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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요약해 주신 태희 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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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일을 기다리지 않는다>


 


그녀는 하루에도 수 천 번씩 같은 동작을 반복하지만, 마음에 드는 자세가 나오지 않으면 마음이 아니라 영혼이 아프다고 토로하는 열정으로 춤을 춘다.

 

대가에게 비밀은 없었다. 무려 20만 시간의 연습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조금씩 높이며 하루하루 성장해 온 열정 이외에는 말이다.


 


엄청난 업적을 이뤘지만, 사실 그녀는 발레 천재는 아니었다. 동작이 잘 될 때까지 하루에 19시간을 이를 악물고 홀로 연습했고, 쓰러질 때마다 일어섰다. 성장은 그 열정을 통해 이뤄졌다. 그렇게 자기 자신을 이겨내고 한계를 넘어설 때마다 그녀는 성장했다.

 

결국 아무도 따라 할 수 없는 독창성이 가미된 표현력과 관객을 사로잡는 카리스마는 모두 그 노력의 산물이다.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나 하루를 발레로 시작하고, 모두가 발레를 그만두는 32세에 뼈에 금이 가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도 재기에 성공하고, 45세가 된 지금까지 발레를 위해 모든 삶을 바치는 그녀, 과연 꿈이 없다면 그게 가능한 일일까?


 


그녀는 아침마다 침대에서 눈을 뜨면 어딘가 아프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그녀가 매일 고달픈 연습을 했기 때문에 아픈 것으로 생각하지만 나는 생각이 다르다.

 

아침에 일어나 또다시 꿈을 향해 뛰어갈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프도록 두근거리는 것이다. 매일매일 온 힘을 다하는 이유는 그녀의 가슴 속에 강력한 꿈이 있기 때문이다. 꿈이 그녀를 움직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목표를 세우고, 몇 년 안에 반드시 그 지점에 오르겠다는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그렇게 치밀하게 미래를 기획하는 사람 치고 잘 되는 사람을 별로 본 적이 없다.

 

중요한 건 내일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이다. 앞뒤 생각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에 몰두해야 한다.


 


만일 그녀가 아픔을 정신력으로 이겨 내려 했다면 어쩌면 그녀는 아픔에 굴복 당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정신력이 아닌 열정으로 승부를 겨뤘고, 고통을 이겨 낼 수 있었다.


 


또한 그녀는 그 열정의 세월을 통해 자신만의 개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간단히 말해, 온리 원only one이 되었다. 개성이란 아무도 침범할 수 없는 나만의 것이다.


 


이 시대에 필요한 사람은 아무도 할 수 없는 일을 해내는 사람이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일을 창조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날 그녀는 알게 되었다. 24시간을 내리 달려 50시간 동안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상황에서도 무언가를 쫓아갈 수 있는, 누구도 못 말리는 열정이라는 것이 그녀 안에 있다는 사실을.


 


• 누구나 살아가면서 위기를 겪게 된다. 하지만 누군가는 위기를 통해 무너지고, 누군가는 더욱 강해진다.


 


정강이뼈 스트레스성 골절Tibia Stress Fracture. 이것이 당시 나의 병명이었다. 정강이뼈나 그 주위에 붙어 있는 근육에 고강도의 자극을 반복적으로 가함에 따라 생기는 질환으로, 치료할 수는 있지만 문제는 그 치료 기간이 엄청나게 길다는 데 있었다.


 


차디찬 소용돌이가 가슴속 깊은 곳에서 나의 뜨거운 심장을 얼려 버리는 기분이었다.


 


난 단 한번도 발레 외에 다른 직업을 가진 나를 상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세상에! 내가 발레가 아닌 다른 일을 해야 한다니.”


이제 막 인생의 정점에 선 내게 더 이상 무대에 서지 말라니! 발레라는 것은 하루를 쉬면 내가 알고, 이틀을 쉬면 가르쳐 준 선생님이 알고, 사흘을 쉬면 관객들이 아는 법이다. 그런데 무작정 쉬어야 한다니!


 


그 때 난 깨달았다. 혼란 속에서 빠져 나오는 방법은 내려놓음이라는 사실을.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인생을 계속 살아갈 수 있다. 포기가 아니라 내려놓음이었다.


 


마음은 비할 데 없이 무겁고, 희망의 실마리를 놓치지 않으려다 보니 삶의 긴장감은 예전 어느 때보다 더 팽팽했다. 나와 툰치는 힘겨웠지만 하루하루 잘 해냈다. 그렇게 힘겹게 1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뒤 나는 이전보다 한층 더 성숙해진 모습으로 무대로 돌아왔다.


 


• 내가 처음 발레를 배운 것은 12살 때였다. 그 나이도 발레를 배우기에는 굉장히 늦은 나이였다. 게다가 나는 이제 슬슬 은퇴를 생각할 서른 두 살이었다. 남들은 은퇴를 생각할 때 나는 고된 재활기간을 거쳐 화려하게 재기한 셈이다.


그렇게 기나긴 절망의 터널을 지나오면서 나는 이제까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것에 대해 다시금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문장을 가슴 속으로 외치며 나를 단련시켰다.


 


먼 곳에 있는 물은 가까이 있는 불을 끄지 못한다.


언제나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야 한다.


 


어제 가졌던 열정의 크기가 오늘 인생의 크기를 결정한다.


