '재벌' 또는 '엄청난 부자'라는 의미로 '모굴(mogul)'이라는 단어를 쓴다.

 

심지어 '재벌'이라는 우리말도 영어로 들어가 chaebol이 되어 한국의 특수한 기업 구조를 가리킬 때 그대로 쓰인다.

이런 식으로 영어는 단어의 폭이 엄청나게 넓어진 결과, 약 20만 개의 단어가 사전에 수록된 프랑스어나 독일어와 달리, 옥스퍼드 대사전에는 100만 개가 넘는 단어가 수록되어 있다. ​100만 개가 넘는 단어를 암기로 정복하겠다니, 정말 무모하지 않은가?

​영어의 단어 체계는 대부분의 타 언어에 비해 자유롭다. 그래서 체계 자체가 지속적으로 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어에서 명사는 무조건 o,a,e로 끝나야 한다.

왜냐하면 이탈리아어는 복수형을 만들 때 o를 i로, a를 e로, e를 i로 바꾼다는 분명한 문법적 규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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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명사가 n으로 끝난다면 복수형을 만들 수가 없으니 이탈리아어로 들여와도 사용 불가능한 단어가 된다.

 

이탈리아어의 고어인 ​라틴어가 서양 세계의 링구아 프랑카이던 시절, ​라틴어로 대화하려면 다른 나라 이름도 이탈리아식으로 바꾸어야 했기 때문에 고려는 '코리아'가 되었고 진나라는 '치나'가 되었다.

​다시 말하면 이탈리아어는 어떤 단어를 들여오면 반드시 '이탈리아화' 하지 않으면 문법에 맞는 이탈리아어로 만들수 없었다.

 

그런데 영어 문법은 이런 제한이 없다. 다른 언어와 접촉하면 영어에 존재하지 않는 단어도 고스란히 들여와 부족한 표현력을 채울 수 있다.

​또 영어는 동사나 명사가 특정 형태를 지니지도 않아 동사를 명사로 써도 되고, 명사를 형용사로 써도 된다.

​'I run(나는 종종 달리기를 한다)'의 run은 동사지만, 'I want to go for a run'에서의 run은 명사, run distance 의 run은 형용사다. Google은 IT 기업 브랜드지만 '검색하다'라는 동사로도 쓰이고, monitor는 원래 '지켜보다, 감시하다'라는 뜻의 동사지만 컴퓨터의 모니터를 뜻하는 명사로 쓰이기도 한다.

 

Make라는 단어는 만들다는 뜻도 되고 만드는 회사라는 뜻도 되며(Which make is your car?), 합격했다는 뜻도 되고(I made the exam!), 성공한다는 형용사도 된다(He is self-made).

이런 영어의 유동적인 특성은 기술 발전과 국제 교류가 활발한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장 쉽게 가져다 쓸 수 있는 유용한 언어가 되었다.

​이런 영어의 특징을 무시하고 무작정 암기로 영어를 정복하려고 하는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배우기 가장 어려운 끔찍한 외국어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암기는 고정된 지식을 배우는 데는 적합하다. 그러나 쉼 없이 변화하는 지식을 습득하는 데는 가장 부적합하다.

국제화와 인터넷이 만나 언어의 변화 속도가 빨라질수록 암기라는 테크닉은 영어라는 유기체를 받아들이기에 더욱 부적합해진다.

 

하루에 200개가 아니라 2000개의 단어를 외운다고 해도 카멜레온처럼 계속 변신을 거듭하는 수많은 영어 단어를 이해하고 실전에 활용하기는 어렵다.

실제 세계 최대 교육업체 EF에서 조사한 <English Proficiency Index>에 의하면 2007~2014년에 일본의 영어 유창성은 1.29, 한국은 0.57 감소했다.

 

평균적으로 한국인이 영어에 투자하는 시간과 돈을 생각할 때 영어를 고정체로 보는 암기식 영어 공부법이 얼마나 고통을 주었는지 한눈에 보인다.

​단어이건 문법이건 외우기만 하면 영어를 잘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한국인이나 일본인에게 영어라는 프리스타일 언어의 변화 속도를 좇아갈 수 없게 하는 장애물이었음이 분명하다.

하루에 100~200개의 영어 단어를 암기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점이 있다.

 

사실 영어는 한 단어가 품고 있는 의미가 너무 다양하고 복잡하며 광범위해서 하나의 단어 의미를 총체적으로 파악하는 것만도 간단하지 않다.

 

그런데다가 어떤 영어 단어도 우리말과 정확하게 의미가 일치하는 것이 없어서 정확한 번역이 불가능하다.

-[플루언트] 에서 발췌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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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케노시스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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