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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그린의 [멀티 유니버스] 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상대성 이론, 다중우주론 등에 대한 비교적 명료하며 친절한 설명이 장점이 책입니다. 그의 전작인 [엘러건트 유니버스], [우주의 구조] 등과 함께 읽는다면 시너지 효과를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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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은 지난 수 천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인 경험을 통해 쌓아왔던 직관, 즉 시간과 공간이 우주만물의 저변에 깔려 있는 불변의 배경이라는 관념을 한방에 무너뜨렸다.

 

그전에 과연 어느 누가 시공간을 "수시로 뒤틀리거나 구부러지면서 우주의 안무를 관장하는 적극적인 객체"라고 상상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아인슈타인이 발견한 '혁명의 춤'이었으며, 관측을 통해 틀림없는 사실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과학자로서 최고의 지위에 오른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근거 없는 오래된 편견에 사로잡혀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정적 우주-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다음 해에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이론을 가장 큰 스케일인 우주에 적용해보았다.

 

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무슨 엄청난 작업처럼 들리겠지만, 이론물리학자들은 끔찍하게 복잡한 대상을 단순화시키는 데 거의 도사들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대상의 물리적 특성은 변하지 않아야 한다.

이론적 분석이 가능할 정도로 단순화시키되 기본적 특성은 유지하는 것, 이것이 바로 이론물리학의 예술이다.

이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을 무시해도 되는지를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 아인슈타인은 소위 말하는 '우주원리(cosmological principle)'에 입각하여 우주를 단순화시킴으로써 이론적 우주론의 기틀을 마련했다.

우주원리란 "가장 큰 스케일에서 보면 우주는 균일하다"는 것이다.

 

당신이 아침에 마시는 차를 생각해보라. 미시적인 스케일에서 보면 차의 내부는 전혀 균일하지 않다. 곳곳에 H2O 분자가 있고 그 옆은 비어 있으며, 그 옆에는 폴리페놀(polyphenol)과 타닌(tannin)분자가 떠다니고, 그 옆은 또 비어 있고....기타 등등이다.

 

 

그러나 거시적 스케일, 즉 맨눈으로 바라보면 차는 지극히 균일한 액체이다.

 

아인슈타인은 우리의 우주가 찻잔 속에 담긴 차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여기 지구가 있고, 그 옆은 비어 있고, 달이 있고, 그 옆은 더 넓게 비어 있고, 금성, 수성, 그리고 태양 등이 불규칙적으로 늘어서 있다.

그러나 이들은 작은 스케일에서 나타나는 불균일성일 뿐, 우주 전체를 놓고 보면 찻잔 속의 차처럼 균일하다.

아인슈타인이 활동하던 시대에는 우주원리를 입증할 만한 관측자료가 별로 없었다. 그러나 그는 우주 안의 어떤 지점도 다른 지점보다 특별하지 않다고 굳게 믿었다.

평균적으로 볼 때 우주의 모든 지점은 서로 동일하여, 물리적 특성도 근본적으로 거의 같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 후로 몇 년 동안 얻어진 천문관측 데이터는 우주원리를 강력하게 지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적어도 1억 광년 이상의 규모에서 그렇다는 뜻이다.

(1억 광년은 은하수 폭의 약 1,000배에 해당하는 거리이다).

예를 들어 각 변의 길이가 1억 광년인 상자 하나를 '여기'에 놓고, 같은 크기의 상자를 '저기('여기'로부터 1억 광년 떨어진 곳)'에 놓았다고 가정해보자.

이제 각 상자 내부의 평균적인 특성(은하의 평균밀도, 물질의 평균밀도, 공간의 평균온도 등)을 관측해보면 거의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똑같다. 간단히 말해서, 1억 광년짜리 '조각 우주'를 보았다면 그로부터 우주 전체의 특성을 유추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일반상대성이론으로 우주 전체의 특성을 연구할 때 균일성(uniformity)은 매우 중요한 정보이다.