언제나 같은 옷을 입고 남들보다 적게 먹고 여유를 누릴 사이도 없이 연습을 해야만 했다. 물론 발레를 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이런 하루를 반복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들과 약간 다른 것은 바로 연습이다.


 


모두가 살기 위해연습을 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들은 정말 살기 위해 연습을 하는 게 아니었다. 많은 사람이 자신에게 집중하지 못했다. 경쟁자를 의식했고 단지 그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연습하는 데 신경을 곤두세웠다. 진정 살기 위해 연습한다는 건 그런 것이 아니다. 살기 위해 연습한다는 것은 오로지 나만을 의식하 연습하는 것이다.

 

연습에서 남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남이 보기에 18시간 연습한 것처럼 보이는 게 아니라, 스스로 18시간 연습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게 바로 진정 살기 위해 연습하는 사람의 자세이다. 나는 모나코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런 하루를 매일 반복했다.


 


• 몸은 따뜻한 방 안에서 휴식을 취하고 잠에 취해 있어도


당신의 열정은 밖에서 떨게 하라.


당신의 열정을 가난하게 하라.


열정이 있다면, 혼자 있어도 혼자 있는 게 아니다


뉴욕의 로잔 국제 발레 콩쿠르에서 화려한 별로 떠오르기 불과 3년 전만 해도 나는 은커녕 어두운 밤하늘 아래에서 하염없이 별을 바라보는 신세였다.


 


정식 커리큘럼은 준비과정 4년에 고급과정 4년이었다. 도합 8년간의 교육과정을 마쳐야 수료할 수 있었는데, 8년 내내 하루하루의 수업과 개인 연습 시간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어서 한 치의 어긋남 없이 숨막히게 돌아갔다.


 


• 말 그대로 당시의 모나코 왕립 발레 학교는 발레리나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는 곳이었다. 이렇듯 빡빡한 하루가 끝나고 나면 어린 소녀들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버릴 정도로 기진맥진했지만 나는 오히려 머리가 맑아지고 두 눈에 총기가 번뜩였다. 그도 그럴 것이 나에게는 저녁 이후에 해야 할 일이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도둑질(?)’이었다.


 


그렇게 어렵게 들어온 그곳에서 나는 달빛을 조명 삼아 수업 시간에 배운 동작을 반복해서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어렵게 마련한 연습 장소였기 때문에 달빛 아래에서의 도둑 연습은 강도가 이루 말할 수 없이 강력했다. 나는 온몸의 에너지가 모두 빠져나가도록 뛰고 또 뛰었다. 하지만 그런 두려움 때문에 연습을 대충할 수는 없었다.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나는 2년 동안 단 하루도 빼먹지 않고 달밤의 도둑 연습을 계속했다.


 


한창 감수성 예민한 열다섯 살 사춘기 소녀였던 나에게 외로움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가뜩이나 여린 마음에 사정없이 생채기를 냈고, 그렇게 상처받은 나의 하루하루는 지옥과도 같았다. 날마다 줄어드는 자신감의 비어가는 자리는 엄청난 속도로 늘어만 가는 상실감이 대신 채워 갔다.


 


머리와 가슴이 발레 외에는 다른 것을 담을 수 없도록 육체의 한계를 넘나드는 혹독한 연습이 없었다면 아마 내 영혼은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어쩌면 나는 외로움과 그리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매일 그렇게 연습했었는지도 모른다. 결국 열정이었다. 열정이라는 친구가 있었기에 나는 혼자 있어도 혼자가 아니었다.


 


• 혹독한 도둑 연습 덕분이었을까? 모나코에 온 지 1년쯤 되었을 때 나는 기본적인 연습조차 힘겹게 따라갔던 모습을 완전히 벗고 졸업할 때까지 내내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우수한 학생으로 변해 있었다.


 


지금도 연습이 잘 풀리지 않을 때면 절박한 심정으로 연습실을 훔치러 다녔던 그 시절이 떠오르곤 한다.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오르텅스 블루가 쓴 <사막>이라는 시다.


 


차라리 주저앉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엄청난 고통을 습관처럼 매일 느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파도에 휩쓸리지 말고,


시련에 주저앉지 마라.


두 손에 열정을 꼭 붙잡고 놓치지 말라.


열정이 너를 키울 것이다.


 


열정을 가지고 당신의 무대에 올라가라.


가슴이 뛸 것이다.


당신의 뛰는 가슴은 당신을 바라보는


다른 사람의 가슴도 뛰게 만들 것이다.


 


가슴 뛰는 삶을 살아라.


온 세상이 너를 보며 두근거리도록.


 


명목상으로 그녀는 단순히 학교를 방문한 것이었지만 실상은 한국에서 발레에 재능이 있는 숨겨진 보석들을 발굴해 키워 보려는 목적이었다.


 


• 그녀는 한국이 아직은 발레의 불모지에 가깝지만 잠재력을 갖춘 좋은 재목을 충분히 찾아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고 한국을 찾은 것이었다.


 


수진은 10만 명의 발레리나 중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아이입니다.”


1982, 그렇게 나는 열다섯 살의 나이에 1년만 열심히 배우고 돌아오겠다는 생각으로 홀로 유학길에 올랐다.


그보다 더 대단한 것은 ‘10중에 잠재력을 갖춘 ‘1’을 찾아내는 안목, 그리고 ‘1’의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할 때까지 기다려 줄 수 있는 인내심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마리카 선생님이야말로 내겐 정말 대단한 스승이었다. 그녀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다.


