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에 해당하는 글 1건

728x90
반응형
SMALL

 

 

 

 

 

 

  현대에도 군은 전투로 신경이 망가져 무너져 내린 군인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두고 아직 고민이다.

 

  이라크 전쟁 중에 비겁함을 이유로 불명예 전역한 미군의 이야기를 다룬 기사가 <뉴욕 타임스>에 실렸다. 이 군인은 명예 전역으로 인정해주어야 한다고 반발했다. 자기는 겁쟁이가 아니라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일 뿐이라고 했다. 전쟁 스트레스 때문에 공황장애가 생겼고 불안 발작 때문에 제대로 역할을 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변호사는 이 군인은 겁쟁이가 아니라 홙ㅏ라고 주장했다. 군은 처음에는 그 차이를 인정하지 않으려 했지만, 나중에는 비겁함이라는 죄목은 취하하고 직무 태만이라는, 강도가 약한 위반으로 바꾸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불안에 시달리는 군인은 언제나 있었다.

 

  결정적 순간에 신경이 무너지고 몸이 배신하곤 했다. 남북전쟁 때인 1862년 연방군인 펜실베이니아 자원군 68사단 소속 병사 윌리엄 헨리는 심한 복통과 설사에 시달렸다. 군의관들이 그것 말고는 건강 상태가 좋다고 판단하여, 윌리엄 헨리는 공식적으로 "군인의 심장(soldier's heart)" 진단을 받은 최초의 사례가 된다.

 

​  전투 스트레스 때문에 일어나는 증후군을 가리키는 말이다. 2차 세계 대전 동안에 미군의 실금률을 조사했는데 장의 통제를 잃는 군인이 5~6% 정도 일정한 비율로 나타났고 일부 전투 분대에서는 20% 가 넘기도 했다. 1945년 6월 이오지마에 상륙하기 직전 미군은 설사병에 시달렸다. ​일부 군인들은 설사를 핑계로 전투에서 빠지려고 했다. 1944년 프랑스에 주둔한 미군 전투여단을 조사했더니 군인 가운데 절반 이상이 전투 중에 식은땀을 흘리고 현기증을 느끼거나 실금을 했다.

 

  2차 세계 ​때 보병대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두려움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고 말한 사람은 7% 밖에 되지 않았다.

 

  75%는 손이 떨린다고 했고 85%는 손바닥에 땀이 고인다고 했다. 12%는 대변을, 25%는 소변을 참지 못했다고 말했다 .(설문에 응한 사람의 1/4이 전투 중에 소변을 지렸음을 인정했다는 말을 듣고 한 육군 대령은 이렇게 말했다. "맙소사.... 그렇다면 네 명 중 세 명은 거짓말쟁이라는 말이네!") 얼마 전 미 국방부에서는 이라크 전쟁에 참전한 병사들 중 전투 지역에 정찰을 나가기 전에 불안 때문에 구토를 한 군인이 매우 많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나중에 저명한 미국 역사가가 되는 윌리엄 맨체스터는 2차 세계대전 때 오키나와에서 전투에 참가했다. "내 턱이 씰룩거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무언가 작동 이상 신호를 보내는 불빛처럼 들어왔다 나갔다 했다."

 

  윌리엄 맨체스터​가 직접 전투에 처음 나서서 판잣집에 숨은 일본군 저격병에게 다가갈 때의 경험을 회상하며 쓴 글이다.

 

"배 속에서 여러 밸브들이 열렸다 닫혔다 했다. 입이 바싹 말랐고 다리가 덜덜 떨렸고 눈은 초점이 맞지 않았다."

 

  맨체스터는 일본군 저격병을 쏘아 죽였다. 그러고 나서 구토를 하고 오줌을 지렸다. "이게 사람들이 '혁혁한 무용'이라고 부르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나는 맨체스터가 불안 속에서 일으킨 생리적 반응에는 ​도덕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맨체스터는 상황의 ​실존적 무게감​을 의식했다. ​고맙게도 아우구스티누스 이래로 여러 사람들이 불안을 도덕성과 연결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런 생리적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사람은 냉혈한 살인자다. 작가 크리스토퍼 히친스 (거침없는 소신 발언으로 유명해 겁쟁이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사람이다)의 말을 빌리면 "​압박감 아래에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은 훌륭한 군인이 될 자질을 갖춘 것으로 보이겠지만, 전투 피로나 외상 후 스트레스에 시달리지 않는 장교는 무감한 뒤에 사이코패스와 같은 침착함을 감추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소대 전체를 철조망으로 가득한 구렁텅이에 몰아넣고도 아무런 가책을 느끼지 않는 일이 일어난다."

 

  그렇지만 고대로부터 문화적으로 용기와 남자다움을 연결 지어왔다. 극한 상황에서 신체 기능을 통제하는 능력에 ​도덕적 우월성​을 부여한 것은 물론이다. 전설에 따르면 나폴레옹이 위험한 작전을 앞두고 "철심 같은 신경줄"을 지닌 군인이 필요해서, 지원자 몇 명을 총살형하는 척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나폴레옹은 공포탄이 발포되었을 때에 "변을 지리지 않은" 지원자를 선택했다.

 


 

  내 동료인 제프는 전쟁 특파원으로 세계 곳곳 전장에 파견되었고 테러 단체에 납치된 일도 있는데, 신참 전쟁 특파원은 다들 처음으로 총구 앞에 섰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 지 궁금해 한다고 말한다.

 

"포화 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가장 궁금한 게 바로 이거다. 나도 바지에 변을 지릴까? 어떤 사람은 지리고 어떤 사람은 안 지린다. 나는 안 지렸다. 그래서 그 때 괜찮으리라는 걸 알았다. 그렇지만 겪어보기 전에는 절대 알 수 없는 일이다."

 

  다행히도 나는 한 번도 포화 속에 있어본 적이 없다. 그렇지만 내가 어느 쪽일지는 알 것 같다.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 모든 이미지는 구글에서 가져왔습니다. 

728x90
반응형
LIST

WRITTEN BY
케노시스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