 

그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 아름답고 균일하면서 잔잔한 파도가 이는 해변가로 나가보자.

 

단, 당신에게는 하나의 임무가 주어져 있다. 해변가를 둘러본 후 작은 규모의 특성을 내가 알아듣도록 설명하는 것이다.

 

여기서 '작은 규모'란 모래 한 알 한 알의 물리적 특성을 일일이 조사한 후 그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는 뜻이다.

당신의 임무가 너무 과하다며 강하게 항의한다. 하긴 어느 세월에 모래알을 일일이 들여다본다는 말인가?

 

그래서 나는 친절을 베풀어 당신의 임무를 조금 수정했다. 해변가의 특성을 탐색하되, 1m3 당 모래의 평균무게와 1m3당 햇빛의 평균반사율, 해변가의 평균온도 등 정보의 내용을 조금 큰 스케일로 바꿨다.

그랬더니 당신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고맙다는 인사까지 한다.

이 작업이 만만해 보이는 이유는 해변가가 전체적으로 균일하기 때문이다.

 

이제 당신은 멀리 갈 것도 없이 지금 서 있는 근처에서 모래의 평균무게와 평균반사율, 그리고 평균온도를 재빨리 측정한 후 남은 시간을 느긋하게 즐기면 된다.

멀리까지 가서 같은 측정을 반복해봐야 달라질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균일한 우주도 이와 비슷하다. 우주를 분석하기 위해 행성과 별, 은하 등 모든 천체를 일일이 고려해야 한다면 천문학은 별로 희망이 없다.

그러나 균일한 우주의 평균적인 특성을 서술하는 것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쉽다. 여기에 일반상대성이론까지 주어졌으니, 천문학자들에게는 이보다 좋은 소식이 없을 것이다.

방정식을 통해 우주의 특성이 밝혀지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방대한 공간 속에 들어 있는 모든 것의 총량은 물질의 밀도 ,더욱 정확하게는 '물질과 에너지의 밀도'로 결정된다.

그리고 일반상대성이론의 방정식은 이 밀도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우주원리를 도입하지 않으면 방정식을 푸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방정식은 모두 10개인데, 각 방정식은 고르디우스의 매듭(Gordian knot,리지아의 고르디우스왕이 매어놓은 매듭으로, 이것을 푸는 자가 아시아를 지배한다고 예언되었다. 흔히 '풀기 어려운 문제'를 비유하는 말로 사용된다-옮긴이)을 연상케 할 정도로 다른 방정식과 복잡하게 얽혀 있다.

 

-고르디우스의 매듭-

그런데 다행히도 아인슈타인은 균일한 우주에 이 방정식을 적용하면 문제가 크게 단순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주가 균일하다고 가정하면 10개의 방정식들 중 대부분이 중복된 내용을 담고 있어서 단 하나의 방정식만 풀면 된다.

우주원리가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풀어서 수학이 크게 단순해졌고, 그 덕분에 아인슈타인은 우주에 퍼져 있는 물질과 에너지를 단 하나의 방정식으로 연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이 방정식을 풀어서 얻은 결과는 그의 입맛에 맞지 않았다. 자신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당시 과학자들과 철학자들 사이에는 우주가 큰 스케일에서 균일할 뿐만 아니라,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팽배해 있었다.

찻잔 속의 분자들이 복잡한 운동을 하고 있지만 이들의 운동을 전체적으로 평균해서 거시적으로 보면 잔잔한 액체가 되듯이, 태양 주변을 공전하는 행성이나 은하의 가장자리를 돌고 있는 태양의 움직임 등을 모두 평균하면 변하지 않는 우주가 얻어진다.

이 정적인 우주관에 집착했던 아인슈타인은 계산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의 장방정식은 물질과 에너지의 밀도가 시간에 따라 더 높아지거나 낮아지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수학적인 과정은 꽤나 복잡하지만, 여기 담겨 있는 물리학적 의미는 매우 단순하다. 야구장의 홈플레이트에서 출발하여 중견수 쪽 담장을 향해 날아가는 야구공을 생각해보자.