 


수진. 너는 아직 덜 컸어. 지금 당장 뉴욕에 남으면 살아남기 어려울 거야. 너와 여기는 맞지 않아. 일단 나와 1년 정도 더 함께 지내보자.”


그렇게 마리카 선생님과 나는 한 집에서 살게 되었다. 놀랍게도 나는 마리카 선생님이 자신의 집에서 함께 생활하도록 허락한 첫 제자였다. 선생님은 어머니처럼 직접 가정교육을 시켰고, 나 역시 그런 선생님을 어머니라고 부르며 따랐다. 그 시절은 굉장히 따뜻하고 행복했다.


 


• 그런 그녀의 열성적인 모습이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에게는 까다롭고 고집스럽게 비췄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애틋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끝없이 매만져 주던 선생님의 따뜻한 모습에서 선생님이 나를 단순한 제자가 아닌 그 이상으로 각별히 아끼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발레를 하려면 테크닉보다 체력이 우선이라며 편식하는 것을 다른 그 어느 것보다 더 싫어한 선생님 덕분에 나중에는 치즈 먹는 법까지도 울면서 배우게 되었다.


 


• 잠들지 않는 열정을 발견하다


늦게 시작한 만큼 죽기 살기로 연습해도 모자랄 판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어영부영했으니 나의 1년간의 발레 수업은 그저 몸만 연습실에 있고, 발에 토슈즈만 신고 있지, 하는 것도 아니고 안 하는 것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였다.


 


인생을 100% 살게 만든 멘토를 만나다


그녀를 따라 하고 싶었고, 그녀와 친해지고 싶었고, 그녀의 마음에 들고 싶었다. 그러려다 보니 조금씩 발레에 취미를 붙이려 노력하게 되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어렸을 때부터 나는 한 번 해야 한다고 생각한 일은 아무리 힘들어도, 누가 뭐라 해도 악착같이 매달려서 꼭 해내고 말았다. 반면, 내가 제대로 동기부여가 되지 않은 일은 아무리 강압적으로 하라고 다그쳐도 절대 하지 않거나 일부러 그에 반하는 행동을 했다.


 


선생님의 아름다움에 반해 친해지고 싶어서 발레 수업에 집중하게 되자 바를 잡고 멍하니 있거나 스텝을 밟다 말고 졸거나 탈의실에 몰래 숨어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일이 사라졌다. 오히려 거짓말처럼 매일매일 발레 수업 시간이 기다려졌다.


 


거기에 선생님의 진심 어린 칭찬과 격려 덕분에 나는 발레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게 되었다. 발레가 어찌나 좋았던지 밤에 잘 때도 포인트 슈즈(토슈즈)를 벗지 않고 잠든 날이 있을 정도였고, 어떤 날은 다리 스트레칭을 하다가 잠이 들어 다음날 다리를 움직일 수 없어서 엄마가 끙끙대며 다리를 모아서 근육을 풀어 주느라 한바탕 난리를 벌인 적도 있다.


 


그렇게 발레에 재미를 붙이다 보니 학교 공부도 더 열심히 하게 되었다. 사랑에 빠지게 되자 올바르게 생활하고 건실한 청년으로 거듭났다는 소설 속의 이야기가 단순히 지어낸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내가 증명한 셈이었다. 베스트 선생님 그리고 발레와 사랑에 빠진 나는 공부 또한 소홀히 하고 싶지 않았다. 발레를 한답시고 공부를 게을리 하는 것은 죽기보다 더 싫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저녁 11시까지 혼자 발레 연습을 하고 집에 와서는 다시 책을 펴 들고 예습과 복습을 했다. 쏟아지는 졸음을 쫓고자 당시 유행하던 민간요법인 호랑이 연고를 사용하기도 했다.


아무튼 그렇게 극성을 부리며 공부와 발레 둘 모두를 쫓는 생활을 하다 보니 발레 실력은 급성장했고, 모나코로 유학을 떠날 때까지 모든 과목 점수를 90점 이상으로 유지했다. 석차도 전교 20위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 


 


• 하나의 램프가 환히 불타올라 주위를 밝혀주는 역할을 하려면 좋은 심지와 튼튼한 몸체로 만들어져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양질의 기름과 맑은 산소가 지속적으로 공급이 되어야 한다. 발레리나에게 있어 심지와 튼튼한 몸체란 타고난 정신력과 감수성, 신체적인 조건 등이 되겠지만, 그 발레리나가 자신의 역량을 십분 발휘해서 무대 위에서 환하게 빛나는 존재가 되려면 양질의 기름과 맑은 산소가 지속적으로 공급되어야 한다. 나에게는 베스트 선생님의 존재 그리고 선생님의 따스한 격려와 진심 어린 칭찬이 양질의 기름과 맑은 산소였다.


 


늦은 것보다 더 큰 잘못은 시도하지 않은 것


방금 이야기한 것처럼 처음 시작한 것도 다른 아이들에 비해 늦었고, 그나마 시작하고 나서도 1년 정도 어영부영하느라 본격적인 시작이 늦어졌지만, 프로페셔널한 무대에 데뷔하고 나서도 이제까지 강수진이 이루어 낸 성과나 현재의 명성에 비해서는 굉장히 늦게 본격적으로 빛을 본 편이기 때문이다.


