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가 아주 원색적이다.
왠지 상큼, 발랄하며 위트 있을 것 같은 분위기의 책이지만.... 실상 이 책을 열고 나면 생각이 바뀌게 된다.
일단 이 책의 저자에 대해 간략이 나누겠다.
그녀는 김미월 이라는 생소한 이름의 작가다.
나름 강원도에서는 알아주는 베테랑이었다고 하는데...
(학창시절부터..... 글을 썼다 하면 상을 타서 , 심사위원이 알아 볼 정도였단다.)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서 , 글필을 논하기는 무리가 있고 , 나의 관심사는 '작가의 삶 , 작가의 경험' 이다.
C.S LEWIS 는 문학 작품을 비평함에 있어서 , 그 글의 저자에 대한 '평가' 가 혼합되는 것을 불허했다지만 , 어찌 그 글 속에 반영된 작가의 '가치관' 을 배제 하고 글을 논할 수 있단 말인가.
그 작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는 건 , 이 책 전반에 나와 있는 스타일이 나름 일관성 있는 '색깔' 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작품은 총 9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고...
짤막짤막 하게 읽어 내려 갈 수 있다.
배경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주변 환경들이다. 세심하게 선별된 일상의 모습들이 주변에 펼쳐 지기 때문에 전혀 거부감 없이 읽어 내려갈 수 있을 것이다.
각 이야기의 줄거리를 소개하는 등의 과정은 생략하고자 한다.
이 책이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만큼 , '줄거리' 를 미리 말해 버리면 , 재미가 상당히 반감될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 이런 부분은 생각해 봐야 할 듯 싶다.
이 책 속의 주인공들은 모두 우울하고 어둡고 삭막한 공간 속에서 소통 하며 살아 간다.
흔히 말하는 '역기능 가정' 에서 자란 이들이 대부분이고 , 그들의 삶은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미혼모의 딸이 등장하고 , 아버지에게 성폭행 당한 딸이 나오며 ,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은 이도 나오고...
모두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이러한 '어두운 현실'(상황적) 을 '우리의 일상 현실' (공간적) 속에 잘 버무려서 글로 표현해 놓긴 했는데....
작가는 아직도 '자신을 위해 글을 쓴다' 고 이야기한 것 처럼...
스스로는 이러한 글을 쓰며 내면의 문제들을 정리하고 , 처리해 나가는 것 같은데....(과연 그 내면 치유가 온전할 지는 미지수다.)
이 책 속의 주인공들은 , 상처를 치유하지 않는다.(못한다).. 그 상처를 부정하지도 않는다.(못한다). 그저, 그 모든 문제를 끌어 안고 담담하게 살아간다.
이러한 모습 속에서 , 현대인의 자화상을 그려보는 건 일반적인 수순일 것이다.
뭔가 흔히 볼 수 있는 사람과 환경 같으면서도 그다지 진부하게 느껴지지 않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환경들..
글을 좀 쓰는 사람들은 , 이 작가가 그저 상황을 어둡게만 쓰려고 했기에 , 글이 재미 없다고 비평할지도 모르겠다.
모름지기 이러한 '어둠' 을 그리는 작품들은 '미학화' 의 과정이 따라줘야 , 읽는 맛이 난다라고나 할까...
하지만 , 그러한 생각들에는 반대한다.
'어두우면' , 어둡게 표현해야지 , 그것을 '아름답게 포장' 해서 , 뭘 어쩌자는 것인가...(물론 , 약간은 반어적이고 , 역설적인 느낌이 나도록 글을 쓰는 것도 +a 의 효과를 주는 경우가 있다지만..)
'어둠' 을 , 정직하게 그려내고 , 그 '상처' 를 담담히 끌어 안고 살아가는 인간 표상을 그렸다는 점에도 충분히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 속의 인물들처럼 스스로를 '유폐된' 존재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이 책을 본다면 , 스스로가 출구 없는 동굴 속에 갇혀 버린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통해 위안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 , 이 책은 해결책이 전혀 제시되어 있지 않다...)
문제는 이것이다.
이 책 속에는 이 '어두운 현실' 에 대한 , 해결책이 전혀 제시되어 있지 않다.
그냥 , 그렇다는 것이다.
그냥 상처 투성이고 , 그냥 힘들다는 것이다.
물론 자그마한 가능성의 실마리가 발견되긴 하는데 , 그 부분은 역시 다른 이들과의 '관계' 다. 사람과 사람이 나누는 情(정) 이다. 이 삭막한 현실 속에서도 , 역시 희망을 주는 것은 한 줄기의 '사랑' 뿐이다.
물론 , 그 사랑의 근원되는 'God' 을 바라보지 못한 상태에서의 '사랑' 은 분명 한계를 드러내게 마련이지만 , 이 책과 같이 '출구' 가 없는 류의 세상에서는 그나마 따스한 '온정' 이라도 느낄 수 있다면 , 그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이다.
이게 현실이다.
쉽사리 들어온 '동굴' 속에서 '출구' 를 찾지 못해 헤매고 있는 세상의 모든 이들에게.....
스스로의 모습을 거울로 보는 것과 같이 정직하게 '직면' 할 수 있는 도구로서 이 책이 사용되길 바라며...
이 책을 읽고 나서 , 가슴이 더욱 먹먹해 진다면 당신은 좀 더 근본적인 '출구' 를 찾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의 기능은 딱 거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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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노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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