처음에 공은 로켓처럼 위로 솟구쳤다가 속도가 서서히 줄어들면서 최고점에 도달한 후 어딘가에 떨어진다. 이 공은 날아가는 동안 비행선처럼 공중에 머물렀던 순간이 단 한번도 없었다.

중력이 공을 항상 아래쪽으로 잡아당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행선의 경우에는 기압에 의한 부력이 아래로 향하는 중력과 상쇄되기 때문에 공중에 가만히 떠 있을 수 있다. (비행선의 풍선은 공기보다 가벼운 헬륨가스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허공을 날아가는 야구공에는 중력을 상쇄시키는 힘이 전혀 없으므로 (공기저항이 야구공의 운동에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정지상태를 연출할 수는 없다) 공이 공중에 가만히 떠 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인슈타인은 이 우주가 비행선보다 야구공에 더 가깝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무조건 잡아당기기만 하는 중력을 상쇄시킬 만한 외향력(outward force)이 우주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상대성이론으로 계산된 우주는 정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없었다.

우주공간이 외부로 뻗어나가거나 안으로 수축될 수는 있어도, 고정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정육면체 공간의 각 변이 오늘 1억 광년이었다면, 내일은 더 이상 1억 광년이 아닌 것이다. 부피가 더 커진다면 그 내부의 물질밀도는 작아질 것이고 (공간의 크기에 비해 물질이 더 드물게 존재할 것이고), 부피가 작아진다면 물질의 밀도는 더 커질 것이다. (물질이 더 촘촘하게 존재할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일반상대성이론의 수학에 의하면, 공간이 변하고 있기 때문에 가장 큰 스케일에서 본다고 해도 우주는 변해야만 했다.

아인슈타인이 기대했던 '정적이고 영원한' 우주는 방정식의 답이 아니었다. 그는 우주론을 창시한 장본인이었지만, 수학이 인도하는 길을 곧이곧대로 따라가다가 커다란 난관에 부딪힌 것이다.

-브라이언 그린은 이 저서에서 '과학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 상당한 지면을 할애한다. 우주 물리학이 실제로 관측할 수 없는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보니 실제로 감각 기관을 통해 지각하지 못하더라도 수학적 방정식에 잘 부합하는 값이 나온다면 이는 충분히 과학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는 논리를 펼치곤 한다.

 

하지만 과연 이를 '과학'이라 부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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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케노시스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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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그린의 [우주의 구조]를 읽으면서 그대로 옮겨 봅니다. 그는 어려운 현대 물리학을 쉽게 설명하는 재능을 타고난 학자입니다. 상당히 어려운 개념임에도, 비교적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수 년전 개봉한 [인터스텔라], [빅 히어로] 등의 작품이 현대 우주 물리학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킨 것 같습니다. 몇 가지 중요한 이론은 이해하고 있을 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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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이 절대적이지 않고 상대적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충격적인 선언이 아닐 수 없다.

나는 물리학을 공부하면서 이 사실을 안지 근 25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조용히 앉아서 상대적

시공간을 떠올릴 때마다 스스로 놀라곤 한다.

 

빛의 속도가 항상 일정하다는 실험적 사실로부터 "시간과 공간은 그것을 바라보는 구경꾼(관측자)의 운동상태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는 황당한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는가!


절대로 틀리지 않는 이상적인 시계를 모든 사람들이 하나씩 차고 있다고 상상해 보자.


그렇다면 고전적으로는 누가 어떤 운동을 하며 어떤 파란만장한 삶을 산다고 해도, 모든 사람들의 시계는 언제나 동일한 시간을 가리키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어느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움직이고 있으면 두 사람의 시계는 달라진다.


두 사건 사이의 시간간격(예를 들면 불꽃놀이를 할 때 첫 번째 폭죽이 터진 후 두 번째 폭죽이 터질 때까지 흐른 시간) 이 두 사람에게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다.