 


•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 만 18세의 나이로 입단할 때만 하더라도 내 이름 앞에는 최연소라는 자랑스러운 타이틀이 달려 있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그 뒤로 나는 다른 사람보다 오히려 훨씬 더 긴 막내 생활을 해야 했다.


 


• 많은 사람이 내가 처음부터 주인공을 맡았으리라 생각하는데, 나는 가장 낮은 위치의 군무 역할을 무려 10년 동안 해야 했다.


 


• 그러면서도 조바심을 내거나 조급해 하지 않았다. 조금 늦게 가더라도 내 길을 가면 된다는 생각으로 그 단계마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내가 쌓은 모든 것에 요행이란 하나도 없었다. 작은 것 하나라도 모든 것은 내가 직접 쌓은 나의 실력이었다.


 


• 나는 별 노력 없이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나를 최고의 자리에 앉혀 주는 것은 오직 노력뿐이다. 오랜 시간 밑바닥 생활을 겪을 땐, 미래가 두렵고 막막하기만 했다. 하지만 결국 나를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 만들어 준 것은 그 밑바닥 생활이었다. 지금 밑바닥에서 기고 있어도 절대 움츠려 들지 마라.


멈추지 않으면 결국 원하는 곳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 사람들은 나를 세기의 발레리나 강수진이라고 부른다.


당신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사람이든


당신은 자신의 분야에서 위대해질 수 있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다.


 


다만 시작하지 못했고,


반복하지 못했을 뿐이다.


 


시작하고, 반복하라.


발레리나 강수진처럼…….


 


지각은 포기를 유혹한다


지각은 늘 포기할 빌미를 찾는다.


에이, 이미 늦은 거 그냥 학교 가지 말아 버릴까?’


늦음이라는 것의 생리가 그렇다. 늦었으면 열심히 따라가면 되고, 늦었으면 조금씩 만회하면 될 터인데, 많은 사람이 조금 늦으면 조바심을 낸다. 그리고 빨리 가기 위해 편법을 쓰다가 그마저도 안 되면 아예 포기해 버리고 만다.


만일, 내가 그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발레를 늦게 시작했다고 조바심을 내다가 포기해 버렸으면 지금의 강수진은 없었을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지각은 늘 포기할 빌미를 호시탐탐 찾고 있다.


 


지각은 1등이 조금 늦게 되는 것일 뿐 실패하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도 나는 늦게 가는 것에 조바심 내지 않을 것이다. 조금 더 열심히 걸어갈 것이다. 앞으로도 나는 낮은 자리에 머무름을 비천해 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더 올라갈 곳이 있음을 기쁘게 받아들일 것이다.


 


나는 하루씩 뚜벅뚜벅 걸어나갈 것이다.


 


중요한 건 옷이 아니라,


가슴 속에 불타고 있는 열정이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고난에 빠질수록 열정이 불타고


어떤 사람은 고난에 빠질수록 열정이 식는다.


 


풍요로운 가난


나는 버스를 타고 20~30분 만에 편하게 집에 오는 대신 두 시간 동안 힘겹게 걸어야 했다. 대신 그 시간 동안 버스비와 맞바꾼 왕사탕을 입에 가득 넣고 그 달콤함을 즐기는 것을 택했다.


 


• 결국 그런 나의 성격을 바꾸게 된 것은 내 인생의 많은 부분에서 큰 영향을 미쳤던 발레발레에 대한 열정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를 바꾼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차라리 그렇게 무작정 나의 모든 것을 버리기보다 단점을 보완할 장점들을 찾아내거나 약점 중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 나의 강점으로 승화시키면 되는 것이다.


 


가냘픈 모습에서 강한 카리스마가 배어 나온다는 극찬을 받으니 어쩔 줄 모를 정도로 감사할 뿐이었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런 나 자신을 잘 알기 위해 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여 부족한 부분이 보이면 그를 보완하기 위해 나만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하면 된다. 바로 그 곳에서 당신만의 스타일이 만들어진다.


 


발레리나라면 누구나 매일 Class를 해야 한다.


(Class: 매일매일 기본으로 해야 하는 발레 트레이닝)


나는 22년 전, 더 나은 내 몸의 컨디션을 위해


아주 특별한 선택을 했다.


보통 무용수들은 남자와 여자가 따로 Class를 하지만,


나는 솔리스트로 승격된 이후 지금까지


22년 동안 남자들과 트레이닝을 같이 한다.


남자 무용수와 Class를 하는 이유는,


나의 컨디션을 극대화 시키려는 것이다.


자신의 한계를 매일 높이며 성장을 거듭하고 싶다면,


누구나 하는 평범한 방법으로는 힘들다.


최고의 인생을 살고 싶다면 최고의 노력을 해라.


 


• 평범한 하루가 만들어낸 기적


이렇게 바쁜 꿀벌처럼 아침 시간을 보내게 된 것은 발레에 제대로 재미를 붙이면서부터였다. 남들과 똑같은 24시간을 배정받은 상황에서 다른 아이들보다 늦게 시작하였기에 발레 연습을 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했는데, 그러려면 공부에 할애하는 시간이 당연히 적어질 수밖에 없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면 별 수 없었다. 남들이 일어나지 않은 아침 시간과 잠자리에 든 저녁 시간을 내 시간으로 만드는 수밖에.


