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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적 사고와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뇌 영역은 뇌에서 가장 젊은 축에 속하고 두개골 안쪽 면적의 고작 30% 정도를 차지한다. 이 이성적인 뇌는 주로 외부 세계와 우리의 일을 처리한다.

즉 일이나 사람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파악하고, 목표를 달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모색하고, 시간을 관리하고, 행동 순서를 정한다

 

.이성적인 뇌 아래에는 진화론적으로 더 오래된 뇌가 어느 정도 분리된 상태로 자리하면서 그 밖의 모든 일을 담당한다.

이 뇌는 신체의 생리학적 상태를 시시각각 기록하고 관리하며 편안함, 안전, 위협, 배고픔, 피로, 욕구, 열망, 흥분, 기쁨, 통증의 감정을 구별한다.

뇌는 아랫부분부터 차례로 만들어진다.

​아이가 엄마의 자궁에 머무르는 동안, 인간의 진화 과정과 같은 순서로 발달하는 것이다. 가장 원시적인 부분, 태어날 때 이미 활성화되어 있는 부분은 고대부터 존재한 동물의 뇌로 종종 파충류 뇌로도 불린다.

이 부분은 척수가 두개골과 만나는 지점 바로 위에 있는 뇌간(brainstem)에 위치한다. 이 파충류 뇌는 갓 태어난 아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 즉 먹고 자고, 잠에서 깨고, 울고, 숨 쉬는 일부터 온도와 배고픔, 습도, 통증을 느끼고, 소변과 대변을 통해 몸의 독소를 제거하는 일을 담당한다.

 

 

뇌간과 시상하부(hypothalamus)[뇌간 바로 위쪽에 자리한다]는 신체 에너지 수준을 함께 조절한다.

이 두 부위가 협력하여 심장, 폐의 기능과 함께 내분비계와 면역 체계를 조절해 생명 유지에 기본이 되는 이 시스템들이 항상성으로 불리는, 비교적 안정적인 체내 균형 속에서 정상적으로 기능을 유지하도록 한다.

숨 쉬기, 먹기, 잠자기, 대소변 보기는 너무나 기본적인 일이라서 마음과 행동의 복잡한 특성을 생각하다 보면 무시하기 쉽다.

 

그러나 잠을 제대로 못자거나 장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할 경우, 혹은 항상 허기를 느끼거나 누가 건드리기만 해도 비명을 지르고 싶다면(정신적 외상을 입은 어린이와 성인들에게서 이러한 특성이 자주 나타난다) 유기체 전체가 불균형 상태에 빠진다.

 

깜짝 놀랄 만큼 많은 심리적 문제들이 수면, 식욕, 접촉, 소화, 성적 흥분 문제와 관련 있다. ​트라우마를 효과적으로 치료하려면 어떤 방법을 활용하든 신체의 이 기본적인 기능에 발생한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파충류의 뇌 바로 위에는 변연계(limbic system)가 자리하고 있다. 이 부분은 무리 지어 살고 새끼를 양육하는 동물이라면 모두 가지고 있어서 포유류의 뇌로도 알려져 있다.

뇌 변연계는 아이가 세상에 태어난 후부터 제대로 발달하기 시작한다. ​감정의 중추이자 위험을 감지하는 모니터이고, 즐거운 일과 두려운 일을 구분하는 판사이고, 생존에 중요한 것과 중요치 않은 것을 결정하는 주체가 바로 변연계다.

 

​또한 복잡한 사회적 네트워크 내에서 발생하는 삶의 문제에 대처하는 중심 본부이기도 하다.

 

 

변연계는 아기의 경험이 유전자의 구성, 선천적 기질과 어우러지면서 형성된다.(자녀를 한 명 이상 낳은 부모들은 모두 아는 사실이지만, 아기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비슷한 상황에서 보이는 반응이 강도나 특성 면에서 제각기 다르다).

 

아기의 뇌에서는 세상에 대한 정서적 지도와 지각 지도가 발달하고, 아이에게 일어난 모든 일이 이 지도에 영향을 준다.

내 동료인 브루스 페리(Bruce Perr)가 설명했듯이, 뇌는 '활용에 좌우되는' 방식으로 형성된다. 비교적 최근에 밝혀진 신경 가소성(neuroplasticity)이라는 특징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신경 가소성이란 뉴런이 '함께 활성화되고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개념이다. 반복적으로 활성화되는 뇌 회로는 일어날 확률이 가장 높은 반응이 기본 설정되어 고정될 수 있다. 안전한 느낌, 사랑받는 기분을 느끼면 뇌는 탐구와 놀이, 협력 기능이 특화되고 겁에 질리거나 거부당했다고 느끼면 공포와 버려진 기분을 관리하는 기능이 발달한다.

 

 

우리는 영아와 유아기에 움직이고, 손에 쥐어 보고, 기어 다니기도 하고 울거나 웃을 때, 혹은 반항할 때 일어나는 일을 통해 세상을 배운다.