 

 


 

시간뿐만 아니라 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번에는 모든 사람들이 길이가 똑같은 막대를 하나씩 갖고 있다고 상상해 보자.(물론 막대의 길이는 모두 동일한 조건에서 측정되엇다.)


이 경우에도 한 사람이 다른사람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움직이고 있으면 두 사람이 갖고 있는 막대의 길이는 달라진다. 막대뿐만 아니라 이들이 측정한 임의의 두 점 사이의 거리도 달라진다.(사실, 막대의 길이란 막대의 양 끝점 사이의 거리를 의미한다) 시간과 공간이 이런 특성을 갖고 있지 않다면, 빛의 속도는 관측자의 운동상태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야 한다.


그러나 빛의 속도는 항상 일정하다. 이것은 수많은 실험을 통해 확인된 결과이므로 반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므로 시간과 공간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기묘한 성질을 갖고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얻은 결과를 간단하게 요약해 보자.

 

시간과 공간은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가?


- 시간과 공간은 빛의 속도가 관측자의 운동상태에 상관없이 항상 일정하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 각 관측자의 운동상태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


그렇다면 시간과 공간은 관측자들 사이의 상대속도에 따라 어느 정도로 달라지는가?


이것을 계산하려면 약간의 수학이 동원되어야 하는데, 고등학교 수준의 수학이면 충분하다.

 

 


 

사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수학 때문이 아니라, 이론에 적용된 아이디어와 그로부터 내려진 결론들이 우리의 경험과 상식에 정면으로 상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년 넘게 전수되어 온 뉴턴의 절대적 시공간이 수정되어야 하는 이유를 충분히 이해했다면, 나머지 구체적인 내용을 채워 넣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정확하게 100년 전에 아인슈타인은 이 일을 해냈다.


빛의 속도가 누구에게나 일정하게 보이려면 한 관측자가 측정한 거리와 시간간격은 그에 대해 움직이고 있는 다른 관측자의 측정값과 달라야 한다. 이것이 바로 특수상대성 이론의 출발점이었다.


아인슈타인이 떠올렸던 생각 속으로 좀 더 깊이 들어가 보자. 지난번에 빛과의 경주에서 좌절감을 맛본 바트는 무모한 경주를 포기하고 스케이트보드에 달려 있는 핵 추진 장치를 제거했다.

그래서 바트의 보드는 끽해야 시속 65마일 밖에 달릴 수 없는 평범한 보드가 되었다.

어느 날 바트는 보드를 타고 북쪽으로 달리다가(달리는 도중에 책도 읽고 하품도 하고.., 꽤나 지루했을 것이다) 고속도로를 만나 북동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렇다면 바트가 북쪽으로 진행하는 속도는 얼마나 될까? 구체적인 값은 계산을 해 봐야 알겠지만 시속 65마일보다 느리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처음에는 시속 65마일이라는 모든 속도가 북쪽으로 진행하는데 사용되었지만, 방향을 바꾼 후로는 속도의 일부가 동쪽으로 진행하는 데 사용되고 있으므로 북쪽으로 진행하는 속도는 이전보다 느려질 수 밖에 없다.

특수상대성이론의 핵심 아이디어는 이 간단한 원리 속에 다 들어 있다. 지금부터 그 속으로 들어가 보자. 우리는 물체의 이동을 생각할 때 공간을 가로질러 이동하는 경우를 주로 떠올린다.

 

 

그러나 공간상의 이동만큼 중요한 이동이 또 하나 있다. 시간을 따라 이동하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즉, 물체는 공간 속에서 이동할 수도 있고 시간을 따라 이동할 수도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이 차고 있는 손목시계와 벽에 걸려 있는 벽시계의 초침이 째깍거리는 동안 당신을 비롯한 모든 만물들은 아무리 싫어도 시간을 따라 가차 없이 '이동당하고' 있다. (사람들은 '나는 원치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시간을 따라 강제로 이동당했다' 는 말을 간단하게 줄여서 '늙었다'는 말로 대신하기도 한다). 뉴턴은 시간을 따라가는 이동과 공간을 가로지르는 이동은 아무런 상호관계가 없는 독립적인 운동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이들 사이에 너무나도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발견하였다.