 


이렇게 하는데도 날마다 느끼는 나의 시간은 늘 부족했다. 그 때부터 이미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길어 보여도 얼마나 한정적인지에 대해 깊이 절감을 했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해야 그 한정적인 시간을 100% 온전히 나를 위해 다 쓸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했고 그랬기에 일정 부분 그 방법을 터득할 수 있었다.


그렇게 그 때 터득한 인생을 두 배로 살 수 있는 방법은 간단했다.


내일 할 일을 오늘 계획에 포함시키자.’, 인생은 결국 하루 하루의 삶이 쌓여 이루어진다.’,어제보다 나은 하루를 살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노력할 때 더 나은 오늘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렇게 몸에 밴 습관은 이후 30여 년간 나의 삶의 일종의 패턴이 되었다.


 


• 중학교 때부터 시작된 나의 하루 경영은 이후 모나코 유학 시절이나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 입단하고 나서나 거의 변함이 없었다. 어제를 넘어선 오늘을 사는 것 이것이 내 삶의 모토였다.


 


나만의 아침 연습 중, 컨디션 트레이닝 마지막 단계로


매일 Trampoline을 뛴다. 20분이면 2천 번 정도를 뛸 수 있다. 말이 20분이고, 2천 번이지 훈련 받은 발레리나라도 10분만 연속으로 점프를 뛰어도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입 속은 침샘까지 말라붙어 사막처럼 건조해진다. 또한 가뜩이나 가냘픈 다리는 후들후들 떨려서 마침내 바닥에서 5cm도 위로 도약하지 못할 지경에 이른다. 그런 점프를 계속해서 20분이나 한다는 것은 지독한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사실, 오히려 젊었을 때는 그 20분을 잘 채우지 못했다. 지루하기도 지루했거니와 극한에 이르게 되는 근육의 고통과 체력의 한계를 쉽게 넘어서지를 못했다. 하지만 어느 때부터 20분을 채우고 거기서 더 나아가 21분 동안 연속으로 그 동작들을 할 수 있을 때, 그 때 느껴지는 만족감과 희열들을 경험하기 시작하면서 나는 달라졌다. 20분을 채우면 좋지만, 그로부터 단 1분이라도 더 해서 21분 동안 점프를 해내면 그날은 어제보다 훨씬 어메이징한 하루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 날은 22분 동안 해 보자. 물론, 체력적으로나 다른 기술적인 문제로 도저히 22분을 극복하지 못한 채 한동안 정체되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 경험에 따르면 그를 목표로 해서 계속 나에게 도전하고 싸움을 걸다 보면 단단하게 단련된 나는 어느새 22분을 넘어서서 23, 24분간 연속으로 점프할 수 있었다.


 


물 잔에 물을 채울 때 컵의 70%가 차 있든, 85%가 차 있든, 99%가 차 있든 우리는 그를 두고 아직 물 잔이 비어 있다.”라고 말한다. 하루하루의 삶 역시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한계에 다다라서 포기한 채 하루를 마무리 지어 버린다면 그 하루는 온전하게 산 하루가 아니다. 계획한 것에 절반만 했든 90%를 달성했든 마찬가지이다.


 


• 숨겨진 재능을 찾기 위해 고심하는 것보다 훨씬 더 쉬우면서도 중요하지만, 많은 사람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바로 어제의 나를 넘어서기 위한 오늘의 노력이다. 내 경험상 성공이란 것은 매일매일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과정을 끝까지 반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생긴 부수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내가 생각하는 나의 가장 큰 업적 그리고 가장 듣고 싶은 나에 대한 큰 찬사는, ‘강수진은 보잘것없어 보이는 하루하루를 반복하여 대단한 하루를 만들어 낸 사람이라는 것이다.


지금 내가 가진 모든 업적, 성공담, 주변의 찬사와 발레 무대에서의 지위는 모두 그러한 반복의 위대한 산물이다.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하면 된다. 크고 대단한 기술적 진보나 성취를 못했다 하더라도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했다는 자체에 내가 만족할 수 있으면 된다. 그리고 그 하루 덕분에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진보한 것이다. 조금 더가 모여 경쟁자들이 따라올 수 없는 결정적인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오늘은 이만하면 됐고, 내일 다시 한 번 해 보지.’ 또는 오늘 못했으니까 내일 몰아서 한꺼번에 하지.’ 라고 생각하며 나의 오늘을 내일로 스스럼없이 양보하기 시작할 때 그런 하루들이 모여서 그 사람이 자신의 예술인생에 종지부를 찍게 만드는 것이다.


 


•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하루를 보내기 위해


나는 늘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한다.


나는 내일을 믿지 않는다.’


그렇다. 나는 내일을 믿지 않는다. 대신 오늘, 지금 바로 이 순간이 내가 믿는 유일한 것이다. 나는 항상 내일 뭔가 대단한 사람이 될 거야!’라며 떠들고 다니는 것보다, ‘오늘, 지금 당장 뭘 해야 할까?’를 고민하는 데 조금 더 생각을 기울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인간이란 오늘 당장 무슨 일을 겪을지 모르며, 그렇기에 오늘, 지금 이순간이 생의 마지막 순간인 것처럼 여기고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 한다.


