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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KBS 1TV <생방송 심야토론>에서 군복무 가산점제 관련 토론이 벌어졌을 때,  찬성 측 토론패널로 참여한 전원책 변호사는 "가고 싶은 군대를 만들어야 한다"라는 상대측 발언에 발끈하며 "이 세상에 가고 싶은 군대가 어디 있습니까? 전 세계에 가고 싶은 군대는 없습니다. 월급을 100만원 준다고 하더라도 가고 싶은 군대가 어디 있나요? 군대 가면 아무리 먹어도 배고프고, 아무리 자도 졸리고, 아무리 입어도 추워요"라는 분노의 발언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의 말을 조금 바꿔서 이야기하면 "군대에 가고 싶은 남자는 없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생각을 모두가 동일하게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겉으로 표현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향후 세상을 백지 상태에서 바라보는 이들이 늘어날수록, 점점 더 많은 이들이 "군대에 가기 싫다"는 표현을 하게 될 것이다.

 

2010년대 후반에 등장한 '독박 병역'이라는 단어도 이러한 경향을 잘 설명한다. 

 

2017년 즈음부터 '독박 육아'라는 단어가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퍼졌고, 많은 여성들이 이 단어에 공감했다.

 

그러자 이에 반발한 한국 남성들, 특히 남성 청년들을 중심으로 '남성들만 강제적으로 독박 병역을 당해왔다'는 주장이 퍼지면서 유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신조어가 등장한 배경에 남녀갈등이 존재하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지만, 그 본질이 "여자도 우리처럼 군대 가라"에 있지는 않다.

 

 

핵심은 '강제 징집에 해당하는 징병제는 부당하다(혹은 변화가 필요하다)에 맞춰져 있다.

 

한국갤럽이 2016년에 이어 5년 만에 실시한 조사에서 모병제 도입에 찬성하는 비율이 2016년 35%에서 2021년 43%로 8% 증가했다.

 

특히 남성의 경우 모병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이 48%에 달했다. 하지만 남성들이 여성 징병제에 찬성할 것이라는 항간의 예상과는 다르게, 남성과 여성 모두 징병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여성(47%)보다 남성(44%)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설문의 주체나 내용에 따라 일부 차이는 있지만, 남성드링 여성도 우리처럼 군대에 가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라는 통념과는 괴리가 있다.

 

갈등의 본질이 부당함에 있다는 것은 여성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과거에 비해 남녀평등 문화가 많이 확산됐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 사회 전반에서 여성에 대한 구조적 차별이 사라졌다고 단언하기는 힘들 것이다.

 

물론 기본적으로 남녀가 평등하다는 양성평등 기조의 교육을 받은 세대는 우리 사회에서 여성 차별이 여전히 심각하다는 것보다 오히려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 더 문제다라고 답하기도 한다. 

 

하지만 단순한 인식의 문제를 넘어, 공식적인 데이터들도 분명한 구조적 차별을 드러내고 있다.

 

먼저 세계경제포럼(WEF)의 성격차지수(GGI, Gender Gap Index)를 보자. 

 

2021년 조사에서 한국은 0.687로 153개국 중 하위권인 102위를 기록했다. 여성의 경제적 참여와 기회 부문은 123위, 고위공직자 및 기업 임원 여성 비율은 세계 134위로 나타났다.

 

(이런 기준이 성격차의 기준이 되는 게 맞는 건지는 토론의 여지가 있을 것 같다. 능력과 자격 등을 고려해서 여성 비율이 적은 경우도 엄격히 따지는 게 맞을지 아니면 사회 전체의 균형 발전을 위해 어느 정도 차등 기준을 둬서 뽑아야 할지 등...)

 

참고로 세계경제포럼의 성격차지수는 경제참여와 기회(경제활동 참가율, 유사업무 임금 성비), 교육적 성취(문해율, 취학률), 건강과 생존(출생 성비, 기대수명), 정치적 권한(여성 국회의원 및 장관 비율) 등의 항목으로 구성된다.

 

전 세계 평균에 대비해 한 국가의 여성 삶 수준을 측정하는 지수가 아니라, 해당 국가의 남녀 성별 격차를 측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건 부당합니다], 임홍택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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