특수상대성이론이 이루어 낸 가장 큰 발견은 바로 이것이다. - 당신이 보기에 정지해 있는 주차된 자동차는 공간상의 이동이 전혀 없는 대신 시간을 따라 미래로 이동하고 있다. 정지해 있는 자동차와 그 안에 앉아 있는 운전자, 도로, 그리고 그들에 대해 정지해 있는 당신과 당신이 입고 있는 옷 등은 시간이 완벽하게 일치된 상태에서 일제히 시간을 따라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이 모두 나름대로의 시계를 갖고 있다면 누군가가 갑자기 움직이지 않는 한 모든 시계들은 똑같은 시간을 가리킬 것이다. 그러나 자동차가 공간을 가로지르며 달리기 시작하면 시간을 따라 이동하던 운동의 일부가 공간의 이동에 사용된다.

바트가 속도를 그대로 유지한 채 이동방향을 북쪽에서 북동쪽으로 틀었을 때, 북쪽으로 이동하는 속도가 이전보다 느려지면서 동쪽으로의 이동이 새롭게 나타나듯이, 정지해 있던 자동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시간을 따라 이동하는 속도는 이전보다 느려지면서 공간상의 이동이 새롭게 나타나게 된다.

다시 말해서, 시간만을 따라 이동하던 자동차(정지상태)가 시공간에서 방향을 바꿔 시간과 공간으로 동시에 이동(주행상태) 하고 있는 것이다. 주행 중인 자동차는 시간을 따라 이동하는 속도가 느려졌으므로, 이는 곧 자동차의 시계가 길에 서 있는 당신(그리고 길에 대하여 정지해 있는 모든 것)의 시계보다 느리게 간다는 뜻이다.

 

 

이상이 바로 특수상대성이론의 핵심이다.

내친김에 약간의 논리를 추가하여 진도를 조금 더 나가 보자. 핵 추진 장치를 제거한 바트의 스케이트보드는 시속 65마일이 최대속도라고 했다. 속도에 한계가 있다는 것은 지금 우리의 논리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일 바트가 속도를 마음대로 낼 수 있다면 방햐야을 북쪽에서 북동쪽으로 바꾼 후 이전보다 빠르게 달림으로써 북쪽으로 진행하는 속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속도에 한계가 있고 바트가 최대 속도로 달리고 있다면 방향을 바꾼 후의 속도(북쪽으로 향한 속도와 동쪽으로 향한 속도의 조합)는 여전히 시속 65마일을 유지할 것이다.


그러므로 북쪽으로부터 방향을 조금 틀기만 하면 북쪽으로 진행하는 속도는 느려질 수 밖에 없다.

 

 

특수상대성이론은 운동에 대하여 이와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다.

즉, 임의의 물체의 속도(공간이동과 시간이동을 조합한 속도)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항상 광속(빛의 속도)과 같다는 것이다.

독자들은 여러 경로를 통해 "광속으로 달릴 수 있는 것은 빛 뿐이다" 라는 말에 익숙해 있을 것이므로 방금 한 말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물체가 광속보다 빠르게 달릴 수 없다는 것은 오로지 공간상의 이동만을 고려했을 때 그렇다는 뜻이다. 지금 우리는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을 따라가는 운동도 같이 고려하고 있다.