쉬지 않고 주변 환경을 실험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하는 상호 작용이 신체가 무언가를 느끼는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두 살짜리 꼬마의 생일 파티에 가 보면, 그 조그마한 아이가 말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도 여러 사람의 관심을 끌고, 같이 놀고, 장난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감정과 기억을 도맡고 있는 변연계의 구조는 이처럼 생애 초기의 탐구 활동을 통해 형성되지만, 이후 경험으로 대폭 바뀔 수 있다.

가까운 친구와 우정을 쌓거나 아름다운 첫사랑을 경험하면 더 나은 쪽으로 변화하고, 폭력을 당하거나 무자비한 집단 괴롭힘, 무시를 당하면 나쁜 쪽으로 변화한다.

​파충류의 뇌와 변연계가 합쳐져서 내가 이 책 전반에서 '정서적인 뇌'라 부르는 시스템이 구성된다. 정서적인 뇌는 중추신경계 중심에 위치하며 행복을 돌보는 역할을 한다.

​위험이나 특별한 기회(유익한 파트너 등)를 포착하고, 호르몬을 살짝 분비해 경고하기도 한다. 그 결과 마음 속에서 어떤 감각이 발생해(약간 불안한 수준부터 가슴이 혼란으로 온통 가득 차는 수준까지), 우리가 지금 주목하고 있는 대상에 대한 주의력을 흐리게 하고 몸과 정신을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만든다.

이와 같은 감각은 굉장히 미세하게 발생하더라도 우리가 인생에서 경험하게 되는 크고 작은 의사결정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

 

뭘 먹을지, 어디에서 누구와 잠을 청하고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정원을 가꾸는 일이나 성가대에 들어가 노래하는 활동 중 어느 쪽이 더 좋은지, 누구와 친구가 되고 누구를 싫어할지 판단하는 것 모두 그 범위에 포함된다.

정서적 뇌의 세포 구성과 생화학적 특성은 이성적인 뇌에 해당하는 신피질보다 단순하다.

 

또한 정서적 뇌는 유입되는 정보를 더욱 포괄적으로 평가한다. 따라서 정서적 뇌는 개략적인 유사성을 바탕으로 서둘러 결론을 내리는 반면(교과서에서는 그 예로 뱀을 보고 깜짝 놀라 펄쩍 뛰었지만, 알고 보니 그냥 둘둘 말린 밧줄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기억을 떠올려 보라고 설명한다),

 

이성적인 뇌는 선택 가능한 복잡한 항목을 자세히 분석한다. 정서적 뇌는 싸움-도주 반응처럼 뇌에 이미 수립되어 있는 도주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 근육과 생리적 반응은 자동적으로 시작되며 당사자가 아무런 생각이나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의식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진다. 이성적인 기능은 그 이후, 많은 경우 위협이 사라진 후에 따라온다.

드디어 뇌의 맨 윗부분을 덮고 있는 신피질까지 왔다. 다른 포유동물들도 이 바깥층을 가지고 있지만, 인간의 신피질이 훨씬 더 두껍다.태어나 두 번째 해가 되면 신피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두엽(Frontal lobe)이 빠른 속도로 발달하기 시작한다.

 

 

고대 철학자들은 일곱 살을 '이성의 나이'라고 불렀다. 초등학교 1학년은 살면서 겪게 될 일들의 전주곡에 해당하고, 전두엽의 기능에 따라 삶이 체계화된다.

 

그리하여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고, 괄약근을 조절하고, 몸으로 행동하기보다 말로 이야기할 줄 알고, 추상적이고 상징적인 생각을 이해하고, 내일 일을 계획하고, 선생님 또는 학교 친구들과 조화롭게 지낼 수 있게 된다.


전두엽(Frontal lobe)은 동물의 세계에서 ​인간을 독특한 존재로 만들어 주는 특성을 만들어낸다. 언어를 사용하고 추상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하며, 방대한 정보를 흡수하고 통합하면서 의미를 덧붙일 수 있게 한다.

 

우리는 침팬지와 붉은 털 원숭이의 언어 능력을 보며 놀라곤 하지만, 오직 인간만이 말과 상징을 이용해 우리 삶을 구성하는 집단적, 영적, 역사적 배경을 만들 수 있다.


또한 전두엽은 계획을 수립하고 반성할 수 있게 하며, 앞으로 일어날 일을 상상하고 전개해 나갈 수 있게 한다. 또한 어떤 행동을 하거나(새로운 직장에 지원하는 등) 어떤 일을 무시하면 (임대료를 지불하지 않는 등)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상하도록 도와준다. 가능성이 있는 쪽을 선택하는 것, 믿기 힘들 만큼 놀라운 창의력의 바탕이 되는 것도 전두엽의 기능이다.

 

여러 세대를 거친 전두엽의 발달과 서로 간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우리는 문화를 만들어 왔고 통나무배와 마차, 편지, 제트기, 하이브리드 자동차, 이메일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놈이 머릿속에 생명을 구할 트램펄린을 떠올리게 했다.


-[몸은 기억한다]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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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케노시스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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