 


나도 사람이기 때문에 매일매일 그렇게 혹독하게 어제의 나를 넘어서는 연습을 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토슈즈를 신은 지 얼마나 되었는지도 까마득해지는 이 나이가 되어서도 가끔씩 아 오늘은 연습 쉬고, 하루 종일 소파에 누워 재미있는 한국 드라마를 보고 싶다!”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런 유혹의 고비는 절대로 길지 않다. 독일어로 고비를 ‘krise’라고 한다. 이 단어는 가르다’, ‘나누다는 뜻의 그리스 어인 ‘kritein’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 우리가 고비라고 말하는 순간은 장기적인 고민의 시간이 아니라 이것, 아니면 저것 둘 중에 하나를 고르는 아주 찰나의 시간을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 때, 순간 내 몸에 편함과 느긋함을 줄 수 있는 저것대신에, 조금은 힘들지만 어제의 나를 넘어서서 더 나은 미래의 나로 연결시켜 주는 소중한 기회인 이것을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나면 모든 것은 일사천리이다.


 


고비에서 늘 이것을 선택하고는 연습실로 달려가는 내게 가끔, “강수진 씨는 이제 웬만한 것은 다 이루셨잖아요. 그런데도 여전히 왜 그렇게 치열하게 사시는 거죠?” 라고 묻는 이들이 있다.


 


그러면 나는 거꾸로 이렇게 물어보고 싶은 충동을 참느라 고생하고는 한다. ‘아니, 도대체 왜 이토록 뜨거운 만족감과 가슴 벅찬 희열을 얻을 기회를 피하려고 하시는 거죠?’ 라고.


한 번 살아 보면 안다. 해 보면 안다. 어제보다 1분이라도, 단 한 번이라도 더 뛴 그 하루가 주는 그 만족감은 99%의 잔에 1.1%를 더 채워 그 잔을 꽉 채우고, 넘쳐흐르게 만들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왜냐하면 하루하루 그 이상은 더 할 수 없을 만큼 한계의 그 끝까지 다다른, 또 때로는 그 선을 넘어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하루를 살아 왔기 때문이다.


 


나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많은 사람이, “강 선생님은 대화 중에 하루라는 단어를 굉장히 많이 사용하시네요?” 라며 놀랄 때가 있다. 실제로 나는 대화 도중에 끊임없이 이 하루라는 단어를 반복하고 강조하는 습관이 있다. 그만큼 내 인생 자체가 어제보다 나은 오늘 하루를 살아가기 위한 노력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나의 능력과 열정으로 100% 채워진 그 하루를 살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 라고 답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100% 채워진 하루를 산 사람은 후회가 없다. 아니, ‘100%의 하루’, ‘100%의 삶을 살려면 후회할 겨를이 없다. 후회라는 것은 후회할 수 있을 만큼 하루하루의 삶에 여유정확히는 낭비가 있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내가 최선을 다하는 이유는 예술은 끊임없는 학습이고, 노력이기 때문이다.


 


나는 자주 자격이란 말을 사용하는데, 누구든 최고의 발레리나가 될 자격이 충분해서 무대에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 자격 이전에 먼저 자리를 받는 것이 보통이다. 감사함과 겸손함으로 무대에 올라가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발레리나는 자신이 맡은 역에 빠져들어 혼신을 다해 자신을 불태우고 손끝 연기 하나부터 발끝 연기까지 완벽하게 해내고 무대를 내려올 때, 비로소 자격을 얻는 것이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자격이 있어 그 자리에 앉겠는가? 누군가 나는 자격이 충분하니 그 자리에 오른 것이다.’ 라고 생각한다면, 그는 많은 사람에게 무한한 고통을 주게 될 것이다. 나는 단 한 번도 그런 생각으로 무대에 오른 적이 없다. 무슨 작품이든지, 심지어 백 번 이상 이미 공연을 했던 작품도 다시 무대에 오르기 전에 150% 이상의 노력을 쏟아 붓는다. 극한의 연습을 다하고 나서야 무대에 오를 준비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노력을 해도 관객에게 100% 만족을 주기가 쉽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 자격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해 하루를 보낸다.


 


• 이 글과 함께하는 여러분도 자기만의 한계를 정해 놓고 매일매일 그 한계를 넘어서 보라. 하루하루 자신이 갈 수 있는 한계의 그 끝까지 한 번 가 보자. 때로는 실패하고 때로는 한계를 절감하고 또 때로는 지쳐 바닥에 그대로 쓰러질 수도 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그 하루를 넘어서기 위한 노력을 끝끝내 포기하지 않는다면 여러분의 내일은 분명 오늘보다 훨씬 값어치 있는 하루가 될 것이고, 그런 하루가 365, 3,650번 모여 위대한 인생을 만들어 줄 것이다.


 


• 나에게 노력은 했는데 안돼요.”라는 말은


더 이상 정글에서는 못 살겠어요라는 뜻과 같다.


인간도 동물이다. 내 몸에 저절로 습관이 들 때까지 연습하면,


언젠가는 당당히 이 정글에서 살아남는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꾹 참고 다 습득했을 때,


그 정글은 나를 반겨 주었다.


오늘 내가 살고 있는 독일도 나에게 정글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에겐 더없이 편한 정글이다.


 


시간을 지배하는 자, 세상을 지배하리라


강수진 씨는 몇 시에 일어나세요?”


그럴 때면 난 이렇게 대답한다.


대략 5 30분에서 6시 사이에 일어나요.”