아인슈타인이 주장하는 바는 두 종류의 운동(시간운동과 공간운동)이 서로 상보적인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당신이 길가에 서서 바라보던 주차된 자동차가 어느 순간에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은 오직 시간만을 따라 광속으로 이동하던 자동차가 어느 순간에 방향을 바꿔서 공간으로도 이동을 시작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두 속도를 조합한 전체속도는 변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공간에서 이동을 시작한 자동차의 시간은 정지해 있을 때보다 느리게 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속 5억 마일로 달리고 있는 바트의 시계를 정지해 있는 리사가 보았다면, 그녀의 눈에는 바트의 시계가 자신의 시계보다 2/3만큼 느리게 가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리사의 시계로 3시간이 흘렀다면 바트의 시계로는 두 시간이 흘러간다.

지금 바트의 공간 속을 엄청난 속도로 이동하고 있으므로, 시간을 따라 이동하는 속도가 그만큼 느려진 것이다. 뿐만 아닐, 공간을 가로지르는 속도는 아무리 빨라도 광속을 초과할 수 없다.

왜 그런가?

 

 

정지해 있는 물체는 시간을 따라 광속으로 움직이는데, 여기에 공간이동이 추가되면 시간 쪽으로 향했던 광속운동이 공간 쪽으로 일부 할당되며, 공간을 이동하는 속도가 광속에 도달하면 시간을 따른 이동은 전혀 일어나지 않게 된다.


즉, 광속으로 움직이는 물체는 나이를 전혀 먹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것은 모든 속도가 공간이동에 100% 사용된 극단적인 경우이고 여기서 더 이상의 속도를 낼 수는 없으므로, 공간을 이동하는 속도는 어떤 경우에도 광속을 초과할 수 없다. 그리고 빛은 특이하게도 항상 광속으로 달리고 있으므로 나이를 먹지 않는다. 만일 광자(빛을 이루는 입자)가 시계를 차고 있다면 그 시계의 초침은 전혀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빛은 화장품 제조업체와 전 세계 여인들의 영원한 꿈을 실현시킨 유일한 존재이다. 빛은 100억 년 전이나 지금이나 나이가 똑같다.

이와 같이 특수상대성이론의 효과는 물체의 공간이동속도가 광속에 가까워질수록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시간이동속도와 공간이동속도의 상보적인 관계는 항상 성립한다.

물체의 속도가 느리면 특수상대성이론은 상식의 세계인뉴턴의 고전역할과 거의 같아지지만, 둘 중 항상 옳은 이론은 특수상대성이론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이 모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언뜻 보기에는 마치 교묘한 말장난이나 야바위처럼 보일 수도 있고 심리적인 환상으로 느낄 수도 있겠으나, 우리가 속한 우주는 분명히 이런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1971년에 조지프 하펠레와 리처드 키팅은 최첨단 기술로 만들어진 세슘 원자시계를 이용하여 시간이 느리게 가는 효과를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그들은 두 개의 시계를 준비하여 하나는 민간용 항공기에 싣고 다른 하나는 지상에 방치해 둔 채 장거리 여행을 한 후 두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을 비교한 결과, 비행기에 탑재된 시계가 지상의 시계보다 느리게 간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비행기는 빛의 속도와 비교할 때 거북이나 다름 없으므로 시간의 차이는 극히 미미하게(수천억분의 일초 정도) 나타났지만,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이 옳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1908년에는 "새로운 실험으로 에테르가 발견되었다" 는 소문이 학계에 돌기 시작했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절대공간이 존재한다는 뜻이고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은 탄생 3년 만에 폐기되어야 할 판이었다. 소문을 들은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했다. "신은 미묘한 존재지만 우리에게 해악을 끼치진 않는다."(Subtle is the Lord, malicious He is not). ​

 

특수 상대성이론처럼 완벽하고 우아한 논리가 이론적으로 가능하면서 실제의 우주는 그 법칙을 따르지 않는다면, 신은 우리를 갖고 놀면서 심술궂은 장난을 치고 있는 셈이다. 아인슈타인은 만물의 창조주인 신이 그런 식으로 인간에게 해악을 끼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 정도로 자신의 이론에 확신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그 소문은 사실무근임이 밝혀졌고, 빛을 매개한다는 에테르는 과학의 장에서 영구히 추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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