그렇게 대답하면 사람들은 놀란 표정으로 다시 이렇게 묻는다.


진짜요?”


 


나는 커피를 한 잔 따라서는 욕실로 가서 15-20분간 사우나를 즐긴다.나는 예찬론자라 할 정도로 사우나를 좋아하는데, 사우나를 하며 땀 흘리는 것을 너무나 좋아해서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거의 하루도 빼먹지 않는다. 사실 30년 이상 계속된 강도 높은 연습과 날마다 이어진 공연 탓에 근육이 아프지 않은 날이 단 하루도 없었다. 일정 강도 이상으로 근육을 지속적으로 쓰면 산(, acid)이 근육 내에 쌓이게 되는데 이 산이 근육 피로와 근육통의 주원인이다. 그렇다고 발레리나가 근육이 피로하고 아프다는 이유로 연습이나 공연을 거를 수도 없는 일이다 보니 차선책으로 생각해 낸 것이 날마다 쌓일 수 밖에 없는 근육피로물질을 조금이라도 빨리 체외로 배출해 내는 것이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바로 사우나였다.


 


아침 사우나는 단순히 피로 회복과 휴식의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강도 높은 오전 연습 전에 경직된 근육들을 이완해 주는 효과가 있어 나에게 아침 사우나는 하루 일과 중 손에 꼽히는 굉장히 중요한 일정이다. 특히 날이 추워져서 밤사이에 굳어진 근육이 훨씬 더 더디게 풀리는 겨울철에는 더욱 더 그렇다.


 


아침 나절 화장실에서 보내는 시간은 바쁜 내 일상 속에서 거의 유일하다고 할 정도로 온전히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이며, 또 그 시간 동안 그날 하루의 일정을 되짚어 보고 해야 할 일들과 그 일들의 우선순위를 모두 결정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 뒤에는 바로 스트레칭을 하고 2시간 정도 개인 연습을 한다. 2시간 개인 연습은 30여 년 동안 단 하루도 빠뜨린 적이 없다. 이 모든 것을 마치면 시계는 9 30분을 가리키고 있다.


 


일반적으로 여자들이 외출을 하는 데 할애하는 시간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짧은 시간일 테지만 난 20분이면 충분하다.


 


그때부터 저녁까지 줄곧 연습의 연속이다. 저녁에 공연이 있는 날에는 보통 밤 11시가 되어야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와 간단히 씻고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면 하루가 끝이 난다.


 


• 이 모든 일정은 시계를 보지 않아도 딱딱 맞아 떨어진다.


 


사실 이렇게 철저하게 1 1초까지 착착 맞아떨어지게 돌아가는 삶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발레를 본격적으로 배운 중학교 무렵부터 남들과 똑같이 주어진 하루 동안 남들이 하는 것 이상의 것들을 하고 싶은 열정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반복적으로 실천하며 몸에 익혀 온 일종의 자연스러운 삶의 습관이었다. 그를 통해 나는 같은 시간을 살되 그 시간의 질을 극적으로 높이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독일에 이런 속담이 있다.


‘Morgen stund’ hat gold im mund.’


[아침 시간은 내 입에 금을 물어다 준다.]


나는 새벽 5시경 정도가 되면 눈을 뜬다.


커피 머신의 전원을 켜고, 사우나 스위치를 올린다.


20여 분 동안 사우나를 한 뒤 나만의 아침 트레이닝을 시작한다.


그리고 아침 식사와 샤워를 마치고 극장으로 향한다.


다른 무용수들은 그때부터 옷을 갈아입고


몸을 풀 준비를 한다.


난 이미 몸이 풀려 있는 상태에서


다른 무용수들과 발레단 아침 트레이닝을 시작한다.


나의 아침 트레이닝이


이제까지 나를 먹여 살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도 나는 새벽에 눈을 뜬다. 그리고 두 개의 스위치를 올린다.


No pain, No gain.


 


월요일 아침 출근길에 얼떨떨하면서도 뭔가 결연한 표정으로 극장 계단에 서 있던 동양에서 온 소녀를 발견한 그가 내게 반한 것은 단 1초도 걸리지 않았다. 처음 보는 순간 세상의 모든 것이 하얗게 변했고, 그 배경 가운데에 홀로 정지 화면처럼 서 있는 소녀만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후 그는 이전의 그답지 않게 자그마치 2년 동안 나를 바라만 보았다.


 


곰곰이 살펴보니 그저 단순히 발레가 좋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인생의 중요한 과도기를 지나고 있는 듯한 비장함과 결연함이 엿보였다고 한다. 그래서 나를 위해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기다리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당연히 외롭고 두렵고 절실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나는 그런 감정들을 오직 발레 연습으로만 참아 내고 있었다. 그곳에서 살아남기위해 죽도록연습하는 역설적인 날들이 계속되고 있었다.


• 그리고 그렇게 온전히 상대만을 사랑한 지 7년이 지난 어느 날, 터키의 한 바닷가에서 나는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처음 만난 순간부터 그때까지 사랑 가득한 눈으로 오로지 나만 바라봐 주었던 툰치에게 프로포즈를 받았다.


수진, 내 여자로 영원히 함께해 주겠어?”


그의 그 고백에 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당연하지!”


 


여기 이 사람이 내 남편 툰치입니다.”


내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다. 내가 그렇게 가지고 싶었던 내 남편이기에.


 


• 그런데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툰치가 특별한 기념일이라고 나에게 뭘 더 챙겨 주거나 하지 않는 것은 결혼 전이나 후나 똑같다는 것이다. 대신 툰치는 나의 모든 날을 내 생일 또는 그와 유사한 기념일로 만들어 주었다.


 


돌아보면 똑같아 보여도 전혀 같지 않았던 그 하루하루가 특별한 이벤트와 각별한 즐거움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여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자유롭게 뛰어 놀 수 있는


나의 놀이터를 감싸고 있는 남편의 울타리가


나보다 더 크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변치 않는 사랑이 나를 멈추지 않게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나와 남편 툰치의 관계는 보여지는 모습보다 훨씬, 아니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완벽하게 좋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나는 글쎄요. 그냥 저희는 아무런 의도나 생각 없이 그저 서로를 아껴 주고 배려하며 살아가는 게 전부인데요?” 라고 답하곤 한다.


 


• 첫 번째로 우리 부부는 자기 자신을 엄청나게 사랑한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기꺼이 나에게는 자신을 숙이고, 나를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한다.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와 애정 없이는 보여줄 수 없는 행동이다. 그러므로 상대방을 온전히 사랑하려면 자기 자신 역시 온전하게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 많은 남녀가 부부의 인연을 맺고 가정을 꾸리면 서로를 가장과 가족,남편과 아내 등으로만 인식할 뿐 이성과 신념을 갖춘 한 사람의 완전한 성인으로 대하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아무리 부부, 가족이라 하더라도 일상생활에서는 상대방을 완벽한 인격체로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처음 툰치와 연애를 할 때에는 나이차도 있고 워낙 툰치가 이것저것 아는 것도 많고 박식해서 이야기를 주로 리드하는 편이었고 나는 잠자코 듣는 편이었지만, 부부가 된 이후부터는 서로 공평한 위치에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물론 여전히 툰치는 지혜롭고 많은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인내하며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 가운데 함께 공감하고 받아들일 부분들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런 노력이 우리 부부의 사이를 더욱 단단하게 맺어 주고 있다.


 


물론, 내 성격 자체가 스펀지처럼 다른 사람의 성격상 장점을 빨아들여 흡수한 뒤 필요할 때마다 그를 활용해서 나의 장점으로 만드는 것에 능한 편이라 남편 툰치로부터 굉장히 많은 영향을 받고 살긴 했지만, 그래 봐야 강수진 성격’, ‘강수진 스타일안에서였고 본질적인 나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나나 툰치나 서로의 성격에서 고쳐야 할 점을 찾기보다는 상대방의 좋은 점은 받아들여 배우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역설적으로 그러다 보니 어느새 우리 두 부부의 성격은 아주 많은 부분에서 서로 닮아 있다.


 


• 사랑 받기 위해서는 우선, 자연스러워야 한다.


자연스러운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여자가 되어야 한다. 여기서 자연스


러운 향은 인품을 갖춘 사람에게서 은은하게 풍겨오는 편안한 인간미


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독한 향수가 아닌 비누 향 같은 자연스러


운 향수를 남편 앞에서 늘 사용하는 것도 사랑 받는 한 가지 비법이다.


 


많은 부부가 서로 깊은 인간관계를 맺게 되면서 서로를 편하게 여기


게 되는데, 그게 지나쳐서 상대방 앞에 설 때 자기관리를 안 한 상태에


서 모든 것을 오픈하고 마는 경우가 빈번하다. 물론 나 역시도 평상시


에는 단 20분이면 모든 외출 준비를 끝마칠 수 있을 정도로 기초적인


화장을 제외하고는 치장을 하지 않는 편이지만 내 곁에 오면 자연스럽


게 좋은 기분이 들도록 은은한 향이 나는 가벼운 향수는 꼭 사용한다.


 


다음으로는 지성적이어야 한다.


내 주위를 살펴봐도 다른 특별한 장점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남


자를 포함한 자기 주위의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한결 같은 사랑을 받는


여자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을 살펴보면 이른바 말이 통


하는 여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것은 지식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말이 통하는 여자들은 지식이 많거나 학력이 높다기보다 마음이 열린 여자들이 대부분이다. 마음이 열려 있기에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줄 수 있고, 이를 수용하여 필요한 것들을 배울 수 있는 것이다. 그랬기에 발전할 수 있었고,내 경험에 비춰 보면 일이든지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는 사람이 최고의 파트너인데 그런 점에서 보면 우리 부부는 서로에게 베스트 파트너이다. 남들이 보면 우리 부부는 도대체 저 부부는 무슨 할 얘기가 저렇게 많을까?’라고 의아해 할 정도로 하루 종일 엄청나게 많은 대화를 나눈다.


 


세 번째는 완전한 결합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남녀가 부부가 되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삶의 대부분을 공유하게 된다.


그럴 때 그런 삶에 제대로 부합되지 못하는 성격을 그대로 지니고 산다


면 삶 자체가 서로에게 고통이 될 것이다.


 


부부의 삶 자체는 완전한 결합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럴 때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서로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가 중요하다. 함께 결합된 삶을 살아가야 한다면 이왕이면 상대방의 단점을 보완해 주고, 기울어진 면을 지탱해 주고, 흠이 있는 면을 가려 주는 그런 삶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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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케노시스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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